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 공지사항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74회 산행)

청계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74회 산행)

일시 : 2019. 12. 14.(토) 10시 30분

만나는 곳 :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1번 출구

기자 : 위윤환

준비 : 따끈한 차 종류 환영


1.시가 있는 산행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 (1874~1963)

 

노란 숲 속에 길이 둘로 갈라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두 길을 한꺼번에 갈 수 없는

한 사람의 여행자이기에, 오랫동안 서있었다,

한 길이 덤불 속으로 구부러지는 데까지

눈 닿는 데까지 멀리 굽어보면서;

 

그리고는 다른 한 길을 택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도 더 좋은 이유가 있는 길을,

풀이 우거지고 별로 닳지 않았기에;

그 점을 말하자면, 발자취로 인해 닳은 건

사실 두 길이 거의 똑같았지만,

 

그리고 그 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밟혀 더럽혀지지 않은 낙엽에 묻혀있었다.

, 나는 첫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두었다!

길은 계속 길로 이어지는 것을 알기에

내가 과연 여기 돌아올지 의심하면서도.

 

어디에선가 먼 먼 훗날

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많은 자기 개발서에서 혹은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자주 인용하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 가지 않은 길"이다.

다른 사람들이 덜 걸은 ,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을 선택했음에

오늘의 성공을 이루었노라고 말하며 이 시 구절을 가끔 써 먹곤 한다.

 

이 시는 그런 교훈을 주는 뜻의 시는 아니다.

인생여정의 갈림길에서 어쩔 수 없이 한길을 택해야 했지만

가지 않았던, 아니, 갈 수 없었던 나머지 한 길도 신비의 이미지로

아름답게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는 데서 이 시를 참 많이 인용하는 데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이 가지 않은 길이 아니고 "선택하지 않은 길"이 가지 않은 길이다.

 

 인생행로에 마주치는 두 길은 어쩔 수 없이 한길을 선택하고

다른 한 길은 가지 못하든가 돌아와서 다시 가든가 한다.

자신이 선택한 길도 후회나 미련을 갖지 말아야 겠지만

나머지 다른 길에 대한 미련도 버려야 한다.

인생은 어차피 두 길을 동시에 취할 수 없기에.

 

처음 가는 낯선 길은 멀게 느껴진다. 가는 걸음이 더디어 답답하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연이어 익숙한 길은 같은 시간이어도 빠르게 느껴진다.

인생의 어린 시절엔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어 느리게 느껴진다.

경륜을 쌓은 나이가 되면 이미 익숙해진 세상사가

세월의 흐름을 빠르게 느끼도록 만든다.

 

젊음을 오래 유지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새로움에 도전하라고 권한다.

새로운 것, 신선한 충격이야 말로 젊어지고 싶은 사람이 선택하는 방법 중의 하나의 비법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373회 사패산 산행기(전작)

 

○ 산행일/집결장소: 20191124()/1호선 화룡역 3번 출구

○ 참석자: 고갑무, 김정남, 김종화, 김진오, 이경식, 이승렬, 이원무, 임삼환, 전작, 한양기, 한천옥

○ 산행코스: 화룡역-화룡탐방지원센터-화룡샘-화룡사-사패능선(8)-우천원대복귀

           -뒤풀이장소-화룡역

○ 동반시: 화양연화/김사인

○ 뒤풀이/장소: 생오리구이에 소주,맥주,막걸리/산에산(의정부시 호원동 031-837-5289)

 

○ 동반시: ‘화양연화’/김사인

 

오늘은 산행지인 사패산이 멀리 의정부에 있고 지하철 파업이 예고되어 있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대부분 산우들은 지하철 파업 때문에 지각할 것 같다고 카톡이 난리다. 승렬이만 이미 도착했다고 카톡에 뜬다. 역시 생도출신은 다르다. 나도 다행히 정시 전에 도착하여 회룡역 3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승렬이와 반가이 수인사를 하고 좀 있으니 원무 회장님과 진오가 도착하여 서로 또 수인사를 했다. 수인사하는 찰나의 순간에 날카로운 진오가 정시에 도착한 네 사람 모두 장성 사람이구만! 하고 공통점을 찾는다. 역시 진오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네 사람은 추위를 피할 겸해서 사패산 방향으로 천천히 먼저 올라가기로 하고 출발하여 도로 따라 한참 올라가니 이름이 멋진 ‘Man's Estate’ 라는 카페가 있어 이곳에서 커피 한잔씩을 하며 기다렸다. 좀 있으니 카메라를 목에 맨 사진작가 천옥이가 오더니 네 사람은 다 장성사람이라고 하며 ‘장성4인방’이라는 애칭도 붙여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산우들 고향까지 기억하는 천옥이도 대단하다. 1115분경에 11명 전원 도착하여 사패산을 향하여 출발!

 

맑은 개천을 따라 십여분 올라가니 경기도 보호수인 수령 460여년(1982, 수령420년 지정)된 화룡골 회화나무를 지나 화룡교 앞에 도착하여 갑무 총장이 '북한산둘레길종합안내판'을 보며 산우들에게 날씨를 감안 화룡사 계곡길에서 시작하여 사패산 능선을 따라 석굴암 쪽으로 내려오는 무리하지 않는 안전한 코스로 한다고 브리핑 후, 만약 비가 한 방울이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바로 회귀하자고 한다. 이제부터 갑무 총장을 선두로 진짜 산행 시작이다.

 

조금 올라가니 길가에 있는 초가지붕의 ‘사패공방’에서 나무꽃병에 꽂혀있는 노란국화와 나무판에 새겨진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등 많은 아름다운 글과 목각작품을 보았다. 엉성한 누옥이지만 공방장인의 맑은 영혼과 숨결이 느껴진다.

 

삼삼오오 산우들과 다시 전진! 계곡의 넓은 암반 위를 흐르는 옥색 맑은 물과 작지만 아름다운 폭포들을 보며 산우들과 이런저런 세상얘기를 나누며 걷고 걷는 사이 어느덧 갈림길에 도착하여 회룡사쪽으로 계속 전진!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조선건국에 얽힌 전설이 있고 김구 선생의 상해 망명 전 도피처였던 회룡사에서 대웅전과 사찰경내를 잠시 구경하고 다시 출발!

 

호젓한 낙엽길을 한참 올라가니 벤치가 있는 화룡안전쉼터가 있어 이곳에서 산우들 각자 가져온 따뜻한 차와 떡과 과일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세상얘기를 나눈다. 나는 이런 시간이 좋고 시산회 산우들과 산에 오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고 평온함을 느낀다. 우리 시산회 산우들도 같은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늘은 점점 비가 내릴 듯. 서둘러 다시 출발이다.

 

이름 없는 나무다리 무명교를 몇 개 지나 약간 경사가 있는 낙엽이 널브러진 호젓한 오르막길을 걸으며 사진도 찍으며 8부 능선에 다다를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갑무 총장님의 올라 올 때 했던 우천시 회귀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하산시작이다.

 

잠시 비도 피할 겸 간식을 먹기 위해 널직한 무명교 다리 밑으로 이동하여 돗자리를 펴고 각자 사모님들이 정성껏 준비해준 떡, 김밥, 과일, 막걸리 등을 차려 놓았다. 오늘의 기자인 내가 동반시를 낭송할 시간이다. 김사인 시인의 화양연화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모든 좋은 날들은 흘러가는 것

잃어버린 주홍 머리핀처럼

물러서는 저녁 바다처럼.

 

좋은 날들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처럼 새나가지

덧없다는 말처럼 덧없이,

속절없다는 말처럼이나 속절없이.

 

수염은 희끗해지고 짓궂은 시간은 눈가에 내려앉아 잡아당기지.

어느덧 모든 유리창엔 먼지가 앉지 흐릿해지지.

어디서 끈을 놓친 것일까.

 

아무도 우리를 맞당겨주지 않지 어느 날부터.

누구도 빛나는 눈으로 바라봐주지 않지.

 

눈멀고 귀먹은 시간이 곧 오리니 겨울 숲처럼

더는 아무것도 애닯지 않은 시간이 다가오리니

 

잘 가렴 눈물겨운 날들아.

작은 우산 속 어깨를 겯고 꽃장화 탕탕 물장난 치며

슬픔 없는 나라로 너희는 가서

철모르는 오누인 듯 살아가리라.

아무도 모르게 살아가거라.

 

우리 시산회 산우들 모두 지금 이 자리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화양연화'가 아닐까 싶다.

 

지난번 수리산 산행 뒤풀이에서 양기가 한우가 아닌 젓소등심으로 포식한 얘기와 공군학사장교 출신인 경식이의 초급장교 시절 비슷한 시기에 임관한 사관학교 출신 소시적 친구장교에게 반말했다가 다른 장교한테 혼났다는 추억담을 재미나게 들으며 간식을 맛나게 먹고 바로 옆 계곡 바위에 걸터앉아 인증샷을 찍고 서둘러 하산하였다.

 

하산하면서 뒤풀이는 이지역 터줏대감 삼환이가 추천한 '참나무장작구이참숫생고기유황오리' 전문점(오리 앞에 형용사가 북한식으로 엄청 길게 붙은) ‘산에산’에서 친절한 고흥댁 아줌마가 친정오라비 모시듯 차려준 막걸리, 소주와 명품 유황오리로 맛나게 몸보신을 하고 오후 3시경 화룡역에서 해산하였다.

 

오늘 그동안 몸이 좋지 않아 오랫동안 재활운동을 하여 건강을 회복하고 끝까지 산행을 함께 한 정남이 에게 경의를 표한다.

 

시산회 친구들, 우리들의 화양연화를 위하여 파이팅 하세!

 

2019.12.12. 전작

 

3.오르는 산

이번 산행에는 시집을 마무리해야 하므로 부득이 빠진다. 사패산행 때 유난히 반겨준 산우들이 눈물겹도록 고맙다. 내년에는 개근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건강이 따라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은 명상센터에서 수행해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올해 시집은 호랑이를 그리려 했는데 아무리 봐도 고양이다. 그래서 시집의 제목도 '고양이의 눈'으로 지었나보다. 사실 제목은 시집의 내용과 깊은 관게가 있다. 쓰는 시들이 대화체로서 불가의 경전을 전승하는 방법이 9가지인데 구분교라 한다. 그중 교리문답의 형식이 있다. 이것의 원어가 '고양이의 눈'이다. 명상센터에서 지내다보니 불교적 색채가 심하다. 이 시집을 계기로 불교에서 하산할 생각이다. 처음 구상할 때 이번에 실컷 다루고 다음부터는 시에서 불교색을 지우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으며, 도봉은 불교를 종교가 아닌 붓다의 가르침으로 생각함에 변함이 없다. 교는 종교의 교가 아닌 가르침이라는 의미의 교다. 유념하시고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박형채 산우가 추천한 시다. 계절에 딱 맞는 시다. 동시에 동반시를 자주 추천해주는 손이 아름다운 산우다. 읽으면서 잘 새겨보시라. 절절하게 와 닿는 구절이 떠오를 것이다.


깊은 가을/ 나해철


가을은 내 가슴의 추수를 끝내버렸네

빈 기슭이 되었네

달던 과실도

알곡식도 푸르른 나뭇잎도 떠나버렸네

무엇으로 채울까

못견디게 서늘한 바람만 부는데

목메이게 불러볼

그리운 이도 없는데

불타듯

부르짖어 기다리는 고운 세상도

멀기만 한데

꽃도 져버렸네 새도 가버렸네

가을은 내 가여운 넋마저

데리고 깊어져버렸네.


2019. 12. 14.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