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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영장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42회 산행)

영장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42회 산행)

 

산 : 영장산(414미터)

 

코스 : 야탑역-경남아파트-종지봉-솔밭쉼터-정상-야탑역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4년 9월 14일(일) 10시

 

만나는 곳 : 분당선 야탑역 4번 출구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詩가 있는 時論

 

가을 오후 - 도종환(1954~ )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 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時評

작곡가들이 자기의 자장가를 남기듯이, 시인들은 가을시를 많이 쓴다. 여름의 풍성한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수확의 계절 가을은 더위에 지친 심신을 위로해 준다. 벌써 겨울을 맞이할 준비로 바쁘기도 하다.

가장 먼저 계절을 맞이하는 나무들은 어느새 이파리를 떨구고, 매미의 노랫소리가 잦아들면서 철새들도 떠날 채비를 한다. 사방에서 모여들어 여름 축제를 벌이던 마당이 한적해지고, 하나 둘씩 떠나보내는 마음이 쓸쓸해진다. 뒤에 남아서 손님들이 떠난 집안을 치우고 홀로 산책길을 걷다 보면 화려했던 지난날을 바라보던 시선이 차츰 내면으로 가라앉는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

 

-時論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를 감명 깊게 본 산우들이 많을 것이다. 최근에 자살한 명우 로빈 윌리암스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다. 전체적으로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시(詩)다. 영화는 시에 대한 진부한 개념을 깨부수는 것에서 시작한다. 아이비리그 진학률이 70%에 달하는 명문 기숙학교에 존 키팅(윌리암스 분)이 영어교사로 새로 부임해온다. 이 학교 동문이기도 한 키팅은 첫 문학개론 수업에서 '시의 이해'라는 교재를 읽게 한다. "시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운율, 음조, 비유를 이해하라. 그리고 두 가지 질문을 해라. 첫째, 대상의 예술적 표현도. 두 번째, 대상의 중요도이다. 첫째는 시의 완성도 측정이며, 두 번째는 중요도의 판단이다. 시의 완성도를 가로축에 놓고 중요도를 세로축에 놓으면…." 문학개론 차원에서 보자면 탁월한 이론이다. 하지만 학생의 읽기가 끝나자 칠판에 시 평가를 위한 좌표를 그리던 키팅은 갑자기 "쓰레기. 시는 재는 것이 아니다. 자, 이제 그 장을 찢어버려라"고 일갈한다.

 

이어서 그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ㆍ오늘을 잡아라)'을 외친다. 카르페 디엠은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라틴어 시 한 구절.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위축되지 말고 청춘을 있는 그대로 만끽하라는 뜻이다. 이어 키팅은 '오, 나여! 오 생명이여! 수없이 던지는 이 의문. 믿음 없는 자들로 이어지는 도시. 바보들로 넘쳐흐르는 도시. 아름다움을 어디서 찾을까? 오 나여, 오 생명이여. 대답은 한 가지. 네가 거기에 있다는 것. 생명과 존재가 있다는 것. 화려한 연극은 계속되고 너 또한 한편의 시가 된다는 것'이라는 월트 휘트먼의 시를 인용한다.

 

훌륭한 선각자나 선지자들이 내세웠던 명구는 많다. 가장 중요한 보물은 황금, 소금, 지금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다음 시를 읽어본다. 달밤에 술 마시기- 정약용(1762~1836) 여보게 달을 보며 술 마시고 싶으면/달이 뜬 오늘 밤을 놓치지 말게/바다에서 구름이 떠오를지도 모르고/그 다음날 밤으로 또 미룬다면/둥근 달이 이미 이지러질 것이네.

 

인간이 선해진다는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추석은 며칠이 지났다. 이 좋지만 짧은 가을이 가면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내일이면 우리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올해는 한가위 달이 떠오르는 집 근처 중랑천 언덕에서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잘 되기를. 아침 신문을 보니 한국식품연구원은 막걸리에 항암물질인 스쿠알렌이 포도주의 200배 이상 들어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2011년에도 막걸리에서 항암물질인 파네졸을 발견했다. 이런 이유를 떠나서 나는 목 넘김이 좋은 막걸리가 좋다. 목을 넘어갈 때의 시원함과 달콤함은 어느 술에 비길 데 없다.

<도봉별곡>

 

2.산행기

대모-구룡산 산행기(시산회 제241회 산행)

일 시 : 2014년 8월 24일(일) 10시

집결지 : 양재 하나로 마트 버스정류장

뒤풀이 : 가락시장 장원식당

참석자 :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나창수, 남기인, 박형채, 염재홍, 이경식, 임산환, 위윤환, 전작, 정동준, 정한, 조문형, 조영훈, 한양기, 한천옥 이상 17명

 

건대역에서 7호선 지하철을 타고 고속터미널에서 3호선으로 바꿔 타고 양재역에서 내렸다. 청계산가는 버스를 타니 온통 등산복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혹시나 하고 둘러보았으나 낯이 익은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데 헐레벌떡 올라타니 사람이 많이 낯이 익다. 윤환이다. 함께 양재 하나로 마트에서 내리니 부지런한 친구들이 벌써 와서 반갑게 맞이한다. 양재역에서 버스로 바꿔 타고 하나로 마트에 하차하는 길이 대부분 초행이라 약간의 시간 지연은 예상이 되었다. 오늘따라 막걸리도 좀 부족하여 준비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더구나 버스를 잘못 타서 향촌까지 다녀온 한 산우가 코이카에서 350미터 지점의 간이휴게소에서 합류하여 16명이 되었다. 시계를 보니 11시다. 350미터 산행에 한 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대모산 정상에 먼저 가서 대기하고 있을 작이를 포함해서 모두 17명이다. 너무 많아 1진과 2진으로 나누자고 농담 삼아 얘기를 하는 친구도 있다. 나도 교직을 은퇴하니 시간이 남아 자주 참석하게 되니 다행스럽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니 무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처서도 지나 좀 서늘할 법도 한데 웬 걸! 습도도 높고 바람도 불지 않는다. 옆에서 산행하는 조 회장의 모자에서는 물줄기가 줄줄 흘러내린다. 그러니 2리터 물병을 가져온다.

 

산행 중에 주변을 둘러보니 버섯이 자주 눈에 띈다. 가을은 송이의 계절이라는데 인터넷에서도 아직은 조용하다. 왕회장의 지론은 버섯 중에 으뜸은 목이버섯이란다. 예부터 일목, 이표, 삼송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송이가 가격이나 관심에서 목이버섯과 표고버섯을 제치고 맨 앞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송이버섯이 많이 나오는 양양과 봉화에서 축제를 개최하여 인지도를 높인 까닭이다. 도산 이황이 공부하던 봉화 청량산을 오르다 내려오면서 축제에 들렀는데 1등품이 kg당 25만 원이라 놀랜 적이 있었단다. 맛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흠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산중한담을 나누며 오르는 즐거움은 빼놓을 수 없는 월2회의 중요한 행사다. 12시경에 구룡산 정상에 오르니 아이스께끼가 유혹한다. 그 유혹을 극복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나 원장이 방해를 한다. 덕분에 달고 시원한 아이스께끼로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고 인증샷 찰칵!

 

대모산에서 기다리고 있는 작이와 극적으로 감격적인 상봉(?)을 하여 구룡산과 대모산의 경계부근에서 너른 곳을 잡아 점심식사를 할 자리를 잡았다. 식전행사로 오늘의 동반시 이진 시인의 ‘눈뜨는 아침마다’를 낭송했는데 왕회장의 시 창작 교실 선생이란다. 건강이 좋지 않아 아침에 눈뜨면 오늘도 살았구나 하며 지낸다니 안타깝다. 윤환이가 너무 어려운 시보다 편한 시를 선정해달라고 하자, 정남이는 추천해달라고 부탁하며 앞으로는 더 쉬운 시를 가져오겠다고 한다. 시산회가 시를 가까이 한지 10년이 지났는데 시인이 되었거나 시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적어 아쉽다는 말도 나왔다.

한 마디로, 푸짐하다.

문어를 필두로 족발, 김밥, 초밥, 간제미회, 김치, 떡, 한과에 복숭아, 사과, 도마도 등등. 이것을 다 먹는 먹산회인데 두 시간이면 수서역에 도착할 테니 배가 꺼지지 않으므로 뒤풀이를 걱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해서 오늘은 보양식으로 가락동 여름 민어를 먹으러 가면 시간이 더 걸리니 배가 꺼진 후에 뒤풀이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아진다. 우리가 공산당이 아닌데 마음이 모아지는 것을 보면 산우들의 마음이 참 넉넉함을 새삼 느낀다. 살다보면 단체가 모일 때는 한두 번의 갈등은 생기지만 모두 슬기롭게 극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식사 후 대모산 정상에 올라 인증샷을 찍고 수서역에 도착하니 3시 반이다. 정상적이라면 세 시간 반이면 양재에서 시작하여 구룡산, 대모산을 종주하고 수서역에 도달할 수 있지만 오늘은 다섯 시간하고도 반이나 더 걸렸다. 산수유람단의 구룡산, 대모산 유람기라고 해야겠다.

 

수서역에서 택시 다섯 대에 나누어 타고 뒤풀이 장소인 가락동 수산시장의 장원식당으로 집결하였다. 아직도 남아있는 포만감은 민어회를 뜨는데 걸리는 한 시간쯤의 기다림으로 해소하면서 조금은 미지근한 맥주로 갈증을 달랬다. 17명의 건각들과 같이 한 제241회 시산회의 구룡산, 대모산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시산회의 무궁한 발전과 회원 각자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건배!

 

2014. 8. 24. 저녁에 한천옥 씀

 

3.산행지

 

이번 산행은 종화와 세환이 등이 사는 분당 근처의 영장산으로 오른다. 산우들의 배려로 1년에 한 번

 

그들이 사는 곳 부근의 산을 정한다. 시산회 원로 중의 원로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고마운 일이다. 물

 

론 나와, 원무, 재홍, 임 총장은 멀지만 천리길이라도 가야 한다. 산우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기랴. 창동 하나로 마트는 8시에 문을 여니 문어를 사가지고 가려면 늦을 수 있다. 마나님이 추석

 

차례 준비를 위해 방학동 도깨비시장에 들렀더니 굴이 나오기는 하지만 씨알이 작고, 아직 회로는 먹

 

지 못 한다고 했다는데 냉동 굴이었을까? 이번 산행 때는 나올 수도 있으니 함께 사가면 반가워할 거

 

라 한다. 아니! 언제부터 시산회에 관심이 있었나? 부부는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작은딸도 결혼하니

 

넷이 살던 집에 동그마니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무서워서 빨리 귀가하라고 회유책을 쓰는 것일까?

 

내년부터는 해외여행도 다니겠다. 배를 무서워하는 마나님은 제주도 말고는 바다 건너 가 본 곳이 없

 

다고 한다. 두 딸도 짝을 찾았으니 겁날 것도 없다. 나도 이제 비행기 타련다.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4.동반시

 

동반시로 쉬운 시를 선정해달라는 윤환의 요청에 따라 종화가 카톡에 올린 시를 동반한다. 종화의 사

 

전 승낙을 받았다. 단 이 시는 윤동주의 시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이 시의 원작자는 뇌성마비 장

 

애우 김준엽으로 원제는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다. 원자글 보니 이 시를 ‘좋은생각’의 편집

 

인 정용철이 김준엽의 시를 개작했음이 틀림없다. 이미 와버린 가을이 가기 전에 해야 할 세 가지.

 

작은 버킷 리스트! 그래서 사랑하자. 그렇게 사랑하자. 그래도 사랑하자.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정용철 개작(원작 김준엽)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2014. 9. 3. 신당동에서

 

詩를 살아하는 山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