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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공지사항

예봉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368회 산행)


예봉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368회 산행)

일시 : 2019. 9. 7.()

만나는 장소 : 팔당역 대합실

준비물 : 알아서

기자 : 이재웅 당첨 그러나 본인 겸손한 고사

 

1.시가 있는 산행

 

성철 열반송

일생 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친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서

그 한이 만 갈래나 되는지라

둥근 한 수레바퀴 붉음을 내뿜으며

푸른 산에 걸렸도다

 

성철은 깨침의 체험을 모든 언어를 완전히 초월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라면서 언어야말로 달을 가리키는-보여 주는- 손가락(指月)’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길잡이의 역할을 해 주는 손가락의 필요성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손가락이나 그 주인에 걸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러한 까닭으로 성철이 입적하기 얼마 전 남긴 유언은 내 말에 속지 마라. 나는 늘 거짓말만 하니까.”였다. 당신 자신이나 자신의 말에 걸리지 않기를 바랐던 성철의 정신은 열반송에서도 두드러진다.

 

2.산행기

시산회 367회 광명 구름산산행기”<2019. 08. 25()> / 조문형

산행일/집결장소 : 2019. 08.25() / 7호선 철산역 2번 출구 (1030)

참석자 : 14(세환, 삼모, 종화, 진오, 재홍, 윤환, 경식, 윤상, 동준, 정한, 문형, 광일, 양기, 황표)

산행길 : 광명시보건소-진달래약수터-구름산-장절리삼거리-가학산-광명동굴-뒤풀이장소

동반시 : "정암(靜庵) 조광조의 귀양길" / 김정남

뒤풀이 : 광어회 등에 소,맥주 / "광명 회타운"(광명시 철산동) 최광일 산우 협찬

 

광명 구름산을 산행하는 날이다. 處暑가 엊그제로 날씨가 한결 시원하다. ‘구름산의 산행은 지난 728()날 산행할 예정이었으나, 집행부에선 날씨의 영향(우천예보)으로 문화행사(영화관람)로 대체 추진하고, 오늘은 구름산으로 변경, 산행을 실시하나 보다.

 

구름산의 산행은 약 3년 전인 2016. 7.24 시산회 290회 때 왔던 기억이 새롭다. 집결지인 철산역에 조금 늦게 도착하였는데, 오늘 참석할 산우들은 모두가 미리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머리인 광명시보건소 옆에 까지는 철산역에서 17번 버스를 타면 몇 정거장을 가면 될 만큼 가까운 거리다.

 

들머리에서 산우들은 이정표를 보며, 산객들이 자주 산책을 하는 광명누리길을 걷자고 한다. 광명누리길은 구름산과 가학산 2부 능선을 따라 조성된 길이다. 1코스는 구름산과 가학산의 아름다운 숲길을 자연과 인간이 소통하며, 길이는 6.3km이다. 누리길은 큰 어려움 없이 편히 걸으면서 힐링을 할 수 있는 건강산책로인 것 같았다.

 

구름산구름 속까지 산이 솟아있다해서 산 이름이 붙여졌으며, 숲이 울창하고 산림욕장이 있어서 가족 산책이나 등산코스로 제격이다. 광명시에서 조성해 놓은 구름산 정상(237m) 까지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면 운산정정자에서 땀을 식히며, 시흥시, 안양시, 관악산을 한눈에 둘러보는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다.

 

누리길에 들어서자 매미와 귀뚜라미 등 풀벌레와 곤충들이 가는 세월이 안타까운 듯 울음이 서럽다. 처서(處暑)24절기 중 14번째의 절기로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만큼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초가을의 때를 기다렸었나 보다. 處暑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다.

 

돌산전망대를 지나 구름산 터널(상부) 위에 사각정의 쉼터가 있다. 앞에서 가는 몇 산우들이 자리를 잡고 잠시 쉬었다가 가자고 한다. 시원한 식혜와 과일음료수를 내어 놓으며 살아가는 친구들의 최근 삶의 동향이나 조국의 인사청문회 등 맥 빠진 시큰둥한 이야기들을 펼친다. 누가 그랬던가, 나이 들어 가장 나쁜 알상의 시작은 아침에 정치 뉴스를 듣는 거라고.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최근 내놓은 안전관련 정책이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를 혐오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 쪽에선 사람중심의 철학이 부재한 정책도 문제지만, 이미 정부가 시행하기로 한 정책을 또 언급하며, 소위 물타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비판을 하였다.

 

조 후보자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겠다며 첫 번째로 아동성범죄자 보호관찰 강화, 두 번째로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의 적극 치료, 세 번째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근절 등 5가지를 약속했다. 이 중 정신질환자 부분은 약자 혐오라는 주장이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해당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이다. 즉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국무총리, 장관,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등으로서 이들 고위 공직자에 대해서는 국회의 임명 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에 미국 인사청문회를 거울삼아 제도를 개선하자는 데, 여야 정치권 모두가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방향이 갈리는데, 여당은 도덕성이나 신상 검증은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허위 진술한 공직후보자 처벌 등 검증 강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구름산을 빨리 오르기 위해 갈 길을 서둘렀다. 산행길에 기상정보안내시스템을 한전()에서 세워놓아 오늘 현재의 기온, 습도, 풍향, 풍속, 기압 등을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가리대광장, 너덜길, 진달래, 천연약수터를 지나 급경사를 계단으로 만들어 놓은 구간을 올라서자 구름산 정상의 옆 평지에 커다란 정자가 있었는데, 바로 운산정(雲山亭) 이다.

 

산우들과 땀을 식히며, 광명시뿐만 아니라 시흥시, 안양시 등을 둘러본 후, 정상표지석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바로 하산을 하였다. 2016년에도 하산 중 앉을 자리를 잡았었던 군부대의 후문 옆 평지를 찾아갔다. 산우들이 가지고 온 간식(김밥, , 과일 등)을 먹으며, 막걸리와 어성초술(황표 산우 지참)도 한 잔씩을 한 후, 나는 정남이 산우가 본인의 를 추천한 동반시靜庵 조광조의 귀양길을 낭송하였다.

 

"靜庵 조광조의 귀양길 / 김정남

 

군자와 소인배가 다툰 끝

는 한낱 공염불에 그치고

진보를 꿈꾸었다

보수에 꺾인 귀양길, 남도 천리 화순길

 

엄동에

짚신에 깔 신갈나무 잎 떨어져 없어도

명분은 무거웠으나 발걸음은 가벼웠다

운주사 臥佛 앞에 선 기개 적벽까지 울렸으나

己卯名賢 지켜주지 못한

昏君 향한 분노 하늘을 뚫는다

 

마침내

까마귀떼

하늬바람 타고 서쪽으로 날아가는 저녁 어스름

부자 끓인 약사발 들이켜고

뜨거운 방안으로 들어가며

남긴

미투리 한 켤레

 

조광조(趙光祖, 1482~1520)는 조선의 문신, 사상가이자 교육자, 성리학자, 정치가이다. 본관은 한양(漢陽), 자는 효직(孝直)이며, 호는 정암(靜庵)이다. 김종직의 학통을 이어받은 김굉필의 문하에서 수학하다가 유숭조의 문하에서도 수학을 했고, 사림파의 정계 진출을 확립하였다.

 

중종의 훈구파 견제정책에 의해 후원을 받아 홍문관과 사간원에서 언관활동을 하였고, 성리학 이론서 보급과 소격서 철폐 등을 단행하였다. 성리학적 도학정치 이념을 구현하려고 했으나 훈구 세력의 반발로 실패를 하였다.

 

1519년 반정공신들의 사주를 받은 궁인들에 의해서 나뭇잎에 주초위왕(走肖爲王)이란 글자가 나타나게 함으로써 역모로 몰려, 전남 화순으로 유배되었다가 사사가 된다. 후에는 기묘명현(己卯名賢)’ 중 한 사람이다. 개혁정책을 펼치다 희생된 개혁가라는 시각과 급진적이고 극단적이라는 평가가 양립을 하고 있다.

 

기묘명헌(己卯名賢)’이란 중종 때에 기묘사화(己卯士禍)’로 화를 입은 사람들을 말한다. 그 중 조광조는 능주로 귀양 가서 사약을 받고 죽었으며, 기준, 김식, 김정, 한충 등은 귀양을 갔다가 사형을 당하거나 자결을 하였었다.

 

모든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던 靜庵 조광조는 중종을 선도하기 위해 나라다운 나라, 임금다운 임금을 만들기 위해 결기 하나로 온몸을 불사른 분이었다고 한다. 그분의 평전과 소설 등을 읽고, 흠모하는 마음으로 간신들에게 휘둘린 중종을 마른 똥막대기로 폄하를 한 라고 한다.

 

정남 산우는 나에게 조상을 기리는 엄숙한 마음으로 낭송을 하라고 하면서 본인이 직접 지은 를 추천하여 시를 낭송 하였다. 우리 시산회 친구들은 모두가 정남의 깊은 뜻을 이해하며, 부디 하루속히 건강이 완쾌하여 함께 산행하시길 기원한다.

 

요즈음 사법개혁이 부쩍 열기가 뜨겁다. 사법개혁이란 그동안 권력에 의해서 좌지우지가 되고 불합리한 제도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해서 불신을 받아왔던 사법제도를 개혁하자는 것으로, 1990년대 초부터 여러 번에 걸쳐서 많은 노력들이 있어 왔었다.

 

1993년 대법원에 설치된 사법제도발전위원회, 1995년 국무총리 소속의 세계화추진위원회에 이어 1999년 대통령 소속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등 그간 사법개혁을 위한 여러 기구의 활동이 있었다. 국회 법사위, 상임위에서는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고심을 하고 있다.

 

점심시간 후 광명동굴을 구경한지도 제법 되었으니 다시 한 번 구경을 하자는 산우들이 많아서 가학산의 소통쉼터를 지나 도심 속 동굴테마파크 광명동굴로 이동하였다. 수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산우들은 동굴로 들어가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폐광의 기적을 구경하였다.

 

광명동굴은 1970년 초반까지 광산이었고, 그 이후엔 소래포구의 젓갈 보관창고였다고 한다. 버려진 폐광이자 창고였던 이곳이 현재는 새롭게 탈바꿈하여 동굴테마파크가 되었다. 헬맷을 쓰고 동굴의 안으로 들어가면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단다.

 

1972년 폐광된 '광명동굴'('시흥광산')은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자 해방 후 근대산업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으로서 1972 ~ 2011년 까지 40년 동안 버려진 채 새우젓 냄새가 진동하였던 폐광이었다. 2011년 광명시에서 매입 후 문화예술체험과 힐링 공간으로 만들어 산업유산으로서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결합한 우리나라 최고의 동굴테마파크로 자리 잡아 폐광의 기적을 이뤘다고 한다.

 

광명동굴은 동굴의 곳곳에서 옛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을 볼 수가 있었다. 마치 광부가 된 듯 계단을 오르내리며, 문화와 예술도 만나는 신기한 동굴이다. 가학광산 동굴은 때때로 여러 전시, 공연, 관람 행사를 함께 진행하여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만점이었다.

 

관람을 한 후, 뒤풀이는 철산역 앞에 까지 17번 뻐스로 이동하여 "광명회타운"이란 횟집에서 광어회 등의 안주에다 소맥주로 푸짐하게 하였다. 시산회 집행부(회장 및 총장님)는 모두가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참석을 못 하였지만, 몇몇 산우들이 협조로 마무리를 잘 하였다. 다음 산행 때에도 많은 산우들의 참석을 기약하며, 철산역 앞에서 헤어졌다. ‘시산회 파이팅!‘

-2019826일 조문형 씀.

 

3.오르는 산

3.9월 첫 산행인데 지금 랑랑이라는 이쁜 이름을 가진 태풍아가씨가 우리를 보로 달려오고 있다는데 아마 토요일의 그날이 될 거라는 반가운 소식이 실시간으로 예보되고 있네. 만약 랑랑이 놀다가 가라면 지난 번 1차 구름산행 때처럼 아침부터 한잔할 생각이네. 만약 다른 의견이 있으면 잘 생각해 놓으시게.

 

4.동반시


별로 할 일이 없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찍은, 시문학지 2019년 1월호 권두에 실린 시다. 수동형 문체를 좋아하지 않지만 시를 실은 주체는 내가 아니니 어쩔 수 없다. 그런다고 내가 항상 주체가 될수는 없지 않은가. 불가에 자주 회자되는 문구가 있다. 불수위위지 수처작주 입처개진 (不隨萎萎地 隨處作主 立處皆眞). “아무리 어려운 곳에서도 꺾이지 말고 서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네가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된 자리이다”라는 말이다.아무리 어려운 곳에서도 너의 주체를 잃지 마라는 뜻이며, 항상 네가 주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살라는 의역이 있다. 1년에 시집을 한 권은 내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다시 명상센터 혜덕암에 가족의 극렬한 반대를 무시하고 들어간다. 보리수열매는 준비했지만 꿰어야 108번뇌의 목걸이를 만들거나 손목에 걸치는 담주라도 만들지 않을까! 조금은 장렬한 마음으로 들어가고 연말에 나와 산우들에게 작은 선물이니마 드리려 하니 따뜻한 독려바란다.


보기 싫은데 굳이 돌리는 화면은 조국의 곤혹스러운 장면이 비친다. 사업을 하면서 정치인과 검사, 기자들에게 당한 괴로움을 상기하면서 딸들에게 세 종류의 직업을 가진 자를 사위로 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맹자 고자 2편에 나오는 고사를 인용한 글이다. 조국에게 바친다.


天將降大任於是人也(천장강대임어시인야): 하늘이 장차 대임을 그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는

必先苦其心志(필선고기심지):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의 의지를 괴롭히고

勞其筋骨(노기근골): 그 근육과 뼈를 지치게 만들고

餓其體膚(아기체부): 그 신체와 피부를 즉 배를 굶주리게 하고

空乏其身(공핍기신): 그 몸을 즉 생활을 가난하게 해서

行拂亂其所爲(행불란기소위): 행하는 일이 하고자 하는 바와 같지 않게 만든다

所以動心忍性(소이동심인성): 그것은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자기의 성질을 참게 하여

曾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자기가 해내지 못하던 일을 더욱 더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봄길을 걸으면 / 권천학

 

천지사방에 뾰족뾰족, 두근거리는 봄이 신기하다

마른 땅, 담벼락 돌 틈 사이, 묵은 가지, 골목골목에서

득도의 웃음을 피워 올리는 꽃들이 신기하다

올려다보는 빌딩에 연구실을 가지고 있는 딸이 신기하고,

지금 낯선 거리를 걷고 있는 내가 신기하다

걸음을 옮기다가 앗차, 디딘 운동화 밑의 개미가 살아서

땅바닥에 패인 주름 사이로 걸어가는 것이 신기하다

작년에 보았던 쥐똥나무 울타리 시든 꽃자리에서 옆에서

돋는 새순이 신기하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신기하다

불어오는 바람이 신기하다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듬뿍 묻어있는 해살이 신기하다

 

사연 많고 우듬지마저 잘린 고목등걸에 돋는 연두속잎

배인 상처가 스스로 낫고

터진 물집의 쓰라림 위로 새살 돋는 것이 신기하다

오늘, 이 시간, 이 자리, 있는 것들 그리고 나,

모두 두근두근, 신기하다

 

2019. 9. 7.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시산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