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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공지사항

구룡•대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88회 산행)

구룡대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388회 산행)

일시 : 2020. 6. 28.() 10 : 30

만나는 곳 : 수서역 6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숨은 운명 / 천수호

 

아무리 더 가지려 해도

()은 단호하게 거기까지!” 네 음절의 칼날로 내리친다

칼끝과 칼끝이 부딪치며 멈춘

냉철한 선()의 세계

 

더 가질 수 있는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니까

 

틀이 깨질 때까지 수건을 절반으로 접는 연습을 했다

저곳은 유연해

허리를 쉽게 휘는 것들은 창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아

 

묘안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눈동자가 봉분 같은 고양이가

물어뜯을 것이 있는 쪽으로 허리를 휘는 장면처럼

매미소리가 내 몸을 아무 곳이나 뚫으면서 애벌레 걸음으로 왔다가 간다

 

내게 저렇게 왔다 가는 것들

창을 건드리지 않으면 도저히 담장을 넘을 수 없는 것들

 

창을 내다보다가

순간이라는 말이

화면을 닫았다가 열면서 검은 새떼를 쫓는 장면을 목격한다

 

오늘의 창은 여기까지!

선을 자르는 칼날 연습 중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진 몇 마리 하루살이의 율동으로

맨발은 더 걸어 나갈 수가 없다

 

창을 깨고 맨발이 피를 흘린다

 

아무리 더 가지지 않으려 해도 운명은 숨어서

바깥 날씨를 마음껏 저장하고 있다

 

2.산행기 / 이윤상

불암산에 오릅니다(詩山會 387회 산행 )

일시 : 2020. 6. 13(). 10 : 30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시산회 제 387회 불암산)

시간/장소 : 2020613() / 4호선 상계역 1번 출구(10:30)

산행코스 : 상계역 정암사방향 서울둘레길(화랑대역) 넓적바위 쉼터(숲속도서관 불암문고) 치유숲길 6구간 - 화랑대역 도착(11Km, 4시간) 지하철타고 태릉입구역 7번 출구 뒤풀이(서울수산물회센타)

참석자 : 12<갑무, 종화, 진오, 윤환, 해황, 양기, 경식, 재홍, 승렬, 창수, 재일, 윤상 >

동반시(형채 추천) :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 안톤 슈낙

뒤풀이(진오 추천) : ‘모듬회 및 매운탕에 소 ,맥주 및 막걸리 / '서울수산물회센타 '<중랑구 동일로 946 , (02) 948-9880>

 

불암산 산행날이다 . 며칠 전 일기예보로는 종일 비가 예상되므로 우산을 준비하여 왕송호수 주변을 걷기로 하였으나 남부/중부에만 비가 온다니 다시 원래 계획대로 불암산에 가기로 한다. 청명한 날씨지만 3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이다. 코로나19로 움츠러든 마음도 풀 겸, 만나서 좋은 산우들과 함께하는 오늘 산행으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겠지요?

 

집결장소인 상계역에는 고 회장님이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고, 산우들은 시간에 맞춰 모인다. 특히 오늘은 창수, 재일, 승렬이 오랜만에 참석하여 더욱 반가운 날이다. 모두들 더운 날씨에도 일찍부터 서둘러 지하철을 탄 것 같다 .

 

12명의 산우들이 참석하여 불암산 정암사 방향, 아파트주변을 돌아 걷는 동안 못 다한 얘기들을 나누며 불암산으로 출발한다.

 

2)산행기

산행은 항상 즐겁고 건강한 웃음을 많이 웃게 해준다. 6살 어린이는 하루에 300번 웃고 어른들은 17번 웃는다고 한다. 오늘은 우리도 300번 웃어보자!!!

정남이가 16년 동안 불암산 밑에서 살았다는데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여 같이 걸을 수 있기를 바란다.

불암산은 509.7m인데 필암산, 천보산이라고도 한다. 산 정상에 있는 큰 바위가 마치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하여 불암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산 자체는 단조로우나 거대한 암벽과 절벽, 울창한 수목이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산이다. 부근에는 육군사관학교, 서울여대, 삼육대학, 지금은 진천으로 이전한 태릉선수촌 등이 있다.

 

더운 날씨에 산에서 마스크 쓰는 것도 부담스럽다.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많은 산객들이 거리를 두며 쉬엄쉬엄 불암산을 향하여 올라간다. 오늘 산행길 안내는 경식이가 맡기로 한다. 항상 계획대로 안되는 게 산행길인데 오늘은 믿어도 됩니다.

정상으로 가는 길 대신에 그늘진 서울둘레길(화랑대역)로 들어선다. 주황색 리본이 둘레길을 잘 표시해주고 있어 따라가기는 쉽다. 몇 년 전에 서울둘레길을 완주했는데 오늘 다시 와보니 새삼스럽기만 하다. 중간에 나무 계단도 있지만 길은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어 오늘 날씨에 둘레길을 잘 선택한 것 같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운동 기구가 있는 쉼터에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양갱, 과자, 오이 등을 나누어 먹는다. 이렇게 천천히 가면 6시간 걸릴 것이라는 가짜 뉴스도 누군가 전하고 있다.

 

다시 걷다보니 불암산도서관(불암문고) 쉼터가 보인다. 잘 정비된 평상 위에 자리를 잡기로 한다. 사실은 한 분이 편하게 누워 있었는데 우리 12명에 밀려 자리를 비껴준다. 평상 위에 자리를 깔고 가지고 온 간식들을 내놓는데 너무 많아서 자리가 비좁아진다. 우선 담당기자인 내가 형채가 추천해준 동반시(독일 문학가인 안톤 슈낙의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를 낭송한다.

 

3)동반시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 안톤 슈낙

 

시냇가에 앉아 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

시냇물 소리에 귀 기울이고

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

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 언덕을 돌아보며

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건배하자

 

6월 산행에 맞는 활력과 건강을 기원하는 좋은 시를 추천해준 것 같다. 형채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과일, , 김밥, 김치, 과자 등 푸짐한 상이 차려지고 막걸리로 건배하니 부러울 게 없다. 뒤풀이 전까지 조금이나마 소화가 될까 걱정을 하며 서둘러 걷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출발한다.

 

멀리 육군사관학교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단체 사진도 찍고 독사진도 찍으면서 여유를 가져본다. 편안하고 그늘진 둘레길을 한 시간 더 걷고 나니 화랑대역에 도착한다.

 

화랑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거리의 태릉입구역에서 내린다. 7번 출구에서 300여 미터 떨어진 뒤풀이 장소 서울수산회센터로 향한다. 그쪽에서 아파트 현장의 전기감리를 맡은 진오가 추천한 식당이다.

 

모둠회 및 매운탕등 안주에 막걸리와 소주, 맥주로 더위를 식히면서 맛있게 먹는다. 두툼하고 싱싱한 회가 일품인 가성비 좋은 식당이다. 몇몇 친구들은 당구 한 게임 하자고 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다른 약속이 있어서 산우들과 다음 산행을 약속하면서 먼저 떠난다.

 

오늘은 맑고 더운 날씨였지만 그늘이 이어지는 서울둘레길을 걸어서 한결 편안한 산행이었다, 이제는 어려운 정상보다는 둘레길을 좋아하는 것 같다. 쉼터에서도, 뒤풀이 때에도 맛있고 좋은 음식에 모두들 만족했다. 621(일요일) 388(대모산/구룡산) 산행이 기다려진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엔돌핀보다 4,000배 효과가 있다는 다이돌핀은 감동받을 때 생성된다고 한다. 좋은 노래를 듣고, 아름다운 풍경에 사로잡혔을 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리고 시산회에 참석할 때 생긴다고 하니 산우 여러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조심하시고 다이돌핀이 용솟음치는 날들이 계속 되기를 빕니다.

 

2020614일 이윤상 씀

 

3.오르는 산

산행 공지사항을 전 날 올리는 것이 참석률을 높인다는 생각에 여태 그것을 실행했지만 이번 산행에 깜깜하게 잊어버려 동반시를 포함하여 윤상이의 예사롭지 않은 글 솜씨를 담은 산행기를 올리지 못했다. 처음 있는 경우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매우 미안하다. 구룡대모산은 자주 갔으므로 특별히 올릴 내용은 없다.

 

4.동반시

시 창작교실에서 공부하면서 시인의 시를 접했으며 유작이 된 시집 이제 나는 머물지 않을 수 있는데를 사서 보면서 수명의 작난과 운명의 자의성에 암담했던 기억이 난다. 1951년생으로 영문학 교수를 역임하는 동안, 1998년 유방암 4기 발견, 1999년 완치 판정, 2004년 미타선원 법사, 20083월 폐, 임파선, 간에 전이 진단, 2009425일 오후 455분에 사망했음을 알 수 있다.

동반시를 추천해 준 형채에게 감사드린다.

 

머무르지 않음 / 강경화

 

그래 어떠랴, 저 비 오는 안개 속에

속 깊이 푸르른 나무들

저 홀로 고요한 들.

보는 이 아무도 없어 외로움인들 어떠랴.

아름다움이 저 홀로 빛난들

그래서 허무함인들 어떠랴. 그래. 어떠랴.

새로운 시간을 위해

시간을 버리며 휘저으며 떠나간 사람들

다시는 오지 않은들 어떠랴

영영 잊는다 한들 어떠랴, 바람이여,

이제 나는 일어설 수 있는데

이제 나는 떠날 수 있는데.

해가 진들, 시간이 멈춘들 어떠랴, 강물이여.

이제 나는 흘러갈 수 있는데

이제 나는 머물지 않을 수 있는데

 

2020. 7. 1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