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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종교 유감 / 유혹의 산 .이재룡

유혹의 산 / 이재룡

기독교로 개종한 비잔틴의 황제가 과연 신을 믿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 그는 정신적 타락이 극에 달하고 무당과 점쟁이가 떼돈을 버는 제국에 새로운 종교를 이식하려 했다. 가난한 자를 위로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제국의 신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독교라고 그는 믿었을 것이다. 우리는 기독교도들이 겪은 박해에 대해선 많은 것을 알지만 그것은 교회에서 말하는 것만큼 큰 박해가 아니었다. 반면에 그들이 이교도, 특히 유대인에 가한 박해에 대해선 거의 모른다. 그들은 이교도를 불태우고 십자가형에 처하고 자살을 강요했다. 5세기경 알렉산드리아에서 강의했던 철학자이자 수학자 히파이티는 기독교인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졌다. 그 만행에 축성을 내린 주교 시릴은 수도승들에게 비신자들에 대한 징벌 원정을 사주했다.” 베지르치스 교수에 따르면 비잔틴 제국이 본격적으로 철학과 다신교를 파괴하기 시작한 것은 4세기부터였고 서기 392년 테오도즈 황제의 이교도 학살은 종교가 아니라 문명의 파괴로 이어졌다. 529년 드디어 아테네 학당이 폐쇄됨으로써 그리스 철학은 막을 내렸다. 그리고 1837년에 이르러서야 아테네 대학에 철학 강좌가 생겼다. “우리는 13세기 동안의 지적 무기력, 13세기 동안의 침묵을 거쳤습니다. 이 시기 동안 그리스의 책에서 자유란 단어가 사라졌었지요. 우리는 18세기에 이르러서야 그 단어를 다시 찾았습니다." 의심과 회의를 질식시킨 기독교에 순종하는 은둔 수도승이 지켜야 할 첫 번째 계율은 생각하지 말고 기도하라는 것이다. 사유는 신앙의 적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끊는 것은 신에게 귀의하는 첫 번째 길이다. 그러나 과연 수도승은 기도를 통해 회의와 유혹에서 벗어났을까.


기도의 장소인 성스런 산에는 매일 밤 그곳의 주민을 탈선시키려고 몰려드는 수많은 악마들이 창궐합니다. 달리 말하면 그곳은 타락의 명소이기도 합니다. 신의 모든 피조물은 수도승의 사랑을 누릴 수 있지만 여자는 제외됩니다. 그들에게 여자란 악마의 보조물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이 그들의 생각 중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 짐작됩니다. 기자가 말하길 아바통의 계율은 신화에 불과하고 아토스 산에는 여자의 환영이 우글거린다고 합니다. 당신은 수도승들이 어떤 이유로 수도원에 은거할 결단을 내리는지 궁금해하셨죠. 어떤 이들은 실연의 결과로 은둔을 결심합니다. 어떤 사람은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은 잊히기 위해 승복을 입어요. 그들은 이름을 바꾸고 수염을 길러 신분을 감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