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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들(가제)



36강에서 제6식까지 설명했다. 이번에는 8가지 식 중에서 현생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제7말나식을 설명한다. 다음 38강에 설명할 제8아뢰야식은 전생과 현생, 미래의 생에 대한 윤회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인간의 인식작용은, 다섯 개의 감각기관인 눈, , , , (전오식)을 통하여 들어오는 정보를 뇌에서 받아들여 6의식이 만들어지고, 6의식은 7말나식의 지배를 받고, 7말나식은 8아뢰야식의 지배를 받아 말과 행동으로 나타내는 것은 6의식에서 한다. 8식에서 7식을 거쳐 6식으로 표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0.2(거의 동시) 정도 걸린다. 예를 들어 빨간 사과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것이 사과임을 알고(자증분自證分이라 한다) 사과를 따먹어야 할지, 그냥 두고 보기만 할지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인간의 의식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7말나식은 마음 속 깊이 들어있으며 분별심과 차별심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이기심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인간이 이기적일 때, 양보심이 없어지고 다툼이 생긴다. 개인 간의 다툼은 간단하게 끝날 수 있지만 이기심이 집단적으로 발생할 때, 국가 간, 대륙 간, 이념 간, 종교 간의 전쟁이 일어나게 되며, 돌이킬 수 없는 대량의 희생이 발생한다. 여기서 종교 간의 전쟁이 가장 포악하며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예를 들어 십자군 전쟁, 16세기 루터로 인해 발생한 독일의 신 · 구교 전쟁은 인구의 2/3의 소멸을 가져왔으며 현재의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복합적이지만 종교 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모든 싸움의 주범이 7말나식이므로 수행을 통하여 7말나식을 순화시켜 이타적으로 만들어질 때, 비로소 세상의 평화가 올 것이다. 그것을 자임한 것이 대승불교의 보살사상이다. 온전한 수행을 완성하여 윤회의 괴로운 수레바퀴에서 빠져나올 수 있지만 세상의 모든 중생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윤회하면서 중생을 바른 길로 제도하겠다는 것이 대승의 보살사상이다. 일반 사람세계에서는 관세음보살, 지옥에서는 대세지보살이 대표적인 경우다. 불교로 인해 벌어진 전쟁이 없다는 점에서 불교가 가장 평화적인 철학 혹은 종교임을 인정하는 이유가 된다.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우주 본유의 근원인 진여(眞如)와 참나(진아. 眞我)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나와 너의 구별이 없어지므로 성품이 이타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깨달음이 항상 그대로 지속되지 않으므로 깨달음 후에도 계속 수행이 필요하다. 이것을 돈오점수(頓悟漸修)라 한다. 힌두교의 교리는 '한 번 나는 끝까지 나'라는 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너와 나의 구별이나 차별이 없는 불교에 이론적 약점을 잡히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벌어진 테러는 간악한 우르바르스 2세 교황이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는 구호를 외치니 기독교도들이 탐욕을 일으켜 시작한 참혹한 전쟁, 즉 십자군전쟁이 원인이 되었으며, 아직까지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고 계속되는 끝내지 못하는 전쟁을 보면서 느끼는 소회가 깊다. 이슬람교도들이 인도를 침략하면서 불교도에게 자행한 인도 불교 나란자대학의 대학살을 기억한다. 우리는 용서했으나 잊지는 않는다. 기원전 6세기까지 그들의 신은 야훼 혼자가 아닌 여러 신이 있었으며, 전쟁의 신 야훼는 다른 신을 몰아내고 유일신이 되었다.<축의 시대/카렌 암스트롱. 73. 81. 83. 86. 88. 91> 과연 그들 중 자신들이 추앙하는 신, 야훼가 전쟁의 신이었음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느 신부님의 고백이기도 하다.<종교의 두 얼굴 : 평화와 폭력/박충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