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구룡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41회 산행)
산 : 대모-구룡산
코스 :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 앞-정상-수서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4년 8월 24일(일) 10시
만나는 곳 :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 앞(양재역 5번 출구 남부농협 앞에서 청계산 가는 마을
버스를 타고 마트에서 하차)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時論
나를 열어주세요 / 나희덕
옆구리에 열쇠구멍이 있을 거예요
찾아보세요. 예, 거기에
열쇠를 꽂아주세요.
아니면 태엽이라도 감아주세요.
여기 계속 서 있는 건
아무래도 너무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몇 걸음이라도 걸어야 살 것 같아요.
열쇠를 찾을 수 없다구요?
당신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있잖아요.
손가락보다 더 좋은 열쇠는 드물죠.
때로는 붓이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하는 손,
지문의 소용돌이를
열쇠구멍의 어둠 속에 가만히 대보세요.
아, 드디어 열렸군요.
이제 구멍 밖으로 걸어갈 수 있겠네요.
태엽을 넉넉히 감아주세요.
염려하지 마세요, 곧 돌아올 테니까요.
궤도를 벗어나지도 않을게요.
내 구두에는 스프링이 달려 있어
통, 통, 튀어올랐다가 이내 가라앉고 말지요.
혹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눈 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줄 아세요.
당신의 인형이라는 것도 잊은 채
땅에 코를 박고 허둥거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시 일으켜 줄 어떤 손을 기다리면서, 처음인 것처럼.
손의 역할은 거의 만능이다. 손으로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전답을 경작하는 동시에, 독약과 무기를 만들어내고 인간과 동물을 살상한다. 악수와 애무와 기도 또한 만남과 사랑과 믿음의 열쇠가 되는 손의 기능이다.
몸에 갇혀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정작 자기의 몸을 드나들 수 없다. 저마다 태엽 감는 인형처럼 열쇠 구멍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여닫을 수 없으므로, 남의 손, 타자의 열쇠가 필요하다. 나와 남이 공존해야 할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만나서 손을 잡고 서로 말을 나누어야 열고 열릴 수 있다. 열쇠가 되는 말을 주고받는 데서 모든 소통이 시작된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누가 의사자 지정을 해달라고 했습니까?
직계 친족 대학입학특례를 달라고 했습니까?
평생을 보장을 해달라고 했습니까?
유족에게 보상금을 달라고 했습니까?
죽은 아이에게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비겁하게 숨어서 거짓 소문을 내지 마시고 떳떳하게 신분을 밝히고 진실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십시오.
진실을 알고 싶다고, 그저 그거 하나면 족하다고, 힘없고 못난 아빠가 자식 잃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광화문 길바닥에서 39일째 단식하고 있습니다.
경식이가 올린 글처럼 이상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나는 극보수꼴통이거나 여당과 정부 측의 알바가 올린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도 그런 글을 옮길 때는 자신의 생각도 함께 올려주기 바란다.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법학을 공부해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이는 진실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으니 두 개의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정권 말기에는 검찰이 청와대보다 무섭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형사소송법에 나오는 3개의 주의 및 원칙 때문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 기소 독점주위, 기소 편의주의다. 검찰에 주어진 무소불위의 엄청난 권한이다. 억울하지 않게 하겠다는 박근혜의 약속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발언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양시론과 양비론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자는 잘못하면 나중에 양쪽으로부터 버림받는 회색분자가 된다. 우리처럼 배울 만큼 배우고 능력을 갖춘 사람일수록 의사가 분명해야 한다.
어제 밤에 목포과학대학교 박기종 총장과 기자출신 박종열과 저녁을 먹으면서 핵개발에 대한 진실 여부가 거론됐다. 박기종은 고위공무원이었으니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을 수도 있지만 1급 군사비밀은 쉽게 접할 수 없다. 박종열도 기자였으므로 취재는 가능했겠지만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결코 말해주지 않는다. 나도 신제품 검수관과 출납관을 지냈으므로 의무적으로 비밀문서인 국방백서 등을 열람해야 했고 당연히 군사비밀을 취급해야 했다. 대외비라는 가장 낮은 등급의 비밀문서도 내용이 유출되어 발각이 될 경우 절대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비슷한 경우로 서빙고에 5일간 안 죽을 만큼 맞고 나온 문서 접수 담당직원이 있었다. 나중에 문서 기재가 착오였다는 게 밝혀져서 파면을 면했지만 진실을 모르면 추정하고 아는 척하면 안 된다. 안에서 몸을 담았던 나보다 그들은 사실을 더 잘 아는 척을 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지만 결국은 남대문 문턱의 비유가 나와 그들은 선비답게 깨끗하게 승복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진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퍼뜨리는 것은 뒷담화처럼 어리석은 행동이다. 마침 어느 여자가 경식이보다 더 심한 글을 내게 옮겼다가 혼이 나고 나는 심하게 나무랐다. 아직도 불통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열쇠를 가진 자가 문을 열어야 할 텐데 말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40회 관악산 산행기 / 위윤환
일시 : 2014년 8월 10일(일요일)
인원 : 12명( 고갑무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재웅
임삼환 전작 정한 조문형)
집합장소 : 서울대학교 정문 옆 관악산 입구 시계탑
산행코스 : 관악산 정문 - 호수공원 - 해골바위 - 제4야영장 갈림길 -
깔딱고개 - 연주봉 - 낙성대 방향으로 내려가다 마당바위 못 가서
좌측 방향 서울대로 하산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잤는데 집 뒷산 남한산성에서 불어온 서늘한 바람이 아침잠을 깨우고 이불을 여미게 한다. 입추가 지난 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낮엔 햇볕이 따가우니 초가을이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다가
온 것 같다. 그동안 감기 몸살로 고생한 종화가 조금 늦게 도착하여 12명의 산사나이들이 관악산 산행을 시작하였다. 참 오랜만에 회장님과 임 총장이 적극 주장하여 서울대 정문에서 연주봉으로 가는 정통 코스로 오른다. 연주봉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몇 산우가 힘들지 않는 삼성산이나 깃대봉 쪽으로 올라가자고 하여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가는 코스이니 예정대로 깔딱고개-연주대의 길을 택하였다. 그동안 관악산 산행을 많이 하였지만 서울대-깔딱고개-연주봉으로 올라가는 힘든 코스를 기피하여 주로 낙성대역, 사당, 과천, 서울대 공학관에서 올라갔거나 삼성산으로 산행 코스를 변경했다.
옅은 구름이 많이 끼고 가끔 시원한 계곡의 바람이 불어와 습도가 높은 날씨임에도 그리 덥지 않아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다른 해 같으면 여름의 한복판에서 매미 울음소리로 귀가 따가울 텐데 올해는 이상하게 너무 조용하다.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품격 있는 고담준론과 산중한담의 꽃을 피우며 40분 쯤 올라가다 제4 야영장 부근의 편편한 갈림길에서 배낭을 벗고 첫 휴식을 가졌다. 경식의 재미나게 안마를 받은 체험담과 문형과 정한의 중국 등 해외에서 체험한 황당한 경험담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다 보니 너무 지체 되어 누군가 갈 길을 재촉한다.
올라가는 도중 약수터에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가다 깔딱고개를 눈앞에 두고 휴식을 취한 뒤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정상 연주봉으로 힘차게 발길을 옮겼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잘 정비된 깔딱고개를 지나 능선에 오르고, 축구공 모양의 기상레이더를 지나니 연주대 불꽃바위 위에 멋있게 얹혀진 응진전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언제 봐도 훌륭한 한 폭의 산수화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웅혼하게 우뚝 솟은 연주봉에 도착하니 정각 1시다. 기상대 레이더 기지 철탑 옆 편편하고 넓은 시멘트 바닥에 자리를 폈다.
식전 행사로 동반시 낭송의 차례에서 오늘 산행의 동반시 정남의 자작시 ‘티끌-외롭게 돌아가신 누이를 생각하며’를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아직도 먼저 외롭게 돌아가신 누이를 걱정하고 그리는 애절한 마음이 구구절절 녹아있어 내 마음이 뭉클해진다. 수녀가 되려다 피치 못할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살다가 가셨으니 가족이 있을 수 없었단다. 하여 화장하고 돌아오는 길에 슬픈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중구구립도서관 시 창작 교실에서 시제가 ‘먼지’로 정해져서 쓴 시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간다. 그러나 갑작스런 죽음은 남는 사람에게 큰 회한을 남긴다. 떠나가는 사람은 눈부시게 훨훨 털고 가지만 남은 사람은 눈물겹고 힘들다. 얼마 전에 근호가 약수동으로 불러 정남이와 함께 막걸리를 맛나게 마신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심장병을 앓고 있어서 마주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이, 근호, 정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말고 건강하게 천천히 가세. 친구들이 이렇게 불러주니 내가 외로울 틈이 없어 항상 산우들을 고맙게 생각하네.
오늘의 동반시
티끌 - 외롭게 돌아가신 누이를 생각하며/ 김정남
티끌은 불이 두려워
불꽃 위에 앉지 않으나
불이 지치면 남는 한 줌
불을 만나
뭉친 티끌에서 흩어진 티끌로 변해가고
바람을 떠나지 못해
갈 곳 없어 구만리를 떠돌아도
뿌리 내릴 곳은 있으리
소소리바람 같았던 그대여
바람 속 티끌이 되어
그림자를 내리지 않는 연기처럼 떠돌아도
무정한 세상의 장천(長天) 마음껏 노닐다가
찬비 적셔 쉴 자리 그리우면
내 여윈 어깨 위에 내려오세요
그러다
언젠가는 뿌리 내려
자리 잡으면 외로움 다 버리고
깊게 살아요
그대 그때까지
잘 가요
*소소리바람-회오리바람의 옛말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먹산회의 즐거운 점심시간, 모두 가지가지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내 놓으니 진수성찬이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특별식 삼환의 죽순요리와 오미자 원액을 섞은 막걸리, 정남의 문어, 종화의 김밥과 김치, 원우의 보리떡, 작이의 감자떡과 모시떡, 갑무의 모시개떡과 수박, 문형 며느리표 홍어회무침 등 너무 푸짐하여 이걸 어떻게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이제까지의 경험상 기우겠지만. 다른 산우들을 위한 이렇게 따뜻한 정성은 보다 더 훌륭한 반찬이 되고 적당한 배고픔은 황홀하고 신나는 반찬이 된다. 맛난 안주와 시원한 오미자 막걸리로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가가 계속 이어진다.
식사가 끝나고 연주봉의 큰 돌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과 각자 인증샷을 한 후, 연주대 응진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바쁘다. 관악산 정상인 연주봉은 고려가 망하자 10여 명의 충신들이 이 산에 숨어 살면서 자주 정상에 올라 송도를 바라보며 통곡을 하였다는 애틋한 사연이 있는 곳으로 임금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연주봉으로 이름이 지어졌단다.
뒤풀이를 완도 갯벌낙지로 하자는 재웅이의 건의에 따라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낙성대를 향하여 출발하는데 미리 입맛을 다시는 친구들이 걸음을 재촉한다. 연주봉 밑의 하산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위험하였지만 서로 챙기면서 모두 위험 지역을 무사히 내려 왔다. 모든 산우들이 10년간 다부지게 다져진 체력을 가진 자들인데 이것쯤이야 하듯이 자신의 건강에 희열과 자부심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마당바위를 얼마 앞두고 좌측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서울대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니 날씨가 비가 금방 내릴 것처럼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덮여진다.
하산 중에 오고가는 얘기에 넋이 빠져 내려오다 회장 문형이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져 옆의 얕은 계곡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가벼운 사고가 발생했는데 다행히 이마 부분이 긁히고 팔에 상처를 입어 피가 나는 상처를 입었다. 우리 시산회의 10여 년간 큰 사고는 아니지만 몇 차례의 가벼운 사고가 있었으니 앞으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조심하세나.
자신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상비약으로 치료를 하고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점점 많이 내렸으므로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버스를 타고 오늘의 뒤풀이 장소인 낙성대역 근처의 갯벌 낙지 전문 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밖에는 비가 더 세차게 내리고 있어 술맛도 더 좋을 것 같아 절로 입맛이 난다. 나오는 기본반찬이 만만치 않다. 이런 경우 본품도 좋다는 게 경험으로 안다. 조 회장님의 건배사는 “맛있고 즐겁게”이니 우리들의 건배사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식의 “맛있나?”에 “예, 형님”으로 답하는 건배사가 우렁차게 좁은 식당을 흔든다. 역시 우리 식이 좋다.
양이 많고 맛있는 낙지찜, 낙지초무침, 바지락초무침 등을 안주 삼아 연신 건배를 외치면서 잔을 부딪치니 이런 재미로 시산회 산우들과 함께 산행도 하면서 살아가는 낙을 가진다. 빗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옆에 앉은 豪酒家인 임 총장은 앞의 好酒家인 한이와 정남에게 자꾸 술을 따르며 계속 잔을 부딪친다. 나이 들어 자신을 포함하여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친구 여섯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데 우리 시산회는 회원이 서른 명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내내 즐겁다. 외롭게 산다고 자주 불러주는 그 따뜻한 마음 변치 말게. 내가 자네들 덕분에 즐겁게 잘 사네.
정남이가 메일에 올렸던 것이 생각나서 올린다. 고대 철학자인 플라톤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 5가지를 이렇게 말했다.
1.먹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2.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3.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4.남과 겨루어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5.연설을 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치는 말솜씨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완벽함에서가 아니라 부족함에서 찾고 있다. 사실 100% 만족이라는 것은 없으며, 설령 100% 만족한다고 해도 그것을 계속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약간의 부족함,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편하게 하고 결국은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손을 든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가장 완전한 자신의 원형 중 선의 이데아를 최고로 꼽았으며 진, 선, 미 중심의 이상주의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주창했다.
우리 여생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부러워하지도 말고 비관하지도 말고 살아 가도록 노력해 보세나. 어차피 인생의 절반은 걱정으로 보낸다는데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버리고 비워 홀가분하게 살아 가세나. 비워야 채워진다지 않는가. 모든 산우들! 그날 하루 너무 고맙고 감사하네.
2014년 8월 10일 위윤환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대모-구룡산이다. 주로 수서역에서 만나서 올랐지만 총장이 갑자기 들머리를 바꿨다. 반대로 수서를 날머리로 하겠다고 한다. 산행일이 처서날이다.
8월은 타오름달-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이다. 입추가 지났으니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슬며시 들어온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불렀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다. 농부들은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며 농장기를 씻고 닦아서 둘 채비를 한다. 옛 조상들은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밭두렁이나 산소의 벌초를 한다.
여름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말리는 일도 이 무렵에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처럼 파리·모기의 성화도 면하게 된다. 한편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에 곡식 천 석을 감한다.’든가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곡식이 준다.’는 속담처럼 처서의 비는 곡식이 흉작을 면치 못한다는 믿음이 영·호남 지역에 전하여져 온다. 그만큼 처서의 맑은 날은 농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옛부터 처서날이 잔잔하면 농작물이 풍성해진다 했다.
이번 여름은 쉽게 넘어갔다는 마나님을 말을 들으면 괜히 안쓰럽다. 그미도 늙어가는 증거다. 갱년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을 나이지만 자주 뜨거운 기운이 얼굴로 올라온다니 둘째딸을 결혼시키고 보리수나무 그늘로 가겠다는 25년간의 통보를 인정하지 않는다. 혼자서 집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갑갑할 일이다. 딸들이 애를 낳으면 우리가 봐줘야 할 처지니 갑갑하다. 이래저래 나도 쓸쓸해진다. 가을인가!
4.동반시
동반시는 중구구립도서관 시 창작 교실의 이진 시인의 시를 동반한다. 몸이 약해 많은 약을 먹으면서 시쓰기를 가르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도봉산도 걷게 만든다. 매주 수요일에 시제를 내주고 써와서 발표한다.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다시 고치고 또 고쳐 하나의 시가 일단은 나온다. 그러나 고치면 고칠수록 시가 다듬어지므로 계속 고치겠다. 아는가, 내가 등단 시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눈 뜨는 아침마다/이진
안녕,
나를 보호해주러 애썼던 日常이여
안녕,
살아있음 느끼게 해주려 부산했던 바람이여
이별과 만남의 순서조차
치워버리도록 배려했던 神이여
배고픔에 연연하는 것은 오히려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병마여
홀로 사는 세상이 진정 살만한 싸움터였음을
몸소 체험하게 선처하던 知人들이여
지금 비록 잃었으나
생명이 모든 사랑보다도 우선됨을
눈치 채게 도와준 풀꽃이여
감사, 또 감사
안녕?
다이아목스의 메시지처럼 다가온 아침이여
안녕?
숨 쉬는, 숨 쉬는 세상살이 소복 담아온
아침 신문이여
2014. 8. 21. 신당동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
산 : 대모-구룡산
코스 :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 앞-정상-수서
소요시간 : 4시간
일시 : 2014년 8월 24일(일) 10시
만나는 곳 : 양재동 농협하나로마트 앞(양재역 5번 출구 남부농협 앞에서 청계산 가는 마을
버스를 타고 마트에서 하차)
준비물 : 막걸리, 안주, 간식, 과일
연락 : 임삼환(010-2168-3700)
블로그 : blog.daum.net/yc012175
시산회 카페 : cafe.daum.net/yc012175
1.시가 있는 時論
나를 열어주세요 / 나희덕
옆구리에 열쇠구멍이 있을 거예요
찾아보세요. 예, 거기에
열쇠를 꽂아주세요.
아니면 태엽이라도 감아주세요.
여기 계속 서 있는 건
아무래도 너무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몇 걸음이라도 걸어야 살 것 같아요.
열쇠를 찾을 수 없다구요?
당신의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있잖아요.
손가락보다 더 좋은 열쇠는 드물죠.
때로는 붓이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하는 손,
지문의 소용돌이를
열쇠구멍의 어둠 속에 가만히 대보세요.
아, 드디어 열렸군요.
이제 구멍 밖으로 걸어갈 수 있겠네요.
태엽을 넉넉히 감아주세요.
염려하지 마세요, 곧 돌아올 테니까요.
궤도를 벗어나지도 않을게요.
내 구두에는 스프링이 달려 있어
통, 통, 튀어올랐다가 이내 가라앉고 말지요.
혹시 돌아오지 않는다면
눈 먼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줄 아세요.
당신의 인형이라는 것도 잊은 채
땅에 코를 박고 허둥거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시 일으켜 줄 어떤 손을 기다리면서, 처음인 것처럼.
손의 역할은 거의 만능이다. 손으로 글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고 상처를 치유하고 전답을 경작하는 동시에, 독약과 무기를 만들어내고 인간과 동물을 살상한다. 악수와 애무와 기도 또한 만남과 사랑과 믿음의 열쇠가 되는 손의 기능이다.
몸에 갇혀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정작 자기의 몸을 드나들 수 없다. 저마다 태엽 감는 인형처럼 열쇠 구멍을 가지고 있지만, 자기 손으로 직접 여닫을 수 없으므로, 남의 손, 타자의 열쇠가 필요하다. 나와 남이 공존해야 할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만나서 손을 잡고 서로 말을 나누어야 열고 열릴 수 있다. 열쇠가 되는 말을 주고받는 데서 모든 소통이 시작된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누가 의사자 지정을 해달라고 했습니까?
직계 친족 대학입학특례를 달라고 했습니까?
평생을 보장을 해달라고 했습니까?
유족에게 보상금을 달라고 했습니까?
죽은 아이에게 이런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비겁하게 숨어서 거짓 소문을 내지 마시고 떳떳하게 신분을 밝히고 진실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십시오.
진실을 알고 싶다고, 그저 그거 하나면 족하다고, 힘없고 못난 아빠가 자식 잃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광화문 길바닥에서 39일째 단식하고 있습니다.
경식이가 올린 글처럼 이상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나는 극보수꼴통이거나 여당과 정부 측의 알바가 올린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도 그런 글을 옮길 때는 자신의 생각도 함께 올려주기 바란다.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법학을 공부해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이는 진실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알고 있으니 두 개의 권리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정권 말기에는 검찰이 청와대보다 무섭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형사소송법에 나오는 3개의 주의 및 원칙 때문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 기소 독점주위, 기소 편의주의다. 검찰에 주어진 무소불위의 엄청난 권한이다. 억울하지 않게 하겠다는 박근혜의 약속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발언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양시론과 양비론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런 자는 잘못하면 나중에 양쪽으로부터 버림받는 회색분자가 된다. 우리처럼 배울 만큼 배우고 능력을 갖춘 사람일수록 의사가 분명해야 한다.
어제 밤에 목포과학대학교 박기종 총장과 기자출신 박종열과 저녁을 먹으면서 핵개발에 대한 진실 여부가 거론됐다. 박기종은 고위공무원이었으니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을 수도 있지만 1급 군사비밀은 쉽게 접할 수 없다. 박종열도 기자였으므로 취재는 가능했겠지만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자는 결코 말해주지 않는다. 나도 신제품 검수관과 출납관을 지냈으므로 의무적으로 비밀문서인 국방백서 등을 열람해야 했고 당연히 군사비밀을 취급해야 했다. 대외비라는 가장 낮은 등급의 비밀문서도 내용이 유출되어 발각이 될 경우 절대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비슷한 경우로 서빙고에 5일간 안 죽을 만큼 맞고 나온 문서 접수 담당직원이 있었다. 나중에 문서 기재가 착오였다는 게 밝혀져서 파면을 면했지만 진실을 모르면 추정하고 아는 척하면 안 된다. 안에서 몸을 담았던 나보다 그들은 사실을 더 잘 아는 척을 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지만 결국은 남대문 문턱의 비유가 나와 그들은 선비답게 깨끗하게 승복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진실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퍼뜨리는 것은 뒷담화처럼 어리석은 행동이다. 마침 어느 여자가 경식이보다 더 심한 글을 내게 옮겼다가 혼이 나고 나는 심하게 나무랐다. 아직도 불통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열쇠를 가진 자가 문을 열어야 할 텐데 말이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240회 관악산 산행기 / 위윤환
일시 : 2014년 8월 10일(일요일)
인원 : 12명( 고갑무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재웅
임삼환 전작 정한 조문형)
집합장소 : 서울대학교 정문 옆 관악산 입구 시계탑
산행코스 : 관악산 정문 - 호수공원 - 해골바위 - 제4야영장 갈림길 -
깔딱고개 - 연주봉 - 낙성대 방향으로 내려가다 마당바위 못 가서
좌측 방향 서울대로 하산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을 잤는데 집 뒷산 남한산성에서 불어온 서늘한 바람이 아침잠을 깨우고 이불을 여미게 한다. 입추가 지난 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낮엔 햇볕이 따가우니 초가을이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다가
온 것 같다. 그동안 감기 몸살로 고생한 종화가 조금 늦게 도착하여 12명의 산사나이들이 관악산 산행을 시작하였다. 참 오랜만에 회장님과 임 총장이 적극 주장하여 서울대 정문에서 연주봉으로 가는 정통 코스로 오른다. 연주봉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몇 산우가 힘들지 않는 삼성산이나 깃대봉 쪽으로 올라가자고 하여 마음이 흔들렸지만 결국 날씨도 좋고 오랜만에 가는 코스이니 예정대로 깔딱고개-연주대의 길을 택하였다. 그동안 관악산 산행을 많이 하였지만 서울대-깔딱고개-연주봉으로 올라가는 힘든 코스를 기피하여 주로 낙성대역, 사당, 과천, 서울대 공학관에서 올라갔거나 삼성산으로 산행 코스를 변경했다.
옅은 구름이 많이 끼고 가끔 시원한 계곡의 바람이 불어와 습도가 높은 날씨임에도 그리 덥지 않아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다. 다른 해 같으면 여름의 한복판에서 매미 울음소리로 귀가 따가울 텐데 올해는 이상하게 너무 조용하다.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품격 있는 고담준론과 산중한담의 꽃을 피우며 40분 쯤 올라가다 제4 야영장 부근의 편편한 갈림길에서 배낭을 벗고 첫 휴식을 가졌다. 경식의 재미나게 안마를 받은 체험담과 문형과 정한의 중국 등 해외에서 체험한 황당한 경험담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다 보니 너무 지체 되어 누군가 갈 길을 재촉한다.
올라가는 도중 약수터에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가다 깔딱고개를 눈앞에 두고 휴식을 취한 뒤 오늘 산행의 목적지인 정상 연주봉으로 힘차게 발길을 옮겼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잘 정비된 깔딱고개를 지나 능선에 오르고, 축구공 모양의 기상레이더를 지나니 연주대 불꽃바위 위에 멋있게 얹혀진 응진전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언제 봐도 훌륭한 한 폭의 산수화다.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웅혼하게 우뚝 솟은 연주봉에 도착하니 정각 1시다. 기상대 레이더 기지 철탑 옆 편편하고 넓은 시멘트 바닥에 자리를 폈다.
식전 행사로 동반시 낭송의 차례에서 오늘 산행의 동반시 정남의 자작시 ‘티끌-외롭게 돌아가신 누이를 생각하며’를 기자인 내가 낭송하였다. 아직도 먼저 외롭게 돌아가신 누이를 걱정하고 그리는 애절한 마음이 구구절절 녹아있어 내 마음이 뭉클해진다. 수녀가 되려다 피치 못할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살다가 가셨으니 가족이 있을 수 없었단다. 하여 화장하고 돌아오는 길에 슬픈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중구구립도서관 시 창작 교실에서 시제가 ‘먼지’로 정해져서 쓴 시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간다. 그러나 갑작스런 죽음은 남는 사람에게 큰 회한을 남긴다. 떠나가는 사람은 눈부시게 훨훨 털고 가지만 남은 사람은 눈물겹고 힘들다. 얼마 전에 근호가 약수동으로 불러 정남이와 함께 막걸리를 맛나게 마신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 모두 심장병을 앓고 있어서 마주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이, 근호, 정남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 말고 건강하게 천천히 가세. 친구들이 이렇게 불러주니 내가 외로울 틈이 없어 항상 산우들을 고맙게 생각하네.
오늘의 동반시
티끌 - 외롭게 돌아가신 누이를 생각하며/ 김정남
티끌은 불이 두려워
불꽃 위에 앉지 않으나
불이 지치면 남는 한 줌
불을 만나
뭉친 티끌에서 흩어진 티끌로 변해가고
바람을 떠나지 못해
갈 곳 없어 구만리를 떠돌아도
뿌리 내릴 곳은 있으리
소소리바람 같았던 그대여
바람 속 티끌이 되어
그림자를 내리지 않는 연기처럼 떠돌아도
무정한 세상의 장천(長天) 마음껏 노닐다가
찬비 적셔 쉴 자리 그리우면
내 여윈 어깨 위에 내려오세요
그러다
언젠가는 뿌리 내려
자리 잡으면 외로움 다 버리고
깊게 살아요
그대 그때까지
잘 가요
*소소리바람-회오리바람의 옛말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먹산회의 즐거운 점심시간, 모두 가지가지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내 놓으니 진수성찬이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특별식 삼환의 죽순요리와 오미자 원액을 섞은 막걸리, 정남의 문어, 종화의 김밥과 김치, 원우의 보리떡, 작이의 감자떡과 모시떡, 갑무의 모시개떡과 수박, 문형 며느리표 홍어회무침 등 너무 푸짐하여 이걸 어떻게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이제까지의 경험상 기우겠지만. 다른 산우들을 위한 이렇게 따뜻한 정성은 보다 더 훌륭한 반찬이 되고 적당한 배고픔은 황홀하고 신나는 반찬이 된다. 맛난 안주와 시원한 오미자 막걸리로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가가 계속 이어진다.
식사가 끝나고 연주봉의 큰 돌 표지석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과 각자 인증샷을 한 후, 연주대 응진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바쁘다. 관악산 정상인 연주봉은 고려가 망하자 10여 명의 충신들이 이 산에 숨어 살면서 자주 정상에 올라 송도를 바라보며 통곡을 하였다는 애틋한 사연이 있는 곳으로 임금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연주봉으로 이름이 지어졌단다.
뒤풀이를 완도 갯벌낙지로 하자는 재웅이의 건의에 따라 만장일치로 결정하고 낙성대를 향하여 출발하는데 미리 입맛을 다시는 친구들이 걸음을 재촉한다. 연주봉 밑의 하산길은 상당히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위험하였지만 서로 챙기면서 모두 위험 지역을 무사히 내려 왔다. 모든 산우들이 10년간 다부지게 다져진 체력을 가진 자들인데 이것쯤이야 하듯이 자신의 건강에 희열과 자부심을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마당바위를 얼마 앞두고 좌측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서울대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니 날씨가 비가 금방 내릴 것처럼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덮여진다.
하산 중에 오고가는 얘기에 넋이 빠져 내려오다 회장 문형이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져 옆의 얕은 계곡으로 굴러 떨어지면서 가벼운 사고가 발생했는데 다행히 이마 부분이 긁히고 팔에 상처를 입어 피가 나는 상처를 입었다. 우리 시산회의 10여 년간 큰 사고는 아니지만 몇 차례의 가벼운 사고가 있었으니 앞으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조심하세나.
자신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상비약으로 치료를 하고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점점 많이 내렸으므로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와 버스를 타고 오늘의 뒤풀이 장소인 낙성대역 근처의 갯벌 낙지 전문 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밖에는 비가 더 세차게 내리고 있어 술맛도 더 좋을 것 같아 절로 입맛이 난다. 나오는 기본반찬이 만만치 않다. 이런 경우 본품도 좋다는 게 경험으로 안다. 조 회장님의 건배사는 “맛있고 즐겁게”이니 우리들의 건배사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식의 “맛있나?”에 “예, 형님”으로 답하는 건배사가 우렁차게 좁은 식당을 흔든다. 역시 우리 식이 좋다.
양이 많고 맛있는 낙지찜, 낙지초무침, 바지락초무침 등을 안주 삼아 연신 건배를 외치면서 잔을 부딪치니 이런 재미로 시산회 산우들과 함께 산행도 하면서 살아가는 낙을 가진다. 빗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옆에 앉은 豪酒家인 임 총장은 앞의 好酒家인 한이와 정남에게 자꾸 술을 따르며 계속 잔을 부딪친다. 나이 들어 자신을 포함하여 월화수목금토일 일주일 친구 여섯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데 우리 시산회는 회원이 서른 명이니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 내내 즐겁다. 외롭게 산다고 자주 불러주는 그 따뜻한 마음 변치 말게. 내가 자네들 덕분에 즐겁게 잘 사네.
정남이가 메일에 올렸던 것이 생각나서 올린다. 고대 철학자인 플라톤은 행복해지기 위한 조건 5가지를 이렇게 말했다.
1.먹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2.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3.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절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4.남과 겨루어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5.연설을 했을 때 듣는 사람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치는 말솜씨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을 완벽함에서가 아니라 부족함에서 찾고 있다. 사실 100% 만족이라는 것은 없으며, 설령 100% 만족한다고 해도 그것을 계속 유지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약간의 부족함,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편하게 하고 결국은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손을 든다. 플라톤의 이데아는 가장 완전한 자신의 원형 중 선의 이데아를 최고로 꼽았으며 진, 선, 미 중심의 이상주의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것임을 주창했다.
우리 여생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부러워하지도 말고 비관하지도 말고 살아 가도록 노력해 보세나. 어차피 인생의 절반은 걱정으로 보낸다는데 이제부터라도 마음을 버리고 비워 홀가분하게 살아 가세나. 비워야 채워진다지 않는가. 모든 산우들! 그날 하루 너무 고맙고 감사하네.
2014년 8월 10일 위윤환 올림
3.산행지
이번 산행지는 대모-구룡산이다. 주로 수서역에서 만나서 올랐지만 총장이 갑자기 들머리를 바꿨다. 반대로 수서를 날머리로 하겠다고 한다. 산행일이 처서날이다.
8월은 타오름달-하늘에서 해가, 땅 위에선 가슴이 타는 정열의 달이다. 입추가 지났으니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슬며시 들어온다. 여름이 지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불렀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계절이다. 농부들은 익어가는 곡식을 바라보며 농장기를 씻고 닦아서 둘 채비를 한다. 옛 조상들은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밭두렁이나 산소의 벌초를 한다.
여름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말리는 일도 이 무렵에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처럼 파리·모기의 성화도 면하게 된다. 한편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에 곡식 천 석을 감한다.’든가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곡식이 준다.’는 속담처럼 처서의 비는 곡식이 흉작을 면치 못한다는 믿음이 영·호남 지역에 전하여져 온다. 그만큼 처서의 맑은 날은 농사에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옛부터 처서날이 잔잔하면 농작물이 풍성해진다 했다.
이번 여름은 쉽게 넘어갔다는 마나님을 말을 들으면 괜히 안쓰럽다. 그미도 늙어가는 증거다. 갱년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을 나이지만 자주 뜨거운 기운이 얼굴로 올라온다니 둘째딸을 결혼시키고 보리수나무 그늘로 가겠다는 25년간의 통보를 인정하지 않는다. 혼자서 집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갑갑할 일이다. 딸들이 애를 낳으면 우리가 봐줘야 할 처지니 갑갑하다. 이래저래 나도 쓸쓸해진다. 가을인가!
4.동반시
동반시는 중구구립도서관 시 창작 교실의 이진 시인의 시를 동반한다. 몸이 약해 많은 약을 먹으면서 시쓰기를 가르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도봉산도 걷게 만든다. 매주 수요일에 시제를 내주고 써와서 발표한다. 신랄한 비판을 받으며 다시 고치고 또 고쳐 하나의 시가 일단은 나온다. 그러나 고치면 고칠수록 시가 다듬어지므로 계속 고치겠다. 아는가, 내가 등단 시인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눈 뜨는 아침마다/이진
안녕,
나를 보호해주러 애썼던 日常이여
안녕,
살아있음 느끼게 해주려 부산했던 바람이여
이별과 만남의 순서조차
치워버리도록 배려했던 神이여
배고픔에 연연하는 것은 오히려 행복이었음을
깨닫게 해준 병마여
홀로 사는 세상이 진정 살만한 싸움터였음을
몸소 체험하게 선처하던 知人들이여
지금 비록 잃었으나
생명이 모든 사랑보다도 우선됨을
눈치 채게 도와준 풀꽃이여
감사, 또 감사
안녕?
다이아목스의 메시지처럼 다가온 아침이여
안녕?
숨 쉬는, 숨 쉬는 세상살이 소복 담아온
아침 신문이여
2014. 8. 21. 신당동에서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김정남 올림
'산행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장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42회 산행) (0) | 2020.09.14 |
---|---|
영장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42회 산행) (0) | 2020.09.14 |
관악산 연주대(詩山會 제240회 산행) (0) | 2020.09.14 |
검단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39회 산행) (0) | 2020.09.14 |
불암산에 오릅니다(詩山會 제238회 산행) (0) | 2020.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