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음주계의 발단 / 과음하고 실수로 부처님 걷어차
〈마하승기율〉과 〈사분율〉 등에는 석가모니 당시 승단에서 음주가 금지된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어떤 스님이 음식 공양을 받는 자리에서 우연히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꽤나 술을 많이 먹었는지 나중에 그 스님이 숙취를 견디지 못하고 실수로 석가모니를 발로 걷어찬 것이다. 이것이 승단에서 금주를 결정한 계기였다고 적고 있다. 이 일화가 보여주듯이, 한때 불교는 술에 대해서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을는지 모른다. 불음주(不飮酒)의 규정이 생겨난 것은 술을 먹었던 어떤 제자의 잘못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지 처음부터 당시 사회에서 유용하고 있었던 음주문화 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했던 것은 아니다. 율장이 다소 후대에 각색된 것이라면, 술에 대한 관용을 보여주는 다른 단서도 있다.
술에 대한 관용은 고고학적인 단서를 통해서도 확인되는데, 파키스탄의 고대 사원지 탁트이 바히(Takht-i-Bh) 인근에서 술잔이 발견된 적이 있다. 발우 크기의 이 술잔에는 명문(銘文)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이 술을 마시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인도 북서부에서 포도를 길렀기 때문에 이 술잔은 아마도 포도주를 위한 술잔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략 기원 전후까지도 우리는 술문화에 대한 고고학적 단서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이때의 술은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알코올 성분이 있는 포도주가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술을 빚을 때 사용하는 포도 거르는 체가 승려 사이에 오갔던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술 빚는 일이 승단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일어났다는 단서가 된다. 또 다른 율장에는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포도를 살짝 익혀 발효주를 만들어 음용하도록 권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아마도 고대 인도 사회 전체에서 처음부터 술이 현재처럼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출가인들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일상적으로 술을 빚고 마셨다는 증거는 꽤 많다. 불교 이전의 상황을 상기해보자. 소마(Soma)는 아마도 가장 일찍 인도 역사에 등장하는 ‘취기’나 심지어 ‘환각’을 주는 어떤 음료였을 것이다. 소마주는 대체로 베다 의례를 지낼 때 사용되었던 것으로 신들에게 바치고 사제들이 마시던 술의 일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유와 섞어서 만들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소마가 광대버섯의 일종이라는 사람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사를 지내면서 과도하게 소마를 마시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는 별도의 방법이 있었다. 즉 술을 과도하게 음복했을 때 마시는 별도의 술이 있었는데, 마치 술 먹은 다음 날 해장술로 속을 푸는 현재의 습관과 닮은 듯 보인다.
의례적인 상황에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고대 인도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술을 먹었다는 증거는 분명하다. 수라(sur)라고 부르는 술이 그것이다. 이것은 그 재료나 숙성의 상태로 보건대 와인이 아니라 맥주에 가까운 술이었을 것이다. 곡물을 숙성시켜서 만들기 때문이다. 이 술이 의례에 사용된 경우는, 하나의 경우만 제외하면 매우 드물기 때문에 거의 일상에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고대 인도의 브라흐마나 문헌에 이 술의 제조법을 짐작할만한 내용이 산발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보리싹을 틔운 것을 말려 갈아 놓고, 그것을 지어놓은 밥과 함께 섞는다. 이것을 누룩과 함께 다시 섞어서 항아리에 물을 붓고 넣는다. 이것을 땅에 묻고 발효시키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우유를 함께 부어 3일간 땅 속에서 발효시킨다.
고대 인도의 문헌 속에서, 우리는 과일주나 곡물 발효주 등의 흔적을 보게 되는데 증류주의 흔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아랍인들이 향수를 만들기 위해 증류법을 발달시켰고, 12세기 이후에야 유럽에서 증류주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고학적인 발견은 이미 현재의 파키스탄 지역에서 기원전 2세기경부터 증류주가 가능했다고 말한다. 페샤와르 동북쪽, 샤이칸 데리(Shaikan Dheri)에서 증류기가 발견된 것인데, 이는 아랍이나 유럽을 훨씬 앞선 것이다. 앞서 말한 간다라 지방의 술 문화의 흔적을 또 한 번 증명하는 셈이다.
[출처] 불음주계의 발단/과음하고 실수로 부처님 걷어차|작성자 양벌리독서실불교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