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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67회 산행)

관악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67회 산행)

산 : 관악산

코스 : 낙성대역-제1깃대봉-마당바위(추정)

소요시간 : 3시간

일시 : 2011년 9월 4일(일) 10시

모이는 곳 : 전철 2호선 낙성대역 7호선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박형채(011-250-5382)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미루나무 연가 - 고재종(1957~ )

저 미루나무

바람에 물살쳐선

난 어쩌나,

앞들에선 치자꽃 향기.

저 이파리 이파리들

햇빛에 은구슬 튀겨선

난 무슨 말 하나,

뒷산에선 꾀꼬리 소리.

(……)

차라리 저기 저렇게

흰 구름은 감아돌고

미루나무는 제 키를

더욱 높이고 마는데,

너는 다만

긴 머리칼 날리고

나는 다만

눈부셔 고개 숙이니,

솔봉이여 혀짤배기여

바람은 어쩌려고

햇빛은 또 어쩌려고

무장 무량한 것이냐.

 

수직으로 직립한 나무가 개울가에 줄지어 섰다. 어릴 적 부르던 노래 속에서 조각구름 걸려 있던 나무다. 미루나무라고 더 많이 부르지만 양버들이다. 빗자루를 거꾸로 꽂아놓은 듯해 빗자루나무라고도 불렀다. 하늘 푸르면 나무는 안 그래도 큰 키를 더 높이 밀어 올린다. 나뭇잎 위로 은구슬처럼 튀기는 햇살은 따갑다. 개울 건너 앞들에선 벼 이삭들이 무르익는다. 그악스럽던 매미 소리 물러가고 뒷산에서 나직이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들의 우짖음이 살갑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큰 키에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를 보면 눈물이 나도록 슬퍼진다는 시인이 있었다. 고향길을 걷다보면 정겹게 만나는 나무다. 미꾸리를 잡으러 갈 때도 만나고 깔을 베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만나는 나무다. 고향 마을엔 항상 햇빛이 짙고 사철 부는 바람은 정겹다. 소나무가 우거진 솔봉은 보금자리 같다. 시인은 이런 것들을 아우르며 연가를 부른다.<도봉별곡>

 

 

2.산행기

도봉산 둘레길 (2011년 8월 27일. 토 맑음)/도봉별곡

참석 : 이경식, 이원무, 염재홍, 조문형, 김정남(5명의 산사나이들)

 

아침부터 햇살이 만만치 않은 것을 보니 날이 몹시 더운 날이다. 전날 마나님에게 도토리묵과 두부를 부탁했는데 날이 더워서 외출하기 싫어 묵은 못 샀다고 두부와 김치만 싸준다. 한과를 챙기고 출발. 설악산에서 고된 훈련을 한 탓인지 걸음이 가볍다. 이 회장님, 원무, 재홍, 마지막으로 문형이가 왔는데 눈이 꺼칠하다. 전날 홍어를 준비해 달라고 해 마련한 홍어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왔다는 기특한(?) 맘과 함께 왔다. 준비한 막걸리를 세어보니 3병이다. 도봉산 입구에서 더 사자고 하는데 전날 과음한 이 회장님이 충부하다고 그만 사자고 하나 남으면 내가 가져간다고 고집을 부려 살얼음이 낀 막걸리 4병을 더 샀다. 합이 7병이다. 맛있는 홍어 안주가 있는데 중간에 막걸리가 부족하면 낭패다. 회장님은 내 고집으로 막걸리를 더 산 것에 대한 대가로 나보고 오늘의 기자를 하라고 엄명을 내린다.

 

둘레길은 도봉계곡의 왼쪽인데 오른쪽 계곡으로 올라가서 계곡에 발을 담그고 홍어를 먹고 놀다가 둘레길로 내려오자는 모두의 제안에 회장님은 일단 예정대로 둘레길을 가잔다. 하여 산정약수 밑의 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둘레길을 가는데 거의 평지로서 등산객이 거의 없고 한적하다. 둘레길로 접어든지 40분이 지나자 성신여대 학생관에 이르니 무수골로 가는 도로가 나온다.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홍어를 해치우자는 제안을 무시한 것이 미안했는지 이 회장님이 중간 쯤 되니 무수골로 가서 처음의 제안대로 하자고 한다. 맘이 넓고 민주적인 회장님! 계곡으로 접어드니 한 가족 4명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그 옆에 자리를 잡고 홍어를 펼친다. 알싸한 냄새는 언제 맡아도 회가 동할 만큼 좋다. 5명이 7병의 막걸리를 마시니 얼큰하게 취하고 화제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래! 이런 날 허물없는 산우들과 속절없는 대화도 나쁘지 않다.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실수는 용납할 수 있는 일이다. 그중 내가 많이 취한 것 같다. 이해해줄 것을 바란다. 적당하게 취하면서 막걸리와 홍어가 동이 나고 다시 둘레길을 따라 간다.

 

공주능이 날머리인데 거의 평지에 가까운 산길을 가다보니 둘레길을 약간 벗어나 안방학동 쪽으로 접어들어 내친 김에 제안한대로 뒤풀이는 도깨비시장 안의 횟집으로 정해 자리를 잡았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회와 세꼬시회를 시키고 기분 좋게 취할 만큼 먹고 마시고 떠들고 나니 배도 차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다.

 

뒤풀이 시간에 작정하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으나 더운 날 그런 얘기를 꺼내면 서로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 입을 닫았더니 쓸데없는 얘기만 많이 한 것 같다. 하고 싶은 얘기는 비회원이 한 말인데 회원 중 한 사람이 시산회의 집행부가 독선적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고 한다. 참! 기가 차서 더 이상 말을 못하겠다. 내 생각에 지금까지의 집행부 중 현재의 집행부가 가장 민주적이고 열린 마음을 가진 집행부인데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으나 심증은 가지만 확증이 없다. 무의식적으로 했을 수 있다해도 그 무의식이 문제다. 흔히 젊은 시절에 세상을 비평하는 것이 의식 있는 행동으로 생각한 적이 있으나 우리 나이에는 자신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경솔하고 치졸한 행동이다. 시산회 회원들의 지적 수준이 그런 행위를 의식 있는 행위이라고 할 만큼 낮지 않음을 그는 왜 모를까. 누구냐고 다그치면 말이 나올 수 있지만 그 동창의 입장을 고려하여 그만 두었다. 집행부의 결정에 불만이 많으면 모임에 나오지 않으면 되고, 자기 생각대로 고치고 싶으면 회원들 앞에 터놓고 의견을 개진하여 좋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을 뒤에서 비겁하게 입을 놀리고 다니니 한심한 사람이다.

 

 

3.산행지

다음 산행은 지난번에 북쪽의 도봉산을 올랐으니 이번 산행은 관악산인데 낙성대역에서 만나자는 것은 낙성대에서 정상 연주봉까지는 여름날 오르기에 2시간 반이 걸리는 코스라 너무 멀고 길어서 제1깃대봉으로 가서 마당바위 쪽으로 내려오려는 회장님의 의도가 엿보인다. 자주 간 코스이나 모두 나와서 가을의 길목에서 보고 싶은 얼굴을 보자. 한가위 연휴 밑의 휴일이라 벌초니 미리 성묘를 가니 해서 빠지는 산우들이 많을 것으로 보이니 서울에 남아 있는 산우들은 얼굴을 보면 좋겠다. 나도 휴일에 집에 있으면 덧없이 하루가 지나가버린다. 나는 벌초비용을 시제비를 겸해서 내니 벌초하러 갈 일이 없다.

 

 

4.동반시

상사화처럼 석산꽃도 잎 없이 훌쩍 올라온 꽃대궁 끝에서 꽃을 피운다. 우리말로는 ‘꽃무릇’이라고 부른다. 붉은 꽃잎 사이로 삐죽이 뻗어 나온 꽃술이 아슬아슬하다. 아무 기별도 없던 꽃무릇은 가을 내음 풍겨오면 순식간에 50㎝까지 꽃대궁을 키운다. 그 끝에 피어난 꽃은 화려하지만 여느 꽃보다 서글프다. 잎사귀가 없어서다. 꽃 져야 올라올 잎은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눈보라 맞으며 긴 겨울을 나야 한다. 꽃을 만나지 못해도 핏줄이 하나인 이유다. 지금 땅속에서 꿈틀거릴 잎새의 장한 아우성이 고맙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꽃무릇이라 불리는 석산꽃은 꽃이 지고 잎이 나며, 이별초라 불리는 상사화는 잎이 진 뒤에 꽃이 핀다. 두 꽃 모두 꽃과 잎은 서로를 보지 못하는 슬픈 운명을 안고 태어났기에 시인들은 이 꽃들을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노래한다.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며, 사랑은 항상 오고 가지만 또 찾아온다. 하여 한 번 지나간 사랑에 너무 목매지 말자. 슬픈 이별이 없으면 사랑이 아니다. 슬프니까 사랑이다. 나이가 들면 사랑의 감정이나 이별의 슬픔도 점점 천천히 뛰는 맥박처럼 천천히 오고 간다.<도봉별곡>

 

석산꽃 - 박형준(1966~ )

한몸 속에서 피어도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무덤가에 군락을 이룬다

 

당신이 죽고 난 뒤

핏줄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초가을

당신의 무덤가에 석산꽃이 가득 피어 있다

―나는 핏줄처럼

당신의 몸에서 나온 잎사귀

 

죽어서도 당신은

붉디 붉은 잇몸으로 나를 먹여 살린다

석산꽃 하염없이 꺾는다

꽃다발을 만들어주려고

꽃이 된 당신을 만나려고

 

2011년 9월 3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