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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검봉과 구곡폭포(詩山會 제168회 산행)

검봉과 구곡폭포(詩山會 제168회 산행)

산 : 검봉(530미터)

코스 : 강선사입구-정상-서낭단고개-구곡폭포-칡국수집-강촌역

소요시간 : 3시간 30분

일시 : 2011년 9월 18일(일) 9시 45분(10시 3분 급행을 타기 위해 시간 엄수)

모이는 곳 : 전철 7호선, 중앙선 상봉역 춘천행 플랫홈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박형채(011-250-5382)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 통한 시론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 문정희의 시 <부부>전문

 

 

10월 24일에 결혼 30주년이 된다. 기념해야 하는데 아직 마음이 복잡하다. 부부의 일이란 두 사람만 안다. 황혼 이혼이 늘어가는 추세라 하니 참고 살면서 백년해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얼굴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받는 것은 몰라도 주는 선물은 준비해야겠는데 아직 생각 중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관악산 산행기(2011년 9월 4일)/박형채

참석 : 박형채, 신원우, 이경식, 조문형, 김종화, 이재웅, 전작, 김정남, 위윤환, 고갑무, 한양기(11인의 산사나이들)

 

8월에는 비가 많이 내렸고 나도 일이 겹쳐 두 번 산행을 동행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11명의 산우들을 만나니 반가웠다.

 

이경식 회장은 한 사람의 산우라도 더 만나고 싶어 연신 핸드폰에 눈길을 주고 확인을 하고 있었다. 총무인 내가 할 일인데 미안했다. 10시20분을 넘기고서 11명이 전부였음을 알고 출발을 했다.

 

한참 오르다가 전망대가 있어 한숨 쉬어가자고 했다. 얼른 이재웅 산우가 무거운 짐을 덜겠다고 맛있는 과일을 내놓았고 전작 산우는 모시떡을 돌렸다.

 

맛있게 먹으면서 농사짓는 일에 대해 담소를 나눴다. 이경식 회장은 요새 도시농업 전도사로 강의도 한단다. 예쁜 아줌마 회원들과 농사짓는 게 기쁨이 가득한 듯 보인다.

 

세상이 하수상하니 자신의 먹거리를 손수 재배하여 먹는 게 좋은 일이다. 나는 유기농 퇴비 만드는 방법을 신문에서 보고 얘기했는데 깻묵과 쌀겨, 커피를 내리고 남은 원두커피가루, 그리고 요구르트를 고루 섞어 맛있는 냄새가 날 때까지 발효를 시켜 화분이나 밭에 뿌리면 좋다는 이야기였다.

 

암사동 정수장 정문 쪽에 150평에 15가지정도의 작물을 심어 맛보고 있는데 처음 2년간은 부모님을 따라 농사에 입문하였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혼자서 게으름을 피우면서 그럭저럭 농사를 짓는 중이다. 땀을 흘리면서 몸 속의 노폐물 청소도 하고 푸성귀를 싱싱하게 뜯어다가 삼겹살에 싸서 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쉬는 동안 수다가 길어졌고 또 걸으며 땀을 흘려야 한다. 날씨가 서늘하고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니 산행하기가 매우 좋았다. 오늘 글짓기는 자주 빠진 죄로 총장이 써야 한단다. 이 회장의 명령이라 얼른 그러마고 했다. 지금까지 솔선하여 고르게 돌아가며 산행기를 써준 산우들께 고맙게 생각한다. 올해는 산행기를 쓰는 것을 누가 순서랄 게 없이 잘 진행되어 온 것 같다. 김정남 왕회장의 문장력을 전수받아 시산회 산우들은 작가 수준의 산행기를 쓰고 있다.

 

한참을 오르니 체력단련장이 있어 쉬자고 한다. 그러자! 목도 마르니 맛있는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올라가자. 나는 안주로 포도 2송이를, 한양기 산우는 1억짜리 갓김치를 내놓고 뭔가 그 사연을 설명하였는데 내 기억이 가물거려서 생각이 나지 않지만 맛있는 돌산 갓김치였다. 앞으로 자주 가져 오시게나.

 

막걸리가 잘 팔리니 차별화한 제품이 많이 나오는데 효소가 살아있다 해서 3백 원을 더 받더라는 ‘우국생’. 그래도 맛이 더 좋으니 비싸도 좋다. 막걸리는 우리 것이니 말이다. 관악구청이 산행인들을 위해 탁자와 의자를 마련해주어 좋은 휴식이 되었으니 구청장을 칭찬해주고 싶다.

 

또 흠뻑 쉬었으니 마당바위 쪽으로 출발이다. 위윤환 산우가 내게 요새 산행을 안 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한다. 자신은 국내에서 좋은 사람이 바닥났으니 해외원정도 가능한 지를 물으면서 자신은 자식들 농사가 안 끝나서 불가능하다니 어쨌든 국내서 조달해야 될 일이다. 산우들이여! 주위에 좋은 사람이 있는지 살펴보고 빨리 신고하세나.

 

마당바위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쉼터로서는 좋은데 한 곳에서 홍어회를 먹는지 냄새가 약간 거시기했다. 먹거리로 우리끼리 있을 때는 홍어회가 좋았는데 다른 지역사람이나 여자들은 싫어한다는 것에 대하여, 그러니까 쉼터에서 냄새가 나는 좌판을 벌려 놓은 무리들이 나쁘다는 거 아니겠는가. 마당바위에서 홍어 냄새를 맡아서 그런지 3백 미터쯤 올라가다가 배꼽시계가 소식을 보내오고 이리저리 자리를 찾았다.

 

남들의 눈을 피해 약간 높은 자리에 자리를 깔고 떡과 다과를 놓고 막걸리 파티를 즐겼다. 마시고 먹을 때는 늘 즐겁다. 정남이표 한과와 두부 김치, 여러 산우들의 떡과 손두부, 과일로 적당히 배를 채웠다.

 

조문형 산우의 속궁합론으로 즐거운 부부사이가 어떤 것인지 소개되었다. 지금도 외출할 때 늘 손을 맞잡고 다니는 염재홍 산우가 부러울 따름이다. 나는 K20마을에서 많은 부부관계 지식을 배우고 실습도 해본다. 그래서 참 좋은 까페라고 생각하며 내 초등학교 까페로 스크랩도 자주 해 간다.

 

정상이 가까이 보여 내친김에 정상까지 오르자는 이경식 회장의 의견이 있었으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어 이정표는 50분이 걸린다고 되어 있지만 그 시간은 더 걸리고 시산회의 ‘빛나는 전통’인 ‘먹었으니 내려가자’가 대세로 굳혀진다. 마당바위로 내려와서 시낭송의 시간에 오랜만에 참석한 위윤환 산우에게 낭송을 권하고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박형준의 ‘석산꽃’을 읊는다.

 

시낭송이 끝나자 이재웅 산우가 스마트폰을 꺼내들더니 단호하게 자신이 시를 한 수 더 읊겠다고 한다. 의아했으나 반대할 일이 아니다. 검색을 하더니 서정주 시인의 ‘신부’를 다시 읊는다. 전작 산우와 재웅이는 미당 문학관에서 설명회의 말미에 관장이 읊던 이 시가 가슴에 남아 아직도 잊히지 않는 모양이다. 언제까지 그 시를 잊지 못하고 부를 것인지 두고 보자.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니 오래갈 것 같다.

 

신원우 동창회장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감동을 함께 나누며 읊기를 원했지만 이 회장은 조용한 곳을 원한다. 어쨌든 양 회장의 의견은 달랐으나 앞으로 잘 조율하기 바란다. 내려오면서 10월의 졸업 40주년 기념행사에 대하여 신원우 동창회장은 특히 시산회원들의 협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

 

아무튼 배를 충분히 채우고 나니 2시경이 되어 하산이다. 뒤풀이는 사당역근처에서 하려고 선두에서 열심히 발길을 옮겼는데 이 회장, 신 동창회장, 등반대장인 김 왕회장 등이 더우므로 짧은 코스인 낙성대역 쪽으로 내려가자고 하니 대세가 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골목시장을 들어서서 횟집을 찾았다. 마침 전어철이라 전어회와 광어세꼬시회를 시켜 혀와 배를 즐겁게 했다. 이 회장이 회비 만원에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산행을 하고, 이렇게 맛있고 푸짐하게 제철에 난 두 가지 회를 먹을 수 있는 모임이 어디 있느냐고 큰소리를 치는 이유는 많이 참석하여 하루를 즐겁게 보내자는 권유의 말로 들린다. 불만 제로, 100% 만족스러운 뒤풀이였다.

 

다음 산행은 남북으로 한 번씩 갔으니 이번에는 동쪽으로 가자고 하여 청평 민물고기연구소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 김종화 산우가 추천한 강촌역 근처에 있는 검봉으로 정했고, 9월18일(일요일) 10시 상봉역 플랫홈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추석절 가족들과 잘 보내시고 많이 동행하세.

 

산에 오르기 좋은 10월에는 3번의 산행을 하고, 한 번은 광고20회 40주년 기념행사를 겸해 무등산(산장 쪽 원효사-서석대-정상-입석대-중봉-원효사 코스)을 오를 예정이니 모두 함께 가세. 고교시절에는 겨우 중봉까지만 오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며, 서석대와 입석대는 6각형의 기둥인 주상절리로서 까마득한 옛날에 바다였다 솟아 산으로 변한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정해도 좋은, 멋진 곳이라는 김 왕회장의 설명이 있었다.

 

한 달에 두 번씩 만나는 산우들이여! 늘 자기건강을 잘 챙기고 천상병 시인의 ‘귀천’처럼 이 세상 소풍 끝날 때까지 행복해 보세나.

 

 

잠실에서 박형채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검봉으로 강촌역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이다. 강촌의 구곡폭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구곡폭포는 수량이 많지 않으므로 춘천의 차가운 기온과 바람에 쉽게 얼어 겨울에는 빙벽으로 유명한 폭포다. 하산길에 잠시 들러 시원한 계곡바람을 쏘이자. 옆의 봉화산은 구곡폭포의 근원이 되는 산으로 산악자전거 코스로 유명한 산이다.

 

경춘 전철이 개통되어 산행을 하는데 선택의 폭이 넓혀져서 좋다. 상봉역 앞의 해물샤브샤브집은 맛있지만 싸고 푸짐해 뒤풀이 단골집이 돼가는 중이다. 이제 술은 적게, 음식은 고급으로 즐기며 멋있게 살자.

 

나 원장과 박수호와 함께 설악산 산행 후 신당동 목로주점에서 뒤풀이를 하면서 박수호가 한 말이 생각난다.

-시산회원들은 시가 거기 있어 산에 오른다.

멋있는 말이다. 우리는 산과 시가 있어 산에 오른다.

 

세상사에 심드렁해지면서 돈도 명예도 싫고 집에서 뒹굴다가, 1년 내내 산에도 다니다가, 요즘은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의 사무실에서 보고 싶은 책을 보며 그것도 시들해지면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르기도 하고, 도서관과 박물관에도 간다. 녹을 받지 않으니 출근 시간도, 퇴근 시간도 없다. 건설에 관련된 일을 하는 선배도 사무실에 자리를 마련해놨는데 오지 않는다고 간혹 전화를 해온다. 내가 남의 녹을 받는 것은 30년 전에 포기하고 다시는 월급장이나 소위 ‘을‘은 안하겠다고 다짐한 사람이니 편하게 살고 싶다. 나는 책을 보다가 답답하면 박물관을 다니며 도서관에서 지내도 심심한 줄을 모르니 내가 봐도 별난 위인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오후에 마시는 한 잔의 막걸리에 자족하며 산다.

 

작년 여름에 이 회장님이 보내준 메일의 한 모퉁이에 있는 글을 보며 생각을 굳혔다. 이 나이에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닌 즐거움을 위해 별로 필요하지 않는 돈을 벌려는 것은 벌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미친 짓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경조사로 들어가는 부조금을 빼면 큰돈도 필요하지 않는 것 같다. 늙으면 의료비에 돈이 든다지만 등산으로 건강을 챙기니 얼마나 들어가겠는가. 두 딸은 자신들의 앞가림을 할 정도가 되니 때가 되면 자신들의 힘으로 결혼을 하든지 아니면 혼자 살 테니 걱정하지 마시란다. 이것도 고마운 일이다. 편하게 혼자 사는 것이 젊은이들의 추세라니 걱정이지만 인간사 중 가장 큰일이라는데 내 맘대로 되겠는가.

 

다만, 본업을 쉬고 있다고 하니 지인 중에 출판업을 권하는 사람이 있는데 마지막 불꽃을 피운다는 심정으로 내가 쓴 글을 책으로 펴는 것도, 남이 쓴 좋은 글을 세상에 내놓는 것도 즐거운 보람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출판업에 30년간 몸을 담았던 그 분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과도기이므로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해 흐름을 보면서 준비하라고 한다. 앞으로 3년이 지나면 그 흐름이 명확해질 것이라는 조언이 있었다. 출판업을 할 때의 전제조건에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백전백패,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출판업도 백전백패, 올인하지 않으면 백전백패, 사생활이 깨끗하고 단순하지 않으면 백전백패, 마지막으로 글을 쓰는 나서 쓴 글을 백 번을 읽고 고칠 정열과 신중함이 없으면 아예 글쓰기와 출판업을 시작하지마라 등 만만치 않다.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직업 중의 하나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면서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긴다.

 

 

4.동반시

사랑과 시를 위해서는 짧아야겠지만, 생은 제 갈 길을 가고야 만다.

지우고 싶은 흔적들을 도처에 흩뿌려 놓고 늘 저 앞에서 히죽 웃고 있다.

사랑의 설렘이 닳고 닳아 두 마음이 무관심으로 엇갈릴 때에야 슬쩍 물러난다.

잔인하다.

그래도 생은 길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생의 끝자락에서 빛 바랜 사랑의 사소함으로 막막한 허무를 조금은 밀어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

끝내 온전히 붙잡을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 인생이라는 것.

-시평(이정환. 언론인)

 

사랑과 시는 늙어서는 안 되며, 당길 수도 늘릴 수도 없는 인생이라는 구절에 마음이 동했다. 이 시는 시인의 자전적 사랑이야기로 보인다. 시와 사랑과 인생은 누구에게나 풀어야 할, 그러나 결코 풀리지 않는 화두 같은 것이다. 우리 시산회 회원들은 산과 사랑과 시가 있어 가을 들판에 넉넉하게 자라는 곡식처럼 풍요로운 사람들이다. 읽을수록 여운이 길게 가는 시가 있을 때 나는 반드시 동반시로 선정한다. 삶에 어떤 사랑도 없다면 그 인생이 뭐가 되겠는가. 그 사랑이 이성간의 사랑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랑에는 종류가 참으로 많다. 그을린 사랑, 빛 바랜 것과 같은 서글픈 사랑 등<도봉별곡>

 

 

짧고도 길어야 할,/이선영

 

그대와 내가 늘 처음처럼 사랑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사랑한다는 말을 지루하도록 되풀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마침내 낯익어서 낯설어져 버린 서로의 얼굴이 마주치는 순간을 맞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그대와 내가 거문고의 여러 개 줄 가운데 딱 두 개 줄처럼

끝끝내 묵음으로 울려 왔음을 들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흙 속에 바람 속에 뼛가루로 재로 영영 묻혀 버리면 그만이라는 것은

이쯤에서 추억이 되었으면 하고 바랄 때

사랑의 박제를 만들어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그대 앞에서 내가, 내 앞에서 그대가 늙어가서는 안 되겠기에

사랑과 시는 늙어서는 안 되겠기에

사랑과 시를 위해서는 짧았으면 싶지만

생활과 핏줄을 위해서는 질기게도 길어야 할,

당길 수도 늘릴 수도 없는 이

인생이라는 것

 

2011년 9월 12일 한가위에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