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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지리산과 세석평전의 철쭉(詩山會 제84회 산행)

지리산과 세석평전의 철쭉(詩山會 제84회 산행)

지리산을 종주하고 천왕봉 일출을 보러 간다.

산 : 지리산(1,915 미터)

코스 : 성삼재 - 노고단 -임걸령 - 삼도봉 - 화개재 - 토끼봉 - 명선봉 - 연하천산장 -

형제봉 - 벽소령산장 - 세석평전 - 장터목산장 - 천왕봉 - 중산리매표소

소요기간 : 2008. 5. 2~ 2008. 5. 5.

만나는 곳 : 2008. 5. 2. 오후 3시 남부터미날 5번 승차장 앞 대기실

준비물 : 김종화 총장의 메일 참조, 잘 때 주변의 코고는 소리와 수선스러움에 잠 들기

어려운 경우가 있으니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제나 음식을 꼭 준비할 것.

연락 : 김종화(010-2406-0332)

블로그 : 사진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지리산은

지리산으로 천 년을 지리산이듯

도련님은 그렇게 하늘 높은 지리산입니다

 

섬진강은

또 천 년을 가도 섬진강이듯

나는 땅 낮은 섬진강입니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지리산이 제 살 속에 낸 길에

섬진강을 안고 흐르듯

나는 도련님 속에 흐르는 강입니다

 

섬진강이 깊어진 제 가슴에

지리산을 담아 거울처럼 비춰주듯

도련님은 내 안에 서있는 산입니다

 

땅이 땅이면서 하늘인 곳

하늘이 하늘이면서 땅인 자리에

엮어가는 꿈

그것이 사랑이라면

 

땅 낮은 섬진강 도련님과

하늘 높은 지리산 내가 엮는 꿈

너나들이 우리

사랑은 단 하루도 천 년입니다

 

-춘향의 노래(복효근)전문

 

 

5월. 절기로는 입하, 푸른 달, 마음이 푸른 모든 이의 달이다.

남원 땅 지리산에서 그들의 사랑처럼, 절기처럼 풋풋하고 푸른 사랑을 지리산과 나누고 올 일이다. 지리산을 다녀오고 지리산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지리산에 오를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제 83회 "관악산" 산행기(2008년 4월 20일 / 위 윤 환)

 

 

참석자 : 10명 (김용우, 김종화, 나창수, 박형채,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재웅, 임용복, 한천옥)

 

산행코스 : 서울대정문 - 경로지역 - 성주암 - 장군봉 - 국기봉(칼바위) -삼성산 가기 전 갈래길(하산) - 제1광장 -서울대정문

 

 

오늘은 봄비가 내려 백곡이 윤택해 진다는 절기인 "곡우"이자 ‘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상대의 일기예보대로 아주 쾌청한 날씨라 기분이 매우 상쾌하여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마나님이 늘상 준비해 준 낙지 안주와 막걸리를 배낭에 넣고 약속시간 보다 조금 빠른 9시23분경에 서울대정문에 도착하니 나 원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반갑게 맞아준다.

 

잠시 기다리다 정문 쪽을 바라보니 7명의 산우들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들 반갑게 인사하고 마지막으로 한천옥 산우가 약속시간인 9시 30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오늘은 모두 10명의 산우가 동참하였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많은 인원이 참석하리라 생각하였었는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다.

오늘 참석자중 정말 반가운 친구가 처음으로 나왔는데, 이번 재경 20회 동창회 신임총무로 수고하고 있는 김용우 산우이다.

 

그동안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건강이 좋질 않아서 오랫동안 고생하였는데, 요즈음 많이 회복되어 시산회 등산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시산회 정식 멤버로 함께 하기로 하였으니 우리모두 축하 하세나. 오랫만에 신입회원을 맞이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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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은 모두가 자주 올라가 보고, 잘 아는 산이므로 자세한 소개의 글은 생략하고 산행 중 특이 사항이나 화제거리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몇 자 적어보겠네.

 

산행코스는 관악산에 정통한 이경식 산우의 의견대로 자주 가본 정상인 연주대가 아닌 장군봉을 거쳐 삼성산 방향으로 갈 것을 합의하고 9시 40분경에 들머리에 들어섰다.

 

약 5분정도 걷다가 우측방향의 성주암 쪽 산행로로 접어드니 안내 표지판에 "경로지역"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이 지역은 코스도 아주 완만하여 노인네들만 주로 다니는 산행로인가?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로들 한마디씩 한다. 왜 "경로지역"이라 표시해 놓았는지? 아직까지도 궁금하기만 하다.

 

장군봉까지의 산행코스는 아주 완만하고 단조로워 산보하는 기분으로 최근의 산우들 동향을 들으면서 걸었다. 점점 푸르러 가는 나뭇잎과 꽃이 피었다가 져 가는 진달래꽃을 감상하며 올라가니 힘도 들지 않고 기분도 상쾌하기만 하다.

 

장군봉을 지나 칼바위로 가는 등산로는 깔따귀 코스로 쉬지 않고 올라가니 온몸에 땀이 흠뻑 배었다.

 

임용복 산우 왈, 지난번 치악산 산행시 동행한 삼도산악회 회장의 말에 의하면 수건 등으로 머리띠를 질끈 매고 산행하는 것은 소뇌의 활동을 원활하게 증진(?)시켜 운동기능을 향상시키고 특히 평형감각을 잘 유지하게 하여 등산이나 운동 시 큰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고하여 다음번 산행 때부터는 다들 활용하여 보세나. 노태우 전 대통령이 현재 소뇌 위축증으로 거동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더군. 모두들 좋은 정보들을 공유하여 건강한 삶을 보내세나.

 

칼바위를 조금 지나 경치가 좋은 오르막 바윗길에서 잠깐 쉬면서 기념사진도 찍고, 박형채 산우가 준비해 온 오렌지를 먹으며 산 아래의 다닥다닥 밀집되어 있는 주택과 아파트를 보니 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의 주택 보급율이 겨우 85%에 불과하다니 좀 믿기지가 않는다. 전국의 주택 보급율은 작년 말 기준, 110%를 넘어 섰다고 하더군. 그런데 집 없는 사람이 아직도 많으니...?

 

약 20분쯤 더 올라가니 넓고 평평한 갈림길이 있었다. 이경식 산우의 제안대로 준비해 간술과 안주로 허기를 채운다음 더 올라가든지, 아니면 하산을 하든지? 하기로 하고 자리를 잡고 다들 배낭을 풀어 술과 안주를 펼쳤다.

 

이 산우가 준비해 온 족발과 내가 가져간 낙지를 안주삼아 김 총무가 가지고 온 담근 술과 서울막걸리로 즐겁게 한잔씩 하고 후식으로 나 원장의 거봉 포도, 푸짐한 과일 등으로 배를 채우니 하산 후 뒤풀이 겸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는데, 할 수 있을려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행복은 자신의 욕망에 대해 얼마만큼 소유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마음이 맞는 좋은 친구들과 좋은 장소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는 즐거움을 가지는 것도 크나 큰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참석한 김용우 산우가 오늘의 동반시 "국토서시" (광주고 11회 선배 조태일 저)를 낭송하였는데, 5월초에 계획되어 있는 우리 시산회 84회 ‘지리산 종주’ 산행의 동반시로 적절한 시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김 전회장이 벌써 3편의 시를 준비해 놨다고 귀뜸한다...

 

김 총무에 의하면 실은 오늘 다음 주 지리산 종주 산행 건에 대해 상의하려고 하였었는데, 지리산 산행에 참석키로 되어있는 산우들이 많이 참석하질 안하여 별도로 날을 잡아 만나 협의하기로 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좀 더 산행을 할 것인가? 그냥 내려 갈 것인가? 협의 하였더니 모두 우리 시산회 전통답게 먹고 난 뒤에는 절대 위로는 올라가지 않는다로 의견이 통일되어 곧 바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날머리를 들머리로 원점회귀 하기로 하고 거의 다 내려오는 지점에 "7080 통키타를 사랑하는 모임"의 멤버들이 추억의 노래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오가는 등산객들이 많이 모여 들어 감상을 하고 있었다. 우리도 잠시 휴식을 취할 겸 배낭을 벗어 음악 감상을 하였다...

 

들머리 지점인 서울대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등산로 안내판 앞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뒤풀이는 임용복 산우의 단골 식당인 "바지락 수제비"로 하기로 하고 걸어서 약 10분쯤 관악구청 방향으로 갔더니 바지락수재비 전문식당집이 있었다. 전체가 수제비를 주문하고 먼저 나온 보리밥을 참기름과 열무김치에 비벼 먹으니 옛날 못 먹고 살던 추억의 그 시절이 생각났다,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하고 다들 바지락 수제비 한 그릇을 남김없이 비웠다.

물론 국물 맛이 기가 막히게 좋기도 했지만, 우리 시산회 회원들의 먹성은 대단한 것 같다.임용복 산우가 자기 동네의 산에 왔다고 하여 즐겁게 뒷풀이를 쏘겠다고 한다.

 

임 수석! 고맙고 맛있게 잘 먹었네. 김용우 산우는 신입회원인 자기가 신고식을 하겠다고 하였고, 나 원장도 본인이 계산하겠다고 하였으나 다음에 회장님과 더 많은 산우가 나올 때 쏘기로 하였으니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을 기대하세나.

 

김 전회장님은 지난번 남한산(성) 산행기를 통해 자세히 알았지만, 그 동안 본인이 어렵고 고통스러울 때 도움이 되어주질 못해 정말 미안 하였다네. 앞으로는 자네 말처럼 “양보 후의 마음이 천당이다” 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 추스르고 건강이나 챙기게나.

 

누군가 기만원이면 산행기도 대필해 준다고 하여 행여나 하여 수소문하여 보았으나 농담이었더구만... 김 총무님이 순번에 의해 쓰라고 해서 할 수없이 머리를 싸매고 몇 자 적어 보았으니 졸필이어도 너그러운 이해를 바라겠네.

 

지리산 종주건으로 동분서주하는 회장단과 신(원우) 이사님께 감사드리며, 참석할 회원 모두 최대한 협조하여 성공적이고 추억에 남을 수 있는 산행이 될 수 있도록 하세나.

마지막으로 카네기의 남에게 호감 사는 비결을 소개하면서 산행기를 맺겠네.

1. 상대방에게 성실한 관심을 가질 것.

2. 웃는 낯으로 사람을 대할 것.

3. 이름을 기억할 것.

4.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줄 것.

5. 상대방이 관심을 가진 것을 알아 차려 그것을 화재로 삼을 것.

6. 마음으로부터 칭찬할 것.

 

(P.S) 지리산 종주에 참석하지 못하는 산우들아! 비록 이번엔 개인사정으로 함께하질 못하나 황금연휴 잘 보내시고, 참석한 산우들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기원해 주시길...

 

< 2008년 4월 29일 위 윤 환 씀 >

 

도대체 이렇게 잘 쓴 글의 원천은 우리가 예향 남도의 광주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솜씨를 감춰두고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써먹으려 했나. 갈고 닦으면 누가 이런 솜씨의 주인을 범인이라 하겠는가. 맑은 섬진강물처럼 유려한 글이다. 기대해본다.

 

 

드디어 지리산에 다시 오른다. 항상 지리산에 오를 때는 남다른 감회가 새롭고 마음이 설레는 것은 어머님의 품 같이 포근함을 느끼는 탓이다.

한반도의 남단에 웅장하게 솟은 지리산은 3개도 5개군 16개 면의 방대한 지역에 걸쳐 동서로 약 45km의 장대한 능선을 이루고 있으며, 1,400m가 넘는 고봉만도 20여 개가 된다.

산능에는 천왕일출(天王日出), 반야낙조(般若落照), 연하선경(烟瑕仙境) 등 지리 7경 이외에도 수림지대와 고원지대가 어우러져 있다.

계곡에는 불일, 구룡, 무채치기, 칠선, 가내소, 법천, 용천, 용추등 7대 폭포와 많은 담(潭)과

소(沼)를 이루는 명소가 수없이 많다. 화엄사, 쌍계사, 대원사 등 거찰을 비롯하여 많은 사찰과 명승지가 있는 지리산은 1967년 12월 29일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명은 두류산, 방장산으로 불려졌는데, 이성계가 왕위를 찬탈할 야심으로 기도를 올렸더니 지리산의 산신만은 이를 승낙하지 않았다고 하여 지혜가 남다르다는 뜻으로 지리산(智異山)으로 불리게 되었다고도 한다.

일찍이 중국사람들은 영주산, 봉래산과 더불어 이 산을 동양의 삼신산이라고 불러 불로장생하는 불로초가 있는 것으로 믿었다.

지리산 10경은

1.천왕일출(天王日出) 2.반야낙조(般若落照) 3.노고운해(老姑雲海) 4.직전<피아골>단풍(稷田丹楓) 5.세석철쭉(細石--) 6.벽소명월(--明月) 7.불일폭포 8.연하선경 9.칠선계곡 10.섬진청류(贍津淸流)

 

도움쇠는 젊은 날, 두 번의 종주를 했다. 임용복 산우와 얘기하면서 에이형 텐트에 시나브로 석유버너와 석유통, 쌀, 반찬, 콩치통조림, 물통, 무거운 닭털침낭 등을 짊어지고 올랐던 먼 옛날의 추억을 즐겁게 회상했다.

 

당시를 전후해서 종주할 때는 가지 않는 반야봉을 오르고자 뱀사골계곡을 지나 뱀사골산장에서 묵고 반야봉에 오른 후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계곡과 연곡사를 지나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내려오는데 하산시간이 8시간이나 걸렸던 지겨웠던 기억, 화엄사에서 노고단을 거쳐 화개재를 지나 뱀사골로 내려오는데 계곡만 6시간이나 걸렸던 지루한 하산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리한 능선길, 세석평전의 철쭉, 제석봉의 고사목 등 지리산에 관한 많았던 추억을 생각하면서 마음이 설렌다.

 

특히 노고단에서 야영하면서 꽁치통조림에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를 안주로 3명이 밤새워 10병의 소주를 마시며 서울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깜깜한 밤하늘을 보면서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우리의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신은 있는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삶과 죽음, 천당과 지옥, 인간의 육신은 썩어 한 줌의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정신은 과연 윤회하는가 등의 의문과 우리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알 수 있는 것보다 알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무력감에 차라리 절망스러웠던 기억도 새롭다.

 

최근에 오른 것은 산행노트를 보니 <‘2002. 2. 16. 맑음. 진주에서 1박. 진주성, 남강, 논개바위 방문. 중산리 매표소 - 법계사 - 천왕샘 - 천왕봉 - 통천문 - 제석봉 - 장터목산장 - 법천계곡 - 중산리 매표소코스로 원점회귀 코스다. 오름 3시간 30분. 내려옴 3시간. 민족의 영산. 지리의 정상 천왕봉에 오랜만에 섰다. 감회가 깊다. 컨디션이 좋았는지 10팀은 추월한 듯하다. 법계사는 빨치산 지휘부가 있었다니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천왕봉에서 중요한 한 컷. 제석봉의 고사목들이 인상 깊다.

장터목까지 내려오면서 젊은 날 수차례 오고 간 길인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 돌이켜 보니 벌써 25년은 넘은 것 같다. 장터목에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백무동으로 가려했던 하산길을 바꿔 단풍이 절정인 법천계곡으로 내려오는데 길이 희미하다. 운동장만큼 넓은 계곡의 양쪽에서 빨갛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절정이어서 걸음마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쓰여 있다.

 

요즘 오르면 세석평전의 붉은 철쭉이 한창이겠다. 산행길은 지리산이라는 명칭처럼 지리하다. 뱀사골로 내려가는 길목인 화개재에서 토끼봉까지는 꽤 힘든 길로 기억한다. 샘은 여러 곳이 있어 물 걱정은 덜 하나 작은 물병은 가져 가야 한다. 1,400 미터의 연봉들이 계속되므로 날씨가 변덕이 심하니 우의와 윈드스토퍼 같은 겉옷을 꼭 준비해야 한다. 일교차가 심하므로 잘 때 입을 속옷도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이다. 고맙게도 신 이사 덕분에 잠자리와 무거운 식량에서 해방되었으므로 배낭을 꾸리는데 여유가 있으니 그에게 참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다.

 

산장에는 사람들이 코고는 소리 등 소란하므로 잠을 설치는 경우가 있으니 각자 수면에 도움이 되는 약제를 준비하는 게 좋다. 천왕봉 일출은 삼대의 공덕을 쌓아야 본다는데 이번에는 나도 기대해본다. 신 이사 덕분에 무거운 주식과 잠자리가 해결됐으니 다시없는 좋은 기회인데 모두 가지 못해 아쉽다. 위 대장과 나 원장도 못 가고 임 수석도 무릎이 걱정되어 못 간다니 더욱 마음이 아쉽다. 다음에 나랑 꼭 함께 오르세. 종주가 어려우면 천왕봉이라도 오르세. 하산해서 진주성 뒤의 한이 서린 남강에서 장군의 부인 논개를 기리며 한많은 그녀에게 그녀의 단심(丹心)이나 열정처럼 붉은 술이라도 한 잔 올리자. 잊지 말자. 아니면 지리산의 마지막 날 밤 장터목산장에서 한 잔 술을 놓고 읊으려 하는 복효근 시인의 ‘춘향의 노래’는 남겨두었다 춘향제가 열리는 남원의 광한루에 가서 그녀의 시를 읊으며 열녀 춘향에게 맑고 깨끗한 술 한 잔을 올릴까나.

 

 

동반시는 하루에 하나의 시를 읊는다. 해서 세 편이다. 김종화 총장이 벽소령산장에서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을 외우고 싶다면 준비하게. 지리산에서 읊는 시가 열이면 어떤가.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은 첫날 노고단에서 읊는다. 입산시이다. 입산시답다. 이런 시 하나는 외워두면 좋을 일이다. 이기형 시인의 ‘지리산(서시)’는 빨치산의 시이다. 둘째 날 묵는 벽소령의 오른쪽은 1952년 백선엽 장군의 토벌대에 의해 빨치산 수 천 명이 몰살한 의신계곡과 의신마을이다. 하여 격동기에 이념의 희생자이기도 했던 그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에서 낭송하자. 도움쇠가 낭송한다.

 

내 고향은 영광이고 선산에 11대조까지 모셔져 있으니 오랜 고향이다. 6.25전쟁 때 그곳의 지주였던 우리 가족 13명의 생명이 그들에게 몽둥이와 죽창으로 향교 뒷산에서 혹은, 읍 사거리에서 처참하게 죽어갔다.

국군이 진주하고 그들은 도망치면서 퇴로가 막히니까 지리산으로 숨어 빨치산이 되었다. 목포로 피신했다가 돌아왔는데 종손이었던 선친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집의 12개 기둥을 돌아가며 붙잡고 작은아버지들과 작은어머니, 처녀였던 고모, 어린 조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밤새 꺼이꺼이 우셨단다. 선친은 40의 나이에 전투경찰에 투신, 빨치산 토벌대에 배속되면서 무자비한 복수를 하셨다는 집안의 슬픈 이야기를 먼 친척으로부터 들었다. 지금도 음력, 9월 9일, 중구날은 그 가족들의 원혼을 달래고자 어머님이 설립하신 양로원에서 13위의 합동제를 올린다. 그 날 참석하는 내 가슴은 그 날만큼은 종일 서늘하다.

 

원흉인 좌익들은 뒤로 숨어 ‘우리들의 세상이 왔다’고 선동하고 있었고 무지한 소작농민과 머슴 출신들은 하수인이었지만 국군이 진주하자 보복이 두려워진 좌익들이 피신하면서 하수인들과 함께 지리산으로 숨어들었다. 그 하수인들이 좌우의 이념을 알았겠는가. 토벌작전에서 포로가 되어 심문을 받게 된 그들의 대부분이 좌우의 이념을 거의 몰랐다는 게 지리산 서남지구 토벌대 중대장을 지냈던 장인의 전언이다. 그도 경찰이었다는 이유로 아버지와 처녀였던 여동생을 희생당한 사람이었다. 어쨌든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민족의 슬픈 역사이다. 셋째 날 남원땅을 지나면서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하여 술 한 잔 앞에 놓고 장터목산장에서 내일은 천왕봉일출을 보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그 시 '춘향의 노래'를 읊으려 한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 원 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지리산

──序詩──-

이 기 형

지리산은 바라보아서는 모른다

관광길 눈요기로는 더욱 모른다

저 큰 가슴팍에 온 몸을 파묻고 통곡해 보라

呼魂(호혼)의 바다속 깊숙이 잠겨보라

-이젠 총알도 바닥났다

소금물을 마시며 일주일을 굶다가 또 총소리에 쫒긴다.

산마루를 기어넘고 골짝을 빠졌다.

끝내 육탄을 쏘고 죽고 말았다

-동상에 두 다리를 톱으로 잘랐다.

몽당허벅다리와 두 팔 네다리기기로 쫓겨,

천왕봉까지 끝내 승천하고만 꽃봉오리들을 생각해 보라

-팔도 턱도 떨어져 나간 총상 자리에서 구더기가 꾀고 40도 재귀열환자가 앓음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그 환자트에 이방인의 총구가 디밀어졌을 때 그들이 부른 마지막 만세소리가 들리는가

-그들은 무엇을 위해, 왜, 그 빛나는 삶, 값진 젊음을 끝내 천고의 밀림, 만고의 벼랑에 초개처럼 내던졌는가

진실한 삶이란──

민족의 독립이란──

역사의 부름이란──

자, 명상을 떨치고 가자!

현대사 소용돌이의 한복판, 핏자욱 핏자욱

저기 지리산으로

*실록연작시인 지리산은 55편의 연작시로 이루어진 작품집으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서린 지리산을

실상과 진실을 현장감 있고 생동감 있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2008. 5. 1. 새벽에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