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마음을 두어 깨닫고자 기다리면, 기다리는 바의 마음이 도의 안목(道眼)을 장애하여 급할수록 더욱 더디어 진다.
단지 화두를 잡아가다가 문득 잡아가는 곳을 향해서 생사심(生死心)이 끊어지면, 이것이 곧 집에 돌아가 편안히 앉은 곳이다.
[서장(書狀)]
간화선에서는 본래 부처라는 것을 철저히 확인하기 위해서 깨침을 법칙으로 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깨침을 기다려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시절인연이 무르익어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는 저 과실열매처럼 충분히 익을 때를 기다려야지, 생짜로 나뭇가지를 흔들어 떨어뜨리거나 미리부터 나무 밑에서 입을 벌리고 익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즉 간절하기는 하되, 속효심(速效心)을 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깨침을 기다리는 마음은 조급한 심정으로 알음알이를 내게 하며, 이러한 사량(思量) 계교(計巧)야 말로 공부를 제대로 되지 못하게 하고 의정(疑定)*을 일으킬 수도 없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두를 참구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주의해야 할 점은 깨침을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의정(疑定)---염불을 하다가 공부가 깊어지면 되 뇌이지 않아도 저절로 의심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자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정도가 되면 비로소 의정(疑定)이라 할 수 있다. 화두의 경우 정신통일이 됐다면 그것을 의정(疑定)이라 한다. 화두를 염(念 : 생각으로만 화두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으로 잡든 송(誦 : 소리 내어서 말로만 되풀이 하는 것)으로 잡든 관계없이 의정(疑定)을 들지 못하면 사구선(死句禪)이라 한다. 그러나 염으로 화두를 잡든 송으로 잡든 의정만 들면 활구선(活句禪)이라 한다.
간화선을 할 경우, 화두를 놓치지 않으면 이게 의정으로 변해 의정이 우리 몸의 60조에 달하는 세포에 가득 차고, 완전히 의심덩어리가 된 몸과 마음 전체가 의단(疑團)으로 변했을 때 바로 그때 완전한 삼매가 형성되고, 여기서 굉장히 강한 사띠(念-마음챙김)가 형성된다. 화두를 아무리 강하게 잡고 끝까지 밀어붙여도 전혀 병통이 없는 것은 사띠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음공부 자체에 대한 탐욕으로 마음공부를 해서 대접받고자 하든지, 또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자 하든지, 타인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자 한다든지, 뭔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이러한 마음 자체가 이미 욕심이기 때문에 화두를 참구해도 모든 망념이 끊어지고 의정(疑定)이 분명한 화두삼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깨닫겠다는 일념은 중요하다. 그러나 깨침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단지 화두에 몰두해서 생사심이 파하면 되는 것이다. 오히려 깨침을 얻고자 기다리다 보면 그로 인하여 장애가 되어 깨침은 더더욱 더디어질 따름이다.
간화선은 결코 대오선(待悟禪)이 아니다. 오히려 그 깨침을 기다리는 마음까지도 화두라는 용광로 속에 집어넣어 녹여버려야 한다.
경산대혜 선사도 '평소에 지견이 너무 많아 증오(證悟)를 구하는 마음이 앞에서 장애를 짓기 때문에 자기의 정지견(正知見)이 현전치 못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장애라는 것 또한 밖에서 온 것이 아니요, 또 별다른 일도 아니다'라고 하였으니, 어찌 분간할 것이 있겠는가? 이른바 십종병(十種病)이란 증오(證悟)를 구하는 마음이 근본이 되는 것이다.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
여기서 말하는 십종병이란 '조주 무자' 화두를 참구함에 있어서 가장 주의하여야 할 병통 열 가지를 말한다. 조주 무자 화두는 모든 화두의 대표격이므로, 결국 이것은 일반적으로 화두참구에 있어서의 열 가지 병통을 말해 준다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 내용은 전적에 따라 약간의 출입이 있지만 대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가 있다.
① 유(有)와 무(無)의 알음알이를 짓지 말며 (不得作有無會)
② 진무(眞無)의 무(無)로 생각지도 말고 (不得作眞無之無卜度)
③ 도리(道理)로써 이해하려고 하지 말며 (不得作道理會)
④ 의근하(意根下)를 향해서 사량하고 계교하지도 말며 (不得向意根下思量卜度)
⑤ 눈썹을 치켜 올리고 눈을 깜박이는 데서 캐내려고 하지도 말며 (不得向揚眉瞬目處 根)
⑥ 어로상(語路上)에서 활계(活計)를 짓지도 말며 (不得向語路上作活計)
⑦ 일 없는 갑옷 속에 드날려 있지도 말며 (不得揚在無事甲)
⑧ 화두를 들어 일으킨 곳을 향하여 알려 하지 말며 (不得向擧起處承當)
⑨ 문자로써 이끌어 증명하지 말며 (不得文字中引證)
⑩ 어리석음을 가져다 깨닫기를 기다리지 마라 (不得將迷待悟)
[간화결의론]
이러한 열 가지 병이란 것도 알고 보면 증오(證悟)를 구하는 마음으로써 근본을 삼고 있다는 것이다.
대오지심(待悟之心)을 갖는다는 사실 자체가 자기 스스로를 못 깨친 중생으로 묶어 놓는 것이며, 나아가 깨침을 얻기 위해서 갖가지 계교나 사량분별 및 허망한 노력을 하게 만드는 근원처인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한 개 無자만을 간(看)할지언정 깨닫고 깨닫지 못한 것과 뚫고 뚫지 못한 것을 관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즉 간화선을 닦는 입장에서 우선적으로 기피하여야 할 점은 깨달음을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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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교본(修禪敎本)의 원 출처는 대한불교 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입니다. 그러나 저는 원오스님의 카페에서 퍼 왔음을 먼저 알려드립니다. 한자어를 한글어로 해석했고 그것은 직역도 아니고 의역도 아닌 것이 알아듣기 어려워 보다 쉬운 한글 시문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현대시로 각시/바꿔서 지어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