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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청계산과 매봉(詩山會 제97회 산행)

청계산 매봉(詩山會 제 97회 산행)

산 : 청계산

코스 :  대공원역-망경대-매봉-옛골

소요시간 : 오름 1시간30분   내려옴 1시간 30분

일시 : 2008년 11월 16일(일) 9시

모이는 곳 : 전철 4호선 대공원역 2번 출구  

준비물 : 살얼음낀 막걸리, 안주, 과일, 사진기(하산 후 뒤풀이 예정)

연락 : 김종화(010-2406-0332)

블로그 : 사진 blog.daub.net/sisan20

            산행기 blog.daum.net/yc012175

            카페 cafe.daum.net/K-20

 

 

한로 지난 바람이 홀로 희다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는 가을

서오릉 언덕너머

희고 슬픈 것이 길 위에 가득하다

굴참나무에서 내려온 가을산도

모자를 털고 있다

안녕, 잘 있거라

길을 지우고 세상을 지우고

제 그림자를 지우며

혼자 가는 가을길

-김종해 '가을길'


높은 산봉우리에 슬쩍 내려앉았던 가을이 어느덧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섰다. 북에서 남으로 파도처럼 밀려가는 단풍에서 가을의 속도를 본다. 서늘한 바람에 덧없이 흩날리는 나뭇잎. 사람들은 낙엽을 밟으며 슬픔을 털어내고 시름을 묻는다. 사는 게 힘겹지 않은 때가 있었을까만은 이 가을은 유난히 차고 거칠다. 혹독하고 어두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그래도 세월은 흐르고 삶의 틀은 복원될 것이다. 제 그림자를 지우고 혼자 가는 가을길처럼 지금은 인내와 외로움에 충실해야 할때다.

-이정환 (언론인)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법. 나는 요즘 햇빛이 들라치면 차양을 거두어 올린다. 햇볕을 쬐고 싶어서. 사랑도 변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사랑이니까 변한다. 사랑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가장 극진한 세상과의 교신 부호. 그러므로 변하는 게 당연하다. 살아있는 거니까. 죽은 자들의 사랑은 돌로 만든 경전 속에 영원할 수도 있지만, 살아있는 우리는 날마다 몸이 변하듯 천변만화하는 감정의 결들과 복닥거리며 살아야 하니까.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닌, 예컨대 집착이랄지 강박이랄지 하는 이름의 그 무엇이지 않을까. 좋은 소식은 없다. 지독한 부대낌 속에서 또 긴 겨울을 맞이해야 한다. 가을이 풍성하지 않았으니 긴 겨울은 춥고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재웅 산우의 낭송과 나름의 독특한 시평에 웃어보고 싶다. 유일한 웃음이다. 항상 고마운 사람이다.

 

 

시산회 제 96회“북한산(칼바위능선)”산행기 ( 2008. 11.02, 맑음 / 김 종 화 )

 

(참석자) : 10명 (김정남, 김종화,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최영수, 한양기, 한천옥)

 

북한산(칼바위능선) 산행일이다. 북한산은 언제 가 보아도 탐방객들이 많이 찾는 명산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 ‘시산회’에서 하고많은 산 중에서 금년에만도 세번째(80회, 86회, 96회)의 산행이고, 발족후 16회째 오르는 산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안개가 다소 끼었으나 바람 한 점 없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이다. 어제밤에 사무실 일, 개인적인 일 등 이일, 저일을 생각느라 잠을 편히 이루지 못하고 몇 번이고 잠에서 깨었다. 결혼후 30년 동안, 약 20년을 혼자서 생활하다 보니 밤이면 밤마다 TV와 친구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고 사뭇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잘못된 습관이란걸 알면서도 만성이 되어 있어 마누라에게 자주 핀잔을 듣고는 있지만, 저녁마다 TV.를 켜 놓고, 어떤 날은 밤을 새우기도 하니 나도 이제 중늙은이가 다 되어 가는가 보다.

 

산우들과 약속한 집결시간을 10시로 하였으니 오늘은 시간적인 여유가 많다. 아침부터 행복씬 김치 담그느라고 정신이 없다. 어제 집에 올 때 사무실옆 빈터에 심어 놓은 배추와 무우를 몇 포기 뽑아오시라 하여 가져왔는데,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이것, 저것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귀찮게 한다.

 

엇그제는 내가 등산을 좋아 한다고 직원들과 금년도 가을 체육행사는 산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사무실 인근에 있는 호명산과 호명호수를 다녀 왔었다. 모처럼 직원들과 함께 호명산 정상에 올라 두부김치와 수육에다 막걸리 한 잔씩을 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단풍으로 물들어 있는 주변 산들이 울긋불긋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본 호명산의 단풍은 가뭄이 심해 잎들이 말라 있어서 기대감이 반감되기도 하였었다. 행복씬 몇 일전에 산행을 하였으니 오늘은 제발 함께 교회에 가잔다. 당신 건강을 위하여 산행을 하시고 친구분들과 함께 보내는 것도 좋지만, 휴일이면 가족들에게도 조금 신경 쓰시라고 한 마디 한다. 결혼 후 2/3를 주말부부 내지는 주월부부로 생활 하였기에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시산회 산행 날이면 항상 죄송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8시반경, 배낭을 둘러메고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위윤환 산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당초 집안일로 참석이 어렵다고 하였는데, 일을 어제 마치고 산우들과 함께 산행을 하고 싶어 오겠다고 한다. 가까이 살고 있었기에 문정역에서 만나 동행키로 하였다. 지난 설악산 샌행후 보름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언제보아도 정겨운 친구이다.

 

10시10분전, 수유역 1번 출구앞에 도착하니, 4~5명의 산우들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맨 마지막으로 한 교장이 도착하여 10시 정각까지 약속한 10명의 산우들이 모두 모였다. 새로운 신입회원으로 최영수 산우가 나왔다. 고교시절에도 키가 컸었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훤칠한 키에 미남형인 얼굴이다. 3학년때 1반으로 문과반이었기에 학창시절엔 나와는 거의 대면할 기회가 없었고, 근년에 와서 친구들 경조사 때에 간혹 만났던 친구이다. 지난번 목동친구들 모임 때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맛있게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재미있게 하루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김용우 총장으로부터 들었었다. 설악산 산행 때 참석하기로 하였었는데, 말로만 듣던 공룡능선을 막상 가려고하니 겁이 나기도 하고 산우들께 민폐를 끼칠까봐 포기했었다고 한다. 평소에 가까이 지내고 있는 나 원장은 설악산 산행당일, 그 사실도 모르고 나에게 ‘잘 보살펴 주라’ 하며 당부 전화까지 왔었다. 참석한 산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들머리인 아카데미하우스로 이동하였다.

 

오늘 산행코스는 김 전회장이 고운 단풍이 아직까지 남아 있을만한 좋은 코스를 제안하였는데, 하산 후 뒷풀이를 겸하여 점심식사도 하여야 하니 산행시간을 약 3시간 전후로 하기로 하고 칼바위능선으로 올라 대동문앞에서 간식을 먹고 소귀천계곡으로 내려오잔다. 잠시 배낭을 정리하고 있는 한양기 산우에게 오늘 산행기를 부탁을 하니 ‘요즈음 골치 아픈 일이 있다’하며 정중히 거절을 한다. 그럼 누구는 골치아픈 일이 없어서 지금까지 산우들이 산행기를 써 왔단 말인가? 돌아가면서 쓰기로 하고 지금까지 잘 추진하여 왔는데, 금년들어 아직 쓰지않은 산우가 한양기 산우를 비롯하여 참석을 자주하지 못한 임춘기, 최근호, 임용복 산우와 조문형 산우만이 남아 있다. 그렇다고 오늘 산행에 처음 참석한 최영수 산우에게 산행기를 쓰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재차 부탁을 해도 도저히 못 하겠다고 한다. 산행 때마다 재미있는 여담과 박식한 지식으로 보아 흥미롭게 잘 쓸 것 같은 생각이지만, 즐거워야 할 산행이 산행기 때문에 괴로운 산행이 된다면 안될 것 같아 차라리 내가 시간을 내어 쓰기로 마음 먹었다. 기회는 오직 한 번 뿐인데. 딱 한 번만 쓰면 되는데, 섭섭한 일이다.

 

10시20분, 지난번 제 86회(2008.06.01) 산행 때와 같이 아카데미하우스 국민호텔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들머리에 들어섰다. 통일연수원 북한관을 지나 탐방지원센터 앞을 지날 때에 40대 중반의 나이에 자그마한 여직원이 산불예방 차원에서 라이타나 성냥을 맡기고 가시라 하며, ‘즐거운 산행되십시오’ 라는 인사말을 곁들인다. 등산객들이 거의 없는 한적한 등산로를 따라 ‘구천계곡’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오른편으로는 개인 사유지인지? 아니면, 산림보호지역인지? 철조망으로 된 울타리가 시설되어 있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구천계곡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삼림이 우거져 그늘진 한적한 길로 걷기에도 힘이 들지않는 평탄한 등산로였다. 계곡에는 가뭄으로 물이 말라 있다. 얼마를 오르지 않고 다들 잠시 쉬었다 가잔다.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며 막걸리 두 병을 내어 놓으니 산우들 대부분이 별로 내키지가 않는 듯 다 비우질 못한다. 임삼환 산우가 내어 놓은 담양특산물인 죽순안주가 있을뿐, 맛있는 다른 안주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산우들아! 식산회의 전통이 있지 않는가. 다음 번엔 홍어라도 좀 가져 오시길...

 

10시40분, 들머리에서는 거의 없었던 등산객들이 점차 많아지자 다시 출발이다. 오르면서 오늘의 화두는 지난번 설악산 산행때의 고생되었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우리 생애에 또 한번 갈 수 있으려나? 산행계획을 거의 주관만 해 놓고 피치못할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김 전회장이 아쉬움이 남는지? 제일 말이 많다. 산행경험이 산우들 중 가장 많으니 그동안 많은 자문을 받아 왔으며, 우리 시산회의 왕 회장님으로써 그의 시산회의 사랑만큼은 누가 감히 따르랴!!! 산우들 모두가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11시 15분, 능선길을 오르니 눈 앞에 칼바위능선과 멀리 왼쪽에 보현봉과 오른쪽엔 노적봉, 용암봉 등이 보인다. 정릉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과 합쳐져 갑자기 산행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오른편의 안내판에 대동문 1 km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안내표지판을 뒤로 한 채, 다른 등산객들 행렬을 따라 칼바위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칼바위능선’은 마치 칼날같이 쭈삣쭈삣한 암릉으로 되어있고, 이 능선을 따라 가면 보국문에 다다른다. 이 곳에서부터 축조되어 있는 산성의 능선길을 따라 가다보면 대동문과 용암문이 나오고, 북한산 주봉인 만경대, 백운봉, 인수봉에 이른다. 칼바위능선은 마치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축소해 놓은 것처럼 약 3 km정도 구불구불 길게 뻗어 있다. 깍아지른 바위능선을 오를땐 두 손으로 엉금엉금 기어 올라야만 했다. 그동안 몇 번을 올라 봤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 항상 변화가 많고, 조망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능선이 주능선에서 외곽으로 뻗어 있어서 북한산 줄기의 무수한 암봉을 조망할 수 있으므로 북한산을 멀리서 조망하려면 칼바위능선 코스는 북한산을 아는데 필수적인 좋은 코스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11시30분, 한참을 엎드려서 바위를 잡고 기어 오르니 주변의 경관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넓은 바위가 있었다. 북한산 주봉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다. 우리도 잠시 쉬면서 기념촬영을 한 후, 위험한 능선길을 포기하고 우회하여 내려가니 삼거리가 나온다. 길가에 보국문 0.6 km, 대동문 0.4 km란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우린 보국문 쪽으로 향하지 않고 오른쪽의 8부 능선길을 따라 대동문을 향해 내려갔다. 잠시 후 산성이 보인다. 복원사업이 마무리가 되었는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12시경, 대동문 앞에 도착하니 많은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평편한 길가에 돗자리를 펴고 막걸리를 한잔씩 하기로 했다. 김 전회장은 아침 일찍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사 왔다고 하며 구룡포산 생굴 안주를 내어 놓는다. 싱싱한 생굴과 위윤환 산우가 가져온 골뱅이, 임삼환 산우의 죽순무침과 구은 은행에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니 허기도 가시고 피로가 다소 풀린다.

 

생굴은 바다의 우유로써 글리코겐, 광물질, 비타민류 및 단백질 등 각종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고, 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특히 많이 축적되는 글리코겐은 인체에 흡수되면 곧 포도당이 되어 에너지 공급원이 되기 때문에 환자나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에는 아주 좋은 건강식품으로서 오래 전부터 주로 서,남해안에서 양식되고 있는 패류이다. 굴을 담은 봉지에 소금물이 함께 들어있어 적당히 간이 배여 맛이 있었다. 간식거리로 항상 빠지지 않는 삶은 고구마도 누군가가 내어 놓는다. 모두들 뒷풀이를 맛있게 먹으려는 생각인지? 다른 산행 때에 비해 막걸리도 적당히, 간식거리도 적당히 가져와서 먹산회의 전통은 어데로 갔는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대로 적당히 배를 채우고, 하산은 대동문을 지나 소귀천계곡을 따라 우이동으로 내려 가기로 되어있어 이 곳에서 시 낭송을 하였다. 전례대로 오늘 처음 참석한 최영수 산우가 오늘의 동반시 정희성 님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를 낭독하였다. 훤칠한 키에 비해 목소리는 가날프기만 하다. 아마도 시상에 몰입되어 내용을 음미하려고 하는 것이 엿 보인다. 님을 사랑하는 애뜻한 마음을 그리움으로 묘사한 시 인것 같다.

 

12시30분, 이젠 하산이다. 소귀천계곡의 물도 바짝 말라 있다. 작년 여름철에 왔을 때에는 이 곳에서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등목도 하였었는데, 생동감 있는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수 없으니 낙엽으로 쌓여있는 산길이 더욱더 쓸쓸하기만 하다. 약 10여분쯤 내려오니 왼쪽편에 옹달샘이 눈에 띈다. 까만 표지석에 ‘용담수’란 글귀를 전서체(篆書體)로 새겨놨다. 그 옛날, 용이 살았다는 것인지는 잘은 모르겠으나 몇몇 등산객이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가느다란 물 줄기가 애처로워 보인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싶어 한 교장과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12시45분, 단풍이 곱게 물들어져 있는 할렐루야기도원 앞에 도착하였다. 짧은 산행이 아쉬워 멀리 기도원 뒤편의 북한산 주봉을 배경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서 주변의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어느덧 이곳도 오색 향연을 끝내고 낙엽이 되어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 더 내려서니 버스길이 보인다. 뒷풀이 장소는 지난번 80회, 86회 산행때에 갔었던 ‘미락’이라는 한정식집이다. 지난번엔 버스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서 뒷풀이 장소까지 갔었지만, 오늘은 다들 택시로 이동하잔다. 김 전회장에게 예약을 부탁하고 택시를 탔는데, 운전기사가 난폭운전을 하는 바람에 칼바위능선을 오를 때보다도 더 오금이 저렸다. 가스가 다 떨어져 빨리 충전해야만 한다고 기사양반은 핑계를 댄다. 불경기라서 손님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울려고 바삐 서둘렀는가 보다.

 

미락 한정식집은 김 전회장이 주선하여 그동안 몇 번 왔었던 곳이다. 그런대로 반찬이 맛깔스럽고 가격도 저렴하여 오늘도 이 곳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예약된 방에 배낭을 벗고 우선, 해물파전 안주에 맥주와 소주를 마시고,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후 신입회원인 최 산우에게 이재웅 산우가 직접 제작한 선물(CD)을 증정하였다. 부지런하고 인정많은 이 산우가 고맙기만 하다. 다음번 산행지 추천과 회장 선출(안) 및 임기 변경(1년으로 조정) 등의 협의가 있은 후, 잠시 시간을 내어 이(재웅) 산우가 준비한 프롤로그 시(“나의 싸움”) 낭송과 함께 본인 생각의 시평을 들었다. 삶이란 자신과의 싸움이다. 외로움과 괴로움, 실패와 희망을 잃은 나약한 마음 등등의 모든 것들과의 싸움이다. 산우들아! 그래도 우린 꿋꿋하게 이 모든 고난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고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좋은 시를 선정해 준 김 전회장과 이 산우에게 박수로서 고마움을 대신하였다.

 

오늘 개인적인 일 때문에 많은 산우들이 참석을 하진 못했지만, 처음으로 산행에 참석한 최영수 산우의 가입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다음에 또 즐거운 산행을 기약하며 밖으로 나와 다 함께 손을 모아 들어 올리며 “시산회 화이팅”을 외치고서 산행일정을 모두 마쳤다. 사무실 일로 미루어 왔던 산행기를 쓰려하니 산우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 산행기를 쓰지않은 산우들은 꼭 써 주시길 부탁하오며, 우리들 "人生에서 3가지의 眞實"을 첨언하면서 산행기를 맺는다.

 

 

2008년 11월 5일 김 종 화 씀.

 

 

 

- "人生에서 3가지의 眞實" -

 

 

ㅇ 人生에서 한 번 오고, 永遠히 다시 오지 않는 것.

: 時間(Time), 말(言, Words), 機會(Opportunity)

 

ㅇ 人生에서 누구나 항상 갖고 있어야 하는 것.

: 希望(Hope), 平和(Peace), 正直(Honesty)

 

ㅇ 人生에서 가장 高貴한 것.

: 사랑(Love), 親舊(Friend), 自信感(Self-confidence)

 

ㅇ 人生에서 결코 確實하지 않은 것.

: 成功(Success), 꿈(Dreams), 幸運(Fortune)

 

ㅇ 人生에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것.

: 誠實(Sincerity), 努力(Hard Work), 熱情(Compassion)

 

ㅇ 인생에서 사람을 破壞하는 것.

: 自尊心(Pride), 慾心(Greed), 화냄(Anger)

 

 

 

 

뒤풀이 때 다음 산행지를 정하는데 청계산이 거론된다. 거론하는 산우들의 이유는 북쪽의 산을 갔으니 남쪽의 산도 가자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하철을 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주된 이유를 드나 도움쇠는 코스가 단조롭고 짧은 산행이라며 반대했다. 좋은 산을 가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좋은 산을 만나고 반가운 산우들을 만나려 오면서 오래 걸리는 시간도 즐기면 될 일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지 않는가. 집행부에서 결정했으니 이의가 있을 수 없는데 김 총장은 내게 약간 미안한 기색이나 그럴 것 없으니 걱정마시라. 앞으로 강하게 주장하지 않을 작정이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산역이 넓어 최소100번은 올라야 길을 안다. 아직도 가지 않은 길이 무수히 많다. 그래서 많은 산우들의 집에서 멀다고 해도 이수봉, 매봉, 망경대밖에 없는 청계산보다는 코스가 다양한 북한, 도봉, 수락, 불암산을 자주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잠실에서 자주 모이지만  원무, 삼환, 도움쇠도 1시간30분이 걸리며 마을버스-7호선-2호선을 탄다. 짧지 않은 시간이나 좋은 산과 산우들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 설레고 즐거우며 외곽도로 진입이 쉽기에 불만이 없다. 옛골로 내려와서 오리훈제고기를 먹으면서 산과 시에 대해 즐겁게 얘기하자. 매봉에서 맑고 파란 가을하늘을 보며 잠시 시름을 내려 놓자. 죽을 때까지 시련과 사랑은 오고 간다지 않는가.   

 

 

동반시를 선정하면서 요즘은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가 계속 연재되기 때문이다. 시평을 먼저 적고 마지막에 동반시를 올린다.

 

어떤 이는 사랑하는 일이 괴로운 일이라 하고 어떤 이는 한없는 기쁨이라 한다. 어떤 이는 사랑 받는 것이 행복이라 하고 어떤 이는 받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것이 행복이라 한다. 어떤 이는 사랑은 불어닥치는 것이라 하고 어떤 이는 봉변 같은 것이라 한다. 모두 맞는 듯 틀리는 것이 정답인, 너무 어두운 한밤이고 너무 밝은 한낮인 사랑. 너무 추운 여름이거나 너무 더운 겨울과 같은 사랑.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랑은 한없이 깊은 오지(奧地)라는 것! 나만이 겨우겨우 찾아갈 수 있는, 나밖에 모르는 장소! 아무리 드러내 놓아도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오묘한 것. 사람들이여! 남의 사랑에 대해 운운하지 말자. 그 오지에 대해.

이 시의 주인은 지금 괴롭다. 보고 싶은 마음, 기다림의 심정이 행복의 파동을 끊임없이 일으키는데 정작 볼 수 없고, 보아서는 안 되고, 서로의 마음이 어긋난다면 주체할 수 없이 괴로워진다. 이 사랑의 주인은 지금 까닭은 알 수 없으나 '사랑하지 않는 것이 더 낫겠어'라고 후회하기 직전이다. 괴로움을 주체할 수 없어 지하철을 탄다. '어둠뿐'이고 '외줄기'이고 '일방통행의 외길'인 지하철이다. 그 수단이 지하철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저 지하 깊숙한 길, 창 밖으론 아무것도 없는, 오직 어둠과 전진뿐인 길, 밖에서는 그 누구 하나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길이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지하철이며 역도 하나뿐인,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가는 지하철이다. 그 길은 과연 괴로운 길일까? 천만에. 그 길 주위가 어둠뿐이긴 하여도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을 하나 갖고서' 가는 길이다. 얼마나 따뜻하고 아늑한 혼자만의 길인가. 모든 것 잊고 시름도 잊고 그저 당신만을 바라보며, 이미 당신과 함께 하고 있는 길인 것이다. 늘 한 사람만이 내리는, 그가 손님이며 역장이고 검표원일 숨은 역이 어디쯤인지 궁금하다. 그런 역 하나 갖고 싶기도 하다.

"나는 사시사철이 봄날이 아닌 곳에서 살고 싶다. 사시사철이 봄날이 아닌 곳에서 나는 봄날을 그리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로 쓰고 싶다"(〈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라며 오랜 세월 시 쓰기의 입장을 정리해 밝힌 김종해 시인(67)은 사랑의 탄환이 되고 싶은, 사랑의 갈급한 마음 또한 대신하여 이렇게 격정으로 노래한 바 있다. "내가 만약 당신을 조준하여 날아간다면/ 날아가서 당신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다면/ 가 닿아서 함께 불덩이로 흩어진다면/ 흩어져서 한순간이 영원으로 치솟는다면/ 나는 미련을 갖지 않으리/(…)'(〈탄환〉). '지하철'과 '탄환', 전혀 다른 듯 사랑의 핵심과 닮아 있지 않은가.

 

바람부는 날

                          김 종 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가랑잎이라도 떨어져서 마음마저 더욱 여린 날,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1990년>

 

 

                                         2008년 11월 12일

 

                詩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도움쇠 金 定 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