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는 많은 저술에서 자신의 주장을 폄에 있어 '화쟁'(和諍)이라는 방법을 썼다. 그는 어느 일종(一宗)·일파(一派)에 구애됨이 없이 "만법(萬法)이 일불승(一佛乘)에 총섭되어야 하는 것은 마치 대해(大海) 중에 일체 중류(衆流)가 들어가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다"라고 하여 대·소승, 성(性)·상(相)·돈(頓)·점(漸)의 상호 대립적인 교의를 모두 융회하여 일불승(一佛乘)에로 귀결시키려 했다. 이러한 그의 사상은 "뭇 경전의 부분적인 면을 통합하여 온갖 물줄기를 한맛의 진리 바다로 돌아가게 하고, 불교의 지극히 공변된 뜻을 열어 모든 사상가들의 서로 다른 쟁론들을 화해시킨다"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화쟁인 것이다. 원효의 이 화쟁방법은 근원적으로는 석가모니의 화합(和合) 정신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석가모니는 당시 수많은 사상체계들이 서로 대립, 충돌을 일으키는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논쟁에 끼어든 적이 없었다. 형이상학적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진실한 실천적 인식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는 진실하게 살아가는 길과 진실에 대한 실천적 인식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려 했을 뿐, 베다(veda)의 권위를 배척하고 모든 형이상학적 논의를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했다. 불교에 있어서의 화(和)의 원리는 이처럼 실천원리를 중시하는 석가모니에서 그 싹이 나타난 셈이고 이는 대중교화에 뜻을 두어 진속일여를 주장한 대승불교 후기에까지 면면히 이어진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석가모니 이후 1200여 년 만에 신라통일기에 나타난 기치를 높이 든 것은 바로 석가모니 이후 대승에 이르기까지의 화의 정신의 시대적 재현 또는 재창조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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