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전에 암흑물질이 있었다
새로운 우주 탄생 이론 제시
빅뱅은 우주와 우주내의 모든 물질, 공간과 시간(시공간)을 덩의하는 사건이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비밀이 하나의 순간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 Pixabay
‘모든 물질은 약 138억 년 전에 흔히 빅뱅(Big Bang)이라고 불리는 엄청난 폭발에 의한 특이점에서 생겨났다.’ 이것이 지금까지 거의 정설로 굳어지는 과학적인 우주 탄생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비밀에 휩싸인 ‘암흑물질’(Dark Matter)은 다른 정상 물질과 마찬가지로 빅뱅 때 생겨나, 우리가 보는 것처럼 우주의 거대한 구조를 구성하는 재료로 이용되었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우주 질량의 약 80%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암흑물질은 현대 물리학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
빅뱅 보다 우주 팽창이 더 앞섰을까?
그런데 ‘암흑물질이 빅뱅 이전에 존재했다’는 과감한 주장을 담은 논문이 발표됐다. 7일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암흑물질은 빅뱅 이전에 생성됐다고 존스홉킨스 대학의 토미 텐카넨(Tommi Tenkanen) 박사가 주장했다.
암흑물질은 정상 물질에 대한 중력의 영향을 통해서만 알 수 있지만,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까다롭다. 암흑 물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후보 입자가 여러 개 제안되었다.
기존의 빅뱅 이론을 설명하는 개념도 © 위키피디아
후보물질로는 어두운 광자, 약한 상호작용의 거대 입자(WIMPs), 액시온(axion), 심지어 왜성만큼 크고 중성자 별만큼 밀도가 높은 ‘매크로’(macro) 입자까지 다양하다. 이 후보자들 중 어떤 것도 광범위한 실험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암흑 물질이 실험을 통해서 발견되지 않았을까? 토미 텐카넨 박사는 ‘후보 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암흑물질이 빅뱅 동안 생성되었다는 가정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텐카넨 박사는 “만일 암흑물질이 정말로 빅뱅의 잔해였다면, 이미 입자물리학 실험에서 암흑물질의 직접적인 신호를 보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텐카넨 박사는 암흑물질은 빅뱅 그 자체보다 먼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뱅이 모든 공간과 시간의 시작이었고, 그 시점 이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왔다.
기존 연구는 138억 년 전 빅뱅을 시작으로 우주 인플레이션(cosmic inflation)이 발생했다고 가정한다. 우주 인플레이션은 빅뱅 이후 약 10의 마이너스 36초에서 10의 마이너스 32초 사이에 발생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다.
우주 인플레이션(cosmic inflation)은 빅뱅 우주에서 설명이 어려운 우주의 균일성, 평탄성의 근거를 부여하며, 더 나아가 우주창생론으로 발전하려 하고 있다. ⓒ Wikimedia Commons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우주 인플레이션이 빅뱅 직전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빅뱅 이전에 우주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면, 암흑물질은 원시 우주 수프(Universe Soup)에 있는 나머지 물질들보다 먼저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텐카넨 박사가 발표한 새 연구는 빅뱅 이전에 우주 인플레이션이 있었다는 이론을 받아들이면서, 빅뱅 이전에 암흑물질이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암흑물질은 우주 인플레이션 기간 동안에 생겨났으며, 이후 빅뱅이 일어나면서 규칙적인 정상 물질들이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다.
우주는 급속히 팽창하면서 스칼라(scalar)라는 입자를 생성했는데, 이 입자는 스핀 정수가 0이다. 지금까지 단 한 가지 유형의 스칼라 입자, 즉 유명한 힉스(Higgs) 입자가 발견되었지만 텐카넨 박사에 따르면 암흑물질도 이 범주에 속할 수 있다.
텐카넨 박사는 암흑물질의 기원에 대한 가장 간단한 수학적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이 가설에 따르면 암흑물질은 우주 팽창 중에 생성된 스칼라 입자의 일종이다. 암흑물질과 정상 물질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주를 구성한다.
우주 탄생의 열쇠를 쥔 우주마이크로파배경. 빅뱅 이전에 나타났을지 모른다. © 위키피디아
텐카넨 박사는 “우리는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어떤 스칼라 입자와 관련이 있다면 빅뱅보다 더 오래되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주 관측으로 암흑물질 기원 추적해야
이번 연구는 입자물리학과 천문학 사이의 새로운 연관성을 보여준다. 암흑물질이 빅뱅 이전에 탄생한 새로운 입자로 구성된다면, 암흑물질은 은하가 하늘에서 분포하는 방식에 독특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종류의 암흑물질은 입자 실험에서 발견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천문학적 관측에서 그 존재를 드러낼 수 있다.
텐카넨 박사는 “우주에 있는 암흑물질에 남아있을 흔적을 관찰함으로써 암흑물질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2022년 유클리드(Euclid) 위성이 발사되면 암흑물질의 기원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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