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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山과 詩(제1회 光州高 20회 詩山會 도봉산 등산)

山과 詩

 

2004.10.10. 제1회 光州高 20회 詩山會 도봉산 등산에 동참해 주신 12명의 山友들에게 감사드립니다.특히 김정남山友의 부인과 예쁜 딸이 동반해 주었고 예쁜 딸은 디카로 망월사 종루에서 도봉의 정상 자운봉을 배경으로 한 훌륭한 사진을 찍어 여러분들에게 보내 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가족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모임의 명칭을 詩山會라 한 것은 山에 오를 때 詩 한 수를 적어 외우고 올라가면 힘든 것은 半이 되고 즐거움은 倍가 됩니다. 해서 그날 정해진 것입니다. 山友 여러분도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상에서 "야호"대신 詩를 낭송하는 것도 멋있는 모습일겁니다. 頂上酒를 한 잔 곁들이면서, 詩山會라서 詩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잠언이나 명언도 포함되지만 우선은 詩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2001. 8. 27. 유명산(馬遊山)계곡 산행으로 시작된 저의 긴 여정은 2004년 4월까지 200회에 이르렀고 그러한 산행 중 무등산 입석대와 서석대는 고교시절의추억을 회상하기에 충분한 여행을 즐기게 해주었고 지리산 정상 천왕봉의 가슴 벅찬 감격, 설악산 대청봉의 일출과 기다리는 동안 마신 한 잔의 위스키의 향긋한 맛, 정선.영월 두위봉(1,466미터)의 1,400년의 나이를 먹은 주목에 대한 경외감, 거짓으로 생각하는 반공소년 이승복기념관이 있는 계방산의 단풍과 천년朱木, 태백.정선 함백산(1,573미터)정상에서 비구름이 중함백을 넘지 못하고 비가 되어 쏟아저 내릴 때의 장엄한 광경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풍수지리상 최고의 명당이라는 오대산의 적멸보궁, 영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충주 월악산의 靈峰(영봉), 100회 기념산행 때 가리왕산(1,561미터) 정상에서 느낀 풀 한 포기없는 황량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역설적 不調和의 아름다움, 태어 나서 그리도 매섭고 차가운 눈바람을 처음 느껴 본 태백산의 겨울등산과 당골로 내려올 때 타 본 오궁설매, 남한 3대 폭포 중 하나인 설악산 장수대 대승폭포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지다가 아래에서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 물이 중간쯤에서 하늘로 흩어져 올라 가면서 무지개가 피어 오를 때의 희열과 탄성은 지금도 귀에 선합니다. 다만 설악에서 금지하는 화채능선과 용아장성 코스는 나의 버킷리스트로 남아있을 아쉬워합니다. 그러나 머지 않은 미래에 그 리스트를 지울 작정입니다.

억새는 홍성 오서산, 정선 민둥산, 합천 화왕산 등이 볼 만한데 오서산은 능선억새이어서 천수만에서 불어 오는 능선바람에 시달려 키가 작아서 철이 늦으면 씨앗털을 보기 어렵고, 정선 민둥산은 산 전체의 반이 억새인데 높이가 사람 키를 넘어 2m의 장신을 뽐 내며 나무는 거의 없는 억새천지, 화왕산 억새는 정상의 고원억새인데 키는 중간정도이며 매3년마다 정월 대보름달이 동산에 떠오를 때 쥐불놀이를 하면서 그 넓은 56,000평의 억새밭을 불태우는 행사가 있습니다. 장관이라는데 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영암 월출산 보름달 산행의 황홀감, 설악산 공룡능선 종주의 성취감,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종주의 완성감, 계룡산 하산길의 닭벼슬 같은 능선과 긴 산행 끝에 마신 갑사의 더덕막걸리와 파전.빈대떡, 소백산 비로봉에서 처음 맞아 본 엄청난 폭설, 설악산 대승령에서 50만원의 과태료를 낼 각오로 내려가 본 흑선동 계곡의 적막하면서도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환상적인 단풍계곡길, 밀양.울산 가지산 정상 부근 쌀바위(1,018미터)약수를 맛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또 찾게 되고, 담양 추월산은 아침에 전주에서 삼백집의 모주를 곁들인 콩나물 국밥을 맛 보게 해주었고 산행 중의 물안개 피어 오르는 담양호와 늦은 점심 때 먹은 전주 백송가든의 육사시미와 육회 비빔밥 그리고 차고 달디 단 소주를 선사했고 전주를 지날 때마다 들르는 집이되었습니다.

충주호와 같이 달리는 충주 계명산 능선을 타고 내려와 맛 본 괴산의 외곽 강변의 쏘가리회와 소주 그리고 매운탕, 팔당댐 북쪽 운길산 水鐘寺의 달맞이와 茶山 정약용 묘 옆 강변의 민물장어구이, 붕어찜과 소주, 깊어가는 가을에 설악산 백담계곡의 비취색 여울물과 마등령에서 설악의 장엄한 全景을 바라 보고 세존봉을 쳐다보며, 발 아래 금강글을 지나 비선대로 내려와 상경길에 기사문리 포구에서 처음 먹어 본 방어 사촌 마름회의 쫄깃한 맛과 소주 등등, 이러한 경험을 모두 열거를 못하지만 등산은 이러한 입맛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러한 즐거움을 맛 볼 기회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계속적이고 꾸준한 등산은 심장병(부정맥), 고혈압. 신경성 신경증,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시달리던 저에게 거의 완치에 가까운 선물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등산은 건강이라는 선물을 가져다 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산우 여러분과 소중한 가족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라면서 히말라야에서 산이 된 '조지 레이 말로이(1866~1924)' 卿의 명언을 올리며 도움쇠의 글을 마칩니다.

"山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고 경쟁의 대상도 아니다, 다만 내가 나를 정복했을 뿐, 그곳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山이 거기에 있기에 오를 뿐이다"

詩山會 등산 도움쇠 金定南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