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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이야기

석가탄신일 단상 – 죄와 벌의 인과관계


석가탄신일 단상 죄와 벌의 인과관계 / 2017. 5. 3.(음 4. 8.)

 

붓다께서 오신 날이다. 대선을 앞두고 온갖 매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의견이 난분분하여 어지럽다. 5개월 전 건강했던 도봉은 꽤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으니 시산회, 선유식회, 시창작모임, 초기불교공부모임, 역사바르게알기공부, 고려사공부, 환단고기공부, 법률상담, 철학강의 등과 관련하여 집필 중이었으니 상당히 바쁘게 살았다. 물론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많아 막걸리를 즐기는 경우가 잦아졌다.

 

문제의 발단은 초기불교공부모임에서였으니 빨리어성전협회장인 전재성 박사와 여운 김광하 선생이 함께 공부하며 불우어린이 돕기, 노숙자 돕기, 탈북청소년 기술 가르치기, 독거노인 돕기 등을 하는 모임이었는데 10년을 기약하고 시작한 사업이었으나 중간에 어려운 사람들을 두고 처음의 결정을 미루고 5년을 더 연장했다. 십시일반으로 모아 시행하는 사업에서 처음 시작한 사람들은 늙어 가서 손자를 키우게 되거나 몸이 아파 울력을 하기 어렵게 되어도 젊은 사람이 회원으로 들어오지 않아 재정도 어렵게 되어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접기로 결정하였다. 여기서 우여곡절이란 참으로 의미심장한 단어라는 것을 체험하였다. 마지막으로 독거노인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마지막 뒤풀이를 하는 날,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 한잔이 없을 수 없다고 한 게 나의 사건의 시발이 되었다.

 

시와 글을 쓰다보면 본인의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전개될 수 있어 온전하게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약간의 과장이나 왜곡이 들어갈 수 있음은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경험이다. 그것은 착시현상일 수 있으며 사람은 원래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성향이 다분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 우리에게는 말나식이라는 일명 이기식이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아프게 깨닫는다. 정신의학자들은 기억도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뒤풀이 때 술이 한잔씩 들어가니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분들이 나에게 집중하여 질문하는 사건이, 즉 불상사가 벌어졌다. 나는 선유식회에서 명상 공부를 했다는 것은 같은 강의실에서 시간만 달리 하여 공부했으므로 모를 리가 없고 선생님들끼리 모르는 처지가 아니며, 나 또한 두 곳의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 궁금했던 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초기불교공부모임도 시작 전에 30분 이상 명상을 하고 공부를 시작한다. 선유식회도 처음에서 유식학 공부 시작 전에 명상을 했으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명상을 각자 알아서 하기로 하고 대신 여름과 겨울에 집중명상수행을 했다. 어쨌든 두 공부를 함께 하는 사람이 네 사람이었으니 내가 집중수행 때 초견성을 했다는 뜬소문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초기불교공부도 대단히 중요한 공부로서 우리는 초기경전을 붓다의 오리지널 사운드, 곧 붓다의 原音라는 별칭을 붙였다. 나는 처음 질문에 대한 답은 사양하고 여운 선생님이 더 잘 아시니 선생님께 물어보라 했으나 사람들은 여운 선생님을 어려워하는데다 선생님은 나더러 대답하라고 하셨으니 그게 더 큰 사단이 벌어지는 단초를 제공한다. 지금도 부정하지만 나는 내 안에서 초견성의 상황을 소개하고 싶었던 것을 아니었을까를 지금도 반복하여 질문하고 있다.

 

어쨌든 술이 약간 들어간 상태까지 이어지고 화장실 계단에서 발이 꼬여 넘어지면서 중상을 입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야 말았으니 겸손하지 못한 죄에 대한 벌을 받게 된 것이다. 절묘한 죄와 벌의 인과관계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합술과 경추 567번 고정술이라는 어려운 수술을 받고 가장 최소한의 벌을 받고 그중 가장 가벼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것은 앞으로 나의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처음에는 써놓은 글을 언제 마무리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으나 이것은 오만과 편견에 꼭 맞는 상황임을 아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1.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글을 써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흐리지 마라.

2.그대는 긴 글보다는 짧게 쓰는 형태의 시가 더 재능에 맞다. 寸鐵殺人. 이 사자성어는 너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긴 글은 더 공부하여 무르익었을 때 펜을 잡아라. 아직은 시기상조다.

3.더 명상과 공부에 정진하라.

4.온몸이 자유롭지 않으니 당연히 검소하라.

 

도서관에 다니면서 자주 눈에 뜨이는 문구를 본다. ‘묵자, 전쟁은 인류의 숙명적 굴레인가?’

 

우리 세대는 2천 년 문명의 황혼에 서성이며 새천년의 새로운 여명을 기다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우리의 소명은 지난 2천 년의 기독교 문명의 패권을 반성하고 새천년의 신문명을 모색하는 사업이다. 이 시대의 종교철학은 이에 복무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족신이며 전쟁신인 여호와를 지양하고 동방의 인류보편의 평화의 정신을 부활시키는 종교개혁이 필요하며, 또한 이를 견인해내기 위해서도 구체제를 혁파하고 신체제를 지향하는 문화혁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묵자의 사상은 이를 위한 영감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종교문화운동은 묵자의 사상과 아울러 공맹 노장 사상까지 공유한 동방의 지성들이 선도해야한다.

 

<묵자/천지 중>

하늘의 뜻은 대국이 소국을 공격하지 않고, 강자가 약자를 겁박하지 않고, 다수가 소수를 폭압하지 않고, 지혜 있는 자가 어리석은 자를 속이지 않고, 높은 자가 낮은 자에게 오만하지 않기를 바란다.

 

<묵자/비공 상>

지금 어떤 사람이 검은 것을 조금 보고는 검다고 말하고, 검은 것을 많이 보고는 희다고 말한다면, 이런 사람은 흑백을 분별할 줄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쓴 것을 조금 맛보고는 쓰다고 말하고 쓴 것을 많이 먹고는 달다고 말한다면, 쓴맛 단맛을 분별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군자들은 조금 나쁜 짓을 하면 그것을 알고 비난하지만, 크게 나쁜 전쟁을 하면 나쁜 줄 모르고 오히려 따르고 기리며 의롭다고 말한다. 이들이 의와 불의를 분별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마침 작은딸의 32번째 생일이다. 작은딸 내외가 함께 점심을 먹고 절에 가자고 방문했으나 마나님이 내가 걷기에 불편하다는 핑계를 대고 거절하고는 점심만 먹여 보냈다.

 

전쟁의 원인은 시대와 각 분야에 따라 입장의 차이가 심하다. 전쟁을 포함한 세상은 온갖 종교 또는 윤리적 선악과 모순들이 태생적 이기심과 섞여서 흘러간다. 붓다는 눈앞에서 자신의 부족인 석가/샤카족이 멸망하는 꼴을 막지 못했으니 거의 평생을 중생의 구원과 계도라는 사회적 실천을 위해 노력한 그의 열성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는 실망과 좌절을 느꼈지만 멈추지 않고 열 번에 들 때까지 제도 중생을 위해 온몸을 불살랐다.

세상을 꾸준히 바꾸는 것은 철학과 기술이며 종교는 오히려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많고 정치를 통해서도 세상을 바꾸지만 지도자에 따라 일시적으로 바뀔 뿐 부침이 심하다.

 

끝으로 맹자의 고자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며 선현들의 현명함을 알리고, 나를 위한 위로 겸 금과옥조로 삼고자 한다.

 

[大任是人(대임시인)]

孟子曰(맹자왈):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舜 發於畎畝之中(순 발어견묘지중): 순께서는 밭이랑 가운데서 기용되었고

傅說 擧於版築之間(부열 거어판축지간): 부열은 토역일을 하는 공인들 속에서 기용되었으며

膠鬲 擧於魚鹽之中(교격 거어어염지중): 교격은 생선과 소금을 파는 속에서 기용되었으며

管夷吾 擧於士(관이오 거어사): 관이오(관중의 자가 이오이다)는 감옥에 갇히어 친구 포숙아의

추천으로 기용되었고

孫叔敖 擧於海(손숙오 거어해): 손숙오는 바닷가에서 숨어 지내다가 등용되었고

百里奚 擧於市(백리해 거어시): 백리해는 시장바닥에서 기용되었다

(): 그러므로

天將降大任於是人也(천장강대임어시인야): 하늘이 장차 대임을

그 사람에게 내리려 할 때는

必先苦其心志(필선고기심지):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의 의지를 괴롭히고

勞其筋骨(노기근골): 그 근육과 뼈를 지치게 만들고

餓其體膚(아기체부): 그 신체와 피부를 즉 배를 굶주리게 하고

空乏其身(공핍기신): 그 몸을 즉 생활을 가난하게 해서

行拂亂其所爲(행불란기소위): 행하는 일이 하고자 하는 바와 같지 않게 만든다

所以動心忍性(소이동심인성): 그것은 마음을 분발하게 하고 자기의 성질을 참게 하여

曾益其所不能(증익기소불능): 자기가 해내지 못하던 일을 더욱 더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人恒過然後 能改(인항과연후 능개): 사람들은 대부분 잘못을 저지르고 난 후에야 고칠 수가 있고

困於心 衡於慮而後 作(곤어심 형어려이후 작): 마음이 힘들고 이리저리 저울질하고 생각을 많이 한 후에야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徵於色發於聲而後喩(징어색발어성이후유): 얼굴빛과 목소리에 나타날 정도까지 괴로움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마음속에서부터 도리를 깨닫게 된다

入則無法家拂士(입즉무법가불사): 안으로는 곧 법도를 지키는 자와 세가를 지키는 자와 보필하는 선비가 없다면

出則無敵國外患者(출즉무적국외환자): 밖으로는 곧 적국과 외환이 즉 어려움이 없다면

國恒亡(국항망): 그런 가정과 나라는 언제든 망하게 된다

然後(연후): 이러한 것들을 알고 난 뒤에야

知生於憂患而死於安樂也(지생어우환이사어안락야): 우환 속에서는 사는 것을 알게 되고 안락 속에서는 망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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