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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관악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0회 산행입니다)

관악산으로 모십니다(詩山會 제10회 산행입니다)

산 : 관악산

일시 : 2005년 3월 6일 (일)

코스 : 낙성대역-마당바위-말고개-정상-깔닥고개-서울대정문

모이는 장소 : 전철 2호선 낙성대역 1번출구 9시 30분

준비물 : 중식, 정상주 1병 (주최 측에서 떡, 돼지고기, 과일은 준비)

연락 : 한양기(017-729-3457)

저, 어린 것이

이 험한 곳에 겁도 없이

뾰족뾰족 연초록 새순을 내밀고 나오는 것

애쓴다, 참 애쓴다는 생각이 든다

저 쬐그만 것이 파랗게 불 한 번 켜보려고

기어이 하늘을 물어뜯어 보려고

세상 속으로

------------------중략-----------------

어젠 3월의 함박눈이 펑펑 내리다가 오후로 접어들면서 그쳤습니다.

입춘 추위에 장독 깬다는 속담에 걸맞게 3월임에도 추위는 여전하지만

마음이 봄을 부르고 있기에 누군가의 시인지 기억에도 흐린데 읊조려 보았습니다.

겨울의 산행이 추위로 여유 없이 앞만 보고 걷는데 비해

봄날의 산행은 긴장을 풀고 녹녹해진 흙이 기분 좋은 냄새를 전해주고

뾰족하게 연한 연두 빛으로 얼굴 내미는 새순에서 풋풋함을 느끼며

세상을 향해 싱숭생숭하게 조심스레 열리는 빛 고운 꽃잎들을 마음으로 손끝으로 만져보며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기에 설렘과 기대감이 교차하며 마음은 봄을 부르고 있습니다.

이런 맘 안고 한양기 산우의 추천으로 다녀 온 지난 삼성산 산행을 돌아보겠습니다.

삼성산 산행기

삼성산은 한양기산우가 추천하였는데 본인에게는

항상 날머리(하산길)여서 들머리(입산길)는 초행이라 실수할까 싶어

미리 답사까지 했다니 그 책임감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관악역 매표소 앞에 모두 모인 시각은 9시 30분을 10분 넘긴 9시 40분.

이 정도면 산우들의 시간관념도 정확해졌고 오케 굿! 출발~!

아파트사이를 돌고 돌아 시작한 산행은 평탄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1시간쯤 오르다보니 제법 우뚝 솟은 367봉이 나오고 내친 김에

꿋꿋하게 제1전망대까지 전진.

조문형 산우의 전문인 귤이 등장하고 첫맛이 입맛을 일으켜 회가 동했는지

위윤환 산우의 막걸리생각이 솔솔 났음을 다같이 고백합시다.

아직도 겨울이라 능선은 칼바람 삭풍은 동풍에게 자리를 물려줄 거 같지 않게 세차게

불었고 잠시 쉬어가자는 생각이 모아져 양지바른 곳으로 이동하여 짐을 덜어주는 배려를

베풀기로 결정. 주꾸미 삶은 것을 안주 삼아 마신 막걸리가 석 잔이 되고 취기가

오르면서 행복해지기 시작.

산행이 아름답고 세상이 사랑스럽고!

우리가 사랑한 만큼 세상이 아름답다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시간만큼만 사랑해도

온천지 아름다움 뿐이겠네.

덕분에 위윤환 산우의 배낭은 가벼워지고 목을 축였고 세상은 아름다우니

산행인의 일석삼조!!!

사랑의 토론(?) 시간에 사랑의 전도사 조문형 산우의 부추김이 있었고 이에 자극받은

위윤환 산우도 처음으로 새로운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조문형 산우는 슬며시

빠지고 술김에 초보인 도움쇠가 나서서 술 한잔을 산다면 방법을 알려 준다

했는데 경험도 없는 제가 어찌 하겠습니까마는

'좋아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따뜻한 관심을 가져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따뜻한 관심이 진심으로 받아 들여지면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으나

기댐, 대가가 존재하면서는 부담스러워지고 결국 불편함을 초래하여

위기가 올 수도 있지만 성급한 해명이나 지나치게 적극적인 대응도 독이 될 수 있으니

그럴 때는 당분간 그 자리에서 조용히 관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시다.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은 추울수록 더욱 단단해지듯이 사랑하는 마음이 진실하다면

그 사랑도 그에 합당한 메아리를 들려줄 것입니다.

위윤환 산우도 누구처럼 성질이 급해 빨리 결정을 내리고는 바로 실행해 버리는

스타일임을 알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반백의 나이에 찾아오는 사랑은 쉬 오지도 않고 쉬 버리지도 못 하지요.

사랑 기차에 합승한 승객은 설레임, 기쁨, 두려움...

열차는 빠르게 달리고 있고 어떤 이들은 금새 이별역에서 어떤 이들은 고민역에서

어떤 이들은 결혼역에서 어떤 이들은 사랑역에서 내리지요.

혹 사랑역에서 내리게 된다면 서두르지 않는 잔잔하고 은은한 아름다운 사랑을 하십시오.

사랑이란 환희도 가져다주지만 갈등이나 소리 없는 고통은 그것의 배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시작해야 하구요.

정상인 제1깃대봉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이제 술배는 내려앉고 곡기로 허기를 달랠 가장 즐거운 점심 먹는 시간이 되고

산은 높이 오를 수록 춥거나 시원해지므로 양달에 자리잡고 시낭송은 뒤풀이 때

하기로 하고 더덕주, 포도주, 남은 막걸리, 인삼주를 반주로 푸짐한 안주와 함께

맛나고 행복한 점심을 마치고 어느 방향으로 하산 할까를 결정하는데

도움쇠는 지난 관악산 산행 때 못 간 8봉능선과 6봉능선을 타고

과천으로 가자고 주장했으나 동조해 주는 산우는 두 명뿐이고

다수는 그 코스는 너무 길고 멀어 무리고 먹었으니 내려가자는 주장에 동조하여

제2깃대봉을 경유하여 삼막사로 내려가기로 결정.

도움쇠의 목멘 소리는 능선의 칼바람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도움쇠는 내려가는 동안 이것은 다수의 횡포(?)라는 불만을 갖게되고 소위 회장의 권한이

너무 약하다는 생각도 하게 되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삼막사로 내려가는 길은 북향이라 눈이 녹지 않은데다 등산객의 발길이 많아

미끄러운 빙판길로 변하여 아이젠이 없는 산우는 각별히 주의해야 했습니다.

한 쪽씩 나눠 착용하는 동료애는 발휘했지만 겨울 산행 때는 항상

휴대해야함을 다시 한 번 기억해 둡시다.

삼막사의 마애불과 거북'龜'비를 뒤로 하고 하산하면서 하산길에서도

의견이 갈려 각자 내려갑니다.

한 팀은 흙으로 덮인 아기자기한 계곡길을,

다른 한 팀은 평탄한 시멘트포장길을.

도움쇠는 21세기 경제연구소 소장으로 '21세기 경제학'사이트를 운영하고

대선 때 노대통령의 경제부문 참모로서 정권창출에 기여했으며

'경제역적들아 들어라'와 '思想과 經濟學의 위기'의 저자 최용식 교수와 동행하면서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보유고 증가의 害毒및 경고 등 알찬 공짜 강의를 들었는데

언젠가는 강의료를 내야죠.

인사동 해인에서 발기인 총회 때 미리 내려했는데 불참해서 기회가 날아갔습니다만

최 교수는 새벽에 집필이나 운영하는 사이트의 답글을 쓰는 작업을 한다는데

도움쇠와 같은 새벽형 인간인가 봅니다.

도움쇠도 모시는 글을 쓸 때는 새벽에 초안을 쓰고 회사에서 정정과 가필을

마친 후 발송하는데 발송할 땐 항상 다음과 같은 마음을 갖습니다.

모든 호수들이 빙하기를 거치면서 퇴적물이 쌓여 사라지는데

오직 한민족의 발상지인 바이칼호만은 노화되지 않고 처음과 같은 싱싱함을 유지하면서

오늘날까지 생명을 노래하고 있는데 우리 시산회 산우들도 산행을 통하여

신체적 정신적 젊음을 더 잘 유지하며 사는 그런 사람이기를.

산행의 끝인 즐거운 뒤풀이 시간의 첫머리에 막걸리를 한 잔씩 잔 가득 채우고

그날의 동반시 '待春賦'를 항상 점잖고 잔잔한 미소가 매력적인 한천옥 교장이

나즈막한 톤으로 낭송하는데 바람이 거칠었던 그날에도 창 밖은 햇살은

김영랑 시인의 돌담에 속삭이는 5월의 햇발 같더이다.

신석정 님의 대춘부를 적절한 절기에 동행한 것은 참으로 탁월한 선택이었고

내용도 모두에게 흡족했고 고교시절에 읊었던 그 분의 시가 생각난다는 산우들의 덕담에

기분은 고조되고 '이 나라의 정치인들도 그러한 시심을 갖게 되면 좋은 정치가

펼쳐질 텐데...' 라는 한탄도 나왔지만 '시인과 촌장'은 어울리나 '시인과 정치인'은

어울릴 수도 어울려서도 안 될 극히 이질적인 집단은 아닐 런지...

어느 시인은 시를 쓰고자 하면 '언어의 함축과 비유를 배우고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착한 마음을 가져야한다'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건설사 사장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도움쇠는 님이 과천에 있는 양 과천으로 넘어가지 못한 아쉬움과 불만에 막걸리를

통음하게 되고 약간의 주사(?)가 있었습니다만 타인에게는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너그러운 산우들이 그냥 덮어주시기 바랍니다.

그 날의 뒤풀이 술은 한양기 총무께서 조용히 베풀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중대한 결심이라는 것은 3월의 두 번째 산행 때(3월 20일 예정)

오대산 노인봉(1,338 m)을 오르고 일찍 내려와 동해안 기사문리항 등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포구의 횟집에서 '마름'이라는 회를 사겠다는 것입니다.

'마름'은 방어의 일종으로서 옆줄에 노란 줄이 있으면 '떡마름'이 되는데

그 것이 방어류 중 최고의 맛! 운이 좋으면 밀복의 오니(精什)를 기름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해구신보다 나은 정력제, 더 운이 좋으면 동해안 최고급어종인 흑돔과

그 쓸개를 맛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집에는 조개까지도 양식은 절대로 없으니 자연 그대로의 입맛을 맛보게 해드리겠습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감칠맛의 매운탕까지!

다음 모시는 글에 자세히 언급하겠습니다.

이번 산행은 光州高 총동문회에서 주관하는 시산제를 겸한 산행입니다.

집합장소는 전철 4호선 과천청사역 9번 출구 옆 광장이며 9시 30분입니다.

기념품 배포 후 10시에 출발하여 연주암 뒤쪽아래 관악사지 복원 터에서

시산제를 올린다 합니다.

시산회는 이미 1월 9일에 靈氣서린 월악산에서 시산제를 올린 바 있고

이 코스는 계단이 많고 밋밋한데다 자주 다녀본 길이라 대부분의 산우들이 반대하여

제5회 산행 때 모였던 낙성대코스로 정하였습니다. 착오 없기 바랍니다.

총동문회에서 정하는 산은 다음부터는 고려합시다. 오서산도 그랬듯이...

산우들의 요청이 있다면 노인봉으로 변경하고 싶은 생각 간절합니다.

산행지를 정할 때 느끼는 점은 강북산우들은 도봉, 북한, 수락, 불암산을 선호하고

강남산우들은 청계, 관악, 삼성, 수리산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가 본 코스를 선호하기도 합니다만 서로 양보하여 1시간 일찍 출발하면 된다는

산사람의 넓은 마음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도움쇠의 생각은 안 가 본 산을 가보는 것이 좋고 간혹 먹을거리와 연계한 산행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근교 산만을 다니다 보면 국내에 분포해 있는 수많은 아름다운 산은 언제

올라가 봅니까!

우리나라의 섬이 3300여 개나 되는데 우리가 가볼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산을 사랑하는 우리, 산이라도 이곳저곳 많이 찾아다녀 봅시다.

철마다 피는 산꽃, 들꽃, 눈꽃, 철쭉, 단풍, 일출, 일몰, 1400년 주목, 천년주목,

비구름과 주목군락, 억새천지, 각종藥水, 쏘가리회, 꺽지회, 맑은 물의 메기매운탕 등을

언제 감상하며 언제 맛보려 하십니까. 세월이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는 않겠지요.

3개월을 계획하여 산우들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산을 오를 때 詩를 외우며 가노라면 가슴에 담겨지는 아름다움으로

힘든 것은 반이 되고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10회 산행에 동행할 詩는 배문성 님의 '동행'을 함께 음미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산우들께서도 음미할 만한 詩가 있으면 추천하여 주십시오.

동 행 -배문성-

내가 비로 내려

땅을 적시고 흙 속으로 들어가

어두운 돌 속까지 스며들어

당신께 갈 수 있다면

당신이 가리킨 산목련 한 송이라도 피워 줄 텐데

스미는 대로 손을 내밀어

얽힌 돌을 거두고 착한 흙을 모아서

젖을수록 부드러운 땅을 내놓으면

그곳에 따뜻한 햇살이 찾아오기도 할 텐데

당신이 잠들면 나는 숨소리를 고르며

슬픔도 힘이 될 수 있다고

토닥이는 빗소리라도 들려줄 텐데

상처 없이 살아가기에는

이 세상 모든 것에게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해 주며 같이 걸어갈 수 있을 텐데

 

2005년 3월 1일

 

시를 사랑하는 산사람들의 모임 詩山會 등산 도움쇠 金 定 南 올림