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신불(三身佛)=법신불, 보신불, 화신불>
초기불교에서 부처는 석가모니만을 지칭했다. 그러나 석가모니 부처님이 입멸하시고 세월이 어느 정도 흐르자 불교계 내부에서 부처님 본질은 무엇인가, 부처님은 무엇으로 말미암아 그토록 완성된 삶의 모습을 보이실 수 있었을까 하는 부처님에 관한 탐구가 일어나게 됐다. 그리고 석가모니는 차츰 세상 사람들에 의해 이른바 32상(相), 80종호(種好)를 갖춘 분으로 신격화돼, 일상의 범용한 사람과는 전혀 다른 특수한 존재로 부각돼 갔다.
그러다가 대승불교가 일어나면서부터 부처님의 역할과 기능이 다양화되면서 석가모니 한 분만으로는 그 성스러움과 그 기능을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특수한 상호를 지닌, 특정한 시기, 특정한 부처님인 석가모니 부처님의 존재를 초월해서 석가모니 이전 태초의 세상에서부터 존재해 왔을 보편적인 부처를 생각해내기에 이르렀고, 그러한 부처를 최초로 설파한 불교경전이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법화경(法華經>이다. 이 경전에서 주장한 것이 부처의 몸은 오직 하나가 아니라, 불신(佛身)을 성질상으로 보아 셋으로 나눈 이른바 삼신설(三身說)이다. 즉 붓다를 세 가지 관점에서 관찰한 법신(法身) ‧ 보신(報身) ‧ 화신(化身 또는 應身)의 삼위일체설이 그것이다.
갑사 삼신불괘불탱(국보제298호)
헌데 부처님의 의미를 해석하는 삼신설에 대해서 종파에 따라 조금씩 그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허나 이 셋을 서로 다른 부처로 보지 않는 천태종의 견해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시 말해, 비로자나(毘盧遮那)와 노사나(盧舍那) 및 석가모니는 각기 다른 각도에서 본 동일한 불신을 지칭하는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이렇게 해서 부처님에게는 법신 ‧ 보신 ‧ 화신이라는 세 가지 몸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몸은 육신이 아니라 본질(本質) 내지는 기능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정법신(淸淨法身) 비로자나불, 원만보신(圓滿報身) 노사나불, 천백억화신(千百億化身) 석가모니불, 이를 삼신(三身)이라 하고, 줄여서 법ㆍ보ㆍ화라고 말한다.
이 삼신의 관계를 달에 비유해 설명을 하면, 일단 형상이 없는 진리 그 자체인 부처님을 달이라고 가정하고, 보름달이 물에 비칠 때, 하늘에 있는 진짜 달은 단 하나이며, 그것이 법신이다. 그러나 수천 개의 호수와 강에 비친 달은 수천 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강과 호수에 비추어진 달이 화신이다. 그리고 법신인 하늘의 달이 강에 비출 때 바로 달빛이 있기에 그 작용으로 비추는 것이다. 이 달빛의 작용을 보신이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물은 달그림자를 비춰주기 위해 도와주는 것이라 해서, 도울 ‘보(報)’자 보신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물도 달일 수가 없고, 물에 비친 달그림자도 달일 수 없고, 달은 오직 하늘에 있는 달 하나이다. 그 하나의 달, 그것이 법신이고, 달그림자는 화신이며, 달빛을 담고 있는 물은 보신이다. 따라서 보신ㆍ화신은 참 달이 아니다. 그래서 비진(非眞)이다. 그리고 자연 그대로가 법신이다. 자연 그대로 구름 없는, 번뇌 망상이 없는, 맑고 깨끗한 마음의 본바탕 그것 그대로가 법신인 것이다.
절에 가면 대웅전엔 주불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그러나 대웅전이라도 보배 ‘보(寶)’ 한 자가 더 들어가서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 하면, 거긴 석가모니 부처님이 주불이 아니고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 주불이고, 양 옆에 원만보신 노사나불(혹은 아미타불)과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 이렇게 세 분이 모셔져 있다.
이 삼신불(Tri-kaya Buddha)을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면, 설산(雪山)에서 수행하고 보리수 밑에서 크게 깨달은 석가모니는 일시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택해 이 세상에 출현한 것에 불과하며, 과거 무량한 세월 이전에 이미 성불해 무수한 시간에 걸쳐 중생을 구제해 온 구원실성(久遠實性)의 부처가 있었다는 교의를 <법화경>이 설파했는데, 이 부처를 우리는 구원의 법신불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이라 칭해서 받든다. 이상의 내용을 좀 더 구분해서 살펴보면,
비로자나불
• 법신불(法身佛, Dharma-kaya Buddha)---법신불은 법불(法佛), 자성불(自性佛), 법성불(法性佛) 등으로도 불린다. 삼신 가운데 영원히 살아 계신 부처님의 몸이다. 우리의 감각과 이성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몸으로서 우주 및 중생계 모든 것의 바탕이 되며, 그것을 질서 있고 조화롭게 만드는 주체인 진리의 당체이다.
‘법(法)’을 인격화한 법신은 일체의 중생이 갖추고 있는 부처가 될 수 있는 불변의 성품인 불성(佛性) 또는 중생 속에 감추어져 있는 여래의 성품인 여래장(如來藏)으로 정의되는데, 원효(元曉)도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에서 법신을 여래장이라 하고, 그 자체에 지복(至福)한 덕성이 다 갖추어져 있는 것임을 설파했다.
부처님이 부처님일 수 있는 근거는 그 깨달으신 진리에 있으므로 진리가 바로 부처님의 본질이라는 입장이다. 즉 비로자나불(혹은 대일여래)이 석가모니부처님의 법신체이다. 다만 법신은 진리 그 자체로서 영원성을 만족시키지만 추상적이어서 중생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화엄경(華嚴經)>의 교주이신 비로사나불은 스스로 설법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생에게 어떤 이름이 없으면 설명할 수가 없으므로 진리 자체를 독립시켜 의인화해서 청정법신 비로자나불이라 한다. 큰절의 대적광전(大寂光殿)이나 비로전(毘盧殿)에 바로 이 법신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수인(手印)은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있다. 이 비로자나불이 화신을 해서 현실에 나타난 분이 바로 석가모니라는 것이다.
• 보신불(報身佛, Sambhoga-kaya Buddha)---보신은 진리 그 자체인 법신(法身)이 인연을 따라 나타난 불신(佛身)으로서, 법신의 영원성과 화신의 유한성을 매개하는 부처라고 할 수 있는데, ‘보신’이란 ‘과보(果報)의 몸(身)’이란 뜻이다. 즉, 과거 생에 지은 공덕의 결과로 얻은 몸이란 말이다. 이와 같이 법신을 인(因)으로 삼아 그 과보로 나타난 몸이기에 보신이라 하며, 원만 무궁한 복덕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에 ‘원만보신 노사나불’이라고 칭한다.
붓다는 과거 생에 십바라밀을 완성해 일체의 공덕을 갖춘 사람이다. 따라서 보신은 십바라밀을 완성한 몸을 말한다. 즉 부처님께서 보살로서 수행 중에 계실 때에 세운 바 큰 원(大願)과 닦으신 큰 행(大行)의 결과로서 받게 되는 한량없는 공덕의 몸으로서 부처의 진리와 공덕을 의인화한 것이다.
이와 같이 부처님은 일정한 서원이나 수행의 과보로서 부처님이 되셨으므로 부처님의 또 다른 본질은 그와 같은 수행 내지는 원력이라고 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노사나불(盧舍那佛)이 석가모니불의 원만보신 명칭이다.
노사나불(盧舍那佛)은 독립전각에 봉안되는 예는 없고, 항상 대웅보전이나 대적광전 본존인 비로자나불의 왼쪽 협시불로만 나타난다. 노사나불의 조상(彫像)이나 탱화 속 형상은 부처와는 달리 대개 보관을 쓰고, 보배 구슬로 장식한 보살로 묘사되고 있으며, 손의 모습이 설법인(說法印)을 취하고 있다.
붓다 생존 시에는 없던 사상으로 대승불교에서, 특히 화엄(華嚴)을 중시하는 계통에서 삼신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실제 신앙대상으로 존중되는 구체적인 보신불로는 아미타불(阿彌陀佛)과 약사여래(藥師如來) 등이 있다.
아미타불(阿彌陀佛)은 법장(法藏)이라는 비구로 여러 생을 수행하며, 48대원(大願)을 성취해 부처님이 되셨고, 스스로 극락이라는 정토(淨土)를 만들어 중생을 교화하고 계신다.
그리고 약사여래(藥師如來)는 과거세에 약왕(藥王)이라는 이름의 보살로 수행하면서 중생의 아픔과 슬픔을 소멸시키기 위한 12가지 대원(大願)을 세웠고, 그 공덕으로 부처가 됐다. 이 부처는 큰절의 약사전에 모셔져 있고, 왼손에 약병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많다.
이와 같이 보신불은 자기가 세운 원을 실행에 옮기는 부처님이다. 그리고 어리석은 중생은 아! 생명력에 가득 찬 부처님이 나와 함께 계산다고 믿고 느껴야 실감이 나서 더 열심히 부처님께 귀의할 것이다. 그래서 깨침의 보과(報果)와 뛰어난 법문을 범부중생이 수용할 수 있도록 직접 지도하고 교화하기 위해 내세운 보신불이 아미타불이고 약사여래이다. 그리하여 신도들과 직접 접촉을 많이 해서 그들의 소원을 많이 들어주게 하기 위해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를 독립된 전각에 봉안하고, 신도들로 하여금 많이 찾게 해 이상향인 불국토 속으로 더 많이 인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석굴암 석가보니불(국보제24호)
• 화신불(化身佛, Nirmana-kaya Buddha)---화신불을 응신(應身佛)이라고도 하는데,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중생과 같은 모습의 육체를 지니고 현실세계에 나타난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을 일컫는다.
어리석은 중생들은 실제로 보거나 듣거나 해야 실감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서 중생과 같은 모습의 육신으로 출현해(나투시어) 중생이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가르침을 설한 부처, 즉 인간의 몸으로 화신한 부처가 바로 화실불인 석가모니불이다.
이것은 시방삼세(十方三世)에 걸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완전ㆍ원만한 이상적인 불신(佛身)이 아니라, 특정한 시대와 지역과 상대에 따라 그것들의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있어서의 특정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출현하는 부처님을 말한다.
역사적인 석가모니 부처님은 화신이며, 석가모니 부처님을 포함한 과거칠불(過去七佛)을 비롯해 미래의 미륵불도 모두 화신에 속한다. 구체적인 부처님은 모두 화신이다.
달에 비유해 보건데, 하늘에 달은 하나(법신)이나 보신불의 작용으로 강이면 강, 호수면 호수 닫는 곳마다 달이 뜬다. 즉, 형형색색의 부처님이 되는 것이다. 이 각각의 부처님을 화신, 그래서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이라 한다. 즉, 우리 인류의 역사라는 호수에 태어나 우리의 눈에 비추어진 부처님이 바로 석가모니이다.
이처럼 화신불은 중생구제를 위해 나타난 육신불로서 구체적이긴 하지만 유한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깨달음을 성취한 시작과 입멸이라는 끝이 있는 부처이다.
법신불은 진리 그 자체를 말하는 것으로 추상적인데 비해 화신은 인간의 몸(현실의 육신)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므로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조선시대 오대산 계곡에서 멱을 감는 세조의 등을 밀어주어서 세조의 피부병을 낫게 해 줬다는 문수보살 역시 그 찰나는 화신이었다.
---------------------------------------------성불하십시요 작성자 이덕호(아미산)
*이 글을 작성함에 있어서 많은 분의 글을 참조하고 인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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