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산행으로 안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75회 산행)
산 : 옛 서대문형무소 뒤 안산
모이는 곳과 장소 : 2019. 12. 22.(일) 14 : 00. 전철 3호선 독립문역 대합실. 송년회에 바로 갈 산우는 17 : 00까지 종로회타운(763-8922)
1.시가 있는 산행
겨울새 / 남진우
너를 부를 수 있는 말이 나에겐 없다
멀리서 다가와 멀리 사라져버리는
무슨 아득한 종소리 같은 것이라고 할까
네 앞에서 나는 항상 모자라고
네 앞에서 나는 항상 처연하다
굳이 눈 내리는 밤이 아니라도 좋다
따스한 차 한잔이면
내 가슴에 얼어붙은 피는 풀리고 이내
너를 향해 시냇물 소릴 내며 흘러갈 게다
꽃향기마저 사라진 계절에 내리는 눈이
눈썹을 적실 때
나는 한 마리 가녀린 새가
내 손바닥에서 날아오르는 환영에 젖는다
그렇게 너는 날아가 멀리 그곳에 있는 걸까
너를 부를 수 있는 말이 나에겐 없다
서걱이는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문득 아침 햇살이 찾아와 문을 두드릴 때까지
동반시는 비교적 대중적인 시로 권두시는 도봉의 취향에 맞는 시로 고른다. 이번 시는 송년회 자리에서 낭송해도 괜찮은 시다. 내 시는 비교적 형용사와 부사를 아끼고 동사와 명사로 만든다. 시의 수사기법은 300가지였는데 현대에는 68가지를 쓴다고 한다. 도봉은 수동태의 문장보다 능동태의 문장이 성격에 맞으며, 직유법은 피하고 상징과 은유, 환유, 역설, 비틀기의 수사법을 즐긴다. 더구나 파격이 많은 선시를 즐겨 읽었으니 이해가 어렵다고 한다. 처음 배울 때 그렇게 배워선지 그 방향과 경계가 좋았고 이제 바꿀 마음도 없다. 도봉산에 가면 철새에서 텃새가 되어버린 쇠백로가 지금도 있는지 궁금하다. 잠시 시 짓는 것을 멈추고 산과 술, 시 읽기를 즐겨야겠다. 'ㅅ'자 로 시작하는 것들을 즐기는 모양새가 됐다. 그렇게 시작하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가.
-도봉별곡
2.산행기
청계산 374회 산행기 / 고갑무
1.일시: 2019. 12. 14.(토) 10시30분
2.장소: 청계산
3.만나는 장소: 신분당선 청계산역 입구 2번 출구
4. 참석 산우: 이원무, 염재홍, 위윤환, 한양기, 정동준, 홍황표, 고갑무(7명)
5. 기자: 고갑무
6. 준비물: 하시던 대로+ 따뜻한 차 종류를 가져 오시면 좋을 듯
이번 청계산 산행은 22일 납회행사인 가벼운 둘레길 돌기 행사를 제외한다면 금년 들어 마지막 산행이 될 것 같아 많은 산우들이 참석하여 송년 산행을 뜻 깊게 보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 보았지만 연말연시의 이런저런 이유로 집안행사나 사적인 모임 등이 많아서인지 참석인원이 나를 포함하여 7명으로 단출한 모임이 되었다.
구름은 없어 햇볕은 따뜻하였지만 기온이 낮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으면 약간 한기를 느낄만한 날씨여서 친구들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정상인 매봉을 향해 산행을 시작하였다.
어제 내린 비로 날씨는 쌀쌀한 느낌이 들었지만 평상시 흙길 때문에 먼지 산으로 유명한 청계산이 오늘은 먼지 하나 없는 말 그대로 청청한 청계산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어 기분 좋은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원터골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조금 올라가니 안내표지판이 나타나 산행코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잠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예외 없이 어떤 코스로 내려와야 맛있는 뒤풀이를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코스를 결정하였다 (노년의 건강을 위해 산행도 중요하지만 산행 뒤 뒤풀이는 더 중요하지).
올라가면서 배낭의 무게도 줄이고 입도 즐겁게 하는 중간 간식도 항상 했던것처럼 하였고 청계산의 정기를 듬뿍 받을 수 있는 돌문바위에서 기념사진도 한 컷 찍고.
그런데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일행이 단체사진 찍어달라고 해서 우리가 “멸치대가리”하라고 했더니 그 일행 중 한 여성분이 “팬티 부라자”라고 하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우리 시산회 친구들은 되게 순진해서 그런 말도 못하는데
한참을 올라가니 드디어 정상이 보여서 우선 인증사진부터 한 컷 짝.
그랬는데 거긴 정상이 아닌 짝퉁 정상인가 위에 정상비가 또 있어 거기서 다시 한 번 또 한 컷 짝.
적당한 장소에서 준비해온 음식과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오늘의 산행시를 낭독하였는데 박형채 산우가 추천한 시로 시기적으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늦가을의 정취를 아주 정감 있게 표현한 아름다운 시인 것 같다.
깊은 가을/나해철
가을은 내 가슴의 추수를 끝내버렸네
빈 기슭이 되었네
달던 과실도
알곡식도 푸르른 나뭇잎도 떠나버렸네
무엇으로 채울까
못견디게 서늘한 바람만 부는데
목메이게 불러볼
그리운 이도 없는데
불타듯
부르짖어 기다리는 고운 세상도
멀기만 한데
꽃도 져버렸네 새도 가버렸네
가을은 내 가여운 넋마저
데리고 깊어져버렸네
이제 주요한 행사는 끝났으니 더 중요한 행사를 치르러 하산 시작.
여기서도 어떤 식당으로 갈 것인가를 두고 잠시 의견교환이 있었지만 가성비 좋은 한 소반식당으로 결정해서 푸짐한 식사를 즐기고 내년에는 더 알차고 보람 있는 산행행사를 기약하며 금년의 공식적인 산행행사를 잘 마무리하고 이제 납회만 남겨두게 되었다.
2019. 12. 10. 고갑무 올림
3.오르는 산
지난 1년 이원무 회장님과 고 총장님이 수고를 해줘서 무사하고 안전한 산행을 즐겼다. 내년에는 고 총장님이 회장이 되고 홍황표 산우가 1년 수고를 하게 됐다. 흔쾌히 맡았다니 고마운 일이다. 도봉도 주로 명상센터에서 건강을 추스르고 시를 썼다. 그 결과가 오늘 나왔다. 여태 시인의 후기를 사양해왔으나 올해는 편집인 겸 발행인이 하도 권해서 쓰다보니 분량이 많다. 늙으면 말이 많아진다더니 주책스럽다는 생각에 민망해진다.
1년에 시집을 한 권 내는 것은 달리 할 일이 없는 까닭에 자신에게 약속이 되었고 존재의 이유로 변했다. 끊임없는 통증을 견디게 해줬으니 나쁘지 않다. 산우들의 덕분이기도 하다. 하여 동창회보다 시산회 송년모임에 맞춰 시집을 발간한다. 내년에는 건강하고 싶어서 산행을 개근할 마음을 더욱 굳게 다진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4.동반시
송년에 즈음하면 (유안진, 1941~)- 1990년 시집 <월령가 쑥대머리> (문학사상사) 수록
송년에 즈음하면
도리 없이 인생이 느껴질 뿐입니다
지나온 일 년이 한 생애나 같아지고
울고 웃던 모두가
인생! 한마디로 느낌표일 뿐입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자꾸 작아질 뿐입니다
눈감기고 귀 닫히고 오그라들고 쪼그라들어
모퉁이 길 막돌맹이보다
초라한 본래의 내가 되고 맙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신(神)이 느껴집니다
가장 초라해서 가장 고독한 가슴에는
마지막 낙조(落照)같이 출렁이는 감동으로
거룩하신 신의 이름이 절로 담겨집니다
송년에 즈음하면
갑자기 철이 들어버립니다
일 년치의 나이를 한꺼번에 다 먹어져
말소리는 나직나직 발걸음은 조심조심
저절로 철이 들어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2019. 12. 21.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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