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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시, 사랑에서 행복을 찾다

다시 바닷가의 장례/김명인

다시 바닷가의 장례/김명인

 

내가 이 물가에서 그대 만났으니

축생을 쌓던 모래 다 허물어 이 시계 밖으로

이제 그대 돌려보낸다

바닷가 황혼녘에 지펴지는 다비식의

장엄함이란, 수평을 둥글게 껴안고 넘어가는

꽃수레에서 수만 꽃송이들이 한번 활짝 피었다 진다

몰래몰래 스며와 하루치의 햇빛으로 가득 차던

경계 이쪽이 수평 저편으로 갑자기 무너져 내릴 때,

채색 세상 이미 뿌옇게 지워져 있거나

없는 영원 열려다 다시 주저앉는다

내 사랑, 그때 그대로 한 줌 재로 사함받고

나지막한 연기 높이로만 흩어지는 것이라면

이제, 사라짐의 모든 형용으로 헛된

불멸 가르리라

그대가 나였던가, 바닷가에서는

비로소 노을이 밝혀드는 황홀한 축제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