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설에서는 주체가 부정되지만 윤회설에서는 주체가 필연적으로 전제되는 사실에서 무아와 윤회의 주체성을 모순 없이 연결하는 문제를 두고 그 동안 많은 해석과 논쟁이 있어 왔다. 본고는 무아와 윤회가 공약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둘이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무아와 윤회가 서로 충돌되거나 모순되지 않음을 공약불가능성(incommensura bility) 개념에 의탁하여 살펴보자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토머스 쿤(Kuhn, T. S.)이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에서 주장한 상이한 패러다임 사이의 공약불가능성 테제에 의하면 패러다임 간의 차이는 근본적인 것이고 서로 다른 세계를 의미하기에 때문에 상이한 패러다임에 입각하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으며 상대방의 관점에 완전히 접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무아와 윤회는 동일 평면에서 분절된 개념이 아니다. 무아의 세계와 윤회의 세계는 ‘규칙이 다른 게임’의 세계이므로, 한쪽의 기본 술어를 가지고 다른 한쪽을 재단하려고 하면 필연적으로 범주의 오류(category-mistake)를 범하게 된다. 무아와 윤회 사이에는 공약불가능성이 존재한다. 불교 내의 무아와 윤회의 상충이라는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무아·유아 논쟁에서 무아와 윤회를 동일 평면에서 양립시키려는 시도는 무아설의 절대성을 인정하되 윤회설의 의미를 약화시켜 무아·윤회설을 정당화하거나, 반대로 윤회설을 수용하고 무아설을 약화시켜 타협하는 견해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무아와 윤회는 동일한 시공간의 차원이 아니다. 양측의 시공간에는 공약 불가능성이 존재하므로, 그 둘의 소통은 수평적 평면이 아닌 수직적 사고를 통해 시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