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배경복사 3 [ Cosmic Background Radiation ] / 천문학백과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공간 전체에 고루 퍼져 있는 전자기 복사를 뜻하며, 보통 초기 우주의 뜨거운 열적 평형상태에서 기원하여 우주의 팽창 역사 동안 식어 온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 CMBR)를 일컫는다.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 있는 우주배경복사는 온도 2.725 K인 흑체복사의 성질을 지니고 있어 우주가 고온, 고밀도의 상태에서 생겨났다는 대폭발 우주론의 결정적 증거로 생각되고 있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 외에 최초의 별과 은하가 형성될 때 방출된 단파장 빛이 우주 팽창에 의하여 적외선 영역에서 잔존 복사로 남은 우주적외선배경복사가 있다.
목차
1.예측과 발견
2.우주배경복사와 대폭발 우주론
3.코비(COBE) 위성의 관측
4.우주적외선배경복사
예측과 발견
1948년 알퍼(Ralph Asher Alpher), 허먼(Robert Herman), 가모프(George Gamow)는 우주가 뜨거운 대폭발로 생겨났다면 우주를 꽉 채우고 있는 열적평형상태의 강한 빛이 존재했을 것이며 그 빛의 흔적이 현재에는 절대온도 약 5K의 차가운 흑체복사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1964년 미국 벨전화연구소의 펜지아스(Arno Allan Penzias)와 윌슨(Robert Woodrow Wilson)은 설탕국자 안테나(sugar-scoop antenna)라고 명명된 고감도 전파검출기로 장거리통신 실험과 전파발생원 탐사를 하던 중 전파 잡음이 탐사 방향과 계절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잡히는 현상을 우연히 발견하고 1965년에 이 결과를 발표하였다(그림 1). 그 당시 프린스턴 대학의 디키(Robert Henry Dicke)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도 과거에 고온, 고밀도 상태였던 우주를 꽉 채우고 있던 빛이 현재 차가운 흑체복사로 남아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이 신호를 검출하기 위한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펜지아스와 윌슨이 발견한 미지의 신호는 안테나온도로
K이었으며 대폭발 모형에서 그 존재가 예측되어 왔던 우주배경복사로 밝혀졌다. 펜지아스와 윌슨은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에 대한 공로로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대폭발 우주론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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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펜지아스와 윌슨의 검출기로 전 하늘을 탐사했을 때 예상되는 우주마이크로파배경복사의 온도 분포를 가상으로 표현한 그림. 녹색은 배경복사의 현재 온도 2.7 K을 나타낸다. 그림의 중앙은 우리은하의 중심부 방향에 해당하고 수평 방향으로 펼쳐진 흰색 구름은 우리은하의 중심과 원반부에서 방출된 오염신호에 의해 고온으로 관측되는 지역을 나타낸다.(출처: NASA/WMAP Science Team )
우주배경복사와 대폭발 우주론
우주배경복사는 우주 나이 약 38만 년일 때 우주의 물리적 상태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오래된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당시 팽창하며 식어가던 우주의 온도는 약 3000K 정도로 떨어진 상태였으며,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전자는 양성자와 헬륨 원자핵에 달라붙어 중성원자를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빛의 진행을 가로막던 전자가 급격히 사라져 버리자 빛은 물질과 더 이상 부딪치지 않고 자유롭게 우주공간을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는데, 이 시기를 빛의 분리시기(decoupling era) 또는 재결합시기(recombination era)라고 한다.
우주배경복사의 세기는 그 세기를 가지는 흑체의 온도로 표현할 수 있는데,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는 하늘의 어느 방향에서 측정해도 거의 일정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것을 우주배경복사의 등방성(isotropy)라고 한다. 우리가 우주의 특별한 곳에 위치하지 않는다면, 하늘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확인된 차가운 흑체복사는 우주 전 공간에 균일하게 퍼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우주모형에 따르면 현재의 우리우주에서 전체 에너지 중 우주배경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이며, 우주 공간 1 세제곱센티미터 당 411개의 우주배경복사 광자가 존재한다. 우주배경복사의 총에너지는 우주 역사 동안 존재한 모든 별과 은하가 방출해 왔던 빛 에너지보다 훨씬 많으며 우주의 총 복사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주배경복사의 존재는 대폭발 우주론을 지지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대폭발 우주론에 따르면, 태초의 뜨거운 우주 속에는 빛, 전자, 양성자와 같은 수많은 기본 입자들이 서로 뒤섞여 충돌하며 열적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뜨거운 열적평형상태에서 빛은 플랑크(Max Planck)의 흑체복사 스펙트럼을 따르며 분포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기초한 우주론에서 흑체복사의 온도는 우주가 팽창하면서 내려가지만 빛의 분포함수는 변화가 없으므로 흑체복사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는 우주의 팽창척도(
)에 반비례하여 변화한다(
). 예를 들어, 과거에 우주의 팽창척도가 현재보다 10배 작았다면, 그 당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는 현재 값 2.73K의 10배인 27.3K임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재결합시기에는 온도가 약 3000K이므로 그 당시 우주는 현재보다 약 1100배 작았음을 알 수 있다(3000/2.73). 따라서, 우주 전 공간에 퍼진 차가운 흑체복사의 존재는 역으로 우주가 과거에 뜨겁고 밀도가 높은 상태에서 폭발적으로 형성되었다는 대폭발 이론의 강력한 증거가 된다.
코비(COBE) 위성의 관측
그림 2. COBE-FIRAS가 은하좌표계 북극 영역에서 얻은 우주배경복사 스펙트럼의 측정 결과(작은 네모)와 온도 2.735K의 플랑크 흑체복사 스펙트럼(곡선)을 비교한 그림. 네모의 크기는 1% 오차 범위를 나타낸다.(출처: J.C. Mather, 1990, ApJ, 354, L37, fig2)
1989년 미국 나사(NASA)에 의해 발사된 코비(COBE, COsmic Background Explorer) 위성은 우주마이크로파배경복사와 우주적외선배경복사를 탐사하여 우주론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코비 위성에 실린 관측 기기 중 원적외선 분광측광기 FIRAS(Far Infrared Spectrophotometer)는 우주배경복사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측정함으로써 우주배경복사가 완벽한 흑체복사임을 보였으며, 마이크로파 차분복사계 DMR(Differential Microwave Radiometer)은 우주배경복사 온도의 미세요동을 측정하였다. 또한 적외선 배경복사 측정기 DIRBE(Diffuse Infrared Background Experiment)는 우리우주에 퍼진 적외선 배경복사의 세기를 측정하였다.
COBE-FIRAS는 다양한 파장에서 우주배경복사의 세기를 측정함으로써 우주배경복사가 온도 2.725K의 완벽한 흑체복사임을 보였다(그림 2). 여러 관측결과를 토대로 추정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는
K이다.
그림 3. COBE-DMR의 온도요동 지도에서 우리은하의 강한 방출선을 제거하여 우주배경복사 비등방성 성분만 보여주는 지도. 중앙은 우리은하의 중심을, 위도가 0인 부분은 우리은하의 평면을 나타낸다.(출처: NASA)
COBE-DMR은 7도 해상도에서 전체 하늘에 대해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변화를 측정하여 우주배경복사의 온도가 방향에 따라 미세한 변화를 보임을 처음으로 발견하였다(그림 3). 우주배경복사 온도의 미세한 요동의 존재를 우주배경복사의 비등방성(anisotropy)라고 한다. DMR이 측정한 온도 변화의 수준은 약 18 마이크로켈빈(
)이었다(
). 우주배경복사 비등방성의 발견으로 우주 원시요동의 존재와 우주거대구조의 기원과 진화를 연결시킬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이 확립되었으며 급팽창우주론(inflationary cosmology)이 지지받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존 매더(John Mather)와 조지 스무트(George Smoot)는 우주배경복사의 스펙트럼을 정밀하게 관측하고 배경복사의 미세한 온도변화를 발견하여 현대우주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2001년에 미국 나사가 Wilkinson Microwave Anisotropy Probe(WMAP), 2009년에는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이 Planck 위성을 발사하면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요동과 편광의 분포에 대한 고해상도 자료가 확보되었으며, 자료의 분석을 통하여 표준우주모형의 주요 파라미터가 매우 정밀하게 결정되었다(자세한 내용은 우주배경복사 비등방성 항목 참조).
우주적외선배경복사
우주적외선배경복사는 최초의 별과 은하가 형성될 때 방출된 단파장 빛이 우주 팽창에 의하여 적외선 영역에서 잔존해 형성한 배경복사이다. 우주적외선배경복사에는 별빛을 흡수한 먼지가 원적외선 영역에서 재방출한 성분도 포함되어 있으며 별생성이 활발한 초광도적외선은하(ultraluminous infrared galaxy)에서 이 성분이 많이 방출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퀘이사의 중심부에서 방출된 엑스선이 주변 먼지에 흡수되었다가 재방출된 성분도 포함된다. 우주적외선배경복사는 COBE-DIRBE의 관측으로 원적외선 영역에서 처음으로 검출되었다(그림 4).
그림 4. COBE-DIRBE가 관측한 우주적외선배경복사. 위: 원적외선의 여러 파장에서 얻은 관측 결과를 합성해 만든 전천 원적외선 지도. 가운데: 태양계의 황도광을 제거한 원적외선 지도. 아래: 우리은하의 전경오염을 제거한 지도. 이 희미한 은하외부적 신호는 우주적외선배경복사로 해석되었다.(출처: Michael Hauser(STScI), the COBE/DIRBE Science Team, and NASA/ESA )
[네이버 지식백과]우주배경복사 [Cosmic Background Radiation] (천문학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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