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382회 산행)
일시 : 2020. 4. 11. 9.(토) 10시 30분
만나는 곳 : 전철 5, 9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준비물 : 마스크 외 그대로
1.시가 있는 산행
그리운 나무 / 정희성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뻗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한겨울 잘 버틴 나무들의 시대가 왔다. 그들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곳에 있다. 그것이 그들이 35억 년을 버텨온 힘의 역사다. 그리움이 그들과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힘의 샘물이란다. 샘물이 마르지 않게 잘 간수하시라.
<도봉별곡>
2.산행기
제 381회 산행기 / 홍황표
산행일 : 2020년 3월 22일 10 : 30출발
집합지 : 4,9호선 동작역 8번 출구
참석자 : 종화, 문형, 윤환 경식, 양기, 일정, 황표 (7명)
산행지 : 현충원 - 반포천(허밍웨이길, 피천득 산책로) - 서리폴공원 - 청권사
동반시 : 춘분/이성교
뒤풀이 : 연안식당(꼬막무침, 멍게무침, 꼬막비빔밥), 한잔할까(생맥주, 마른안주)
춘삼월이니 햇볕은 따뜻하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다.
집에서 나올 때만해도 코로나19가 위험하니 마스크를 쓰라,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해라, 사회적 거리를 지키라는 등 TV의 방송과 마누라의 주의사항을 들으며 나왔는데 현충원에 들어오니 사람들도 몇사람 없고 차도 없고 조용한 어느 시골 관공서 같다. 별천지다.
나는 총무의 책임감으로 9시30분쯤에 도착했고, 이어 문형, 만년 지각생 종화가 웬일로
10시 경에 왔다(‘오늘 비가 오려나 보다’ ). 다 모이니 10시 35분이 되었다.
스타트! 오른 쪽 첫 묘역에 가니 모두가 존경하는 고 채명신장군의 비가 보인다. 장군의 묘역(8평)이 아닌 월남전 참전 전사자 묘역의 제일 앞줄에 일반 사병과 똑 같은 비석과 면적
(1평)에 묻혀 있다. 마치 죽은 영령들의 지휘관 같다. 경의를 표한다.
채명신 장군은 1926년 황해도에서 출생하여, 조선경비사관학교(육군사관학교의 전신) 제5기로 졸업하여 참위(소위)로 임관하여 한국 전쟁에 참전하여 백골병단을 창설, 휴전 후에는 9사단에서 박정희와 5·16 군사 쿠데타에 가담하였고, 주월한국군 사령관에 임명되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였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개헌에 반대했다가 예편 당했다. 퇴역 후에는 스웨덴, 그리스, 브라질 대사 등 외교관으로 활동하였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중요한 일화가 있다. ( 그동안 당사자 본인, 대북관계를 고려 비밀로 유지해왔던 일임) 6.25전쟁 시 채명신(당시 중령)은 북한군의 거물 (조선노동당비서 겸 대남 유격대 총사령관 중장 길원팔을 붙잡아 남쪽으로 전향을 권유하였으나, 거절하고 권총(총알 1발은 채 중령이 줌)자결하면서 자기의 10대 아이(남, 녀)를 부탁하여, 육성을 약속하고 여자아이는 죽었고, 남자아이는 자기 호적에 동생으로 입적하여 서울대/원을 졸업하고 유명대 교수가 되었다(중앙일보 2013.1.21.).
채장군의 묘비를 지나서 위로 올라가 박정희부부 묘를 보고(나와 일정이는 참배 안함), 김대중 대통령 내외의 유택에서 헌향, 예를 올리고, 현충탑을 뒤로 하고 다시 동작역을 지나 벚꽃이 아직 안 핀 반포천을 따라 걷다가 성모병원을 오른쪽에 두고 미도동산으로 들어선다. 여기서 부터가 서리폴 공원이다.
옛날에 한번 왔던 곳이다. 여기까지 걸으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물론 문형이는 자꾸 그만 가자고 했다).
미도아파트 뒷산의 한 정자에서 현충원에서 남겨둔 양기의 파전과 막걸리로 간식시간과 동반시 낭독을 하였다.
춘분 / 이성교
해야 해야 나오너라.
구름 타고
물 건느고
복빗개 들고
나오너라.
구름다리 넘으면
목마른다는데,
그때 한입 뿜어
짚신 신고 나오너라.
꽃은 바람에
펄펄 날려도
사랑은 한결같이
높기만 하여,
흙탕물 먼 곳에
질펀히 번져가누나.
춘분은
해와
달이
입맞추는 날.
내사
江陵 색시를
잊을 길 없어
봄볕에 아풀대는
긴 갑사댕기를
어느 뉘 가슴에 묻어 주랴.
봄이라고 이시를 읽었건만 감정이 메마른 탓인지 박수도 없다.
먹고 나니 힘들다는 말은 없어졌다, 누에다리를 건너고 몽마르트 공원을 지나 조금 산을 오르니 무시무시한 정보사가 없어지고 그곳이 공원화되어 속살이 다 내려다보이는 할아버지 쉼터에 왔다. 아직은 완전 개방이 아니다(국방부 팻말). 오른쪽의 할머니 쉼터가 있는데 왜 할아버지 쉼터로 가냐고 하여(문형), 할머니 쉼터로 갔다. 할머니가 한분도 앉아 있지 않았다. 다시 남은 길을 걸으니 드디어 목적지 청권사 ( 유형문화재 12호, 조선3대 태종의 둘째아들 효령대군과 예성부인의 위패를 모신 사당과 묘소 ) 바로 앞 길 건너 ‘연안식당’에 도착하니 4시쯤 되었다. 요즘 연안식당은 맛이 별로 인 것 같았다. 초창기의 맛은 아닌 것 같다 막걸리도 한 병에 5000원씩이나 받고......
2프로 부족감이 있어서 바로 옆의 ‘한잔할까’ 생맥주집에서 500한잔씩하고 귀가했다. 나는 오랜만에 걸으니 무릎이 많이 통증을 느낀다. 그러나 코로나의 감옥에서 벗어나 따뜻한 햇볕과 바람을 쐬니 오늘 밤은 숙면할 것 같다.
마누라가 “얼굴이 주말 농장에서 일하고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놈의 잔소리는 언제까지일까?
2020. 3. 24. 홍황표 올림
3.오르는 산
마눌님 잔소리는 저승에 가서도 들린다네. 그런 고로 혼자 살면 얼마나 편할까! 천안 호두마을 명상센터를 ‘마하시선원’으로 개명했다. 그곳에 가면 혼자 명상하는 나의 ‘꾸띠’가 있다. 물론 깊은 산골이라 문패도 초인종이 없으니 폰을 꺼버리면 나만의 세계에서 눈 뜨면 일어나고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또 자고 심심하면 산책한다. 마주치는 선객들은 서로 아는 체도 하지 않는다. 명상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나, 산책하는 것을 ‘걷기명상‘이라 이름 붙여본다. 그들이 묵는 곳은 30개의 방이 있으며, 1인1실을 원칙으로 하나 사람이 넘치면 1실2인의 경우도 있다. 5시에 눈을 뜨면 2~3시간 멍 때리다가 식당에 가기도 하고 혼자 끼니를 해결한다. 내 경우는 無時禪無處禪, 곧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와 마음을 굴린다. 그러나 손녀를 봐주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하기에 봉천동 두산아파트로 이사 와서 손녀와 놀고 지낸다. 산에 따라다니기에는 아직 회복이 더디다. 부디 잘들 다녀오시라.
4.동반시
역시 박형채 산우가 올린 시를 동반시로 정하고 고마움을 바람의 눈을 통해 전한다.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에서 우리는 생각하여야 한다
부들부들 떨며
동백꽃처럼 스러져 갔을 남도의 봄
보듬어 다시 역사들을 기억하는 날에
역시 4월은 잔인한 달
하여 제주와 광주는 남이 아니다
4월과 5월이 되면 아무것도 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바람의 집 / 이종형(제주 사람)
당신은 물었다
봄이 주춤 뒷걸음치는 이 바람 어디서 오는 거냐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4월의 섬 바람은
수의 없이 죽은 사내들과
관에 묻히지 못한 아내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아이의 울음 같은 것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섬은
오래전부터
통풍을 앓아온 환자처럼
살갗을 쓰다듬는 손길에도
화들짝 놀라 비명을 질러댔던 것
4월의 섬 바람은
뼛속으로 스며드는 게 아니라
뼛속으로 시작되는 것
그러므로
당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람의 집이었던 것
2020. 4. 10.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詩山會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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