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학의 탐구
도학과 심학의 비교
마음의 본체를 인식하고 수양의 방법을 구명하는 학문적 관심을 ‘심학’(心學)이라 일컫는다. 심학은 학파적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으니, 송대 도학(道學, 주자학 朱子學)에서는 심성수양론의 영역을 ‘심학’이라 일컫고, 육왕학(陸王學, 양명학 陽明學)에서는 마음을 본체로 인식하는 입장을 ‘심학’이라 일컬으며, 때로는 도학에서 불교를 가리켜 ‘심학’이라 일컫는 경우도 있다. 심성의 수양을 중심으로 도학적 ‘심학’과 마음의 본체를 근거로 하는 육왕학적 ‘심학’의 구별은 후기에 더욱 엄격해진 것이고, 실제로 심학이 활발하게 발생하던 송대의 학풍에서는 ‘심학’ 개념이 수양론적 의미와 본체론적 의미로 엄격히 구별되지 않고 통용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 두 가지 심학이 지닌 경전적 근거는 『서경』(대우모, 大禹謨) 편에서 말한 인심 · 도심 문제에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지만, 가장 확고한 근거는 『맹자』에서 말한 ‘풀려 난 마음을 찾아 들이는 것’(구방심, 求放心)이나 ‘마음을 간직하고 성품을 배양하는 것’(존심양성, 存心養性) 등이 수양론적 심학개념의 근원이 되는 것이라면, ‘마음을 다 실현하면 성품을 안다’(진심지성, 盡心知性)고 역설하거나 ‘만물이 모두 나에게 갖추어 있다’(만물개비어아, 萬物皆備於我)고 선언하는 것은 본체론적 심학개념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도학과 심학의 기본 개념들을 전체적으로 대비시켜 본다면, (1) 도학은 『대학』 원문의 ‘친민(親民)’(백성을 친애한다)을 ‘신민(新民)’(백성을 새롭게 한다)으로 고쳐야 한다고 파악하여 ‘신민설(新民說)’을 제시하였다. 도학은 백성을 새롭게 하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왕양명은 백성과 친해져야 한다는 친민설을 주장하였다. (2) 주자는 천명으로서의 성품이 이치라 하여 성품과 기질적 요소를 지닌 마음을 분별함으로써 ‘성즉리(性卽理)’를 주장한다. 이러한 도학의 입장은 일종의 객관적 관념론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왕양명은 성품을 마음의 본체라 하여 마음과 성품을 일치시키며, 주체로서의 마음을 이치로 파악하여 ‘심즉리(心卽理)’를 주장한다. 이러한 왕양명의 심학은 일종의 주관적 관념론이라 할 수 있다.
(3) 격물치지(格物致知)에 대한 해석에서도 도학에서는 대상적 사물에 입각하여 이치를 궁구하는 방법을 중시하여 ‘사물에 나아가 이치를 궁구함’(즉물궁리, 卽物窮理)을 강조하는데, 심학에서는 ‘격물치지’를 성의(誠意)의 공부라 하여 마음의 바르지 못한 것을 바로잡아 온전하게 실현하는 것으로 보아 내면적 주체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 양명학에서 치지는 내 마음의 양지(良知, 맹자가 말하는바, 배우지 않고도 알 수 있는 인간의 본래적 지각능력), 곧 천리(天理)를 실현하는 것이요, 그것은 바로 ‘치양지(致良知)’의 개념으로 강조되고 있다.
(4) 도학에서는 먼저 바른 도리를 알고서 그 다음에 행동한다는 ‘선지후행론(先知後行論)’을 기본입장으로 삼고 있다. 이에 반하여 왕양명의 심학은 아는 만큼 행하는 것이고 행하는 만큼 아는 것이라 하여 실천적 행위와 이치의 인식이 하나의 일로 통합하는 ‘지행합일론(知行合一論)’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도학과 심학의 두 입장은 송대 이후 유교전통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두 축으로서 양극적 입장을 형성해 왔다.
[네이버 지식백과] 도학과 심학의 비교 (한국유학의 탐구, 1999. 6. 10., 금장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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