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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시에서 계절과 사랑을 읽다

시인의 궁극적 사명

시인의 궁극적 사명

 

언어는 흔히 그 발전 과정에 있어서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하기도 한다. 생존어와 생활어 그리고 예술어가 그것이다. 생존어란, 과거 불행했던 민족의 언어들이 그러했듯이, 또 일제하 우리말의 운명이 그러했듯이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생활어란 그보다 상황이 나아져서 공식어로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오늘의 우리말이 그 예라고 하겠다.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바로 예술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특히 인간에게 있어 가장 높은 정신의 움직임을 탐구하는 시와 그 속에 쓰인 시어에서 보듯이 보다 높은 수준의 감수성과 인식 능력을 필요로 한다. 시어는 한 차원 높여진 정신과 예술적 감각 및 예민한 감수성으로 쓰여진 것이기에 그에 대한 깊이 있는 해독과 향수를 위해서는 그만큼 훈련된 감각과 섬세한 지성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점에서 이 사전은 우리말이 생활에서 예술어로 발전해가기 위한 하나의 시금석으로서 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시인의 궁극적인 사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개인에게 있어서 자아를 발견하고, 자기를 극복하며, 자기를 실천하고, 나아가서 자기를 구원하는 길로서 정신의 초극을 통해 삶의 질을 고양하는 일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삶, 역사적 삶으로 인식과 실천의 지평을 넓혀가고, 나아가서 민족어의 완성을 지향해 나아감으로써 민족 문화를 한 차원 높이는 일에 놓여질 것이 분명하다. 이점에서 시어의 수준은 그대로 그 시인의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한 단서이면서 동시에 그 나라 민족의 예술 정신하는 한 척도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