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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시, 사랑에서 행복을 찾다

비로소 꽃 / 박무웅

비로소 꽃 / 박무웅

 

그 꽃이 보이지 않는다

봉황천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흰 불꽃

나는 그 주인 없는 땅을 차지한

흰 꽃무리의 지주(地主)가 좋았다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마음껏 꽃 세상을 만들어내던 개망초꽃

있어도 보이지 않고 보여도 다가오지 않던

그 꽃, 개망초꽃

땅을 가리지 않는 그

백의(白衣)의 흔들림이 좋았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멈춤’을 생각하니

내가 가진 마음속 땅을 모두 내려놓으니

거기 시간도 없고 경계도 없는 곳에 비로소

보이는 그 꽃

내 안을 밝히는 그 꽃

보여야 꽃이라지만

보아야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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