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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정법 바로 보고 아는 것이 불교지성

정법 바로 보고 아는 것이 불교지성

 

“깨달음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깨달음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동력이 불교지성이다.”

반야불교문화연구원(원장 지안스님)의 현대불교에서 지식인의 역할을 집중 조명한 학술대회에서 경상대 권오민 교수(철학)는 “수많은 경전과 선지식들이 남긴 글에서 깨달음을 보는 눈이 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불교지성은 정법을 바로 보고 알아야 하며 오늘의 불교를 창조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영축총림 통도사 반야암에서 열린 ‘불교 지성의 전통과 현대적 조명’을 다룬 춘계 학술대회는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와 부산불교교수불자연합회가 공동주관해 학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반야불교문화연구원(이하 ‘반야연구원’)이 개원 후 첫 단독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권 교수는 <대열반경>의 ‘4대교법’과 <요의경(了義經)>을 인용하며 “불법은 다섯 종류의 사람이 설한 것이고, 법상(法相, 法性)은 지(智)에 의지하고 식(識)에 의지하지 마라고 했다”면서 “<증지부(增支部)>에서는 ‘누가 설한 것이든 잘 설해진 것은 모두 불설’이라하고 있어 불교 성전은 절대적 믿음이나 초월적 경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리(正理)의 법성(法性)이란 지성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증일아함경>을 인용해 “불교 내부에서 초기부터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와 ‘믿음’의 두 길이 있었지만 불교지성의 역사는 지혜를 완전한 길로 선택했고, 반열반은 오직 지혜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권 교수는 <장아함> 2부의 <청정경(淸淨經)>에서 ‘비구의 설법이 옳지 않고 뜻(義理)도 옳지 않을 경우 … 다함께 화합하지 쟁송(諍訟)하지 마라’는 대목과 관련 “ 법률(法·律)에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이 ‘하나’의 승가를 구현하라는 의미가 아니라,같은 스승아래 같은 목적(安樂)을 추구하는 불교도로서 서로 배척하지 말라는 의미”이라면서 “불교는 개방적이었고 누구도 논의될 수 있고 교조인 불타 또한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불교 지성의 전통과 역사’를 진단한 권 교수는 결론으로 “‘정리의 법성’이란 합리성에 기반한 불교는 역동적 사상사를 전개해 결코 단일한 체계가 아니다”면서 “초기불교부터 믿고 행하는 종교가 아닌 지혜의 종교, 지성의 종교로서 사량(思量) 관찰(觀察) 간택(簡擇)을 통한 비판적 탐구와 분별적 이해가 본질(體性)”이라 말했다.












 
 

학술대회에서 반야연구원 원장 지안스님(조계종 고시위원장)이 기조발표하고 있다.


‘신라 고승의 소통’을 진단한 부산대 안경식 교수는 원효의 화쟁사상과 관련 “선각자가 후생을 가르치는 일방 소통식 교육이 아니라 무연자비(無緣慈悲) 동체대비의 무애행을 직접 실현하는 것”이라면서 “민중불교의 시대를 열며 고승의 새 역할을 본보기로 보인 원효의 화쟁은 분별심이 소통을 막는 가장 큰 장애임을 일깨운다”고 말했다.

중국 근세 사상가들의 ‘무(無)’ 정치학을 진단한 동국대 김영진 교수는 “고통의 세계에서 존재의 부실함 절감하는데 불교의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이 잘 반영돼 부실한 세계가 초래한 현실 문제와 싸우는 탐사선 역할을 했다”면서 “무(無) 사상이 근대 중국에서 본질을 탐구하고 온갖 부조리를 공격하는 등 대단히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에 근대 중국불교 지성인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 한국불교지성의 난제를 진단한 명법스님(능인불교대학원대)는 “한국불교지성은 경전과 교리에 대한 지식을 독점하며 현대사회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는 양 행동했으나 전통적 지식인이 담당했던 비판적 역할을 한 적이 없다”면서 “다른 근대 지식인이 고심한 ‘보편과 특수 사이의 상호작용’을 고민하지 않은 결과 일본불교에 편입돼 스스로 동화된 것이 가장 큰 근원”이라고 말했다.

특히 명법스님은 명상의 붐 조성과 템플스테이 확대, 혜민스님 법륜스님의 대중스타화 등 현상과 관련 “불교의 사적 영역을 넓히는 사사회에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대중과의 수평적 관계 조성이란 시민사회 요구와 다르다”며 불교지식에 관한 새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학술대회에서 기조발표를 한 반야연구원 원장 지안스님(조계종 고시위원장)은 “불교권의 현안 문제를 심층진단하기 위해 전문 분야의 학자들이 시대마다 지성의 산실이었던 불교를 진단하는 학술대회이다”면서 “불교의 본래 역할을 위해 지성의 힘을 갖고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지성을 외면하면 불교의 가치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학술대회에서 권오민 교수가 불교지성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불교신문3104호/2015년5월9일자]

통도사=김종찬 기자 kimjc00@ibulgyo.com

[출처] “정법 바로 보고 아는 것이 불교지성”|작성자 불교의 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