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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무라카미 하루키와 노르웨이를 숲을 걷다 / 임경선

 

 

무라카미 하루키와 노르웨이를 숲을 걷다 / 임경선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를 작업할 때는 쉬지 않고 매일 180일간 써서 초고를 끝낸 후, 한 달간 쉬고 나서 다시 두 달에 걸쳐서 수정만 했어요. 그것도 모자라서 첫 번째 수정이 끝난 후 또 한 달간 쉬면서 원고를 숙성시키고, 또 한 달간 수정을 했답니다. 다른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1년에 걸쳐 소설을 쓴 후, 또 1년에 걸쳐서 총 열다섯 번 가량 고쳐 썼어요. 정말, 열다섯 번을 수정하는 것은 대단한 작업이었죠. 아무리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저라도 도중에는 정말 하기 싫어져요. 그렇다고 던져 버릴 수도 없잖아요? 어쨌든 체력과 인내력이 없으면 그런 수정 작업은 죽어도 못 해요. 단편소설의 경우도 단숨에 써야 한다고는 말했지만 그것으로 다가 아니죠. 3일 만에 쓴 초고는 마찬가지로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필요한 만큼 다시 집요하게 원고 수정을 되풀이해야만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단편소설이 탄생하는 겁니다.

 

필자 : 수정 작업을 조금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하루키 :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싫더라도 이를 악물고 원고를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물론 수정 전에 글을 숙성시키기 위한 시간 배분도 적절히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수정할 곳이 훨씬 더 잘 보이거든요. <스푸트니크의 연인>을 썼을 때는 1년 동안 수십 번 고쳤어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경우에는 아내 요코가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결말뿐만 아니라 대부분을 다시 수정했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징글징글합니다.

 

필자 : 말로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 오네요. 그렇게 인내심을 가지고 수정을 거듭한다면 누구라도 그럴듯한 문장을 쓸 수 있을까요?

하루키: 그럴듯하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지 당신의 말이 좀 이해는 안 되지만, 어쨌든 고친 문장은 늘 그 전의 문장보다는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하루키 식 문장

 

필자 : 하루키 씨는 어떤 문장을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루키: 으음, 다른 모든 사람들과 차별화되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리한 리듬이 있고, 친절함이 깊이 녹아 있으며, 유머감각도 있고, 반듯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문장, 쉽게 말하면 심플하고 읽기 쉬운 문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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