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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공지사항

광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379회 산행)


광교산에 오릅니다(詩山會 379회 산행)

날짜 : 2020. 2. 23.() 10 : 30

모이는 곳 : 신분당선 종점 광교역 1번 출구

 

1.시가 있는 산행

 

처음의 들판/이제니

 

발 달린 것들의 질주가 어제의 들판을 가득 메운다

이상하고 빠르게 이상하게 기쁘게

오늘의 검은 무늬를 한없이 밀고 나가며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들판이 아니라 들판에 대한 상상

 

들판은 들판 너머에 있었다

언제나 거의 언제나 처음처럼

들판 너머 들판 들판 너머 들판

 

한 발자국 앞의 한 발자국이 흐려질 때

뒤이어 내디딘 또다른 한 발자국이 묻는다

 

죽은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나의 없는 꼬리는 어느 하늘을 향해 날고 있을까

어제의 나를 잊고 새사람이 된다는 건 무슨 뜻일까

 

풍경은 뒤로 물러나기 위해 끝없이 펼쳐진다

사라지기 위해 죽어가기 위해 다시 태어나기 위해

 

지평선 너머 진혼곡 너머

우편마차 너머 구름다리 너머

 

기억을 더듬는 것은

앞으로 간다는 말일까 뒤로 간다는 말일까

 

금이 가기 시작한 유리창의 균열 너머

밤하늘을 비행하는 흰 철새들의 행렬 너머

마지막인 줄 몰랐던 너의 마지막 노래를 넘어

 

잊고 있었던 가슴 아픈 일이 생각날 때

 

녹색 풀들의 녹색 흔들림 너머

홀로 살아가는 짐승의 홀로 우는 울음 너머

 

이상하게 빠르게 이상하고 기쁘게

한 걸음 위에 한 걸음 한 걸음 너머 한 걸음

되돌릴 수 없는 감정이 처음의 들판을 달린다

 

필자가 매일 받아보는 시요일에 수록된 시다. 지난 1년을 시집 한 권을 마치기 위해 명상센터에서 보냈다. 포기한 후회가 밀려올 때는 이미 나의 시가 아니었다. 곧 약속한 시는 이미 내 시가 아니다. 그래도 뇌가 수상한 나는 나에게 또 약속을 한다. 멍청한 사람은 멍청한 대로 살아가는 구나. 약속은 기억과 관계를 뗄 수 없으므로 1000억 개의 뇌세포마다 달려있는 신경연결부 총200조 개 사이에 바레프레소라는 기억물질이 분비하면서 도파민, 베타엔돌핀과 흥분상태를 줄여주는 코리도졸과 세로토닌과 그것이 변형된 멜라토닌, DMT라는 마약물질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으로써 그런 현상이 빛의 속도로 일어나는데 이때 신경세포를 죽이는 구르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오고 간다. 기억을 바탕으로 생각이 생기며, 빛의 속도로 생각이 변하는 까닭에 방금 전의 나는 지금의 나가 아니다. 여기까지 이것은 뇌세포의 경우이며, 신체 전체의 세포도 같은 맥락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작용의 일부를 담당한다.

 

나에게 시집을 내고 난 시간(거시이론인 상대성이론과 미시이론인 양자역학으로 보면 시간은 빅뱅과 함께 시작했다는데 시간의 개념은 납득할 만한 이론을 아직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은 동면을 닮은 휴식기다. 하여 달리 할 일이 없으므로 뇌과학과 삶과 죽음의 사이인 생명과학을 포함하여 그런 것들을 기억의 창고인 아뢰야식에 쌓아두고 있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378회 수락산 산행기 / 최근호

월일/집결장소 : 2020. 2. 8.() / 수락산역 3번 출구(10:30)

참석자 : 16(갑무, 재일, 정남, 종화, 진오, 상수, 경식, 원무, 삼환, 용복, 일정, 문형, 근호, 황표, 천옥, 윤환)

산행코스 : 수락산역 3번 출구천상병공원 상계근린공원 밤나무쉼터 - 산악기상관측소 경관조망점 도솔암 - 원대복귀

동반시 : 겨울나무 / 이재무

뒤풀이 : 비와 별 / 닭갈비, 소주, 맥주, 막걸리


금번 산행은 원래 한탄강협곡이었으나 나라가 들썩이는 코로나19로 수락산으로 산행코스를 변경하였다. 기대를 모았던 한탄강협곡은 주변 주상절리 등 관광지가 많아 관광객들에게 많은 각광을 받고 있으며 철원군에서도 매우 신경을 쓰는 곳이기 하다.

 

철도청 근무 시 월정사역을 계획하여 시행하였기에 철원군청 담당자와 지역을 답사하며 많은 상의도 했으며, 6년 전 시산회에서 한탄강협곡 산행 시는 고인이 된 신원우 산우도 참석하여 많은 얘기도 나누었던 곳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같은 육사를 나왔는데 온갖 어려움을 겪고 졸업하여 임관한 31기 동기다. 운명을 비껴가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 했으나 384명 중 31번째 고인이 된 것은 하늘의 유난한 뜻이 들어있기에 더 많이 기억할 것이다. 불행을 피해가지 못한 사마천이 불알을 자르고 한의 힘으로 기록한 인류 최초의 사기 열전의 장 첫 부분에서 天道是也非也, 하늘의 뜻은 항상 옳은가의 사자후로 탄성을 지른 적이 있음을 기억한다. 전우여, 먼저 가 기다리게, 외롭지 않게 곧 따라감세.

 

코로나 바이러스로 변경이 된 수락산은 서울 북쪽에 위치하며 경기도 남양주시 그리고 의정부시와 경계를 이루며 높이는 638m이다. 수락산(水落山) 이름은 거대한 화강암 암벽에서 물이 흘러 떨어지는 모습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생도시절 불암산과 수락산은 수없이 등산하였기에 익숙하며 불암산은 체력단련으로 수락산은 외박 시 친척집에 신세지기 싫어서 동료와 등산 신청을 하여 취사장에서 쌀과 부식을 수령하여 정상에 올라가 밤늦게까지 반합에 밥을 끓여 먹던 추억이 가슴 깊은 곳에 아련하게 남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화창하다. 그간 바쁜 일이 정리되어 후련하고 오랜만의 산행이라 마음이 설렌다. 간단한 아침식사를 끝내고 전철로 목적지를 향했다. 여러 산우가 모이는 곳이라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 넉넉한 여유를 갖고 출발했고 예정보다 20여분 빨리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많은 산우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거의 약속시간에 임박해 다른 산우들도 도착하여 즐거운 산행이 시작되었다. 수락산역 3번 출구를 출발 기점으로 천국에 살고 있어야 할 천상병이란 이름이 붙은 공원을 지나 계속 평탄한 길을 별로 힘들지 않게 산보 비슷하게 걸어 상계근린공원을 지나 경관조망점에 도착하여 쉬게 되었다.

 

일부 산우는 여기서 다른 하산 등산로를 택해 편한 길로 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왕 등산을 왔으니 도솔암까지 등산하자는 의견이 많아 도솔봉 등산길에 올랐다. 도솔암까지 길은 조금 가파른 길로 바닥이 마사토로 되어 있어 조금씩 미끄러지며 걷는다. 필자의 경우 등산화가 연식이 오래되어 등산화 바닥이 달아서인지 쭉쭉 미끄러진다. 등산화 교체가 요구되고 이번 등산을 마지막으로 폐기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니면 창갈이를 할까도 생각한다. 정남 산우는 3만 원에 창갈이를 했다고 하나 모든 등산화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라 한다. 특히 나이키는 일체 A/S를 해주지 않는다며 자신은 캠프라인 반릿지화라고 하며, 반릿지화는 덜 미끄럽다고 한다.

 

등산길은 마사토가 많아 생각보다 힘들게 느껴졌다. 한참을 오르니 도솔봉 아래가 나오고, 그곳에서 식사하기 좋은 장소를 택해 휴식을 취하며 각자 준비 해온 음식물과 막걸리로 건배하고 즐거운 식사를 하였다. 항상 고마운 문형 산우의 홍어무침, 삼환 산우의 대보름 나물은 참 맛있게 먹었으며 고맙고 감사의 뜻을 전하며 필자가 동반시를 낭독했다


겨울나무 / 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 맞으며

승승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더욱 단단한 겨울나무


나무도 힘든 계절 견디고 겨울에는 무거운 마음 털어내고 겨울잠을 잔다. 겨울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내년을 준비할 시간이므로, 그만큼 단단해지며,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가까워진다. 비탈에 선 나무일수록 단단해진다. 비탈은 고난의 은유이며 상징이다. , 우리도 올 한 해 더 단단하게 보내자, 산우들이여.

 

하산길은 내리막길이라 수월하였으며 올라오는 방향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불암산 넘어 육사 교정이 아련히 떠올랐는데 생도시절 화랑축제가 끝나면 1학년은 처음으로 외박을 나가게 되어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내 분대원 2명도 외박을 나가게 되어 귀대시간 늦지 않도록 신신 당부하고 외박을 내보냈다. 다음날 귀대 후 귀대 점호를 취하는데 훈육관이 불러서 1학년 분대원의 미귀사실을 알려주어 기다리기로 했다

 

1학년 분대원은 영주가 집이었는데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다음날 영주역에서 오후 2시 열차를 타게 되어 승강장 홈에서 누님과 함께 열차를 기다리는데 2시가 지나도 열차가 도착되지 않아 역무실에 물어보니 이미 출발했다는 것이다. 누님과 얘기하는 동안 열차 도착 승강장이 2번에서 5번으로 변경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몇 차례 했으나 시간이 지나도록 2번에만 대기하고 대화만 신나게 하였으니 그만 놓치고 말았다.

 

다음 열차는 오후 7시에 있어 할 수 없이 그 열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는데 누님이 육사 훈육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유를 밝히고 훈육관도 정중히 동생을 안심시키고 늦더라도 귀대하라고 당부를 했다. 열차가 청량리역에 도착시간은 밤 12시 가까이 되어 도착하기에 귀대시간은 이미 늦었다. 그런데 훈육관의 당부도 있었지만 서울에 올라오는 도중 미귀라는 게 너무도 부담스럽고 처벌이 두렵고 겁이 나서인지 중간역에서 내려 서울에 올라오지 않고 이탈을 해 버렸다. 밤새 훈육관과 함께 1학년 분대원을 기다렸으나 귀대하지 않아 다음날 결국 퇴교로 처리 할 수밖에 없었으며 아까운 분대원을 잃게 되었고 가슴 아픈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참았으면 모든 것은 그렇게 지나가더라.’는 연륜의 교훈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그러나 세상사는 뭐가 좋은지 지나봐야 안다.


수락산역 쪽으로 서서히 내려와 수락산역 부근에서 뒤풀이는 비와 별이라는 닭갈비집으로 정하고, 모처럼 춘천 닭갈비의 체인점에서 닭갈비, 막걸리, 소주, 맥주에 맛있고 즐겁게 먹었다.

 

다음 산행지는 포천 카라멜고개 광덕산으로 정하고 뒤풀이가 끝난 후 각 취미팀으로 분산하여 2차 여흥을 즐기는 것은 각자의 몫으로 남았다.

 

2010. 2. 18. 최근호 올림

 

3.오르는 산

종점은 아직도 최희준의 노래와 향수를 이음동의어로 만드는 마술을 불러일으킨다. 좋은 가수다. 인생의 종점은 묘하고 수상한 감흥을 일게 한다. 최희준을 생각하며 광교산에 오르는데 벚꽃과 찔레꽃이 좋았다는 것에 마음까지 화사함에 번졌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장사익의 찔레꽃은 어머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마술을 부린다. 늙어보니 언제나 보고 싶은 어머님 생각이 새삼스럽게 자주 난다. 그미에 대한 회한은 때때로 태풍처럼 때로는 훈풍이 부는 봄을 연상하게 하여 마음을 안정시킨다. 내가 산에 못가는 이유는 아직 몸이 말리기 때문이다. 부디 내 몫까지 즐기시라. 시집의 후유증은 보통 석 달은 가더라. 요즘은 후회의 아쉬움과 달달한 망중한이 혼재한 상태에서 지낸다. ‘세 번은 길고 세 번은 짧게라는 영화가 생각나면서 책은 멀리하고 유투브 동영상으로 일어나고 잠이 든다. 코로나19에 관계없이 산행을 순행하는 집행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4.동반시

홍 총장님이 추천한 시다. 박형채 산우와 번갈아 수고해주니 따뜻한 관심이 심장까지 닿아 올겨울 따뜻하게 지냈음을 심장이 먼저 알고 고마움을 담아 다음 시를 기다린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2020. 2. 2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