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은 많은 선사들이 애용한 구절입니다.
성철 스님이 종정으로 있을 때 옛 선사들의 말을 인용하여 널리 알려진 구절입니다.
세 분 선사들의 얘기를 해봅니다.
선문답이라기 보다는 선공부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변화를
표현한 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합니다.
역사적으로 이 구절이 등장한 배경을 잠깐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송대 임제종 황룡파의 청원 유신화상의 유명한 상당법어입니다.
이 노승이 삼십년 전 아직 참선을 하기 전에는
看見山就是山 看見水就是水
"산을 보면 곧 산이었고 물을 보면 곧 물이었다"
그 후 어진 스님을 만나 도법을 깨치고 나니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더욱 정진해 불법도리를 확철대오하니 지금은
依前見山只是山 見水只是水
"그전처럼 역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다음에 또 등장하는 것이 고려말 백운화상의 시구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선(禪)의 수행과 깨달음의 체험해 나가면서 겪는 느낌을 그 스님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老僧三十年前未參禪時
見山是山, 見水時水
乃至後來親見知識有入處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而今得箇休歇處
依前見山祗是山, 見水祉是水
大衆這三般見解是同是別
노승이 삼십년 전에 참선하기 전에는산은 산이고 물은 물로 보았다
그러다가 나중에 선지식을 친견하여 깨침에 들어서서는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것으로 보았다
지금 편안한 휴식처를 얻고 나니 마찬가지로
산은 다만 산이요 물은 다만 물로 보인다
그대들이여, 이 세가지 견해가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
위 두 스님이 읊으신 내용이 거의 비슷하지요? 또 700년 전 중국에서 금강경오가해
(金剛經五家解)란 책이 발간되었습니다. 그 책은 그 당시 다섯 분의 큰스님이
금강경을 주석을 단 책인데.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야부(冶父) 스님의 시구중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데 부처님이 어디에 계시단 말인가"라는 구절에 등장합니다.
‘산시산(山是山) 수시수(水是水) 불재하처(佛在何處)’
이 세 단계를 설명을 드리자면
먼저 처음 단계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산을 볼때는 그대로 산이지만 아상을 가지고 있는 상태이지요.
이때는 산은 산인데 이쁜산. 못난산. 비싼 나무. 값싼나무. 민둥산. 울창한 산
온갖 생각으로 가득차는 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쩌면 멋진 산을 보면서 저기 펜션지으면 좋겟다는 생각도 할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휴일날 가족들과 등산가서 하루 쉬다오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겠지요.
다음 단계로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선(禪)에 코가 꿰인다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이 상태는
화두를 일심으로 붙들고 공부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 몰록하는 순간이 찾아오는데
이 순간 화두를 붙잡고 있는 사람은 거의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가 됩니다.
분별심이 사라지고 오로지 화두에만 몰입이 되어
옆에서 지켜보면 멍한 상태가 되어 비몽사몽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닙니다.
바라보는 모든 것이 그 물건의 이름을 잃어버리고
들리는 소리와 보이는 글의 의미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이제 선 공부가 좀 눈을 뜨는 단계고
세속의 의미있는 모든 것들과 서서히 이별을 준비단계이기도 하지요.
그 다음에 공부가 익어가면 아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상태가 찾아옵니다.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산은 산이요,물은 물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마음속의 혼돈과 무질서가 사라지고 사물을 바라보는 상태가 명료해진다고 할까요?
이 표현은 이전에 표현과 모양은 같아도 이전에 깨닫지 못한 상태의 말과는 그 맛이 다릅니다.
그러니 이 표현들은 선문답이라기 보다는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마음의 변화를 담은 시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모름지기 선문답은 이렇게 해야겠네요.
백운화상의 시구를 빌어 표현하자면
이 세가지 단계가 같습니까? 다릅니까?
같다고 해도 서른방이요, 다르다고 해도 서른 방입니다.
'붓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라밀 (0) | 2015.06.25 |
---|---|
진언(眞言mantra 만뜨라) (0) | 2015.06.24 |
능엄경(楞嚴經) (0) | 2015.06.22 |
석가모니 탄생의 역사적 배경과 탄생 설화 (0) | 2015.06.22 |
능가경(楞伽經) (0) | 2015.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