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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공지사항

우이동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376회 산행)

우이동길을 걷습니다(詩山會 제376회 산행)

날짜 : 2020. 1. 11.(토) 10시 30분.

모이는 장소 : 경전철 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

기자 : 김정남. 신분증 지참.


1.그림과 시가 있는 산행

산-안나푸르나 / 김재학


산-안나푸르나 / 김재학 - 227×145.5㎝, 캔버스에 오일, 2011서양화가, 구상전 공모전 은상          

227×145.5㎝, 캔버스에 오일, 2011

서양화가, 구상전 공모전 은상


여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 황학주

바람의 쇄골 선을 따라

흔들리며

바람이 불수록

언성을 낮추기 위해

땅에 갈고리를 거는 억새

다시는 당신에게 화를 내지 않게

당신에게

한 가지만 결심을 하게

만조한 내 인생에서

당신이지만 알려주는 게 좋겠다

당신의 손을 잡고 가다

당신을 더이상 떠올리지 못할 때

화를 내지 않을게

날리는 억새 아랫도리를 여며 주려

뜻밖에 붉은뺨멧새가 뛰어드는

바람이 먹고 얼룩지고 지워지며

지나는 여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당신에게 화를 내기엔

약여히 당신을 살아본 적이 없다


덥다. 마날리 이야기를 할까. 마날리는 히말라야 산록의 산골 마을이다. 만년설이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수백 년 묵은 전나무 숲이 이어져 있고 마을의 돌담을 따라 사과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숲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두 손을 모으고 웃는 얼굴로 나마스테! 인사를 한다 숲길을 벗어나면 꽃밭 천지다. 수십 수백㎞의 산록이 꽃밭과 꽃향기로 이어진다. 이슬람의 한 시인은 ‘카슈미르여 신비한 꽃의 침대여’라고 노래했다. 라다크로 이어지는 이 꽃길을 걸으며 나는 내 인생에서 꽃향기가 나기를 바랐다. 당신에게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다 틀어진다. 마날리에 세 번 갔다. 몇 번 더 다녀와야 생이 변변해질까.

-곽재구 시인



2.산행기

 시산회 375안산자락길산행기<2019.12.22.()> / 김종화

산행일/집결장소 : 20191222() / 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14)

첨석자 : 9(종화, 재홍, 윤환, 원무, 전작, 일정, 문형, 천옥, 황표)

납회 참석 : 28<산행 참석자(9) + 19(세환, 삼모, 정남, 진오, 창수, 정우, 경식, 계훈, 승렬, 윤상, 재웅, 종진, 삼환, 동준, 정한, 해황, 영훈, 광일, 양기)>

코스 : 독립문역-서대문형무소(역사관)-안산자락길-전망대-기원정사-무악재역-동대문역-납회장소

동반시 :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납회 : 생선회 등에 소·맥주 및 막걸리 / "종로회타운"<동대문역 근처, (02) 763-8922>

2019년 황금돼지띠 기해년(己亥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앞으로 10일만 지나면 2020년 경자년(庚子年) 쥐띠의 해 이다. 그동안을 돌이켜보면 큰 사고 없이 무난히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오늘은 금년도 시산회의 마지막(납회) 날인 안산자락길을 산책하는 날이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빨리 서둘렀지만, 오늘도 약 10여 분이나 늦었다. 먼저 도착한 산우들에겐 죄송하여 뒤따라 갈 테니 앞서서 먼저 가시라고 하였다.

독립문역에서 내려 급히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지나 안산자락길을 오르다가 우연히 카톡을 확인했는데, 윤환 친구는 형무소역사관을 구경중이니 형무소로 들어오라며 카톡에 올렸지만, , 카톡을 확인 못하고 정신없이 이진아도서관을 지나 오르막길을 한참 오르고 있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내려와 역사관의 시설 및 배치도를 본 후, 순서대로 관람을 하였다. 형무소역사관의 건물은 1908년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으로 설립되었으며, 1945년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되었던 곳이다.

해방 이후엔 서울구치소로 이용되면서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이 수감되었던 한국근현대사의 상징적인 장소이었다. 1987년 서울구치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하면서 1988년 국가사적 제324호로 지정되었고, 1998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개관했다고 한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상설전시관과 옥사전시관을 갖추고 있으며, 옛 서대문형무소 건물들을 복원해 전시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상설전시관 1층은 서대문형무소의 역사를 주제로 전시관이 조성되어 있으며, 상설전시관 2층은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을 담은 3개의 민족저항실과 서대문형무소에 있던 지하고문실이 복원, 전시되고 있었다.

옥사전시관에는 형무소 조직기구와 감시도구, 또한 재소자들의 하루 일과 등 전반적인 형무소 생활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중앙사가 있었고,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되었던 11~12옥사, 재소자들이 군수품 제작에 동원되었던 공작사 등이 있었다.

야외전시물로는 한센병사, 사형장, 유관순 지하감옥, 망루와 담장 등이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는 어린이 500, 어른이 1,500, 65세 이상의 우대인들과 6세 이하 및 장애인, 국가유공자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였다.

산우들과 옥사로 가는 길에서 만나 함께 전체 시설을 관람한 후 독립유공자매점에서 잠시 간식을 들며, 차 한 잔씩을 마셨다.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독립유공자 후손 최훈범(66) 씨는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점의 간판을 독립유공자매점으로 변경 하였다고 한다.

그는 매점을 독립유공자 간판으로 바꾸고, 매점 내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모금함을 설치한 곳은 이곳이 처음이라 한다. 후원금 전액은 한국해비타트를 통해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개선에 사용된다. 최 씨는 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한편, 독립운동 후손들을 돕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모금함을 설치하였다고 한다.

 

동대문역 근처에서 납회 때에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이 남아있어 휴식을 취한 후 항상 걸었던 안산자락길을 산책하였다. 자락길 아래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군부대 및 인왕산과 멀리에는 북한산의 봉우리들(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등)이 뚜렷하게 보인다.

안산자락길은 매년 몇 번을 다녀봤지만, 항상 지루하지가 않다. 전망대를 지나 납회시간에 맞춰서 기원정사와 홍재 한양아파트 및 무악재역 방향으로 하산하였다.

기원정사문 입구에는 마음의 살림살이란 글이 걸려있다. “남의 허물은 내 허물처럼 덮어주고, / 내 허물은 남의 허물처럼 / 파서 뒤집는 마음을 연습하라! / 남의 허물이 보이면 그게 곧 내 허물인 줄 알라! / 상대를 부처님으로 보는 마음을 연습하라! / 누가 뭐라든 하는 긍정적인 마음을 연습하라! / 누구를 만나든 베푸는 마음을 연습하라! / 올라오는 마음을 미륵존여래불 전에 바치는 마음을 연습하라... - <금강경독송회 마음살림살이’> -

무악재역에서 3호선 전철을 탄 후 종로3가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여 동대문역 10번 출구로 나왔다. 뒤풀이(납회) 시간(17)에 맞춰 1655분에 종로회타운에 도착을 하였다. 벌써 5~6명의 산우들은 납회(뒤풀이) 장소에 도착, 기다리고 있었다.

시산회(詩山會)’20041010일에 발족하여 20191222일 제 375(152개월)를 마치고, 고갑무 총장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원무 회장님이 납회를 진행하신다. 39명의 회원 중에 28명이 참석을 하였다. 오늘의 동반시 유안진 시인의 "송년에 즈음하면"은 내년도 총장님이신 홍황표 산우가 낭송을 하였다.


"송년에 즈음하면" / 유안진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 년이 한 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 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落照)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버립니다

일 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안동에서 태어난 유안진 시인은 그곳에서 초등학교까지 마치고 대전으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시인은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왔다.

 

1970년 첫 시집 달하를 출간하고, 이향아·신달자와 함께 펴낸 지란지교를 꿈꾸며’(1986)로 큰 인기를 얻었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발표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국시인협회상, 목월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한국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월탄문학상, 소월시문학상특별상, 이형기문학상, 유심작품상, 구상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정남 산우는 4번째의 시집 고양이의 눈을 출간 하였다고 하자, 한천옥 산우는 시집 중에서 "견월망지(見月忘指)"라는 시를 골라 낭송을 하신다. 또한 기세환 산우는 중국의 유명한 唐代 시인인 이상은(李商隱)"登樂遊原"과 백거이(白居易)"對酒(‘술잔을 들며’)"를 낭송하였다. 모두가 진실되고 뜻이 깊은 시의 낭송이다.


시산회 집행부에서는 회비를 알뜰하게 남겨 산우들을 위해 Thermos(보온병)도 하나씩 제공을 하신다. 회원들의 참석에 감사드리며, 2020년 경자년(更子年)에도 안산·즐산하시길 희망하면서 납회를 마쳤다. 산우들 모두가 항상 몸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면서...

20191223 김종화 씀.


3.오르는 산

송년 모임 때 신임 총장이 올해의 산행은 거의 둘레길 수준에 맞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도봉의 입장에서는 무척 고맙다.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아 먼 길을 걷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까닭이다. 더구나 골프도 아닌데 본인 사망 외는 모두 참석한다고 공언했으니 암담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이번 산행은 무척 고맙지 아니한가. 몇 년 전에 가본 적이 있으나 도봉은 일이 있어 가지 못했다. 불참 사유는 가족 결혼식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시집을 내느라 힘들었는지 송년 산행 후로 아무짓도 하지 않고 방안백수로 살고 있다. 원고지 300매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을 20,000매의 원고를 준비했으니 철저하게 미친 짓을 하고 말았다. 단편소설은 80매, 중편소설은 3~400매, 장편소설 한 권은 1,000매의 분량이므로 장편소설 20권의 분량을 준비하고 말았는데 편집인 말로는 줄이는 것이 늘리는 것보다 어렵다며, 시산회 모임의 날, 12월 22일까지는 시간이 없으니 줄이고 보니 서사시도 아니고 불교교리서도 아닌 국적불명의 시집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 마디로 실패작이므로, 4번째 시집으로서의 기대를 가지고 받은 모두에게 미안하다. 오탈자는 왜 그리 많은지. 아마 명상센터에 있다보니 별로 할 짓이 없어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반추해보니 그만큼 불교에 관한 공부를 했으므로 마냥 헛짓은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송년모임 때 다시는 불교에 관한 시를 쓰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나 아는 게 염불이라고 새벽에 일어나면 생기는 의심의 모둠이 나를 그쪽으로 미는 까닭에 또 그 공부를 하고 있다. 나의 뇌 속에 있는 1000억 개의 뇌세포/뉴런와 200조 개의 접합부/시냅스는 지겹지도 아니할까? 아침마다 일어나서 도봉산에 오르겠다고 했다가 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이 변했다. 친구가 제천에 있는 땅을 놀리느니 돼지감자를 심고 수확하여 중탕으로 약을 만드는 일을 한다기에 하루 간단하게 하는 일로 도왔다가 일주일을 누웠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까닭이다. 헬스센터는 등록하고 한 달에 서너 번 가는 습관이 되어버려 집에서도 믿지 못하고 말린다. 역시 도봉에게는 산행이 적합하다.


참석인원을 보니 시집을 받지 못한 산우가 두 명이 참석하므로 가지고 가겠다. 명상센터에 가고 싶으나 마나님이 혼자 무섭다고 해서 눌러앉았다. 3월 19일에는 손녀를 키워주기 위하여 서울대역 옆 봉천동으로 래미안아파트에 온지 14년의 정이 든 곳을 뒤에 두고 이사간다. 노후는 이곳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손녀가 시집갈 때까지 오래 살아야 가능한 일이다. 새해에도 건강하기 바란다. 

 

4.동반시

박형채 산우가 추천한 시다. 요즘 그가 동반시를 추천해주니 고맙고 또 고맙다.



그리움/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 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2020. 1. 10.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