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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69회 산행)

 

남한산성에 오릅니다(詩山會 제169회 산행)

산 : 남한산

코스 : 남한산성 일주 코스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1년 10월 3일(월) 10시

만나는 곳 : 전철역 잠실역 1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과일, 카메라(하산 후 뒤풀이)

연락 : 박형채(011-250-5382)

사진 : blog.daum.net/sisan20

산행기 : blog.daum.net/yc012175

카페 : cafe.daum.net/K-20

 

 

1.시를통한 시론

 

갈대 - 신경림(1936~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바람 불고 갈대꽃 올라온다. 두려움 없이 하늘로 거침없이 뻗어 오른 갈대의 온몸이 하냥 흔들린다. 바라보는 사람의 고개까지 흔들 기세다. 손에 잡힐 듯한 달빛을 품어 안은 갈대꽃이 파란 하늘을 비질하듯 하늘거린다. 그게 울음이었음을 처음엔 갈대도 몰랐다. 바라보는 사람도 고개만 주억거릴 뿐, 슬픔의 힘으로 흔들린다는 건 몰랐다. 모든 생명에는 저마다의 크기에 알맞춤한 울음이 담겼다. 가슴속 갈피에서 꺼낸 사람살이의 고단함이 소슬바람 마주하고 흔들린다. 이제 바람 찬 가을이다.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가을에는 단풍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억새도 갈대도 있다. 순천만의 갈대가 좋다는데 한 번도 가지 못했다. 특히 석양 무렵이 좋다니 시간을 내서라도 가봐야겠다.

 

신경림 시인은 미당의 제자이며 민족문학 진영의 좌장 격이다. 미당문학관에서 본 친일논란이 이는 시나 전두환을 칭송하는 시들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는 방문 이후의 화두였다. '어떻게 한 사람 안에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는 능력과 정치적 과오를 저지른 흠결이 공존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였다.' 그는 '결국 그 원인을 미당 내면의 심층충동이나 욕망 등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불합리한 국면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미당의 제자 신경림 시인의 제자가 미당문학상의 시부문 당선소감에서 한 말이다.

 

고창 미당문학관에서 친일성향의 시나 전두환 회갑축하시 등을 보는 내 마음은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미당문학관의 직원은 '미당은 시골 서당 선생과 같이 순박하여 조금 올려주면 의심 없이 넘어가는 순진무구함이 단점이자 장점이었다'고 한다. 광주학생사건에 관련되어 입은 피해는 평생을 두고 후회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앞장을 섰지만 나라가 없던 시절이라 누구하나 알아주지도 보상도 없었기에 앞장섬은 결국 헛된 손해로 이어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 눈앞의 이익에 초연할 수 없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나라 없는 민족이 겪었던 슬픈 역사의 희생자임에 틀림없다.

-도봉별곡

 

 

 

2.산행기

검봉 산행기(2011년 9월 18일/ 고갑무)

참석 친구들(무순) : 이경식 박형채 신원우 조문형 김종화 전작 김정남 위윤환 김용우 이계신 최근호 고갑무(12명)

 

어제 저녁 갑작스럽게 내린 비 때문에 맘이 잠시 심란했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내다보니 구름이 낮게 깔리긴 하였지만 비가 내릴성싶지는 않아 보였다. 어제 저녁 이경식 회장의 오늘 검봉 산행권유 문자에 낚이어 꼭 참석하겠다는 회신을 한 뒤라 날씨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비가 온다고 산행을 결코 포기할 친구들이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이왕에 하는 산행 비도 맞지 않고 잘 다녀왔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았다. 나 같은 산행 초보에게 雨中산행은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되는지라 산행 당일의 일기는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중요한 요소이므로, 우선 일어나자마자 바깥 날씨부터 챙겨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작년 말 직장 정퇴를 전후하여 가입한 시산회 모임은 아무런 심적 부담 없이 정치부터 시작하여 경제, 사회, 문화, 도덕을 망라하여 주변 신상잡기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다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이고, 무슨 말을 해도 편한 자리이기 때문에 정말 빠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그런 모임이라 웬만하면 빠지지 않고 꼭 참석하여 친구들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경청하려 나름 열심히 쫓아다니려 하는데, 간혹 날씨가 심술을 부리는 것만 같아 택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기도 한다.

 

어쨌든, 전날 준비한 음식물을 주섬주섬 배낭에 채워 넣고 미리 인터넷에서 검색한 옥수역 시간표에 맞춰 나가려는데 항상 산행 간다고 하면, 이것저것 챙겨주던 집사람이 오늘은 웬일인지 손을 놓고 별로 도와 줄 생각도 안하고 있다가 아침부터 창밖을 보고 부산을 떠는 내 모습이 맘에 좀 걸리는지 우산을 꼭 챙겨가란다. 그렇지 않아도 우산을 챙기려 했는데 먼저 한 말씀 하신다. 내가 좀 안쓰러워 보였나?

 

약속했던 상봉역에 도착하니 9시 20분쯤 되어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생각하면서 대합실 여기저기를 살폈으나,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지 않아 춘천으로 가는 승강장 쪽으로 올라가니 동작도 빠르시지, 가장 먼 곳에서 사시는 정남이랑 문형이, 용우가 벌써 도착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뭐, 이런 분들을 early birds라 하는데 맞나 모르겠네. 용우는 오랜만에 만나본 것 같다. 항상 은백의 머리를 염색도 하지 않고 자연스런 모습으로 하고 다니는 게 보기 좋았는데 오늘은 색깔이 진한 선글라스로 적당히 액센트를 준 모습이 소위 말하는 포스가 있어 보여 다시 한 번 멋있는 친구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런 모습을 계속 유지하기를 바라네.

 

춘천까지 가는 길은 시간상으로 약 한 시간 거리지만, 이날따라 3세대 스마트폰으로 개통한 후 그냥 2세대 피처폰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는 일부 올드보이 친구들 때문에 나름 스마트폰의 선두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이 회장께서 이것저것 앱에 관해 도움을 주며 코치를 하시느라 언제 도착한지도 모르게 춘천에 도착하였다. 그저 애나 어른이나 스마트폰에 맛만 들이면 고개를 푹 숙이고 폰 문자판만 눌러대는 모습은 이제 정말 좋은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아주 흔한 우리주변의 익숙한 풍경이 되고 말았다.

 

구곡폭포로 들어가는 안내 이정표 앞에서 갑자기 앞에 가는 종화가 뒤를 돌아보며 뒤에 따라오는 우리를 향해 혼잣말 비슷하게 "허, 이거 아직 산행기를 쓸 사람을 정하질 못해서" 하더니 힐끗 회장을 쳐다본다. 난 무심한 듯 가능하면 종화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출발할 때 찌푸렸던 하늘이 오히려 맑게 갠 것을 보면서 "야 오늘 정말 산행하기 딱이네"하면서 발걸음을 일행 쪽으로 옮겼다. 그런데 종화의 눈길을 받는 회장께서 발걸음을 딱 멈추더니 "가만있자 금년 들어 아직 산행기를 한 번도 안 쓴 사람이" 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나를 쳐다본다. 짐짓 모른 체하면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지만, 아차, 이 회장과 서있는 거리가 너무 가깝구나가까워 하는 순간 "갑무, 자네 한 번도 안 썼지 이번에 한번 쓰지" 한다. 순간적으로 아직 한 번도 안 쓰신 분이 있다는 것을 본 기억이 나는데 누군지 생각해 낼 수가 없다. 더 이상 머뭇거렸다간 괜히 한소리 듣고 쓸 것 같아 “그려, 이번엔 내가 한번 쓰지”하고 바로 자세를 낮추었다. 사실 며칠 전 이회장이 산행과 관련하여 중간 결산한다고 회원들 산행기록과 산행기 작성회수를 인터넷에 올렸을 때부터 예감이 별로였다.

 

왜, 누구든지 좀 막연하긴 하지만 무슨 일과 관련해 꼭 내가 당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같은 거 있지 않나. 그날도 그 중간 결산서를 보면서 꽉 꽂히는 예감이 별로더라니까. 그래서 꼬리를 내리고 바로 속으로 "내 그럴 줄 알았어"를 무지 내깔렸다. 글이란 게 참 묘해서 쓰면 그럭저럭 중언부언 뭔가를 써 내려가는데 왜 그렇게 시작하기가 어려운지, 매도 맞아야 한다면 미리 맞는 게 났다고 이왕 써야 할 산행기라면 미리 쓰는 게 났겠지 하면서도 참으로 쉽게 손이 안가는 것이 산행기가 아닌가 싶다.

 

검봉이 그리 높지도 않는 해발 530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게 또 초장부터 사람을 잡을 기세다. 처음부터 급경사로 시작해서 사람의 숨을 턱에 차게 만든다. 일단 헉헉거리며 산을 올라가며 주위를 살펴보니 나만 헉헉거리는 게 아니고 상당수 고수분들께서도 힘들어하는 기미가 역력한지라 적이 맘이 놓인다. 그렇지 나도 산행경력 1년이 넘는데 나만 힘들라고, 역시 어른들 말씀은 틀린 것이 없다. 당신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ㅋㅋ

 

항상 우리 산행이 먹산회의 전통을 잘 이어가듯이 오늘도 중간쯤 올라가자 바로 먹산회의 전통에 따라 맛있게 보이는 떡을 전작 친구가 좍 돌리자, 바로 이어 막걸리와 깻잎과 미나리를 넣어 잘 버무린 홍어회가 문형이 배낭에서 나오는데 홍어회맛이 일품이다.

 

특히 칼질을 잘한 홍어회가 한 입씩 입에 쏙 들어오는 게 여간 맛깔스럽지 않고, 만드신 분의 정성도 있을 것 같아 마나님 음식솜씨가 참 좋네 하면서 문형이 눈치를 살피는데 오히려 딴전을 피운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그런 건 물어보지 말란다. 뭔가 집히는 건 있는데 확증은 없고 심증만 있으니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고, 하! 이건 소재가 참 좋은 건데 뭐라 이야기할 수도 없고 정말 아쉬워 죽겠네.

 

입담이 걸쭉한 문형 친구! 항상 오랫동안 그 입심으로 우리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게나. 나는 항상 자네만 보면 왠지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네.

 

정상에 오르니 정상이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하지만 어쨌든 정상에 올랐으니 인증샷도 찍고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각자 준비한 음식물을 내놓고 쭉 둘러앉아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두부와 김치, 그리고 떡과 과일 등을 안주로 배를 채우니 대자연의 호연지기속에 저절로 詩仙이 된 기분이다. 그런데 항상 옥에 티는 있는 법, 그만 어제 밭농사로 인한 피곤함 때문에 기상시간을 지체하신 박 총장께서 우리들의 동반시 "짧고도 길어야 할"시를 프린터기 고장으로 복사를 못해 오시는 바람에 궁여지책으로 원우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늘의 산행시를 멋지게 낭송하였다.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시산회 가입을 참 잘한 것 같다. 도대체 우리 시산회는 불가능이 없으니 손이 없으면 당연히 입으로 한다. 복사해 온 산행시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아무 불편 없이 오늘의 과업을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수행하고 있으니 누가 시산회를 60전후의 나이든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단언컨대 누구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히 남을 폄하하기 좋아하는 질이 별로 좋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식사까지 잘 마치고 문배마을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산은 높지 않고 산세도 험하지 않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오밀조밀한 산길은 벌써 가을을 준비하는 나무들로 한결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고, 가을이 더 깊어지면 푸르른 녹음은 천자만홍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낼 것이다. 약간 오르막길의 좌우에는 푸른 이끼를 뒤집어 쓴 고목이 창연한 자태를 들어내고 있었다. 계절은 순환이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똑같은 모습을 우리에게 보일 수 있으련만 우리네 인생은 시간이니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같은 모습으로 이 자리를 지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흐르는 세월 앞에 숙연해지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내려오는 도중에 조그만 사단이 있었으니 앞서 걷던 우리 총장께서 그만 몸의 균형을 잃고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신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결코 험한 길도 아니고 거기에다 건강하고 약간의 노동으로 심신을 단련한 총장께서 왜 넘어졌을까를 생각해보니, 좀 전에 밭농사 때문에 아침에 시간이 지체되었다는 그 사연이 실은 바-암농사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을 하였지만 내색을 않고 모른 체하였다. 괜히 이것저것 물어보았다가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총장님의 행복추구권에 대해 깐죽거리는 모양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검봉의 자랑거리요 겨울철 빙폭으로 산악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구곡폭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약간은 피곤함을 느꼈지만 일단의 친구들과 함께 폭포가 떨어지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의 많은 폭포가 그러하듯이 구곡폭포 역시 크지 않는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약50미터 절벽위에서 몇 줄기 물이 아래로 수직 낙하하니, 가을철 건조기에도 최근에 내린 비 덕분에 폭포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볼 수 있어 여기서도 인증샷을 한 컷 찰깍하고, 다시 일행이 기다리는 장소로 내려오고 있는데 앞서 가던 나이 지긋한 노인네가 그만 손주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지셨다. 순간적인 일이었지만 난 불과 2-3미터 후방에서 따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넘어지면서도 팔로 손주를 꼭 안고 넘어지시는 노인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급히 달려가 보니 다행히 손주애는 다친 데는 없어 보였지만 몹시 놀랜 듯 울음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네도 살다보면 저 노인처럼 손주를 돌보아주어야 하는 때가 있을 터인데 저런 조그만 사고라도 나지 않도록 무척 조심을 하여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검봉이 작은 산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울창한 수목과 잘 관리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고 나름대로 운치를 지니고 있는 구곡폭포와 요즈음 웰빙트렌드에 따라 한창 산채음식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배마을까지 산속에 포옹하고 있는 아름다운 산으로, 이제 서울과 춘천 간 전철개통으로 교통까지 편리해져 많은 서울시민들이 부담 없이 쉽게 찾을 수 있어 더욱 유명세를 타지 않을 까 생각한다. 나도 가을이 더 깊어지면 다시 한 번 이곳을 찾아 아름다운 단풍과 맑고 고운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

 

춘천으로 가는 길은 우리 친구 전원이 미리 자리를 잡아 급행 전철 좌석에 앉아 편안한 여행을 즐겼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한명도 좌석을 차지하는 행운을 누리지 못한 체, 전철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춘천 소양댐 여행을 하시고 돌아오시는 할머님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벌이다 보니 어느새 상봉역에 도착하였다. 바로 인근에 있는 횟집으로 이동하여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와 세꼬시 안주로 본격적인 뒤풀이를 하면서, 또 한 번 인생과 노화 그리고 건강관리까지 우리의 주된 관심사에 대해 서로의 생각과 경험 등을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피력하다보니 시간은 어느덧 7시를 넘겨 이제 오늘 하루 검봉 산행을 마무리하여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친구들아! 요즘은 다들 건강상태 등이 좋아 재수 없으면(?)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고 그러니 어떻게 하겠나. 100세까지 다들 몸과 마음을 두루두루 건강하게 유지하고 행복하게 잘들 살아보세. 그때까지는 우리가 시산회의 전통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나. ‘백세아저씨들의 시산회’라는 것을 생각만 해도 얼굴에 웃음이 돋네. 아자! 아자! 파이팅!! 시산회 친구들!!!

 

2011년 9월 19일 고갑무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은 남한산성이다. 개인 사정이 있어 산행지를 미리 정해달라고 집행부에 부탁했더니 바로 연락이 왔다. 다음 사유로 나는 참석하지 못한다. 이번 산행에는 부득이 불참하지만 10월 15-16일의 고교 졸업 40주년 기념산행에는 참석한다. 고향의 명산 무등산행에는 가능하면 많이 참석해주기 바란다는 신원우 동창회장과 김용우 동창회총장의 부탁이 있었다. 산우들의 애경사에 가보면 시산회원들이 주축을 이룬다. 집행부 책임자들이 회원이고 연말에는 후원을 많이 잘해주니 우리가 적극 참여하자.

 

산우들과 비슷하겠지만 10월 24일에 도움쇠가 결혼 30주년을 맞이한다. 나란 위인이 원체 집안 일에 무심한 사람이라 자신의 생일은 그렇다 치고 마나님이나 애들의 기념일을 챙기는 것에 인색해서 가족 및 주변의 원성을 사는 경우가 많다. 젊었을 시절에는 바쁘게 살았고 겉치레를 싫어하는 것을 이해했지만 나이 들어 시간도 많은데 꽃다발도 챙겨주지 않는 남편과 애비를 포기하고 살았단다. 올해는 딸들이 여행비용을 자신들이 부담한다고 해외여행을 가자는데 비행기를 타기 싫다는 이유로 거절할 명분이 서지 않는다. 큰딸은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시험도 있고 내년에 결혼할 수도 있으니 결혼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자는데, 해외는 직장을 오래 쉬어야하니 제주도 3박4일로 결정했다. 애비가 비행공포증이 있어 두 사람만은 여행을 가지 않을 것을 간파한 딸들의 배려다. 장흥까지 차로 가서 쾌속선을 타고 제주도를 가도 되지만 이제 장시간 운전은 하기 싫다. 부부간의 일은 부부만 안다지만 내가 남편과 애비로서 할 일도 못하고 사는 위인이라 반성해본다. 먼저 가장이 가족을 보듬고 베풀어야 한다는 고갑무 산우의 우정 어린 충고가 큰 도움이 됐다. 마침 나의 대한항공 마일리지가 12만 마일이 남아있어 4명이 갔다와도 6만 마일이면 되므로 이번에 사용하게 됐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비행기 이용 마일리지가 아니고 약 20년 전 신용카드 사용실적과 연계한 것이다. 딸들도 이 메일을 보니 애비의 미안한 마음도 알릴 겸 개인의 일을 길게 썼으니 이해바란다.

 

 

 

4.동반시

들국화가 따로 있는 꽃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쑥부쟁이, 구절초, 산국, 감국, 별개미취 등 국화과에 속하는 꽃들이 산과 들에 피면 들국화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는 들국화는 거의 쑥부쟁이나 구절초인데 구별함에 큰 의의가 있지 않으나 간단히 설명한다. 쑥부쟁이라는 특별한 이름은 쑥을 캐러 다니던 가난한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죽어 무덤 위에 핀 꽃이라 하여 붙였다는 유래가 있다. 꽃대 위에 여러 개의 꽃이 피며 약간 연보라빛을 띤다. 구절초는 여름에는 다섯 마디가 가을에는 아홉 마디가 된다해서 붙인 이름인데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이 피며 흰색을 띤다. 이 꽃들은 춘궁기에 나물로 먹을 수 있어 배고픈 서민들이 좋은 먹을거리가 됐다고 한다.

 

시인은 사랑하면 숨어도 다 보인다 했는데 이 꽃들의 구별은 쉽지 않다. 사랑도 여러 사랑이 있는데 구별이 쉬울까. 이제 매미도 가고 귀뚜라미도 갔다. 짧은 가을에 사랑하지 않으면 언제 하랴. 이 좋은 가을에 좋은 사람과 산길 들길을 걷다보면 식었던 사랑도 다시 피어날 수 있다. 산성 한 자락에서 막걸리 한 잔 앞에 두고 이 시를 읽어보자. 잊었던 옛사랑이 문득 떠오른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다. 모두 모여 빠르고 쉽게 가버리는 가을의 한 모퉁이라도 잡아보자.

 

 

쑥부쟁이 사랑 - 정일근(1958~ )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 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 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모든 꽃송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2011년 9월 26일 새벽에

詩를 사랑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