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림자 / 도봉별곡
바람 불어 선인봉 밑 떡갈나무가
흔들리는데
내 마음도 흔들리는가
봄날 하늬바람 불어오니
봉우리 흔들려 오를 수 없어
보지 못하는 산신령의 모습을
바람 따라 맡는다
법고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천축사 비로자나불 눈동자 흔들려
그 눈동자에 마음 맞추기 힘들다
마당바위 약수에서 노니는 도롱뇽은
아직도 우물 속에 숨고
바람 끝에 걸린 쪽동백은
여인의 머리 위에서 춤춘다
천축사 점심 공양에 배부른
하늬바람은
끝내 뭉게구름을 만들고
바람은 산 그림자가 된다
*제1시집 <바람의 그림자>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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