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경정사의 만다라’를 연재해온 지도 어느덧 3년이다. 그동안 불교를 교리적인 측면과 일상생활적인 면, 그리고 인문학적 관점에서 주마간산 격으로 살펴보았다.
이제는 인도불교 후기에 해당하는 밀교 중에서 ‘만다라(曼茶羅)’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의 연재 제목이 만다라다. 만다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만다라(曼茶羅)는 산스크리트 Maṇḍala를 한문으로 소리나는대로 옮긴 말이다. 만다라는 ‘본질(本質), 정수(精髓)를 얻는다’라는 뜻이다. ‘본질(本質), 정수(精髓)’를 뜻하는 Maṇḍa에 ‘얻다, 소유하다, 성취하다’라는 뜻의 la가 합해진 말로서 ‘본질을 갖춘 것’ ‘본질의 구현’ ‘모든 법을 구족한 것’이란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일체제법(一切諸法)의 본질을 원만하게 성취함’을 나타낸다.
무엇을 이루었다는 것인가. 그것은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즉 성불을 나타낸다. 그런고로 만다라는 깨달음의 세계, 불보살의 세계를 나타낸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일체제법(一切諸法)의 본질을 원만하게 성취한 부처와 그 경지를 추구하는 보살과 그들의 무수한 권속들이 모인 장엄한 도량이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을 도상만다라(圖上曼茶羅)라 한다. 도상만다라로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장계만다라와 금강계만다라다.
한역(漢譯)에서는 Maṇḍala를 ‘단(壇)․도량(道場)․윤원구족(輪圓具足)․청정(淸淨)․취집(聚集)․원(圓)․구(球)․발생(發生)’ 등 여러 가지로 번역하고 있다. 이 같은 번역은 산스크리트의 어원을 여러 가지로 해석한 것으로『대일경소(大日經疏)』의 주석에 따른 것이다. 이 주석서의 해석 가운데 윤원구족(輪圓具足)은 부처의 자내증(自內證), 즉 자기의 마음속에서 얻은 깨달음, 진리의 세계를 나타낸다.
만다라를 단(壇)이라고 번역한 경우는 밀교의 모든 수행법이 단(壇) 위에서 진행된다는 데에서 기인하고 있다. 즉 만다라를 건립하고 그 가운데서 호마단(護摩壇)을 세워서 불을 태우고 공양물을 올리는 의식이 진행되는데, 그 모든 것이 단(壇)에서 이루어진다는 데서 나온 해석이다.
그리고 도량(道場)이라 번역한 경우는 모든 의식이 성스러운 곳에서 진행된다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 도량은 깨달음의 자리, 깨달음의 단상(壇上), 깨달음의 장소를 가리키며, 수행․수법(修法)을 행하는 장소로서 사찰, 사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만다라가 펼쳐진 장소에서 밀교의 수계관정과 호마법, 공양법 등이 행해지므로 그곳이 곧 도량이 된다. 성스러운 수법(修法)이 진행되는 곳이다.
윤원구족(輪圓具足)은 보름달과 같은 둥근 원 안에 본질과 진리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으며 충만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본질이 구족(具足)하여 진리가 충만(充滿)해 있음을 나타낸다. 즉 진리의 세계가 곧 만다라이며, 그 상징이 원(圓)이므로, 이를 상징하여 윤원구족(輪圓具足)이라 한다. 이를 도상만다라로 나타낼 때 실제로 원(圓)안에는 수많은 불보살들이 그려진다. 원(圓)으로 그려진 만다라 속에 수많은 불보살이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윤원구족(輪圓具足)이다.
또한 만다라는 청정(淸淨)을 의미한다. 깨달음의 세계는 청정하며, 그 도량은 청정무구(淸淨無垢)한 세계이다. 실제로 만다라가 펼쳐지는 성스러운 도량에 속됨을 막고자 성(聖)과 속(俗)의 경계(境界)를 구분 짓는 봉이나 막대기를 설치하기도 한다. 이를 금강궐(金剛橛)이라 한다. 도량을 구분 짓는 표시라 할 수 있다.
또 만다라는 취집(聚集)을 나타낸다. 무리를 지어서 모여 있다는 뜻이다. 실제 만다라는 부처님과 보살, 여러 천신들이 순서대로 군(群)을 이루고 있다. 이를 불보살의 취집(聚集)이라 한다. 수많은 불보살이 그려져 있으므로 취집인 것이다.
또 만다라는 그 자체가 무상(無常)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다. 밀교의 모든 수법(修法)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만다라를 허물어 버리기 때문이다. 여러 날 조성했던 만다라를 일시에 허물어 버리는 것이다. 참으로 무상한 것이다. 그러므로 만다라의 수많은 불보살에도 집착이 없는 것이다.
만다라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원(圓)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속에 수많은 불보살이 그려져 있다. 앞으로 연재를 통해 만다라에 등장하는 수많은 불보살님들을 친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