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얌바라(신랑간택시험) / / 각술쟁혼捔術爭婚
석가모니 붓다의 일생을 그린 본격적인 전기(傳記)들은 대부분 꽤 후대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대략 잡아 불멸 후 8~9백 년 이후에나 작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전기들의 내용이 모두 석가모니 당시의 사건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같은 전기의 내용 가운데에는 꽤나 흥미로운 장면들이 있는데, 특히 싯다르타의 결혼 장면 등이 그렇다.
전기에 다르면, 싯다르타는 일정한 시험을 치러서 결혼하게 된다. 이 특별한 결혼 시험을 스바얌바라(svayavara)라고 부르는데, 이는 고대 인도 문학 속에서 빈번하게 그려지던 결혼의 한 가지 형태였다. 실제 싯다르타가 그러한 결혼을 치렀는가 하는 의문과는 별개로 스바얌바라라는 형태의 결혼이 당시에 있었을 것으로는 생각된다.
스바얌바라는 신부 측이 신랑을 선택하는 결혼 형태이다. 신부의 아버지가 일정한 시험문제를 내어 공표하면, 결혼을 원하는 신랑감들이 그 시험에 참가하여 서로 경합하고, 최종 승리한 사람이 신부의 꽃다발을 받고 신랑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결혼방식이 본래부터 인도 고유의 것이라기보다는 고대 인도 유럽피언 문명 속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공동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시험문제는 대체로 무예의 기량을 겨루는 것이었는데 활쏘기나 마차경주, 검술, 또는 씨름 등과 같은 무예 종목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석가모니의 후대 전기는 수학 등과 같은 과목도 이 신랑간택시험에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이것은 확실히 후대에 꾸며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어떻든, 이 시험을 통해서 신부의 아버지는 신랑감을 고르게 되고, 시험에 통과한 남자 가운데 한 명을 신부가 선택하게 된다. 본래 스바얌바라라는 말 뜻은 ‘스스로 선택’한다는 뜻이다. 당연히 신부가 신랑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붓다 전기에 따르면, 공주 고빠(Gopa)는 이 스바얌바라를 통해 싯다르타를 신랑감으로 선택한다. 물론 싯다르타가 또 다른 부인인 야소다라와 결혼할 때 이 시험을 치렀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결혼 방식이 언제 인도 땅에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리그베다에 그 흔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볼 때, 불교 이전부터 유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마하바라타나 라마야나 같은 고대 인도의 서사시에서도 이러한 결혼형태는 아주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그 주인공들은 싯다르타처럼 거의 대부분 왕자이며, 신부들은 신랑간택시험을 통해 이들을 신랑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이러한 결혼 형태는 후대의 고대 바라문교의 율법서인 다르마샤스트라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힌두교의 정형화된 율법서에는 일곱 가지의 결혼방식이 설명되어 있지만, 여기에 스바얌바라는 없다. 즉 일반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통의 결혼방식이 아닌 것이다.
스바얌바라는 일반적인 결혼 형태가 아니라, 특정한 계층 즉 크샤트리야 계급 중에서도 왕족에게만 가능했던 결혼 형태일 가능성이 높다. 신부측 아버지는 널리 신랑 후보들에게 시험을 알리고 그들을 초대했을 것이다. 성대한 잔치를 벌여 이들을 대접하고 그 신랑후보들 앞에 신부를 소개했을 것이다. 그리고 신랑 후보들은 예고된 기예를 펼쳐 보이거나, 또 때로는 무예로 경합을 벌여 승리자를 가리기도 했을 것이다. 신부는 그들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 꽃다발을 걸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한다. 당연히 이러한 축제 형태의 신랑시험은 왕가의 재력과 권위가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결혼형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결혼 방식이 다분히 동화 속에 나오는 신화적 표현이라고 생각이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고대 인도의 역사적 기록 속에도 등장한다. 인도 구자라트 주에는 2세기경의 왕이었던 루드라다만이 이 시험을 치렀던 기록이 비문에 남아있다. 루드라다만 왕은 스바얌바라를 통해 여러 공주들로부터 많은 꽃다발을 받았노라고 적고 있다. 비록 이 기록이 붓다의 시대에서 한참 뒤의 일이기는 해도 붓다가 출가 이전에 스바얌바라를 통해 결혼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싯다르타가 왕자라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출처] 스바얌바라(신랑간택시험)특정 계층 남자 시험치고 결혼|작성자 양벌리독서실불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