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 아라한, 응공, 응진 = 성인 중의 최고 이상상
나한은 아라한(阿羅漢)의 줄임말이다. 수행자들 가운데 최고의 이상상(理想像)을 말한다. 아라한은 본래 부처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는데, 후에 불제자들이 도달하는 최고의 위치로 바뀌었다. 수행 결과에 따라서 범부(凡夫) · 현인(賢人) · 성인(聖人)의 순서로 구별이 있고, 성인 중의 최고를 아라한이라 한다.
세상의 존경을 받아 공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존자(尊者)라는 의미에서 응공(應供)이라 풀어 말한다. 또한 번뇌를 끊고 생사윤회를 거듭하지 않는 성자로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자이므로, 진리에 상응한다는 의미의 응진(應眞)이라고도 한다.
나한은 6가지 신통력과 8가지 해탈 법을 모두 갖추어 번뇌에서 벗어난 부처에 버금가는 성자로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나한들은 석가 열반 후 정법(正法)을 수호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열반에 들지 않고 수명을 연장하여 계속 속세에 머물러 장차 미륵불이 나타날 때까지 중생을 교화한다.
한국에서는 8세기 후반 말세 신앙과 함께 16나한에 대한 신앙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주로 16나한과 오백나한이 신앙되었는데, 규모가 큰 사찰에서는 영산전(靈山殿)의 중앙에 석가모니불을 모시고 좌우에 16대 제자 또는 16나한 · 18나한 · 오백나한을 봉안하였다. 나한전이나 응진전을 따로 건립한 사찰도 있는데, 마찬가지로 석가모니불과 나한을 상(像) 또는 불화로 그려 모시고 있다.
나한도의 배치는 본존불을 중심으로 좌우 양편으로 각각 여러분씩 배치된다. 이 그림이 탱화로 되었을 경우에는 제각기 한 분의 나한을 1폭에 그려 16폭이 되기도 하고, 또는 두 분씩 혹은 네 분씩 표현하기도 하여 일정하지 않다.
당(唐)나라 현장(玄)이 번역한 [대아라한난제밀다라소설법주기(大阿羅漢難提蜜多羅所說法住記)]는 이들 16나한들의 명칭과 각각 머무르는 곳과 권속들을 일일이 열거하고 이들의 정법수호를 설하였다.
16나한 각각의 이름은 빈도라발라타사, 가락가벌차, 가락가발리타사, 소빈타, 낙거라, 발타라, 가리가, 벌사라불다라, 수박가, 반탁가(半託迦), 나호라(羅), 나가서나, 인게타, 벌나파사, 아시다, 주다반탁가이다.
아라한은 수행승 중 최고의 자리로서 여기에는 3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살적(殺賊)으로, 번뇌의 적을 없앤다.
둘째는 무생(無生)으로, 영원히 열반에 들어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
셋째는 응공(應供)으로, 천상(天上) 사람들의 공양을 받는다.
나한들의 모습과 의복
나한들의 모습 또한 일정하지 않다. 서 있는 모습, 앉아 있는 모습, 돌아앉은 모습 등 제각기 특징을 갖추고 있으며 이들은 또한 한 두 명의 동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대체로 부드럽고 온화한 고승들의 모습으로 치열한 수행의 고개를 넘어선 도인의 넉넉한 풍모는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1] 가사(袈裟) 부처님과 그 제자인 비구승들이 입던 옷에서 유래한 가사는 흙의 색 · 흐린색 · 붉은피색 · 중간색을 뜻하는 고대인도어에서 유래하였다. 가사(袈裟)는 불교의 무소유 원칙에 따라 사람들이 내버린 옷이나, 죽은 사람의 옷을 모아 꿰매 입던 옷으로, 분소의(糞掃衣) · 납의(衲衣)라고도 한다. 장삼 위에 입는데,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오른쪽 어깨가 드러나도록 한다. 인도와 동남아 같은 더운 지방에서는 사계절 평상복으로 착용됐다. 그러나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불교 의식 및 법회 때 편삼 위에 걸치는 의식복으로 사용됐다. 가사는 방형의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드는데, 그 격에 따라 5조에서 25조까지 11종이 있으며, 숫자가 올라갈수록 스님의 신분이 높다.
◎ 대의(大衣) : 승가리(僧伽梨)라고도 하며, 왕궁이나 마을로 나들이 갈 때 입던 가사이다.
◎ 7조의(7條衣) : 상의(上衣)라고도 하며 예배 · 참선 · 청강 등을 할 때 입는 승려의 평상복이다.
◎ 5조의(5條衣) : 작업복과 같은 것으로 노동이나 여행 또는 잠 잘 때 입는다.
[2] 장삼(長衫) 법의의 일종으로 원래 불교의 발생지인 인도에서는 착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에 전해지면서 기후와 문화에 따라 가사와 함께 편삼(偏衫)을 입었는데, 그 편삼이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장삼이 되었다. 장삼은 깃머리가 직선이고, 허리선을 절단하여 큰 주름을 잡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깨달음.해탈.열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문답의 세계와 깨달음(悟道) - 화두, 모름(不會)에 대하여 분석하다 / 자명 (0) | 2021.12.13 |
---|---|
한국 선불교의 깨달음에 대한 비판 (0) | 2021.11.30 |
열반의 경(Nibbānasutta, S43:34) (0) | 2021.11.18 |
“깨달음은 중도(中道)의 자각…불이(不二) 마음이 불심(佛心)” (0) | 2021.11.18 |
싯다르타 깨달음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성제와 팔정도다. (0) | 2021.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