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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계산 이수봉(詩山會 제148회 산행)

청계산 이수봉(詩山會 제148회 산행)

산 : 청계산

코스 : 대공원역-이수봉-옛골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0년 11월 28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사진기(하산 후 오리훈제고기로 뒤풀이 예정)

연락 : 이재웅(010-3454-7717)

블로그 : 사진 blog.daub.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무등茶 / 김현승

 

가을은

술보다

차 끓이기 좋은 시절......

 

갈가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가고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 지나는,

 

남쪽 십일월의 긴긴 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 양 마음에 젖는다

 

김현승(1913~1975)

 

갈가마귀 울음소리로 보아 겨울 문턱이다. 스산한 울음소리 속에 아직 당도하지 않은 북방의 날 선 바람과 곧 들이닥칠 눈보라의 매서운 기운이 서려 있다. 이를 예감한 산들이 여위고 있는 것이다. 산들이 여윈다는 한 구절 속에서 11이라는 숫자처럼 수척해진 나무들, 그리고 그 나무를 닮은 고독한 영혼을 더듬어볼 수 있다. 씀바귀 마른 잎을 더욱 바삭거리게 하는 바람이 남은 물기마져 다 소진시킬 듯 살갗을 흟고 지나간다. 이 쓸쓸한 시간 속에서 차를 끓이는 일이란 자칫 울적해지기 쉬운 마음을 우려 향이 배게 하는 일이다. 찻물에 이런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런 나를 한 모금씩 음미하면서 '외로움도 향기인 양' 긴긴 밤을 소슬하게 하는 일이다.

-시평(시인.손택수)

 

2.산행기

수락산 산행기 (시산회 제147회) 임 삼환

산행일 : 2010. 11. 20 (토)

참석자 : 고갑무, 임삼환, 전작, 최근호, 한양기.

동반시 : 가을 잎사귀 / 복효근 지음

뒤풀이 : 오리전문점 鴨本家(덕본집)

 

수락산은 비교적 가까운 곳이라 9시20분 쯤 여유 있게 출발하여 수락산역 3번 출구에 10시 5분전에 도착하니 전작, 고갑무 두 산우가 먼저 와있다. 오늘 총 참여 인원이 5명이란다. 조금 후 최근호 산우가 도착했고 이제 한양기 산우만 도착하면 되는데 시간이 약간 걸릴 것 같단다.

한양기 산우가 도착하여 10시 35분쯤 수락산을 향해 출발했다.

수락산 등산코스는 제1.2.3.4.5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제2등산로 (김시습 코스)를 택해 무영샘, 물개바위, 장군약수를 거쳐 도솔봉을 지나 도선사, 송암사를 통해 당고개역 쪽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김시습이 나이 스무 살에 중흥사에서 공부하다가 수양대군의 쿠데타 소식을 듣고 책장을 덮고 뛰쳐나와 한양을 한 바퀴 돌아보고 이내 숨어든 산이 수락산이란다.

단출한 인원에 보무도 당당하게 입산하여 걷다보니 천상병 시인 기념거리가 나왔다.

분명 제2코스로 가기로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다.

예전에 수락산 갈 때는 수락산역 1번 출입구에서 만났었는데 3번 출구에서 만난 것부터가 이상했다.

다른 방법이 없어 그냥 가기로 했다. 길은 평탄하여 힘들지 않았으나 30분쯤 지나니 땀이 나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

 

영월암을 지나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순대에다가 모찌, 배, 고구마와 함께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다시 출발하니 제법 가파른 길이 나온다.

가파른 고갯길을 넘어서 능선에 올라서 보니 바로 눈앞에 당고개역 쪽이 보인다.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아 길을 물으니 60대 아주머니가 무슨 남자들이 등산을 그렇게 하느냐며 웃는다. 급히 경로를 변경하여 능선을 타고 정상 쪽으로 가다가 정상 바로 밑에서 독수리 바위 쪽으로 해서 백운동 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오후 1시경 도솔봉 부근에서 자리 잡고 점심을 먹었다. 고 산우 사모님이 새벽에 싸주신 유부초밥, 최산우의 찰밥, 그리고 막걸리로 배를 채우고 산시를 낭송했다. 전권을 위임받은 전작 산우가 산행기를 부탁해 쓰기로 하고 내가 산행시를 낭송했다.

 

가을 잎사귀 / 복 효근

 

귀, 잎사귀라 했거니

봄 새벽부터 가을 늦은 저녁까지를

선 채로 귀를 열고 들어왔나니

비바람에 귀싸대기 얻어터져가며 세상의 소리 소문

다 들어 왔나니 그리하여 저 귀는

바야흐로 제 몸을 심지 삼아 불 밝힌 관음의 귀는 아닐까

이 가을날 물드는 나무 아래 서면

발자국소리 하나 관절 꺾는 소리 하나도 조신하여라

하나도 둘도 몇 십도 몇 백도 아닌

저 수천수만의 귀들이 경청하는 이 지상의 한때

그러니 가을 나무 아래서는

아직도 상기 핏빛으로 남은 그리움이랑

발설하지도 안한 채 깊이 묻은 억울한 옛 사랑이랑

죄다 일러 바쳐도 좋겠다.

이윽고 다 듣고는 한잎한잎 제 귀를 내려놓고 나무 아래서

끝끝내 말하지 못한 심중의 한 마디까지 다 들켜 놓고는

이제 나도

말로써 하는 지상의 언어를 다 여의고

묵묵하게 또 한 세상 기다리는 나무로 돌아가도 좋겠다.

 

시 낭송을 하고 충분히 쉰 다음 깔딱 고개를 거쳐 새광장 갈림길, 영월암 갈림길을 지나 염불사 쪽으로 내려오는데 쉼터에서 미모의 아줌마가 마이크를 들고 무반주 열창을 하고 있다. 마이크 소리도 나지 않는데 멋지게 폼을 잡고 한 곡조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앵콜 소리가 나온다.

옆에 있던 해병대 복장의 아저씨가 마이크를 이어 받아 해병대 특유의 멋진 곡을 뽑는다.

한 고갯길을 돌아서니 3인조 통기타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77통기타 연주회라고 프랜카드까지 걸고 70대 남성2인과 여성 1인이 수준 있는 음악을 연주하고 동인회인 듯한 여성들이 돌아가며 신청곡을 부르고 있었다. 여기서도 또 다른 해병대 모자를 쓴 아저씨가 자꾸 시비를 걸다가 연주단장의 겸손한 대꾸에 머쓱해하며 돌아섰다.

한참 내려오다 보니 2시 30분이 됐다. 모두들 출출한 모양이다. 마침 옆에 오리전문점 鴨本家(덕본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간판도 특이 했지만 아주 깨끗하고, 친절하여 기분 좋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다가 5시가 되어서 전철역으로 향했다.

다리도 아프고 피곤하지만 머릿속이 개운하고 폭탄주 덕택인지 매우 기분이 좋다.

벌써 다음 산행이 언제지? 기다려진다.

 

3.산행지

다음 산행지를 회장님과 상의하고 이경식 산우가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하여 문병차 상의했는데 건강상 완만하고 가벼운 코스로 가자는 의견에 동의하여 청계산으로 정한다. 이번에는 남쪽이면 좋겠다는 회장님의 의중도 무시하지 못한다. 나는 집행부가 아니고 산에 관해서만 영원한 자문역이다. 고문도 아니요. 올해 근교 산행지를 살펴보니 북한산 4회, 도봉산 3회, 청계산 2회, 관악산 2회, 수락산 1회다. 회장님은 남쪽의 산우들을 배려하여 남과 북을 적당하게 안배한 결과다. 그러나 산의 규모나 명성에 비해 북한산과 도봉산의 산행 횟수가 적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12월 5일의 덕유산 눈꽃 산행에 대하여 원하는 산우들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3주 연속 산행을 하게 되어 회장님은 참석인원이 적을 것을 걱정한다. 우리 모두 그 걱정을 덜어주자. 차기 회장님은 이것까지 고려하여 일정에 특별하게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4.동반시

 

다시 피는 꽃/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2010년 11월 25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시산회(詩山會) 도움쇠 김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