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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공지사항

서리폴공원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381회 산행)


서리폴공원으로 모십니다(詩山會 381회 산행)

일시 : 2020. 3. 22.() 10 : 30

모이는 곳 : 4, 9호선 동작역 8번 출구

준비 : 마스크 및 간식

코스 : 현충원-반포천-서리폴공원-청권사

 

1.시기 있는 산행

 

봄비 / 남진우

 

누가 구름 위에

물항아리를 올려놓았나

조용한 봄날 오후 내 창가를 지나가는 구름

 

누가 구름 위의 물항아리를 기울여

내 머리맡에 물을 뿌리나

조용한 봄날 오후

내 몸을 덮고 지나가는 빗소리

 

졸음에 겨운 내 몸 여기저기서

싹트는 추억들

 

봄이 되면 겨우내 참았던 울음을 닮은 표현들이 터져 나온다. 많은 꽃은 잎이 나오기 전에 피고, 그 이유는 알아서는 안 된다. 비밀을 간직했기 때문이다. 사람이고 자연이고 비밀이 없어서야 자유를 포기하게 된다는 시인의 주장이다. 봄이 되면 자유롭고 싶어라.

-도봉별곡

 

2.산행기

도봉산 산행기 / 380회 도봉산 산행기 2020. 3. 14.()

참석 : 김종화, 김정남, 이경식, 임삼환

 

시간은 없다, 그러므로 가지도 흐르지도 않는다.’는 유명한 물리학자의 말을 믿고 살았더니 도끼자루가 썩는 사이에 나이는 먹고 코로나가 창궐하여 세계가 어지러워, 그저 세상이 변할 뿐이런가. 아인슈타인은 시간을 포함하여 4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했으나 유명한 사람의 말이라고 다 맞는 것도 아니고 미시물리학인 양자역학의 부분에서는 뒷방늙은이 취급을 받았다. 거시물리학인 상대성이론에서 세계적인 명성이 왔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희미한 눈으로 힘없이 간다. 이것이 빛의 존재이론과 같아 혼자는 외로워서 파장이다가 관찰자란 이름의 존재가 봐주면 입자가 된다는 것은 겸손을 떨어 몸을 낮췄더니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입자는 물질에 가까우나 파장을 두고 존재라 할 수 있을까? 빛의 이중성이라고 이름을 짓지만 아직 원인과 결과를 모른다. 마치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듯이. 더 나아가면 미시물리학인 양자역학에서 양자도약과 양자얽힘을 별로 아는 것이 없어 물끄러니 쳐다보면, 머리속이 하얘진다. 

 

최근 달리 할 짓이 없어 제4시집을 내고는, 세상 모르고 살다보니 세상은 시끄럽고 정치에는 관심이 생기지 않으니 흥이 날 리가 없다. 마침 작은딸이 낳은 유일한 손녀가 있어 봐주기 위해 서울로 온 지 50년 만에 한강을 넘어간다. 예의 강남사람이 되는 것이다. 둘만 덩그마니 남았으니 당연히 집을 줄여야 하므로 묵은 짐을 버려야 하니 선별작업도 쉽지 않다. 40년을 함께 산 부부의 가치관이 이렇게 사실이 내심 흥미롭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4대 미녀 중 왕소군이 정략의 희생이 되어 북방으로 시집가서 고향 생각에 탄식하며 뱉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나도 공감한다.

 

그러는 사이 다리가 아파 걷기 힘들어 개근의 의지를 꺾어야 했으며, 제철이 가기 전에 삼환, 재홍이 함께 먹기로 한 굴찜조차 먹지 못했다.

 

아내의 반대를 무시하고 참석하니 4명의 산꾼이 도봉산에 모였다. 창동하나로마트에서 영산포홍어와 문어를 집어 들고 생굴코너로 갔지만 철이 지나 생굴은 없다. 마침 옆을 보니 싱싱한 멍게가 있어 그것도 추가한다. 배낭에는 한과가 있어 안주거리로는 부족하지 않다. 정상까지 가야 마음에 차는 삼환이가 둘레길을 제안한다. 사위가 와있는 입장이라 빨리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봉산은 내가 조금 아는 편이라 한적한 곳으로 가서 막걸리 각1병의 즐거운 기대를 안고 산중한담을 즐기며 아지트를 찾아가는데, 길도 옛길이 아니다. 철조망으로 막은 것으로 봐서는 동네사람들이 시끄러운 것을 싫어해서 작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코스를 변경한다.

 

무수골로 가는 다리 옆길로 들어가 정의공주와 연산군묘 쪽으로 가기로 정했다. 한적하고 너른 곳에 자리를 잡고 짐을 풀었다. 기자를 자청한 내가 형채가 추천한 시를 멋지게 읊는다. 판단은 순전히 나의 몫이니 맡겨주시라. 이윽고 봄의 잔치를 맞이하는 우리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막걸리 맛은 깊다. 산중한담도 막걸리 맛을 닮아 즐겁다. 봄볕과 봄바람이 좋아 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들어 구름은 새파란 정신 위에 떠다니는 존재이며 바람은 구름을 변화시키는 존재라는 어느 시인의 구절을 떠올린다.

 

복습 삼아 그 시를 올린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삼환이 사정을 고려해 그가 제안한 원주추어탕으로 구름에 달 가듯이 발걸음을 옮긴다. 그곳은 나의 단골집이기도 한다. 추어튀김에 추어탕 두 그릇을 시켜놓으니 막걸리 생각을 떼어놓을 수 없다. 다시 한잔. 헤어짐의 아쉬움은 다시 만나기 위한 잔치다. 삼환이는 방향을 틀어 집까지 걸어서 가고 경식이는 버스로 우이동으로, 나와 종화는 방학역까지 걸어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집 3권 이야기는 우리의 단골 대화다. 꿈은 이루어지지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모두 1000회 산행도 꿈꾸어보자.

2020. 3. 20. 도봉 김정남 올림

 

3.오르는 산

홍 총장께서 마음을 쓰지만 마음대로 되면 세상이 아니라는 경구가 있다. 코로나19에 관한 중국의 통계는 믿을 수 없고 세계는 난리다. 아프리카까지 퍼지면 걷잡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치료제를 준비하려는 각국의 입장은 눈물겹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극복 선진국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모두 건강한 몸으로 보자. 이번에도 둘레길이다. 다만 참석자가 적은 것은 고로나19에 대한 마나님들의 걱정 때문일 것이다.

 

4.동반시

홍 총장께서 추천한 시다. 마침 산행일이 춘분 이틀 후이니 시의적절한 시다. 그의 바람을 생각해서 봄을 닮은 목소리를 가진 산우가 읊어라.

 

춘분(春分) / 이성교

 

해야 해야 나오너라.

구름 타고

물 건너고

복짓개 들고

나오너라.

 

구름다리 넘으면

목 마른다는데,

그때 한 입 뿜어

짚신 신고 나오너라.

꽃은 바람에

펄펄 날려도

사랑은 한결같이

높기만 하여,

흙탕물 먼 곳에

질펀히 번져 가누나.

춘분(春分)

해와

달이

입맞추는 날.

내사

강릉(江陵) 색시를

잊을 길 없어

봄볕에 나풀대는

긴 갑사댕기를

어느 뉘 가슴에 묻어 주랴.

 

2020. 3. 22.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