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의 여행 / 도봉별곡
신당동 한 모퉁이에서
비 울고 벼락 치니
내 눈은 닫히고 귀는 멀었다
그들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길은 신나고 시원한데
비를 내리게 하고
혹은
해를 가리는 구름과 대화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송곳처럼 내리 꽂는 비에 삶을 보고
벼락 치는 구름에 죽음을 본다
삶과 죽음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모르면서 그것들을 이야기 한다
삶이 버리는 것이라면 죽음은 남기는 것인가
구름 위에서 죽어버린 해와
구름 아래에서 죽어가는 비를 보며
삶과 죽음 사이 그들이 만나는 곳에는
무엇 있어
일어난 적이 없는 것들과 일어난 것들 사이에서 무엇을 찾아 헤매는 걸까 삶과 죽음 사이에서 결코 모습 드러내지 않는 신을 찾아 헤매는 것은 아닐까
삶이 서럽고 죽음이 두려워서
그 사이를 쪼개보니 환하게 빛나는 어둠뿐
그을린 신만 재로 남았다, 타다 남은 재로 남았다
번개 사리 하나, 구름 사리 하나, 비 사리 하나, 해 사리 하나,
꼭 하나씩만 남았다
죽어 저세상 가면 무엇이 있을까
이승의 설레는 마음으로 마실 삼아 가볼까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