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 단풍 구경 갑니다(詩山會 제370회 산행)
일시 : 2019. 10. 12.(토) 7시 10분. 죽전정류장 7시 25분. 시간 엄수.
차 타는 곳 : 전철 3호선 신사역 6번 출구 나와서 150미터 세븐일레븐 편의점 부근.
1.시가 있는 산행
시인의 눈물/나윤희
빛의 올을 풀어야 했다
엉켜있는 실타래의 언어들을 찾아
날개를 달아주고 비상을 꿈꿔야 했다
살아있는 자의 희망이 가치 있을 때
더 짙은 향을 품은 것은
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버려진 꿈들을 주워
새 생명을 불어넣고
삶의 가치를 찾아야 했다
천안 위빠사나명상센터를 가는 전철을 기다리다 스크린 도어 옆에 붙여놓은 시를 발견하고 마음이 움직여서 사진을 찍었다가 다시 풀어놓은 시다. 생각해보니 시를 배운다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시를 쓰는 짓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는 달리 할 일이 없어 시를 쓴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남의 시를 푼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므로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시에 관한 세 가지 금과옥조가 있다. 시를 쓰는 것은 돈이 들지 않는다. 시는 돈이 되지 않는다. 시는 돈으로 쓸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사족 하나 더, ‘모든 예술가 중, 사람 인(人)자를 붙여주는 것은 오직 시인뿐이라며, 신과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에 대한 우리들만의 우스갯소리가 있으나 들으면 합리성을 무시한 이중성의 오류가 있으므로 민망하니 넘어간다. 명상센터에 들어와서 지내는 이유는 이제는 인연을 끊어가는 나이가 됐다는 것이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심심하면 책을 읽거나 음악 듣고 목석이 되지 않기 위한 지혜 명상은 새벽에 잠시 마음이 내키면 하고, 매년 한 권씩 내기로 나에게 약속한 시집을 집필하는 것이다. 뉴스를 끊고 지내지만 세상이 못마땅하면 나이를 밥 먹듯이 먹는다. 이런 실없는 행위를 많은 지인들이 부러워하지만 그저 나쁘지 않다. 여기 오면 통증이 완화되는 이유를 ‘생노병사의 비밀’이라는 프로에서 봤는데 깊은 산의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가 통증 완화에 좋고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것을 알았다. 70대 중반까지 산다면 여기 계속 눌러 있거나, 고흥 녹동과 소록도 사이에서 고기 낚는 어부가 될지 생각 중이다.
2.산행기
369회 광교산 산행기 (‘애드 아스트라’ 관람으로 대체) / 천왕 한천옥
- 일시 : 9월 22일(일) 10시30분, 충무로역 집결
- 참가(11명) : 갑무, 삼모, 종화, 진오, 양주, 경식, 윤상, 해황, 양기, 천옥, 황표
- 문화행사 : 대한극장에서 ‘애드 아스트라’ 관람
- 동반시 : 갯벌 텃밭 / 임원식
- 뒤풀이 : 약수동 ‘춘천막국수’
미소사진전과 회원전 준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362회 광교산 산행에 대한 멋진 추억에 참가 신청에 버튼을 꾹 눌렀었다.
금년 들어 유난히 잦은 태풍이 또 발목을 잡았나요?
이른 아침에 날아온 시산회 카톡방에 산행변경에 대한 고 총장님의 메시지가 고요한 아침의 정막을 깨뜨리네요~
‘10시 반까지 충무로역 2번 출구 앞으로 집결!’
시쳇말로 ‘김샜죠?’
그래도 나에게는 조금 다행스럽다싶어 9시경 나루아트센터에 들려 전시회 준비의 시작을 거들고 집결지로 갔다.
끝나는 대로 다시 들려 마무리하기로 약속하고...
9명의 건각들이 모였다.
11시에 시작하는 ‘애드 아스트라’의 입장권을 구입하여 3층에 있는 5관에 입장을 하니 우리가 전세를 낸 듯 텅 비어 있다.
오전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진오와 양기까지 나중에 도착하였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한 자릿수 관객을 상대로 상영을 할 뻔했다.
끝나고 나오면서 보니까 뒤쪽에 관객이 좀 있긴 했었네요~
‘AD ASTRA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는 달 탐사의 첫 임무를 맡고 우주로 향한 아폴로 1호 영웅들을 기리는 말로 케네디우주센터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이다.
브래드 피트의 첫 SF 대작으로 우주의 지적생명체를 찾기 위한 ‘리마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실종된 아버지를 영웅이라 믿으며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운 로이(브래드 피트)는 아버지가 살아 있을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로이는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밀 프로젝트를 막기 위해 태양계 가장 끝 해왕성까지 탐사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데...
흥미진진한 그러면서도 2시간여 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멋진 SF 영화였다.
영화 관람이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약수역으로 가서 약수역 근처에서 이북식 찜닭을 최고로 맛있게 한다는 춘천막국수집으로 갔다.
SBS '생활의 달인'에도 소개가 된 집이네요~
방송의 위력이 매우 크긴 하죠?
겉에서 보면 허름해 보이는 집이고, 일요일 점심시간인데도 빈자리가 보이질 않을 정도로 꽉 찼네요~
고 총장의 집이 아마 요 근처라 종종 들리는 집이겠죠?
주문에서부터 능수능란하네요~
한 마리 가지고는 쬐끔 부족한 듯 하다면서 테이블당 1.5마리씩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녹두전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한잔씩 하면서 시산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였다.
그리고 동반시 ‘갯벌 텃밭 / 임원식’을 낭송하였다.
갯벌 텃밭 / 임원식
아카시아 꽃피는 때가 되면
어머니는 호미와 망태기를 들고
갯벌로 나가시었다고
썰물이 진 갯벌은
열발 사랑게, 짱둥어, 갯지렁이, 바지락, 낙지......
흙을 뒤지고 먹잇감을 찾아
부지런히 몸을 놀리는
갯것들의 세상이 된다
어머니는 조개를 캐고
바위에 붙어 있는 석화를 따고
작은 게들을 잡아다가
풋나물 된장 더불어
풍성한 밥상을 차려주셨다
주인 없는 바다는
갯마을 어머니들의 또 하나의 텃밭
씨 뿌리고 가꾸지 않아도
갯벌은 먹거리들의 곳간
저녁노을 지고 오시는
어머니가 계시다
주 메뉴인 찜닭이 나와 맛있게 먹고, 이번에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
쟁반막국수로 마무리하고 태풍이 발목을 잡은 광교산 산행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370회 산행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재회할 것을 기약하였다.
2019. 9월의 마지막 날에 한천옥.
3.오르는 산
접근이 매우 어려운 산이다. 동해시를 거쳐 가는 삼척시 소재의 산이니 서울에서 멀고 산 자체가 매우 깊은 산이다. 젊어서 겁이 없던 시절에 오른 산행 중 가장 어렵고 두려웠고 위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종화와 함께 고 총장에게 재고를 부탁했지만 쉬운 코스가 있다니 더 권하지 않았다. 그만큼 아름다운 산이다. 접근성의 이유로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고, 도로가 뚫렸는지 해발900미터인 댓재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니 부디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구절초가 얼마나 많이 피었으면 구절초 축제를 열까. 궁금하다. 마침 공무원인 큰딸이 서울집을 정리하고 세종시로 옮겼으므로 여러 핑계가 생겨 세종시에 자주 갔다. 돌아오면서 마나님이 하는 말 “우리도 늙으면 세종시에 와서 큰딸과 함께 삽시다.”에 놀랐다. 서울에서 태어나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어서 평생 서울을 등질 것 같지 않던 사람인데.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박형채 산우가 카톡방에 올린 시다. 시에 관심을 갖고 자주 시를 가져다주는 그가 몹시 고맙다.
구절초 / 강신용
사는 게 시들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영평사로 가자 ...
돌부리도 풀뿌리도
눈뜨는 시월
장군봉 산허리에
자기들끼리 피어
지친 몸 어루만지는
꽃 보러 가자
가을햇살에 삶은
만발국수 먹고
난만한 꽃차 마시며
풍경소리에 물들어보자
하늘 점점 높아져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날
영평사 구절초 보러가자
(세종시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 축제에서)
2019. 10. 11.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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