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성곽길을 돕니다(詩山會 제383회 산행)
시간 : 2020년 4월 26일 일요일 10시 반
장소 : 전철 8호선 산성역 1번 출구
산행방법 : 버스로 성곽길을 돕니다
준비물 : 마스크 외 하던 대로
1.시가 있는 산행
4월의 소리/유안진
밤잠을 설친다
밤이슬에 묻어서 따라 내리는
별무리 떼지어 오고 가는 발자국 소리
덧문을 치고 가는 바람결 타고 오는
촉 트고 움 돋고 새순 처지는 소리소리에
새벽잠도 설친다
아기종(鍾) 꾸러미째로 마구 흔들어쌓는
개나리꽃 피는 소리 탓에
가래 끓어 밭은기침 연신 뱉어내는 소리 탓에
수유리 돌밭에서
잠든 돌들 깨어 일어나는 소리 탓에.
4월에는 꽃피고 지는 소리, 울음소리, 신음소리가 어우러져 잔인한 소리가 나온다. 모처럼 만나는 지인들에게 시집을 전해주는 날, 4월 16일, ‘다시 못 올 낭만’에 대하여 건배를 하고 대취했다. 건배소리는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와 닮아있었다. 초인(짜라투스투라)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긴 밤을 까맣게 태우던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초인은 인간이 아니었다. 철학적 표현을 빌려 현상이었다. 드디어 하늘이 깨었다.
-도봉별곡
2.산행기
시산회 제382회 올림픽공원 산행기 / 박형채
2020년 4월 11일 토요일/ 5,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참석자: 고갑무, 김일화, 김종화, 남기인, 박형채, 위윤환, 이경식, 임삼환, 임용복, 조문형, 조영훈, 한양기, 홍황표, (13명)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서 13명의 산우들이 모였다, 오늘은 특별히 캄보디아에서 KOICA봉사활동을 하고 귀국한 기인이를 비롯하여, 옥수동 인근 아파트에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봉평에서 은거생활하고 온 고 회장, 철산에서 손자 돌봄이 하느라 바쁜 윤환이, 딸 시집보내고 허전함을 달래려고 참석한 일화, 화가이며 족저근막염을 열심히 치료중인 홍 총장, 호주와 뉴질랜드여행을 하고 코로나국경을 잘 빠져나온 복덩어리 임 수석, 날마다 코로나를 무서워하지 않고 3만보 걷기를 즐기는 종화, 만물박사 영훈이, 주말이면 산삼 찾기를 즐기는 삼환이, 일자리 창출과 취업인구를 늘리기 위해 애쓰는 경식이, 재경 광고 20회 살림지기 문형이, 도시농부 형채 이상 13명이 올림픽 공원 한 바퀴를 돌고자 출발하였다.
올림픽 공원은 43만평 몽촌토성으로 둘러싸인 백제유적지에 1984년부터 시작 86년 5월에 완공하여 86아시아경기 대회와 88올림픽개최를 위해 조성되었다. 몽촌=곰말(꿈마을 옛말)에 당산나무(은행나무, 느티나무)가 몇 그루 지금도 남아있는 지역으로 풍납토성과 함께 한성백제유적지이다. 공원 안에는 200여개의 조각, 핸드볼경기장을 비롯한 역도, 수영장, 펜싱 체조 5개의 경기장과 토성길을 포함한 5개의 길이 있다. 첫 번째 엄지손 조각상 앞에서 우리는 인증 사진을 찍고 천천히 걸었다. 여기도 탐방객들 안전을 위해 2미터 거리두기 방송차가 안내방송을 하고 다녀서 우리도 거리두기를 했다. SK핸드볼 경기장과 KSPO DOME 체조 경기장을 지나 88호수에 이르니 이름 모를 온갖 꽃들이 가득했다. 특히 ‘호수부인’ 조각상 옆에 진분홍색 계열의 홍도화가 눈을 즐겁게 했다. 오륜정을 지나 능선길인 토성산성 어울길로 들어섰다. 명색이 산행이니 평편한 길보다 능선길이 조망감도 있고 산행 맛이 났다. 능선을 조금 오르니 넓은 의자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잠시 쉬면서 경식이가 쏘시지를 나눠줘서 커피 한잔에 맛나게 먹었다. 담소를 나누고 또 출발하니 언덕 주변 경관이 넓게 보여 눈이 시원하다. 5백70년 넘은 당산나무가 있는데 거기에는 꿈마을터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공원 조성할 때 살았던 원주민들이 강제이주하면서 흘린 눈물 자국이기도 하다. 보호수가 그런 흔적이며 어디나 개발이라는 명분하에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유민들이 있게 마련이다. 언덕 위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풍납중학교 옆 우성아파트가 재건축을 말끔히 하여 I-PARK 아파트로 변신한 이야기며 성내천이 석촌호수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잠실 개발하면서 부리도 섬을 연결하여 탄천 쪽을 막고 잠실종합운동장과 주공1∼5단지를 조성한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경치를 조망하였다. 조금 걸어가니 숙종 때 우의정을 지낸 김구 묘역이 있어 노산군을 단종으로 복위시킨 역사적인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이분의 기가 살아있을 자리를 잡고 우리들의 보따리를 풀고 오늘의 기자로서 동반시를 읊었다. 내가 추천하고 바람의 시인 정남이가 동반시로 올린 명시이다.
“바람의 집”/ 이종형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이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으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삼환이가 산삼주를 돌리고 홍 총장이 칡주를 부어주어 마셨다. 일화표 김밥과 종화표 떡으로 막걸리도 한 잔씩 마시니 배가 불렀다. 세상에 먹는 기쁨은 그 무엇보다 큰 것이다. 한참 동안 즐겁게 마시고 먹었으니 새로운 출발의 순간이 다가온다. 야생화단지를 지나 정이품 소나무 장자목을 구경하고 이어 조각공원을 찾았다. 페루 파비안 산체스 작 ‘아야쿠츠를 봄’을 의자에 앉아 쉬면서 자세히 감상하였다. 노는 아이를 볼륜감 있게 표현한 어머니가 등에 업고 있는 모습으로 인간과 동물이 어울려 삶을 영위하는 상상의 나라 남미를 나타낸 작품이었다. 그 외 ‘달리는 사람들’ 등 다수의 작품을 구경하고 배꼽시계를 맞추기 위해 2시 반에 예약한 시래마루 음식점으로 향했다. 오늘은 일화가 한턱 쏘는 날로 보쌈정식을 시켜 거나하게 먹었다. 일화 딸래미 가정에 늘 좋은 일만 생기고 행복하길 기원하면서 잘 먹었다네, 그동안 코로나 거리두기로 만나지 못한 산우들과 모처럼 즐거운 하루였다.
오늘의 산행기자 박형채 씀.
3.오르는 산
모두를 모른 척하고 지낸 일주일, 마침 출산휴가 뒤 복직을 앞둔 작은딸의 생일날 메뉴 곤드레정식은 1400년의 나이를 먹은 주목을 보고 내려와 정선에서 먹은 곤드레밥이 아니었다. 집에 와 케잌을 자르고 잠시 쉬는 사이에 펼친 폰에는 홍 총장의 남한산성 산행 초대글이 눈에 들어왔다. 뚝 떨어진 체력에 무시하려 했는데 차로 올라간다는 말에 용기를 냈다. 마침 기인이에게 시집도 전해야 한다.
여명이 얼마나 남아있겠는가. 마음 가는 대로 살다 가려 한다. 도서관 문을 닫아 여는 것은 기약이 없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인생이라 하지 않는가. 몇 번의 시집을 낼지 나도 궁금하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는 혼재한다는 설도 있고 순서를 바꾸기도 한다는 물리학자의 가설도 존재한다. 형체가 없으므로 볼 수 없으니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합리성을 가장 중시하는 물리학은 아무리 발전해도 가설은 정설이 되기 어려우므로 가장 어려운 학문이라고 한다. 요즘 뇌과학과 우주물리학, 양자역학에 빠져 산다.
4.동반시
형채 산우가 잊지 않고 동반시를 추천해줬다. 시인은 나이는 우리보다 약간 많지만 고향 영광 우평 한동네 사람이다. 반가운 마음에 형채의 마음을 덥석 물었다. 고마운 사람이다. 이 시에 대한 설명은 잡스럽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읽으면 된다.
4월 철쭉꽃 / 오세영
소리 없는 함성은 죽어서
꽃이 되나 보다
파아랗게 강그라지면서
외치는 입과 입.
꽃은 시각으로 말하지만
그의 언어는 미각이다.
발포!
시위를 진압하고 돌아와
술잔에 꽃잎을 띄우는 독재자여.
너에게 광기를 달래는 술조차
폭력이구나.
그러나 너는 모른다.
확고한 신념은 항상
대지에 박고 있는 뿌리인 것을.
꺾어도 꺾어도 피어나는
빛 고운 우리나라 4월 철쭉꽃
2020. 4. 25.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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