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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삼성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9회 산행입니다)

삼성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9회 산행입니다)

산 : 관악구 삼성산(480.9m)

일시 : 2005년 2월 20일(일) 9시 30분

코스 : 관악역-정상-깃대봉-서울대 쪽 관악산 정문(1안)

-무너미고개-서울대 쪽 관악산 정문(2안)

-무너미고개-8봉능선-6봉능선-중소기업청(3안)

모이는 장소 : 전철 1호선 안양 방면 관악역 매표소앞

준비물 : 중식, 정상주 1병

연락 : 한양기(017-729-3457)

 

그대여 어디서 왔는지 묻지 마오

물 건너 산 너머 길이 있기에

 

굽이굽이 산길 따라 멀리서 왔소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지도 마오

그저 가야만 하기에 가고 있소이다

 

쉬었다 가라고 붙잡지 마오

먼 길을 떠나야 하는 나그네 발길

 

붙들어 맬 수 없는 것

바삐 서둘러 가야 할 길은 아니지만

해 저물기 전 그곳을 향해 가야만 하오

 

머물 곳이 있냐고 묻거든 나는 말하리라

발끝 닿는 그 곳에 내가 머물 산천이 있다고

발끝 닿는 그 곳에 내가 머물 산천이 있다고

 

힘든 눈길 산행을 잘 마친 산우들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김지명 님의 '나그네'로 먼저 인사 드립니다.

 

겨울 산, 겨울 산!

선이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고 싶거든 눈 내린 겨울 산에 오를 일이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비운 나뭇가지와 온갖 넝쿨들이 쳐 대는 선들로

산의 풍성함을 가슴에 담을 줄 아는 자는 겨울 산을 사랑할 자격이 있다.

겨울 산은 알고 보면 존재들이 다가올 봄을 준비하는 아우성의 아름다운 산입니다.

 

수락산 산행기

1월 30일(토)의 수락산 산행은 포근한 눈이 반겨 주어 겨울 산의 참맛을 느낄 설렘 반,

산행인의 욕심(?), 정상 오름 여부의 근심 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집이 가까웁고 평소에 쉽사리 오른 산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제일 긴 코스를

들머리로 잡고 산사나이의 힘찬 발걸음을 시작으로 통제소를 지나

명실상부한 첫눈인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환상적인 계곡길을 의기양양 순탄하게 갔습니다만

갑자기 나타난 계곡길과 능선길이 갈리는 곳에서 이원무 산우의 말을 듣고 성급하게(?) 능선길로 들어선 것이 비극(?)의 시초가 될 줄이야....

능선이 끝나고서야 눈 내린 겨울에 가서는 안 될 깔닥고개 코스로 들어선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때는 이미 늦은 일.

첫째는 도움쇠의 자만으로 인한 실수고

둘째는 눈이 내려 길이 자취를 감춘 탓입니다.

그렇지만 눈 쌓이고 또 내리는 호젓한 능선 길은 환상적이었고

살림꾼인 한양기 산우는 이런 산길을 와 볼 만하다 했고

늘상 어부인의 성의가 듬뿍한 푸짐한 반찬의 기세환 제주도

이 눈이 첫눈이고 이런 즐거움이 어디 있냐고 했지요.

그 의견에 모두 동감!

우린 낭만인이었고 역시 같은 환경에서도 긍정적인 사고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줌을

또 다시 배웠습니다.

 

깔닥고개 초입에서 박형채 산우의 막걸리와 이창우 산우와 한양기 산우가 준비한

순대와 쇠간을 안주로 마신 석 잔씩의 술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산행의 즐거움 중의하나.

막걸리는 주로 위윤환 산우가 준비해 왔으나 전 날 마신 술로 늦잠을 자서 불참하게 되었는데

준비된 막걸리를 못 마시게 된 아쉬움과 자신이 추천한 코스를 불참하게 된

서운함이 교차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자신이 추천한 코스는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꼭 참석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뿔사!! 즐거움은 거기까지.

이후 깔닥고개까지는 된 비알(급경사)길,

깔닥고개부터는 유격코스를 연상시키는 암릉 길(릿지),

임용복산우는 수락산이 쉬운 코스라 생각했는데 다시는 안 온다 할 정도로 벅찬 코스라고도 했습니다,

힘들고 미끄럽고 살을 에이는 살바람이 불어대는 그 길을 올라 오는 도중

도움쇠는 쉬운 남쪽능선 길을 보면서 산우들과 마나님 그리고 우리의 사랑방

해인의 술어미에게 편치 않은 마음이었는데 씩씩하게 올라준 두 겨울 여인에게

감사드립니다.

어떤 환경에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찰칵 한 컷을 배낭 바위에서!

 

산(자연)은 자만한 자를 용서치 아니하고 겸손한 자는 한 없이 포용한다는

잠언을 다시 한 번 반추하게하는 산행이었고

산우들은 오늘 산행은 도움쇠가 쓸 것이 많겠다 하셨지요.

그 만큼 여느 때보다 벅찼구나 싶어 송구함의 반성도 해봅니다.

사람은 평생을 반성하며 산다지요.

그러나 그날의 어려운 산행이 빛 좋고 하늘 높은 어느 날의 산행 길에

즐거운 추억이 되어 우리를 크게 웃게 하는 날이 올 것을 확신하며 미리 웃어보자구요.

 

악천후와 미끄러운 암릉 길을 무사히 올라 드디어 정상.

그런데 우리의 두 사진사 중 이경식 산우는 다른 코스로 올라 오다

정상 밑 치마바위에서 뜨거운 라면을 끓여 먹고 홀로의 양이 되고

이원우산우는 정상에 오르기 전 쉼터에서 일행을 기다리다가 코드가

맞지 않아 정상을 늦게 올라 정상에서의 사진 촬영은 불발......

하산은 석림사-노강서원 코스로 잡고 헬기장에서 즐거운 점심.

인사동 술어미 秋田이 월악산에서 못 읽은 <돌에 관하여>를

그녀다운 고운 목소리로 낭송하고 저의 그녀가 그날의 산행시 <누룽지>를

나즈막하게 낭송하였습니다.

그 모습에 관심을 표하던 낯선 여인이 있었는데 식사시간에 시를 낭송하는 것이

어떠한 의미로든 색다른 즐거움으로 보였는가 봅니다.

 

기세환제주의 묵은 김치, 동태전, 오이 장아찌 등의 맛깔스런 안주와

더덕주, 민속주, 막걸리의 주류로 氣와 樂를 채우고 즐겁고 맛있는 점심을 마무리 후 하산.

하산 길은 오른 길에 비하면 적절한 표현인가 싶지만 누워서 떡먹기였고

시간도 단축되었습니다.

하산 길 중간 전망대에서 그날의 기념사진을 찍고 7호선 장암역에서

그 날의 파란만장했던 산행을 아쉬움속에 뒤로 하고 다음 산행을 기약했습니다.

 

산은 아직 겨울이나 우리의 마음이 앞서서 봄의 길을 트고 있는

2월 하고도 20일의 산행은 한양기 산우의 추천으로 관악산의 서봉인 높이 481m의

나즈막한 삼성산으로 정했습니다.

춥고 가파른 암릉을 오르면서 고생스러웠던 수락산산행의 반작용으로 사료됩니다.

이 산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알려진 산입니다.

한양기산우는 부드러운 오르막길이라 합니다.

하산은 8봉능선과 6봉능선쪽으로 했으면 하는게 도움쇠의 생각입니다만

가까운 쪽으로 내려가자는 의견이 많으면 그리 행하여야죠.

 

3월 6일에 총동문회 시산제가 관악산에서 있으나 우리는 월악산에서 시산제를

지냈으므로 참석여부를 이번 산행 시 논의하겠습니다.

서울 근교의 산도 좋지만 월악산처럼 약간 먼 곳으로 가도 근사한 산이 많습니다.

식도락을 겸한 산행, 태백산 눈꽃산행, 속리산행도 추천 할만 합니다.

 

산에 오를 때 시를 외우며 가노라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움으로

힘 든 것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우리는 시와 함께 산행을 했습니다.

추사 김정희는 "가슴 속에 만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고 했습니다.

향수 1온스(28.3g)을 만들기 위해서는 1톤의 장미꽃잎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말이라도 이해하고 어디서나 향기 나는 사람이 되기까지

우리는 많은 일을 겪어야 하겠지요.

우리와 동행한 그동안의 시들이 더 촉촉하고 더 아늑하고 더 향기로운 가슴으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지 않나 자부해 봅니다.

그런 의미로 삼성산에도 시를 동행합니다.

김춘수 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과 신석정 님의 <待春賦>중에서

선정하겠습니다.

하나보다 둘이 좋을 수 있는 것도 있으니 두 편 다 안고 가볼까나.

의견을 메일로 보내 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靜脈)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數千) 수만(數萬)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三月)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네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김 춘수--

 

대춘부 (待春賦)-신석정

우수도

경칩도

머언 날씨에

그렇게 차거운 계절인데도

봄은 우리 고은 핏줄을 타고 오기에

호흡은 가뻐도 이토록 뜨거운가?

손에 손을 쥐고

볼에 볼을 문지르고

의지한 채 체온을 길이 간직하고픈 것은

꽃피는 봄을 기다리는 탓이리라.

산은

산대로 첩첩 쌓이고

물은

물대로 모여 가듯이

나무는 나무끼리

짐승은 짐승끼리

우리도 우리끼리

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시산회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

 

*눈이 왔으니 아이젠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젠은 一字형이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