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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교

밀교[ Esoteric Buddhism ] / 별전

밀교[ Esoteric Buddhism ] / 별전

 

목차

1. 정의와 분류

1) 밀교의 정의

국립 중앙 박물관에 있는 반가사유상

밀교(密敎, esoteric buddhism)는 붓다의 비밀한 깨달음의 세계를 진언(眞言)을 비롯한 다라니(陀羅尼, dhāraṇī)도상(圖像)만다라(曼茶羅, maṇḍala)의례 등의 소재를 통해 드러낸 불교를 말한다. 반면 붓다의 깨달음을 중생(衆生)의 능력에 의해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한 것은 현교(顯敎, exoteric buddhism)라 말한다. 밀교에서 붓다의 정각이나 정각에 의해 표현된 대상은 중생에 의해 알 수 없기 때문에 심오하다는 의미에서 비밀(秘密), 불변의 진리를 가리키는 뜻에서 금강(金剛) 등으로 표현한다. 밀교를 가리키는 다른 말로 진언문(眞言門), 진언승(眞言乘), 진언도(眞言道), 금강승(金剛乘, vajrayāna)이 있으며, 구생승(俱生乘, sahajayāna), 지명승(持明乘, vidyadharayāna), 시륜승(時輪乘, kālacakrayāna) 등도 밀교를 가리키는 다른 말로 인도 후기 밀교시대에 성립되었다.

밀교라는 용어가 등장한 최초의 문헌은 중국 불공(不空, 705~774)의 『총석다라니의찬(總釋陀羅尼義讚)』이다. 이 문헌에서 불공은 “다라니, 진언, 밀언(密言), 명(明)은 인도불교의 경전을 기술한 언어인 산스크리트어에 의한 것으로 밀교가 아닌 일반 불교의 경전인 현교의 경전 가운데 설해져 있고, 또는 진언밀교(眞言密敎)의 경전들 가운데에서도 이상의 네 명칭을 볼 수 있다.”라고 하였다. 불공이 설한 진언밀교의 뜻은 진언을 통해 성불에 이르는 붓다의 비밀한 가르침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인도불교에서 밀교에 해당되는 최초의 말은 『대일경(大日經)』 “주심품”에 설해진 진언문이다. 인도의 붓다구히야(Buddhagūhya, 700년경)는 『대일경광석(大日經廣釋)』에서 불교를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둘로 나누고, 대승불교에 대해 “두 가지의 수행문이 있으니 바라밀문(波羅蜜門)에 들어 수행하는 것과 진언문에 들어 수행하는 것이 있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바라밀문은 불공삼장이 말한 현교에 해당되며 진언문은 밀교에 해당된다. 붓다구히야는 진언문을 대승불교에 국한하고 있으며, 불공도 현교의 경전에 대해 다라니, 진언 등이 설해지는 경전으로 정의하기 때문에 현교는 대승의 교설만을 말한다. 그러나 현교가 붓다의 정각이 이해될 수 있도록 설하는 방편설법, 또는 불요의(不了義)의 교설로 이해한다면 현교는 소승과 대승을 모두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밀교에 설해진 붓다의 비밀한 깨달음의 경지는 신밀(身密) · 구밀(口密) 또는 어밀(語密) · 의밀(意密) 또는 심밀(心密)로 이루어진 삼밀(三密)로 나타난다. 신밀은 붓다의 신체적 비밀로 붓다의 도상이나 만다라에 나타난 불형(佛形), 장신구, 수인(手印) 등을 가리킨다. 넓은 의미에서 밀교를 구성하는 관정(灌頂)이나, 호마(護摩)범패(梵唄) 등 행위적 의례도 포함된다. 구밀 또는 어밀은 붓다의 언어적 비밀로 진언, 다라니, 종자(種子) 등을 말하며, 붓다의 설법과 언행을 가리킨다. 의밀또는 심밀은 붓다의 마음의 비밀로서 붓다의 지혜와 삼매(三昧), 중생을 구호하려는 자비심 등을 가리킨다. 이처럼 밀교는 불교의 진언과 다라니, 기원과 공양의례, 불상과 만다라 등의 종교적 소재를 다루는 불교의 한 분야이다.

                                                                              태장계 만다라

2) 밀교 성립시기에 의한 분류

밀교는 4세기 중엽부터 형성되어 불교가 인도에서 사라질 때까지 번성하였고, 대승불교가 전해진 넓은 지역에 걸쳐 오랜 시간동안 유포되고, 지역마다 다르게 발전하였기 때문에 밀교에 대한 정의와 범위는 시대와 지역마다 다르다. 밀교가 최초 성립된 인도밀교의 경우 발생 시기에 따라 초기 밀교, 중기 밀교, 후기 밀교의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1) 초기 밀교

3~4세기경부터 7세기 중엽까지 유행한 밀교를 가리킨다. 밀교의 독립적인 교리와 실천 체계를 갖추기 이전의 대승경전 가운데 진언과 다라니, 의례와 공양법 등이 부수적으로 설해지던 시기의 밀교를 말한다. 대승경전에 출현하는 진언이나, 다라니, 의례 등의 목적은 대부분 재앙을 물리치고, 현실적 이익을 구하려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2) 중기 밀교

7세기 중엽에 출현한 『대일경』과 7세기 말경 『금강정경(金剛頂經)』의 성립을 계기로 진언문의 체계화된 교리와 의례 면에서 정비된 밀교가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의 밀교를 가리킨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 등지의 동북아지역 밀교에서는 두 경전만으로 지역 고유의 독자적인 밀교의 교학과 수행 체계를 완성할 만큼 중요한 경전으로 평가된다. 중기의 밀교 경전에는 현실적 이익 이외에 성불을 목표로 한 전문화된 밀교수행이 처음 설해지기 시작하였다.

(3) 후기 밀교

8세기경 성립된 것으로 인도불교가 멸망할 때까지 딴뜨라(tantra) 중심의 밀교 경전이 유행한 시기의 밀교이다. 딴뜨라는 수뜨라(sūtra)와 더불어 인도의 종교성전을 가리키는 말로서 천문, 의학(醫學, medicine), 점성술 등을 비롯해 오마사(五魔事)와 성력(性力)을 방편으로 한 특수한 의례를 포함한다. 딴뜨라의 성전군은 힌두교와 불교 경전 모두에 출현하였다. 인도 후기 밀교의 경우 번뇌와 육신긍정의 대락사상(大樂思想)의 교리가 특징이며, 의학과 생리적 지식을 수행에 반영시킨 생기차제(生起次第, generation stage)와 구경차제(究竟次第, completion stage)의 독특한 수행 체계가 설해져 있다. 후기 밀교는 인도와 네팔티베트에서는 크게 융성하였으나 한국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전승되지 않았다.

3) 밀교 경전의 분류방식

14세기경 티베트의 불교교학 체계화에 기여하고, 많은 저서를 남긴 부뙨(Bü ston, 1290~1364)은 티베트대장경을 경전부와 논소부로 나누고, 밀교 경전에 대해서 모두 ‘딴뜨라(tantra, rgyud)’로 규정하였다. 부뙨은 밀교 경전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하였다.

(1) 소작(所作)딴뜨라(kriya-tantra)

초기 밀교시대에 출현한 밀교 경전이 주로 해당된다. 제존(諸尊)의 예배법, 공양법 등의 종교의례와 찬(讚), 진언, 다라니의 독송 등의 실천적인 의례가 주로 설해진다. 소작딴뜨라에 속하는 중요한 경전은 『소바호동자경(蘇婆呼童子經)』, 『유희야경(蕤呬耶經)』 · 『소실지갈라경(蘇悉地羯羅經)』과 『대일경』의 선구경전인 『상선정품(上禪定品)』 등이 포함된다.

(2) 행(行)딴뜨라(caryātantra)

중기 밀교 가운데 『대일경』을 중심으로 한 경전과 의궤류가 해당된다. 세간적 이익과 성불을 위한 진언, 공양법, 의궤 등이 동시에 설해지며, 성불을 목표로 한 만다라관(曼茶羅觀)과 종자관(種子觀), 오자엄신관(五字嚴身觀) 등의 진언문의 수행이 설해진다. 『대일경』을 중심으로 수행과정에서 외적인 의례와 내적인 유가가 병행하여 설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3) 유가(瑜伽)딴뜨라(yoga-tantra)

중기 밀교 가운데 『금강정경』을 중심으로 한 경전과 의궤류가 해당된다. 대승불교의 유가행파의 전통에 입각한 유식설의 이론과 전식득지(轉識得智)의 수행이념을 밀교적 수법으로 완성한 밀교 경전군이다. 행위적인 의례로 부터 탈피하여, 심식(心識)을 불지(佛智)로 전환하기 위한 오상성신관(五相成身觀)의 수행과 만다라의궤 등이 설해진다.

(4) 무상유가(無上瑜伽)딴뜨라(anuttarayogatantra)

인도 후기 밀교시대에 해당되는 경전군이다. 무상유가(無上瑜伽) 는 ‘최고의 유가’라는 의미이다. 무상유가 딴뜨라는 방편 · 반야 · 불이(不二)의 세 딴뜨라로 분류된다. 각 딴뜨라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방편(方便)딴뜨라
부(父)딴뜨라라고도 말한다. 유가딴뜨라의 수법을 발전시켜 완전한 성불을 하기 위해 중생의 죽음과 중음신(中陰神), 육신을 순서적으로 법신 · 보신 · 화신의 불신(佛身)으로 전변하는 삼신(三身)성취의 유가가 설해진다. 『비밀집회딴뜨라』가 이에 해당된다.

② 반야(般若)딴뜨라
모(母)딴뜨라라고도 부른다. 방편딴뜨라와 비교해 보다 효과적인 육신성취와 죽음, 공포, 성적 욕망 등의 번뇌 극복을 위한 세련된 유가행이 반영되어 있다. 육신성취와 관련된 생리적 기술과 대락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오마사 등의 의식이 설해진다. 『헤바즈라딴뜨라(Hevajra-tantra)』, 『챠끄라상와라딴뜨라(Cakrasamvara-tantra)』, 『요기니딴뜨라(yogini-tantra)』 등이 대표적이다.

③ 불이(不二)딴뜨라
방편딴뜨라와 반야딴뜨라를 수용하여 융합시킨 밀교이다. 인도불교 멸망의 역사적 의식이 존재하고, 성불을 위해 마음뿐만 아니라, 육체, 우주와의 일체(一體)를 강조하는 본초불(本初佛)이 등장한다. 천문, 역학, 의학의 지식을 비롯해 『비밀집회딴뜨라』의 전통과 다른 독특한 생리학적 해석을 볼 수 있다. 『깔라챠끄라딴뜨라(Kalacakra-tantra)』가 여기에 속한다.

2. 역사와 발전단계

1) 밀교성립의 배경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인도의 종교적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발전하였다. 불교교단은 비속한 종교에 물든 인도의 대중들을 교화하려는 목적에서 인도종교의 전통적 소재를 수용하기도 하였다. 초기불교 시대 붓다는 외도의 주술을 금지하였지만, 치통을 낫기 위한 주문이나 복통을 낫기 위한 주문, 독을 해독하기 위한 주문은 허용하였다. 불교교단은 대중들로 하여금 질병과 재해 등의 고통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 주술을 대치하는 방편들이 모색되었다. 남방불교에서는 삼귀의나 승려들의 서약인 사뜨야와짜나(satya-vacana), 남방불전 가운데 호신용 경전을 모은 빠릿땀(防護藏, Parittaṃ)은 현실적 복과 재난방지의 종교적 소원을 위해 현재도 독송되고 있다.

대승불교 시대에 출현한 『반야경』에는 반야바라밀다를 명주(明呪)라 하였다. 명주의 명(明, vidyā)은 반야바라밀다의 지혜에 의해 무명을 벗은 도피안을 가리킨다. 주(呪)의 어원인 ‘만뜨라(Mantra)’는 사유를 뜻하는 ‘만(Man)’과 ‘사유의 방편’인 ‘뜨라(-tra)’가 합쳐진 말이다. 따라서 명주는 ‘반야바라밀을 사유하는 방편’이라는 의미가 된다. 『대반야경』 9권의 「대명품(大明品)」에는 “과거의 모든 붓다들이 대명주를 수지(受持)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라고 설해져 있다. 또한 『대반야경』 권429 “복생품(福生品)”에는 명주에 출세간과 세간의 공능이 모두 있다고 설한다.

주(呪)와 유사한 다라니(dhāraṇī)는 ‘기억’을 뜻하는 ‘√dhṛ’에서 비롯된 것으로 ‘총지(總持)’, ‘능지(能持)’로 번역된다. 다라니는 경전을 수지하고, 경전에 담긴 의미를 암기하려는 목적에서 설해졌다. 경전의 암기는 수지 · 독송 · 서사와 더불어 대승불교의 보살에게 중요한 실천덕목이었다. 다라니는 짧은 단어나 구절에 경전이 담긴 의미를 연상하려는 목적에서 설해지기 시작하였다. 『대지도론』 권5 “보살공덕석론(菩薩功德釋論)”에는, “다라니는 한역으로 능지(能持), 혹은 능차(能遮)라고 한다. 능지는 여러 가지 선법을 모아 능히 간직하여 흩어지거나 잃지 않는 것이다. 비유하면 둥근 그릇에 물을 가득 담아도 물이 새지 않는 것과 같은 뜻이다. 능차라 하는 것은 악하거나, 불선근의 마음이 생기는 것을 막아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악한 죄를 저지르고 싶어도 행하지 못하도록 잡는 것이다. 이것을 다라니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2) 밀교의 전파

인도대륙에서 형성된 밀교는 불교의 전파경로에 따라 각지로 전해졌다. 불교는 크게 북쪽의 실크로드와 남쪽의 해로, 동북쪽의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티베트과 네팔, 몽골 등지로 전해졌다.

(1) 북전(北傳)

인도의 북서부로부터 간다라를 경유해 파미르 산맥을 넘어 실크로드를 경유하는 길이다. 중국과 인도의 교통로와 일치하며 현장(玄奘)을 비롯해 대다수의 구법승들이 이용하였다. 밀교의 경우 선무외(善無畏, 637~735)시호(施護)천식재(天息災) 등이 이 경로를 통해 인도밀교를 중국에 전했다. 불도징(佛圖澄)은 서역의 주술에 능했으며, 무행(無行)은 『대일경』의 범본(梵本)을 입수해 선무외로 하여금 번역케 하였다. 밀교의 교통로인 투르판, 칼라호트 등에는 금강저를 비롯한 밀교의 법구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돈황에도 중기 및, 후기 밀교의 경전과 도상들이 발견되고 있다.

(2) 남전(南傳)

동남아시아를 경유해 해로를 통한 전파로 동인도와 남인도를 출발해 수마트라자바를 거쳐 중국남해나 동부지역에 도달하는 경로이다. 당시대에 의정(義淨)을 비롯해 금강지(金剛智), 불공(不空) 등이 이 경로를 이용하였다. 자바지역에 대일여래(大日如來)와 금강살타, 헤루까 등의 밀교불상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3) 동전(東傳)

히말라야를 경유해 네팔, 티베트을 지나, 몽골에 까지 전해졌다. 특히 티베트밀교의 형성에 기여한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a)와 아티샤(Atīśa), 위대한 역경가(譯經家)인 린첸상포(Rin chen bzam po)와 까규파의 개조인 마르빠(Marpa) 등이 이 경로를 왕래하였다. 네팔은 밀교와 힌두교가 공존하는 양상을 보였고, 몽골의 밀교는 구빌라이칸이 티베트불교에 귀의한 것이 계기가 되어 밀교가 전해졌다.

3. 성립과 교리, 수행원리

1) 밀교의 교리

밀교는 교리적으로 인도 대승불교를 계승하면서 발전시켰기 때문에 밀교 경전이 성립될 당시 인도 후기 중관파가 가졌던 시대적 주제들을 다수 반영하고 있다. 『금강정경』의 성립 이후 밀교를 금강승으로 불렀던 이유는 진언이나, 다라니, 만다라 도상과 의례 등의 행위적 요소를 승의제의 입장에서 공성의 방편으로 인정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밀교의 교리적 특징을 보여주는 몇 가지 주제는 일체지지(一切智智)와 대락사상 등에 나타나있다.

『대일경』의 “입진언문주심품(入眞言門住心品)”에는 비로자나여래가 일체지지를 성취하고 중생을 구호하기 위해 신변(神變)으로 중생계에 몸을 시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현교는 붓다가 열반에 들었기 때문에 중생을 구호하는 실천행은 보살을 통해 이루어지는 모습을 다수 볼 수 있다. 『대일경』의 일체지지는 성불의 궁극적 목표가 중생을 구호하는 방편에 있음을 설한다. 『금강정경』에도 비로자나여래도 일체지지를 구족하고 보현보살의 행원을 계승하면서 중생구호의 서원을 보이는 의례적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후기 밀교에도 계승된다. 후기 밀교에서는 붓다가 중생을 구호하기 위해 생신(生身)의 붓다로서 사바세계(娑婆世界)를 비롯한 중생계에 태어날 수 있다고 설하는 근거가 된다.

대락사상에서 대락(大樂, mahā-sukha)은 ‘부처님이 누리는 큰 안락’이라는 뜻이다. 대락사상의 연원은 붓다의 연기설에서 시작된 것으로 대승불교의 반야사상(般若思想)과 열반사상을 거쳐 밀교시대에 완성된 것이다. 『열반경』의 ‘상락아정(常樂我淨)’과 밀교의 대락사상은 깊은 관련이 있다. 대락사상은 인도 후기 밀교시대에 유행한 것으로 붓다의 지혜로 볼 때 생사의 현실이 곧 열반의 세계이며, 범부(凡夫)의 번뇌와 육체마저도 진리의 실상과 다르지 않음을 설하는 것이다. 대락사상은 수행자가 번뇌와 육체를 버리지 않고 진리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으며, 나아가 육체를 구성하는 생체에너지인 풍(風)과 맥관(脈管), 챠끄라를 조절해 육체를 지닌 채 신속히 해탈을 도모하는 수행기법을 구현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2) 밀교의 수행

밀교의 수행은 유가행파의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밀교의 소재인 진언이나, 다라니, 만다라를 소연(所緣)으로 삼아 범부의 심식에서 번뇌를 제거하고 붓다의 지혜를 완성하는 것이 주된 수행이념이다. 『대일경』에는 “진언도 [밀교]를 설함으로써 초발심(初發心)으로부터 십지(十地)까지 차례로 이들을 만족한다. 업으로 연하여 증장하는 유정의 업종자(業種子)를 제거하고 다시 붓다의 종자를 생기한다.”라고 하였다. 아뢰야식(阿賴耶識)에서 업종자를 제거하는 것은 진언문의 수행취지를 요약한 것이다. 밀교에서는 부모로부터 태어난 몸을 버리지 않은 채 성불할 수 있다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의 수행을 설한다. 현교에서는 보살도(菩薩道)를 완성하기 위해 3아승지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한다. 『대일경』의 “주심품”에는 초법명도(初法明道)가 설해지는데, 초법명도는 보살의 신해력으로 초지에 들어가는 찰나 마음의 실상을 깨달아 붓다와 동일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밀교수행에는 종자관(種子觀)이나 월륜관(月輪觀), 본존관(本尊觀) 등의 소연상이 설해지고, 보다 종합적이고 정교한 만다라관이 설해진다. 『대일경』에는 만다라를 구성하는 소연상을 3가지로 요약하여 자(字, akṣara), 인(印, mudrā), 형(形, bimba)의 3종 본존이 설해져 있다. 『대일경』의 “지송법칙품”에는 3종 본존의 관상유가가 신속히 성불에 도달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고 설해져 있다. 『일체비밀최상명의경(一切秘密最上名義經)』에는 밀교수행이 중생의 심식을 붓다의 오지(五智)로 전환하는 유가행파의 수행이념을 담고 있다고 설한다.

4. 한국의 밀교

1) 신라시대의 밀교

4세기경 한반도에 불교가 유입된 이래 불교는 기존의 무속신앙과 갈등하며 한반도에 정착하기 시작하였다. 불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던 시기에 불교를 영험 있는 종교로 인식시키고, 무속신앙에 대한 불교의 포용관계를 도왔던 것은 밀교였다. 불교 도입기의 사정을 전하는 『삼국유사』에는 밀교가 무속신앙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정치세력을 도와 한반도에 정착하던 사정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삼국유사』의 신주(神呪)편 “밀본최사조(密本摧邪條)”에는 선덕왕이 병이 들었을 때 밀본법사가 『약사경』을 외워 법척승려와 늙은 여우를 죽이고 선덕여왕의 병을 낫게 한 장면이 나온다. 『혜통항룡조(惠通降龍條)』에는 밀본의 세력이 당시 천마(天磨)의 총지암(總持巖)과 모악(母岳)의 주석원(呪錫院) 등을 중심으로 가풍이 크게 진작하였다고 전하고 있고, 신라시대의 약사여래상(藥師如來像)이 다수 남아있는 것은 당시 밀교가 흥했던 사실을 전하는 것이다.

『혜통항룡조』에는 명랑(明郞)이 용궁에서 신인(神印)을 얻어 신유림(神遊林의 天王寺)을 세우고, 여러 차례 이웃 국가의 침범을 물리치길 빌었다고 전해진다. 당고종이 설방(薛邦)을 보내어 신라를 멸하려 했을 때 명랑이 문두루비법(文豆婁秘法)으로 물리쳐 명랑을 신인종(神印宗)의 조(祖)가 되게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문두루비법은 『불설관정복마봉인대신주경(佛說灌頂伏魔封印大神呪經)』에 설해진 것으로 밀교 경전에 속한다.

이외 신라에는 다수의 비로자나불 조성을 비롯해 석가탑 조성과 같은 사리탑신앙, 오대산신앙과 같은 만다라가 남아있다.

대구 동화사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석가탑

2) 고려시대의 밀교

왕건(877~943)

고려태조 왕건(877~943)은 서기 936년, 한반도를 통일하여 고려를 건국하였다. 그는 훈요십조(訓要十條)에서 불교를 국교로 정하고, 풍수에 능한 도선(道詵)에게 명하여 절을 세우게 하였다. 훈요십조에는 연등회와 팔관회를 매년 열게 하였는데, 연등회는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고, 팔관회는 천령(天靈) 및 오악(五岳), 명산(名山), 대천(大川), 용신(龍神)을 섬기는 행사로 고려조에 밀교와 전통신앙이 결합되어 나라와 백성의 마음을 위무(慰撫)한 것으로 보여 진다. 태조 21년(938)에는 밀교승인 홍범(弘梵, Śrivajra)이 인도로부터 왕래하여 왕이 친히 맞이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신인종(神印宗)과 지념업(持念業)의 두 종파가 성립되어 활동하였다. 총지종(摠持宗)은 신라 신문왕효소왕 연간에 창건하여 고려의 예종고종 21년 사이에 개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신인종은 태조의 현성사 건립 이후 국난타개의 중심사찰로 많은 왕들이 현성사에 행차하여 국가의 안녕을 빌었다. 문종 28년에도 변경에 난이 일어나자 신인종의 사천왕사에서 문두루도량을 열어 적병들을 퇴치한 기록이 전해진다. 고려시대에는 80종의 법회와 도량 등의 불교의식이 실행되었는데, 이중 문두루도량, 인왕도량공작명왕(孔雀明王)도량무능승(無能勝)도량, 금광명도량, 소제(消除)도량, 대일왕(大日王)도량공덕천(功德天)도량관정도량, 만다라도량, 진언법석 등이 개설되었다. 또한 관정의례를 통한 왕위즉위식이 열렸으니, 원종, 충성왕, 충렬왕은 관정과 보살계를 받고, 특히 강종 원년에는 관정의궤에 따라 왕위 즉위식을 거행하였다.

3) 조선시대의 밀교

조선시대는 불교가 크게 탄압받고 위축되었던 시기로 밀교종파와 전승은 맥이 끊어졌지만, 밀교와 관련된 청우(請雨)제와 시식(施食)기우와 호국법회(護國法會) 등의 불사는 계속되었다. 또한 밀교와 관련된 의식집과 진언, 다라니의 전적은 무려 30여 종류를 118회에 걸쳐 간행하였다. 특히 수륙제(水陸齊)와 소재도량(消災道場)은 물이나 육지에 사는 혼령에게 공양하여 구제하는 것으로 자주 열렸으며, 또한 문두루도량과 공작도량, 사천왕도량약사도량제석도량, 기우제, 진언법석 등도 변함없이 행해졌으며, 범패 등의 밀교의식도 면면히 계승되어 현재까지 일부가 전해지고 있다.

5. 주요 용어와 관련 직업군

1) 주요 용어

• 금강승(金剛乘, Vajrayāna): 『금강정경』의 성립을 계기로 밀교를 금강승으로 부르는 전통이 처음 생겼고 이후 후기 밀교시대에도 계승되었다. 금강승이라 말할 때에는 인도 후기 밀교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7세기 말경 성립된 『금강정경』에는 비로자나불이 성취한 진리의 불변성을 금강(金剛)에 비유하였다. 금강살타는 열반법신을 성취하였지만, 중생구호의 방편행을 실천하는 면에서 현교의 보살과 다르다. 밀교의 금강령(金剛鈴)이나, 금강저(金剛杵) 등의 법구도 금강승에 연유한다.

• 금강살타(金剛薩埵, Vajra-sattva): 지금강(持金剛) · 집금강(執金剛) · 금강수보살(金剛手菩薩)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명칭이 뜻하는 것은 금강과 같은 불변의 진리를 성취한 살타(薩埵), 즉 ‘유정’이라는 뜻이다. 금강살타는 보살과 달리 열반을 성취하였으면서도 중생의 세계를 버리지 않고 중생을 구호하기 때문에 성불을 미루고 중생을 구호하는 현교의 보살과 다르다.

• 빠릿따(Paritta): 남방불전 가운데 율부에는 호신용 주문으로 ‘빠릿따’가 설해져 있다. 붓다의 입멸 후 불교교단에는 주술에 상응하는 경전들이 다수 형성되어 삼장과 더불어 독립된 경전군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것을 ‘빠릿땀(防護藏, Parittaṃ)’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빠릿땀 가운데 『대회경(大會經)』은 붓다의 설법에 등장하는 수호존의 명호를 모은 것으로 이를 독송함으로써 재난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다. 이외 『아다나지경(阿吒那胝經)』을 비롯해 『삼귀문(三歸文)』과 『자경(慈經)』, 『십법경(十法經)』 등 13종의 짧은 경전들이 빠릿땀을 구성해 현재에도 독송되고 있다.

• 좌도밀교(左道密敎): 불교와 힌두교를 혼동한 근대 일본과 서양학자에 의해 비롯된 것으로 불교와 힌두교를 구분하지 않고 인도 딴뜨리즘의 비속한 경향을 통틀어 부른 말이다. 좌도(左道)는 힌두교의 유파를 구분하는 말이며, 밀교는 비밀불교(秘密佛敎)에 연유한 말로 불교의 영역이다. 따라서 좌도밀교는 힌두교와 불교를 혼동한 말로 서로 다른 종교영역을 결합한 잘못된 용어이다. 좌도의 연원을 살펴보면 힌두교는 쉬바파와 비슈뉴파와 같이 각 유파의 신격을 기반으로 수행유파를 형성하고 있는데, 샤끄티파는 인간의 성과 생리적 요가를 응용한 수행기법을 시도하였기 때문에 다른 힌두교 유파들로부터 좌도라 비난한데서 용어가 유래하였다.

• 생기차제(生起次第, Utpatti-krama):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수행자의 번뇌와 육신을 만다라의 관상(觀想)을 통해 불성(佛性)으로 관조하는 수행으로 정의된다. 쫑카빠는 생기차제의 수행에 있어 마음의 정화는 범부의 아만을 물리치는 것이며 생기차제는 구경차제의 전행(前行)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둘째는 이미 불과(佛果)를 이룬 성취자가 중생을 구호하기 위해 불신을 현현하는 과정으로 정의된다. 불신은 환생의 의미보다 범부의 육신에 대한 불성의 자각과 이타행 실현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 구경차제(究竟次第, niṣpanna-krama)는 완전한 성불을 성취하는 것으로 현상과 공성이 둘이 아닌 낙공불이(樂空不二)의 불신을 완성하는 것이다. 구경차제는 순서적으로 육신의 영역에서 열반의 신어심(身語心)을 완성하고, 중유의 영역에서 수용신(受用身)을 수습하고, 이어 광명법신에 하나가 됨으로써 열반에 든다. 이어 쌍입차제에서 열반과 생사, 붓다와 범부를 비롯한 일체의 상대적인 차별을 극복하고 완전한 성불을 시도한다.

2) 관련 직업군

• 민속학자
• 불교건축가
• 범패연구가
• 불교미술가
• 불교역사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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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ragpa, Panchen Sonam(1996년), Overviesview of Buddhist Tantra(English translation by Martin J. B, Norbu Tsonawa), LTWA.
  • Farrow, G. W, I. Menon(1992년), The Concealed Essence of the Hevajra Tantra, Delhi.
  • 酒井眞典(1976년), 『大日經の成立に關する硏究』 ,圖書刊行會.
  • 酒井眞典(1987년), 『チベツト密敎敎理の硏究(一)-秘密集會龍樹系』, 國書刊行會.
  • 松長有慶(1980년), 『密敎經典成立史論』, 法藏館.
  • 田中公明(1993년), 『チベツト密敎』, 春秋社.
  • 長澤實導(1978년), 『瑜伽行思想と密敎の硏究』, 大東出版社.
  • 栂尾祥瑞(1984년), “藏文和譯大日經廣釋”, 『遺稿論文集 第2』, 臨川書店.
  • 栂尾祥瑞(1983년), “秘密集會經要略(第十八品答說)”, 『遺稿論文集 卷1』, 京都.
  • 栂尾祥瑞(1983년), “一切秘密最上名義經の硏究”, 『遺稿論文集(一)』, 臨川書店刊.
  • 松長有慶外 編著(1989년), 『梵語佛典의 硏究』-密敎經典篇, 平樂寺書店.
  • 徐閏吉(1995년), “밀교의 교학적 위상과 그 특성”, 『韓國佛敎學』, 20(0):277~296.
  • 松長有慶(1961년), “タントラ佛敎に對する批判と擁護の立場”, 『密敎文化(53, 54.)』.
  • 酒井紫朗(1970년), “後期密敎實踐次第の構造について”, 『密敎文化(48, 49, 50合本)』.
  • 靜 春樹(1997년), “瑜伽女yoginī考”, 『密敎文化(196)』, 高野山大學 密敎硏究會.
  • 島田茂樹(1991년), “ヘーヴアジユラ系タントラ所說の女尊と曼茶羅”, 『密敎圖像(9)』.
  • 羽田野伯猷(1950년), “秘密集會タンオラにおけるチニヤ-ナバダについで”, 『日本佛敎學年報(16)』.
  • 羽田野伯猷(1987년), “タントラにおける ジユニヤ-パダ流について”, 『チベツト·インド學集成 第3卷』, 法藏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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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삼층석탑 사리장엄구 / 무구정광대다라니경경상북도 경주시 진현동 불국사 삼층석탑에서 발견된 통일신라시대의 다라니경. 국보 제126호. 불교중앙박물관 소장. 너비 8㎝, 전체 길이 약 600㎝의 두루마리로 된 다라니경권으로 우리 나라 최고의 목판 인쇄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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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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