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꿈/김 희 원
어릴 적 나는 스님에게도 꿈이 있느냐고 물었다
스님은 말없이 미소만 지으셨다
잠자코 비질만 하셨다
그 뒤로 꿈은 속인에게만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꿈이 많아서 앓아눕던 나는
엄마한테, 내 꿈 좀 버려달라고 했다
늙어 다시 찾은 절에서
비질을 하는 젊은 스님을 본다
꿈이 있었을까
꿈을 버렸을까
마당을 비워내는 비질에서
한쪽으로 쌓이는 나뭇잎이 있다
딱히 쓸지 않아도 좋을 나뭇잎을
스님은 쓸어낸다
애쓰지 않아도 될 것을 애쓰는 몸짓에서
스님도 무언가 매달려 있구나
늙은 손은 염주를 고쳐 잡고
비워지지 않는 빈 마당을 보며
저 은자의 꿈같은 것은 거두어가시라고
어미 마음으로 죽향이나 더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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