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 시대(뇌의 진화, 신의 출현 - 정부와 신들: 유신론적 자아 321. 320~327)
우리가 아는 신과 종교가 출현하는 과정의 마지막 국면에 접어든 것은 2,800년 전부터이다. 세계는 심대한 변화를 겪었다. 농업혁명이 시작될 때 500만 명이었던 현생 호모사피엔스는 2, 3억 명으로 증가했다. 사람들은 종교·군사적 정복을 통해 점점 더 큰 정치 단위로 통합되었다. 일례로 중국에서는 상나라와 뒤이은 주나라가 큰 영토와 인구를 통일했다. 서남아시아에서는 신아시리아제국이 터키 서남부,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라크 이란, 이집트,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일부를 지배했다.
이후 페르시아제국이 신아시리아제국을 능가했고, 그다음에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이 그리스에서 히말라야까지 이르는 영토를 지배함으로써 페르시아제국을 능가했다.
위대한 제국은 위대한 신들과 위대한 종교를 필요로 했다. 자연의 힘과 생사를 주관하는 최초의 신들은 3,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도시들에는 적합했지만, 수백만 명에 이르는 다양한 종족 집단을 포괄하는 제국에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았다. 새로운 세계 질서에 맞게 통치가 체계화되어야 했듯, 이러한 통치의 필요불가결한 일부인 신들과 종교 또한 체계화되어야 했다. 통치자들은 자기 권위의 일부를 신들로부터 끌어왔다.
이렇게 해서 2,800년 전~2,200년 전(기원전 800~기원전 200년)까지 600년에 걸친 "축의 시대 axial age" 가 태동했다. 이 시기에 유교, 힌두교, 불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가 모두 탄생했고, 그중 유대교는 후대에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낳았다. 현재 살아 있는 이들 중 60퍼센트가 이 종교들을 통해 영적 자양분을 얻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종교 같은 여타 종교들 또한 이 시기에 생겨났다가 후대에 소멸했다. 그 신들은 현재 사원이 아닌 박물관에 기거하고 있다.
공자, 노자, 우파니샤드의 많은 저자들, 석가모니 Buddha, 엘리야 Elijah, 제2이사야second Isaiah*, 예레미야Jeremiah, 에제키엘Ezekiel, 소크라테스Socrates, 플라톤Platon, 아리스토텔레스Aristoreles가 모두 축의 시대에 살았다. 실제로 공자, 석가모니, 제2 이사야는 살았던 시대까지 겹친다.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 Karl Jaspers가 이 시기를 축의 시대로 규정한 이유는, 이때가 “역사의 축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야스퍼스에 따르면, “이 이름들이 암시하는 모든 위대한 발전들이 이 몇 세기 사이에 중국, 인도, 서양에서 개별적으로,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영국의 철학자 존 힉 John Hick은 축의 시대에 “궁극을 상상할 수 있는 주요한 방식들로 이루어진 모든 중요한 종교적 선택지들이 발견되고 확립되었으며… 이후 인류의 종교 생활에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중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철학자 에릭 베유Eric Weil는, 이 시대에 유대 문명과 그리스 문명이 그 두드러진 형태를 획득했으며 “서로 거의 접촉이 없었고 영향을 주고받지 않은 게 확실한 다른 문명들과 우리의 맹아적 사상 체계들이 서로 놀랄 만큼 유사한 발달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캐런 암스트롱 Karen Armstrong 역시 《신의 역사A History of God》에서, 축의 시대에 “사람들이 현재까지도 중대하고 인간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이념들을 창조했다”고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어떠한 이유로 인해, 모든 주요 문명들은 유사한 경로를 따라 발전했다”고 덧붙였다."
*구약성서 <이사야> 40-55장에 등장하는 이사야.
이 종교들의 발달을 조사해보면 주목해야 할 다섯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 이들 모두가 죽음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바빌론의 왕도에는 “나의 주 마르두크가 영생을 주신다"고 시민들에게 확언하는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100년 전 윌리엄 제임스는 종교에 대한 그의 고전적 저작에서 이 원칙을 이렇게 요약했다. "내 생각에 신의 존재가 응당 낳아야 하는 차이는, 다름 아닌 개인의 불멸이다. 신은 불멸을 만드는 존재다. 그리고 불멸을 의심하는 자는 더 따져 물을 것도 없이 무신론자로 치부된다." 그로부터 400년 전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도 비슷하게 말했다. "네가 내세를 믿지 않는다면 나는 너의 신을 위해 버섯 한 개도 바치지 않을 것이다. "72
둘째, 주요 종교들은 죽음의 딜레마에 대한 해법 외에도 다른 혜택들을 제시한다. 이런 혜택으로는 집단에 소속되면서 얻는 심리적 지원을 비롯하여 물리적 보호, 사회복지, 일자리나 경제적 향상의 기회 등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종교의 심리·사회적 혜택은 너무나 중요해져서 이러한 혜택이야말로 종교의 기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지어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로버트 벨라Robert Bellah 가 주장했듯이 "인간의 종교에 관한 한 [신들이 전혀 필요치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73
셋째, 앞에서 지적했듯이 주요 종교들은 대개 사람들에 대한 정치적 지배와 연계하여 발전한다. 성과 속은 손에 손을 잡고 발전하며 대개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신을 모시는 사원이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제조업과 무역을 통제했다. 나아가 정치 지도자들은 신들과 동맹을 맺으며 어떤 경우에는 반신半神이나 심지어 신의 지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19세기 독일의 지도자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k는 이 원칙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치가의 임무는 역사 속을 전진하는 신의 발소리를 듣고, 신이 지나갈 때 그의 옷자락을 잡아채는 것이다. "74
넷째, 종교들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며, 개별 종교의 성패는 대개 그 추종자들의 경제, 정치, 혹은 군사적 성공에 의해 결정된다. 일례로 불교와 기독교가 세계 종교가 된 주요한 이유는 일찍이 인도 황제 아쇼카Ashoka와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Constantinus가 그 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거꾸로 원래 주요한 세계 종교였던 그리스 종교가 존속하지 못한 것은, 기원전 323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죽은 뒤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끝없는 내전에 돌입하여 정치적으로 약화되면서 그 신들이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사도 바울Paul이 그리스인에게 기독교를 설파하기 시작했을 때, 예수는 죽음의 문제에 대해 제우스가 제시했던 것보다 현저히 매력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끝으로, 새로운 종교의 등장은 주로 보다 오래된 종교의 신들과 신학을 차용함으로써 일어난다. 일례로 고대 그리스의 신들 가운데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키프로스에서 “해상 교역자들에 의해 그리스로 전래되었다”고 여겨지는데, 키프로스인들은 이 여신을 다시 아시리아와 페니키아에서 차용해왔다고 여겨진다. 아시리아와 페니키아에서 이 여신은 아스타르테Astarte였다. 또 바빌로니아에서는 이슈타르Ishtar였고, 그 이전에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난나였다. 이와 비슷하게, 그리스 신화의 인물로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은 잘생긴 청년 아도니스 Adonis는 그전에는 페니키아의 주신이었으며, 비블로스에는 그를 모신 큰 신전이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그는 바빌로니아에서 차용되었다고 여겨지며, 바빌로니아에서 그는 탐무즈였고,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두무지였다. 신들을 차용해온다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400년 전 그리스의 여행가이자 역사가인 헤로도토스는 "서로 다른 종교 체계의 서로 다른 이름과 속성을 지닌 신들이 실제로는 매우 유사한 기능을 했다”고 지적하며, 특히 “페르시아의 아프로디테 숭배는 아시리아의 아스타르테 숭배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5
신들과 마찬가지로 종교적 관념 또한 흔히 차용된다. 일례로 유대-기독교의 인류 창조, 대홍수, 바벨탑 개념은 메소포타미아 종교에서 가져온 것으로 여겨진다. 기원전 587년부터 시작된 바빌론 유수 시대에 이스라엘인들이 조로아스터교와 그 전능한 신인 아후라 마즈다를 접하게 된 것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이스라엘인들이 유대로 귀환한 뒤, 처음으로 전능한 유일신이라는 개념이 구약성서에서 두드러지게 되었다. "인간이 큰 도덕적 타락의 위험에 처하여 마침내 악의 세력에 넘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세상의 역사에 간격을 두고” 개입하는 “사오시안트saoshyant", 즉 구세주와 같은 여타 개념들도 조로아스터교에서 차용한 것일 수 있다. 그중 마지막 구세주는 “모든 사람의 선행을 그의 악행과 견주어 가늠할" 심판의 날을 예고할 것이라고 한다. 조로아스터교는 세 명의 구세주가 이 종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 Zoroaster의 씨를 받아 동정녀에게서 태어날 것이라고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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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축의 시대는 현생 호모사피엔스의 진화에서 주목할 만한 시대의 절정이었다. 불과 4,000년 사이에 최초의 신들과 문명이 출현하여 급속히 퍼져나갔고, 이는 모든 세계 주요 종교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로빈 던바는 “종교라는 현상은 우리 인류가 질적인 의미에서 진짜로 우리 유인원 사촌과 다른 점”이라고 지적하며 이렇게 질문한 바 있다. “왜 동물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생물종만이 종교에 이처럼 강하게 얽매여 있을까?” 그 답은 우리가 영리하고 자기를 인식하고 남에게 공감하고 자기를 성찰할 뿐만 아니라, 자전적 기억을 지닌 덕분에 자신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스스로를 자신의 과거와 통합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를, 캐런 암스트롱의 말을 빌리면, '종교적 인간Homo religiosus'으로 만들어준다"
죽음의 딜레마는 사람의 뇌 진화의 필연적인 결과지만, 신과 종교는 우리가 타고난 이 끝없는 딜레마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신과 종교는 인간을ㅡ반은 필멸이고 반은 불멸인-혼종으로 만들었다. 어니스트 베커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책인 《죽음의 부정 The Denial of Death》에서 인간을 "항문을 가진 신"이라고 일컬으며 이러한 모순을 포착했다. “인간은 말 그대로 둘로 쪼개진다. 그는 나머지 자연으로부터 위풍당당하게 우뚝 치솟은 자기 자신의 찬란한 독특성을 인식하지만, 결국에는 땅속 몇 피트 밑으로 돌아가 앞 못 보고 말 못하는 채로 썩어서 영영 사라진다. 이것은 인간이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할 무서운 딜레마다.” 78
7. 정부와 신들: 유신론적 자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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