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작과 끝, 빅뱅부터 인간의 의식까지 과학으로 엿보다 - 책 ‘엔드 오브 타임’ (저자 브라이언 그린) / 북 리뷰
답답한 일상을 살다 보면 나는 왜 사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과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인생이란 예측할 수 없어서 재미있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예측할 수 없기에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책 ‘엔드 오브 타임’은 인간의 삶뿐 아니라 우주 만물의 존재 이유를 과학적으로 탐구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어렵게 느껴지는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엔드 오브 타임’ 리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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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
“모든 종교와 과학, 그리고 철학은
죽음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에서 탄생한 것이다”
- 오스발트 슈펭글러 Oswald Spengler ‘서구의 몰락’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떠올리기만 하면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는 수학자 겸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물리학과 및 수학과 교수이자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 분야의 전공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죽음을 아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으로서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고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탐구하는 이야기이죠. 그래서 생명의 시작과 생명 안에 든 정보, 의식, 행동 그 결과에 대해 명명백백 파고듭니다. 단 감성이 아닌, 과학적 탐구로서 말입니다. 신기하게도 인간이 어디로 가는지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이 책 ‘엔드 오브 타임’은 2020년 미국 아마존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1위 차지하고 한국에 출간되자마자 인기를 얻게 됩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오스발트 슈펭글러의 책 ‘서구의 몰락’ 중에서 인간의 모든 종교와 과학, 그리고 철학은 죽음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에서 탄생한 것이란 문구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힌 것을 보면 인간과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어쩌면 본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쩄든 이 책은 ‘만물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우주는 어떤 섭리를 따라 운영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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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있는 모든 만물은 소모된다
마치 증기 기관처럼!
“지구는 비참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우주 전체도 결국은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다. 이것이 존재의 목적이라면
나는 그 목적을 추구하고 싶지 않다.”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사회비평가이기도 했던 버트런트 러셀(Bertrand Russell)은 위에 적은 것처럼 지구가 비참한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비극적인 말을 남겼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런 말들은 만물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탐구하는 이 책의 저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버트런트 러셀이 이런 말을 남긴 데에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 때문인데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폐기물이 양산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으며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결국 소모되고 퇴화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입니다. 마치 1800년대 중반에 발명된 증기 기관처럼 말이죠. 산업혁명의 너무나 중요한 도구이지만 나무와 석탄을 태워 얻은 열의 92%가 폐기물로 방출되어 환경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지구에는 치명적이었던 증기 기관. 과학자들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증기 기관의 원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른 뒤 ‘열역학 제2법칙’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사실 증기 기관은 앞서 말한 대로 산업 혁명을 주도한 중요한 도구로 강조되어 왔지만 이와 관련해 기초 과학도 크게 발전되어 온 것인데요. 그렇다면 ‘증기 기관’, ‘열역학 제2법칙’이 엔드 오브 타임, 즉 모든 만물과 시간의 끝과 어떻게 연관이 된다는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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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것’에서 ‘저것’으로 간다
비밀은 엔트로피
“엔트로피가 낮은 질서 정연한 배열이 만들어지려면
무언가를 조직화하는 강력한 힘이 발휘되어야 한다”
- ‘엔드 오브 타임’ 중에서
증기 기관이 일을 하면 할수록 퇴화되고 폐기물을 남기는 것은 열역학 2법칙과 관련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저자는 이 부분에서 만물의 끝,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우주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할 것을 예측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죠. 그래서 저자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꺼내듭니다.
‘엔트로피’는 예전부터 있었던 개념이지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고 최근에는 조금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다고 쉬운 개념은 절대 아니기에 저자는 동전을 통해 설명합니다. (물론 이 또한 쉽지 않습니다)
100개의 동전을 테이블에 쏟았는데 모든 동전의 앞면이 위를 향하고 있다면? 이런 일이 생길 확률은 지극히 낮죠. 뒷면이 1개가 나왔을 때는 어떨까요? 그 또한 놀라겠지만 뒷면이 1개만 나온 경우는 모두 앞면이 나온 경우보다 확률이 100배나 높습니다. 이런 식으로 경우의 수를 따지다 보면 당연히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무작위로 나올 확률이 더 높죠. 동전의 앞면이 전부 위를 향하고 있는 경우, 즉 존재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적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면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 즉 동전의 앞뒷면이 무작위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태는 무질서의 상태입니다.
“당신이 경험하는 상태는 거의 대부분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라는 것이다.
(지구상 대부분의 존재는) 자연에 존재하는 무작위 배열에
특별한 형태의 생명활동이 개입되어 질서 정연한 배열로 재탄생한 것이다.”
- ‘엔드 오브 타임’ 중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물리학 법칙에서 엔트로피는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질서, 즉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에서 무질서, 즉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로 향하죠. 예를 들면 잘 다려진 옷은 입으면 입을수록 구겨지고 잘 정돈한 책상은 시간이 지나면 어질러진 상태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엔트로피를 낮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개입이 필요합니다. 다시 옷을 피는 다림질이라든지, 책상을 정돈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집중력, 힘 등이 쓰여야 한다는 뜻이죠.
저자가 엔트로피를 이야기한 이유는 인간의 존재 이유가 이 엔트로피, 즉 질서와 무질서의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더불어 ‘이것’에서 ‘저것’으로 흐르며 인간이 늙고 죽는 것 또한 엔트로피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엔드 오브 타임은 결국 ‘흐름’에 따라 시작에서 끝으로 향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마치 프라이팬의 열이 프라이팬을 잡은 우리의 손으로 흘러들어감에 따라 프라이팬은 질서가 유지되고 우리의 손은 뜨거워지며 기존에 가진 질서가 깨져버립니다. 결국 ‘흐름’으로서 질서는 유지되고 움직임으로서 에너지가 이동하며 만물의 질서가 이동된다는 것입니다. 몸이 더워지면 열을 방출함으로써 온도를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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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시작, 질서와 통일성
그리고 DNA, 의식, 본능까지…
엔드 오브 타임의 결말은 무엇일까?
아주 단순한 이야기, 즉 태어나고 죽는 것 너머의 이야기를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방법으로 논합니다. 앞서 언급한 엔트로피는 이 책 전체에서 빠질 수 없는 과학적 요소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과학적 개념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양자역학, 분자, 원자, 원적문제, 다중우주의 개념은 물론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개념까지 끌어와 이야기합니다. 언어적인 개념도 끌어들이죠.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이 말한 “언어의 한계가 곧 세상의 한계를 의미한다”라는 구절이 왜 이 책에 들어가야 하는지 뜬금없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우주, 그리고 우주 안의 생명체들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하려면 온갖 만물의 개념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일부 과학자들에게 전통 과학 바깥에 존재한다고 인간의 의식을 논하기도 하는데요. 저자는 우주의 끝을 탐구하기 위해 연구해야 하는 ‘의식’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렵다고 실토하기도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생각 등을 과학적으로 해부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죠. 이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주 안에서 어찌 보면 너무나 작은 존재이고 아주 짧은 생을 살아가는 미시적 존재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과학으로 달에는 갈 수 있지만 의식에는 도달할 수 없을 만큼 인간의 의식이 너무나 어려운 존재이며 그만큼 위대한 존재라는 반증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주의 시간 안에서 따지고 보면 아주 일시적이고 찰나의 순간을 살아가는 인간이 ‘엔드 오브 타임’을 영원히 알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생명의 근원과 끝을 탐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없어도 세상과 우주는 존재하겠지만 말이죠.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비슷한 확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수많은 입자 배열들 속에서 특별한 배열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 ‘엔드 오브 타임’ 중에서
저자는 결국 우리의 존재는 위대한 것이고 존재라는 자원, 지구라는 유한한 자원을 특별하게 받아들이고 정해진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목적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우리라는 자원을 감사하게 여기고 자신만의 엔드 오브 타임을 향해 진취적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일까요? 이상 싸이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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