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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공지사항

광교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389회 산행)

광교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389회 산행)

일시 : 2020. 7. 11.() 10 : 30

모이는 곳 : 신분당선 광교역 1번 출구

준비 : 작은 우산 외 하던 대로

 

1.시가 있는 산행

 

국화차를 달이며 / 문성해

 

국화 우러난 물을 마시고

나는 비로소 사람이 된다

나는 앞으로도 도저히 이런 맛과 향기의

꽃처럼은 아니 될 것 같고

또 동구 밖 젖어드는 어둠 향해

저리 컴컴히 짖는 개도 아니 될 것 같고

 

나는 그저

꽃잎이 물에 불어서 우러난

해를 마시고

새를 마시고

나비를 모시는 사람이니

 

긴 장마 속에

국화가 흘리는 빗물을 다 받아 모시는 땅처럼

저녁 기도를 위해 가는 향을 피우는 사제처럼

텅텅 울리는 긴 복도처럼

고요하고도 깊은 가슴이니

 

2.산행기

시산회 제388회 대모산 산행기 2020. 6. 28.() / 기세환

참석 : 갑무, 세환, 재일, 정남, 종화, 진오, 기인, 재홍, 윤환, 경식, 윤상, 전작, 일정, 문형, 영훈, 광일, 양기, 황표 및 원식(비회원) 이상 19인의 산사람들

 

20206월 중순까지 일 년 동안 해오던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 과제물제출과 현장실습

과정이 모두 끝났다. 학교 다닐 때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자랑스러운 표창장도 받았을 것인데, 눈은 흐릿하고 손가락까지 늙어 더딘 실력으로 컴퓨터 좌판 치는 소리가 성질 급한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제는 홀가분하게 628, 몇 년간의 두문불출의 대문을 열고 첫걸음마냥 시산회 모임에 참석하려는 마음은 흥분에 도가니. 구름 탄 손오공의 카펫, 소풍을 앞 둔 아이처럼 긴장과 흥분으로 밤을 지새우고, 지저귀는 뻐꾸기소리에 눈을 떴다. 차디찬 얼음과 에스프레스를 넣은 냉커피와 사과를 준비하고 김밥을 사러 나섰다. 몇 발자국 걸어가다 보니 핸드폰을 빠뜨린 걸 알고 집으로 다시 왔다. 다시 나서다 지갑을 열어보니 전철 패스가 없다. 또다시 돌아와 카드를 챙기고 나서는 나를 보면서 잊어버리는 일이 저축을 하듯 숫자가 늘어나는 일들을 한심하다는 말로 한탄을 하며 김밥을 사는 시간을 포기했다. 시간은 철칙처럼 지켜야한다는 것은 세포에서 용트림을 치고 점심은 그 다음문제였다.

 

오늘 시산회 참석이 금년에 3번째인 나는 참석자 명단에 오른 18명의 친구들과의 만나게 될 기대를 안고 수서역 6번 출구에 1035분에 도착하여 주먹으로, 팔꿈치로 하이하며 눈웃음으로 코로나19식 인사를 나눴다.

 

도착하자마자 홍황표 총장님으로 부터 산행기자 임명을 받았다. 아마 내 기억으로는 227회 한탄강트레킹(2014. 1. 25.) 이후 처음인 듯하여 녹슨 펜이 시산회 회원들에게 빈축이나 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수서역에서 돌담전망대를 향해 가던 중 전원식이 혼자 대모산을 오르다 합류 하게 되어 19명이 1차 점심약속 목표지인 실로암 약수터로 향했다. 더운 날씨에 3그룹으로 나뉘어 천천히 산을 오르면서 나는 그간 나와 마주했던 여러 일들(회사정리와 집 이사)이 하나 둘씩 스치며 이로 인해 나와 같이 앞으로의 인생 여정을 동행할 친구들과 소원해졌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이제는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볼 생각이다. 지쳐 찢어진 한쪽 날개를 서로 의지하며 발자국마다 기쁨과 슬픔의 이야기를 사뿐히 즈려 갈 것이다.

 

모처럼 많은 친구들이 실로암 약수터에서 간단한 점심(홍어회, 골뱅이, , 과일, 막걸리, 맥주)을 하고 우리 시산회 만의 멋인 시낭송( 강경화/머무르지 않음 )을 산행기자인 내가 하였는데 미리 연습이라도 했더라면 시인 겸 시낭송가인 마누라의 체면을 살렸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불국사에서 먼저 뒤풀이를 하는 식당으로 하산하는 산우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산우들은 구룡산 둘레길을 걷기로 하였다. 구룡마을 쪽으로 하산하면서 푸르른 자연들과 친구가 되어 속상했던 추억들을 얘기하며 위로받는 시간을 갖고. 시산회 친구들이 자연속의 꽃이나 새처럼 서로에게 삶이 윤택해지고 살아갈 방향을 흔들리지 않게 해주며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대서 얘기하고 의지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도록 큰 힘이 되어 지리라 생각한다.

 

종심(從心)70살이 1년 남은 69살까지 성패가 즐비했던 험난한 시절을 멋모르고 지내온 것이 지금 되돌아보면 아찔하다. 그 길이 백척간두의 낭떠러지인 줄 모르고 지내온 것은 차라리 행운에 가깝다. 그래! 모르는 것이 약이다. 이순(耳順)이면 남의 말이 거슬리지 않는다는 직역이 있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확대해석해도 될 것이다.

 

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을 어찌 하다 보니 이루어지더라는 것은 50살의 천명을 알았음에 다름 아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지금에 이르러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산다는 말이 있으니 동짓달 긴긴밤을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기에 온 우리들은 노후 준비를 깊게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느덧 노년기 중턱에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너무 늦어서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며 서로 사랑을 나눠주고 잘 받아들이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오늘의 시산회 모임은 대치동에 자리한 ‘4월의 보리밥집에서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 권하는 친구들이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잡고 있었으며, 집을 향한 시간이 지체되어도 싫지는 않았다.

 

2020. 7. 8. 기세환 올림

 

3.오르는 산

광교산은 항상 따뜻한 느낌이 드는 산이다. 세환 산우가 오랜 만에 나와 무척 반가웠다.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니 수고로움이 예사롭지 않았을 것이다. 장마철에 접어들었으니 우중 산행은 한 번은 겪어야 할 듯하다.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것이야 최상의 즐거움이지만 천안 명상센터의 꾸띠(개인수행처)를 간 지 오래되어 미루기를 여러 차례, 이번은 가야할 듯하다. 멀어서 당일이 어려워 산행은 다음으로 미룰 예정이다. 풀 뽑고 거미줄 걷고 시집 발간 준비도 하고. 이상하게 거기만 가면 집중이 잘 되고 통증이 사라지니 좋은 기운이 있는 곳임에 틀림없다.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세환 산우의 부인인 김화연 시인께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쓰신 시라니 당연히 세환 산우가 낭송해야 하며, 함께 추모의 정으로 들어주면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께 감사드린다.

 

귓가에 깃들인 말 / 김화연

 

물음표 하나가 바다에 빠졌다

파도에 젖었다가 말리고 심심하면 뱉었던

생전에 헐고 닳아진 말

잘 잤냐

아침밥은 먹고

걱정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물음표가 수북이 걸려있다

 

새벽녘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국물 속 조미료 맛으로 올라왔던

귓가에 길들인 말

봄바람 불어 거리에 나선 꽃잎처럼

한없이 길고 긴 골목길을

따라오며 내 뒤를 쫒는다.

어제저녁 통화 내역에

가시 찔린 소리 하나 흘리지 않았는데

고향으로 가는 버스 안은

뜨거운 햇살이 땀으로 범벅이다.

 

깜짝, 이란 부사를

삶의 조미료로 척척 쳤던 어머니

아침 김이 나는 하얀 밥 위에

반짝 보이다가 숨어버리는

귓가에 길들인 말이

국물 속으로 끌고 간다

 

잘 잤냐

아침밥은 먹고

걱정하지마라

길들인 말이 건더기처럼 국물에서 파도를 친다.

 

2020. 7. 10.

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