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또 하나의 세계-근사체험을 통해 다시 생각하는 죽음/최준식
인간도 주고 동물도 죽는다. 그런데 양자 간의 차이는 오직 인간만이 자신은 죽는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이다.
49.프로이트는 초기에 정신분석학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성욕설을 주장하다 만년에 이르러 인간 사이의 갈등을 설명하기에 부족함을 느껴 죽음의 본능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51.인간의 몸은 ‘운명의 저주’였고 문화란 억압 위에 세워진 것이다. 프로이트가 생각하는 것처럼 인간이 성욕이나 쾌락, 삶 혹은 확장 등만을 좇는 존재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은 기본적으로 죽음을 회피하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억압은 ‘죽음의식’이지 성욕은 아니다.
-어니스트 베커(죽음의 부정/The Denial of Death)에서
102.근사체험의 내용과 단계들
1)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2)자신이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3)평화로움과 고요함을 느낀다
4)소음을 듣는다
5)어두운 굴이 보인다
6)몸 밖으로 나간다
7)영적인 존재들을 만난다
8)빛의 존재를 만난다
9)삶을 돌아본다
10)경계에 다다른다
11)몸으로 돌아온다
12)체험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좌절을 느낀다
13)자신의 인생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다
14)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다
15)사후체험을 확인한다(영혼이 몸 밖에 있을 때 목격한 사건들을 통해)
105.근사체험에 나타는 7요소
1)체외 이탈
2)검은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종종 멀리서 빛이 보인다)
3)천상의 빛인 극히 생생한 빛을 지닌 자연이 펼쳐진다(이른바 저승의 길목에 도착한다)
4)안내자(혹은 영이나 빛)가 출현한다
5)삶을 회고한다
6)장벽 또는 전환점을 만난다(여기서 돌아가는 결정을 한다)
7)깊은 평안함을 느낀다(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다)
죽음 뒤의 체험
-어두운 공간 속으로(터널 체험)
136.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죽음의 세계로부터 돌아온 여행자와 비슷한 체험을 한다. 즉 날아가는 느낌이나 암흑에서 빛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빛 혹은 영광에 둘러싸인 영웅적인 인물이 어렴풋이 감지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묘사에 꼭 부합하는 유일한 공통의 체험이 있는데 바로 인간의 탄생이다.
저승에서 빛의 존재를 만나다
-저승에 도착
-영적인 안내자, 빛
143.
들으라, 그대는 이제 길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그대는 이제 막 호흡이 멈추었고 근원의 눈부신 빛을 보기 시작한다
그대가 살아있을 때
스승에게 배웠듯이 이것은 죽음의 첫 단계이다
이 빛은 실재 그 자체이며 허공과 같아서 어떤 꾸밈도 없다
이것은 그대의 근원적 마음이며, 비어서 빛나는 그 마음은 결백하고 어떤 꾸밈도 없으며
중심도 경계도 없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 그것의 실체를 인지하라! 그 속으로 들어가라!
그런 일이 발생할 때 나는 그대가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다
145.티베트인들은 임종자 옆에서 <티베트 사자의 서>를 왜 읽어주는가.
죽음의 시점에서는 모든 것을 체념하기가 비교적 쉽다. 이때는 사자가 고정된 실재라고 하는 환영에서 벗어나지만 그의 습관적 기억 패턴들은 아직 솟아오르지 않아서 물질계에 대한 요망한 환상들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 미묘한 마음이 정광명(精光明)을 만나는 이때가 가장 좋은 기회이다. 살아온 인생의 모든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고 그의 마음은 아주 잠간 동안 벌거벗겨진 것 같은 자유를 체험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태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갖고 있는 무지 혹은 무명이 잠깐 동안 이 빚의 실재계로 흡수되기 때문에 아주 잠깐이지만 마음이 완전히 이완된다. 바로 이때 자기 내부의 근원적 지혜가 잠깐 눈을 뜨는 것이다. 명상 수련을 많이 한 수행자들에게는 이런 빛마저 필요 없다. 이미 그가 내면에 간직하고 있는 지혜의 빛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수행자에게는 의식이 차원을 변경할 때 생기는 터널 체험도 일어나지 않는데 의식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러면 의식이 빛의 존재와 만나서 하는 일은 무엇일까? 이제 우리는 가장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다.
삶의 회고 1 : 사랑과 배움의 가르침 – 우리가 평소 결험하는 시간이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이란 순ㅊ적으로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펼쳐지는 것이기 때문이다(이것도 홀로그램적이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분리란 없다. 아니 아예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사물이란 없다’고 할 수 있다. 매우 철학적으로 들리는 이 말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섬너즈라는 학자는 자신이 근샃험을 하면서 배운 것이라고 하면서 이 우주에는 영원히 모든 곳에 존재하는 ‘복합 패턴(intricate pattern)’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물은 복합 패턴에 의해 연결되어 있으니 우주는 하나며 어떤 개인도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개인은 섬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 도 급진적으로 말해서 아예 다른 사람이나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화엄경에서 말하는 ‘하나가 전체요 전체가 하나다’(一卽多 多卽一)라는 유명한 문구를 떠올리게 한다. 한순간에 영원한 시간이 들어있고 영원한 시간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특히 대승 불교 철학에서는 영원과 순간이 같다. -화엄경의 인드라망.
삶의 회고 2 : 빛의 존재는 누구일까?
161.
당신은 그것(빛의 존재)이 신(God)이라는 것을 안다. 다른 사람이 그렇다고 말해줄 필요가 없다. 당신은 (그냥) 안다. 당신은 더 이상 신을 믿을 필요가 없다. 믿음에는 의심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제 의심이란 더 이상 없다. 그리고 당신이 이 사실을 안다는 것을 안다. 당신은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 그리고 당신은 자신이······신의 자식이고 큰 전체(Great Body) 안에 있는 한 세포이며 한 큰 기운(Greater Body)에서 나온 하나의 연장이고 一心(불가의 표현에 따르면 불성, 空, 여래장 혹은 宇宙意識)이 표현된 것이라는 것을 안다.······거기에는 한 존재(the one)가 있고 당신은 그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다. 한 존재다. 빛은 당신에게 그런 존재다.
근사체험은 보다 도전적인 생각을 제시한다. 즉 임종자를 심판하는 것(빛의 존재)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이다. 당사자는 그때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행했던 고통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빚진 것도 알게 되며 자신의 이기심이나 무모함에 대해서도 뉘우치게 된다. 이때 많은 근사체험자들은 그 이후의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화를 마음속으로 겪는다.
167.眞我(true self/higher self)는 너무 경외스럽고 압도적이며 사랑스럽고 무조건적으로 수용적이다. 마치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엄마처럼 보이기 때문에 각자의 개별화된 의식에는 너무나 낯설게 보여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와는 명확하게 다른 분리된 것으로 느낀다. 여기서 眞我는 자신을 밝게 빛나는 황금빛으로 나타내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상위의 형태로 나타나는 자신일 뿐이다.······그 황금빛은 내재되어 있는 자신의 神性이 반영된 것이며 眞我를 상징한다. 죽은 당사자가 보는 빛은 바로 자신의 빛이다.
근사체험자들은 빛의 존재와 대화하면서 ‘무슨 종교를 가졌는가? 예수를 믿었는가? 교회/절/신전에 나갔는가?’하는 따위의 질문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므로 사후체험과 종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181.기독교도들의 근사체험에 대한 주장
그들에게 있어 근사체험은 그냥 ‘값싼 은총(cheap grace)’에 해당된다. ‘값싼 은총’은 아무런 회개도 거치지 않고 죄를 무조건적으로 용서받는 것을 말한다.
184.장벽 앞에 서다
삶의 회고를 마친 영혼들은 이제 이승의 마지막 지점에 다다른다. 여기서 이 장벽을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도로 돌아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체험자들은 벽에 도착하며 갈등을 느낀다. 다만 이승에 올 때는 ‘소명(召命)’이라는 것이 있어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근사체험이 죽음 뒤의 삶이 있다는 의미나 증거는 아니다.
190.몸으로 돌아오다
마지막 단계에서 빛의 존재와 상의하게 되며, 몸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결정되면 어느 사이 몸으로 돌아와 있다는 것이다.
212.오메가 포인트를 향하여
진화론과 기독교 화합의 산물로 나온 샤르탱 천주교 신부의 주장. 진화론은 기독교의 창조론을 부정하는 것처럼 되어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이해되었는데 이 둘을 융합하여 인류가 마지막에 다다르는 진화의 궁극점으로 여기서 신의 목적이 달성된다고 역설했다.
218.인간은 복수의 몸을 가지고 있다.
힌두교 철학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베단타 철학에 따르면 첫째는 거친 몸, 즉 육체. 둘째는 더 깊은 차원에서 존재하는 미묘한 몸(subtle body)으로 여기서는 육체적인 몸을 넘어서는 차원으로 사람이 죽어도 살아남는다. 셋째는 근본이 되는 몸이라는 의미에서 원인체라(causal body)고 하며 두 몸의 근원 혹은 원인이 된다. 이것을 인간의 죽음과 연관시켜 보면, 일단 사람이 죽으면 육체가 없어지고 반면 미묘한 몸과 원인체는 영혼의 영역에 속하므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미묘한 몸은 당분간만 존재하다 사라지고 원인체는 계속 남는다. 힌두교에서 원인체라는 영적인 몸을 상정했던 이유는 아마도 윤회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원인체에는 당사자가 축적해온 업보가 모두 저장되어 있어 이것이 다음 삶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굳이 이야기하면 원인체를 한 개인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힌두교의 설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체적인 것이 남아 있는 한 그것은 진정한 해탈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인체마저 극복하면 거기에는 —인격의 가장 중심에는—절대적인 非二元論, 즉 브라흐만과 아트만의 합일로 해탈이 일어난다는 것을 표방하는 교리로 이는 궁극적 실재로서 여기가지 도달해야 진화의 여정이 끝난다.
247.사후 통신이란 ‘어떤 죽은 사람의 가족이나 친구가 직접적이고 자발적으로 접촉할 때 일어나는 영적인 체험을 말한다.
사후 통신의 열두 가지
1)지각적 사후통신-고인의 영혼이 옆에 있다는 직감
2)청각적 사후통신-영혼의 목소리를 듣는 경우
3)촉각적 사후통신-영혼이 스침을 가볍게 느끼는 경우
4)후각적 사후통신-고인과 관련된 냄새가 나는 경우
5)부분적 현현 사후통신-고인의 영혼이 직접 나타나는 경우
6)전체적 顯現-고인의 전체 모습이 나타는 경우로 경건함을 발산
7)사후 통신 비전-고인의 모습이 영상으로 나타나는 경우
8)경계적 사후 통신-잠의근처에 있을 때 나타나는 경우
9)수면 상태의 사후통신-완전한 수면상태에서 꿈을 통해 나타나는 경우
10)체외 이탈 사후통신-당사자가 체외 이탈했을 때 고인을 만나는 경우
11)전화 사후통신-고인의 전화를 받은 경우
12)물리적 현상이 일어나는 사후통신-전등, 텔레비전, 라디오가 켜지는 경우
254.윤회의 문제
불교에서는 붓다가 소신에 따라 윤회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지만 워낙 윤회 개념이 기본적인 교리로 되어 있어 수많은 설명이 발견된다. 붓다가 깨우침을 얻은 직후 첫 번째 일갈이 “이제 나는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된다”고 외쳤다는 것부터 해서 육도윤회(六道輪廻)와 12연기설 등이다. 그런데 불교 교리에는 윤회론과 상치되는 교리가 있으니 바로 無我論이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데 도대체 나의 어떤 것이 삶을 거듭하면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대체 자아를 만들어내는데 6식 가운데 마지막인 ‘제6의식’이 그렇고 교리가 발전해가면서 생겨난 제8식인 ‘아뢰야식’이 모두 대체 자아이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261.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삶의 영향들
가.삶에 대한 인식의 고양-나날이 좋은 날
나.자기수용-자기를 있는 그대로 본다
다.타인에 대한 배려-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은 남도 그렇게 본다
라.생명에 대한 존중-자신의 생명이 귀중하면 남의 생명도 그렇게 생각한다
마.영성의 심화-종교적이 아니라 영적인 사람이 되었다
바.지식에 대한 탐구-빛의 존재는 모든 의문을 풀어주었으므로 자신도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한다
사.죽음의 극복과 사후생에 대한 확신-죽음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그곳은 아름다웠다.
아.신에 대한 믿음-빛의 존재가 바로 신
자.의식의 변화와 초능력의 발생-자신의 의식과 능력이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차.생리적인 변화-빛, 소리, 온도에 민감하게 자극한다/전자기장의 변화-쿤달리니/꼬리뼈 부분에 잠자고 있던 엄청난 에너지의 변화
278.오메가 포인트-인간이 영적 진화를 마치는 점
282.성인 근사체험자의 78%가 7년 안에 이혼-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
근사체험의 종교적 의미
285.인류는 그 동안 종교를 통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가장 궁극적인 문제에 대해 이해해왔다. 그 결과 인간의 궁극적인 문제는 인간만이 가진 자기의식이라는 것을 알았고 거기서 인간의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 자의식 때문에 인간은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죽음의 공포에 처한다. 그런가 하면 자의식은 인간을 자기중심적으로 만들어 온갖 탐·진·치 三毒, 즉 수많은 번뇌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하여 ‘인간의 삶은 고통의 바다’라 했다. 그렇다면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수의 믿음, 소망, 사랑이며 붓다의 四無量心, 즉 慈·悲·喜·捨, 공자의 종심(從心所慾不踰矩), 소크라테스의 앎에 대한 겸손이겠다.
289.
거기에는 빛으로부터 어떤 비난도 없다-당신은 심판받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있다
당신은 완전한 자비심으로 대해진다
당신은 이미 용서받았다
당신은 그저 빛과 함께 삶을 회고하면서 당신의 삶을 바라보고 이해만하면 된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열다
293.
삶은 영원한 것
그리고 사랑은 죽지 않는 것
그리고 죽음은 다만 하나의 지평선에 불과한 것
그리고 지평선이란 우리 시야의 한계일 뿐
294.
나는 돌로 죽었다. 그리고 꽃이 되었다
나는 꽃으로 죽었다. 그리고 짐승이 되었다
나는 짐승으로 죽었다. 그리고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왜 죽음을 두려워하나. 죽음을 통해서 내가 더 보잘것없는 것으로 변한 적이 있는가
죽음이 나에게 나쁜 짓을 한 적이 있는가
내가 사람으로 죽을 때 그 다음에 내가 될 것은 한 줄기 빛이나 천사이리라
그리고 그 후에 어떻게 될까 그 후에 존재하는 건 신뿐이니
다른 모든 것은 사라진다
나는 누구도 보지 못한, 누구도 듣지 못한 것이 되리라
나는 별 속의 별이 되리라
삶과 죽음을 비추는 별이 되리라
297.
작은 새가 알의 껍데기를 까고 날아가듯이
우리도 몸이라는 껍데기를 벗어나 날아간다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 부른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죽음은 형태의 변화일 뿐이다
*뱀의 발-임사체험 혹은 근사체험에 대하여 의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을 소개한다.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임사체험(임박한 죽음의 경험) 삶을 위한 죽음 오디세이/리샤르 벨리보·드니 쟁그라 38~41쪽
혼수상태에 있다가 이식을 되찾은 사람들 중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일련의 경험을 했다고 증언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특히 몸 밖으로 나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감각, 엄청나게 편안한 느낌, 저만치 끝에서 빛이 환히 비치는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인상 등을 언급한다. 육체를 벗어나는 듯한 경험 또는 임박한 죽음의 경험(임사체험)에 대한 묘사는 이미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내려 오고 있으며, 주술처럼 사람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임박한 죽음의 경험담을 듣는 사람이 어떤 문화권에 소속되었건, 어떤 종교적 신앙을 가지고 있건 상관없이 그가 육체와 정신을 인지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육체로부터의 이탈경험은 세 가지 중요한 특징으로 정의될 수 있다. 즉, 자신의 육체 바깥쪽에 위치한다는 느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공중에서 내려다본다(체외 자기중심적 관점)는 느낌, 그리고 이 체외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는 (자기환시) 느낌, 이렇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표 11).
이 같은 경험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당시 물론 죽지 않았으며 이들의 대뇌피질은 여전히 작동 중이었다. 많은 신경학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육체 이탈 경험은 감각관련정보가 전두엽-두정엽이 연결되는 부위, 그러니까 우리 뇌에서 재현과 자의식 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에서 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뇌전증(간질) 환자들의 측두엽 부분에 가해지는 전기 자극은 충분히 환각과 유체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 통합 기능 상실을 초래하는 분자 기제가 어떤 식으로 기능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케타민이나 이보가인(강력한 환각 작용을 유발하는 식물 이보가에 들어있는 활성분자) 같은 마약이 육체 이탈 때 나타나는 감각적 특성을 재현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정신과 육체의 분리는 케타민에 의해서도 일어나는데 이 마약이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민산염에 반응하는 수용체와의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는 것을 볼 때, 이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활성화되는 일부 뉴런이 이와 같은 현상을 유발하는 데 참여하리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뇌에 혈액과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이나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은 상황은 육체이탈경험이 발생하기에 적합하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글루타민 분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산소 결핍은 시각적·청각적·정서적 구조(추억, 감정)에서 나온 신경 메시지를 손상시키고, EMI 때처럼 기분 좋은 느낌, 터널 형상, 자신의 삶이 주마간산처럼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이끌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신비하고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고 해도, 육체 이탈은 무엇보다도 환각이며 뇌 기능 장애에 따른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생존을 위협하는, 생명을 종식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의한 외상이 초래한 결과라는 말이다.
2015.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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