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심하게 다쳐 신경이 망가졌으므로 회복기에는 알코올과는 상극이라 좋아하는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었고 산에 오르다 돌부리 – 아호 道峯을 道의 봉오리가 아닌 길을 낫고 조그마하게 튀어나온 시시한 돌 - 에 걸려 넘어지거나 어두운 밤에 돌아다니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목에 충격을 주게 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는 의사 선생의 따뜻한협박도 있었으므로 집에 있어야 가장 안전한 것임이 틀림없으나 죽음과 바꿔서라도 그 짓만은 할 수 없다는 생각에다 그건 우둔하게도 쉽게 바뀌지 않는 내 성정에 맞지도 않고 마나님에게 세끼 밥을 꼬박꼬박 얻어먹어야 한다는 끔찍함은 내 자존을 몹시 건드리는 것이므로 지금은 생활비를 벌어야 할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 내게 즐거움을 주는 일은 쓰다만 책들을 완성하기 위하여 관련된 책을 읽고 메모하는 일로서 시를 짓고 책을 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다친 것이 하필 목 부분의 신경이어서 신경의 손상은 처음에는 컴퓨터를 움직이고 만지지 못하게 오른손의 힘을 빼앗고 지금은 조금 회복이 되고는 있지만 자판을 두드리는 일은 유난히 많게 손가락 끝에 집중된 신경을 몹시 자극하여 고통을 수반하니 그나마 시를 짓는 일은 키보는 두드리는 것인데 ㄲ·ㄸ·ㅃ·ㅆ·ㅉ 등의 된소리는 오른쪽 시프트키를 동시에 눌러야 하므로 오타가 많아 나와도 두드려야 할 자판의 양이 많지 않아 참고 쓸 만하나 원고의 수량이 많은 종교 철학 책을 쓰는 일은 현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되었으니 작가 한강의 경우 손가락이 아파 자판을 두드리지 못해 손으로 쓰다 보니 문체의 밀도가 높다거나 손목이 아파 볼펜을 거꾸로 쥐고 자판을 두드려가며 맨부커상 수상작 소설 ‘채식주의자’를 완성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 그의 열정에 한참 못 미치는 나는 아직 글을 쓸 능력과 열정이 부족하므로 소위 내공을 더 길러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하늘의 계시로 편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처럼 합리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집에 있는 책은 읽었으므로 책을 빌리려고 시립 동대문도서관에 들렀다. 집 근처의 구립 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은 역시 장서의 수와 한꺼번에 빌릴 수 있는 책의 수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으므로 굳이 멀어도 현재의 몸 상태로는 걷는 것보다는 차편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편하므로 시립도서관으로 가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입구에 커다랗게 걸려 있어 쉽게 눈에 띠는 안내문에 ‘한자 지도사 양성’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책을 빌리는 내내 신경이 쓰였으나 공인 자격증을 취득해야 애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제도에 묶여 있으므로 여명을 자유롭게 살자는 내가 간섭이 필수가 되어버린 제도권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기존의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시 짓기 강의 설명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여기에 자세하게 설명하기 곤란한 이유로 문단이라는 제도권에 들어가기를 포기한 적이 있고 시 문학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경험도 밝히고 싶지 않은 기억이므로 공모전과 문학지의 추천을 통하여 제도권에 들어갈 이유를 찾는 것을 포기했다.
착한 남편으로 살아가는 일이 매우 쉽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생의 끄트머리쯤에서 알았지만. 정답에 가까운 해답은 술을 끊고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것이고 술을 마시고 취해 있는 시간에 건전한 일을 하는 것이며 주로 새벽에 쓰는 시가 덜 비틀거리는 것 같고 금전을 아껴 마나님 좋아하는 것을 사 가는 것은 덤으로 따라온다.
직유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속내를 많이 들어 내보이는 것이고 은유는 감추므로 경외감과 신비감을 줄 수 있고 개인적으로 은유와 직유의 중간 지대여서 적당하게 타협하는 회색인 같은 인식을 떠나서 일부러 환유법을 선호한다. 본래 호불호가 분명한 성격인 것은 주변의 모든 지인이 아는 바인데 역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